올산(兀山, 858m)

 

산행일 : ‘12. 9. 14(일)

소재지 :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산행코스 : 올산리→채석장→올산→히프바위→719봉→떡바위→512봉→사방댐→두꺼비 바위→미노리(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우뚝할 올(兀)자를 쓰고 있는 올산(兀山)은 그 이름값이라도 하려는 듯이 주변의 큰 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우뚝 솟아있다. 소백산과 황장산, 도락산 등 주변의 큰 산에 가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큰 산에 못지않게 골짜기가 깊고 산세(山勢)가 웅장하다. 특히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바위들이 즐비한 능선은 주변의 소나무들과 어우러지며 멋진 경관(景觀)을 연출해 낸다.

 

 

산행들머리는 덧고개

중앙고속도로 단양 I.C를 빠져나와 장림사거리(대강면소재지)에서 좌회전, 927지방도를 따라 예천읍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사인암과 미노리를 거쳐 산행들머리인 올산리에 이르게 된다. 올산리와 덕촌리의 경계인 덧고개의 고갯마루에는 올산마을을 자랑하는 내용이 적힌 ‘마을 표지석’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산행들머리는 마을 표지석에서 덕촌리 방향으로 100m쯤 걸어 내려가는 곳에서 열린다. 북서쪽 방향에 산행안내판(案內板)이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들머리 근처의 널따란 분지(盆地)는 가을걷이가 끝난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여름철이면 이곳 주민들은 주산물(主産物)인 고랭지채소와 한약재가 가득할 것이다.

 

 

 

들머리 입구에 세워진 산행안내판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 산행코스와 거리 등이 표시되어 있는데, 올산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안내판이기 때문이다. 올산은 행정당국(行政當局)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이 드는 산이다. 안전로프 외에는 등산객을 위한 편의시설(便宜施設)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 흔한 이정표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마도 앞에 보이는 황정산의 유명세(有名稅)에 눌린 탓에 찾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올산리는 고도(高度)가 600m 가까이 되는 높은 구릉(丘陵)지대, 올산 정상의 높이가 858m이니 200m 남짓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거기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5km이니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가 있다. 얼렁뚱땅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공으로 먹는’ 산인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도가 낮은 미노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다운 산행을 해보려는 것이겠지만, 올산의 등산로가 마사토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미노리를 산행들머리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내판을 뒤로 하고 산으로 들어선다. 잡초(雜草)로 우거진 산길은 의외로 널따랗다. 왜 그렇게 널따란지는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들머리에서 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채석장(採石場) 터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비록 폐쇄(閉鎖)되었지만 옛날에는 번성했을 것이고, 당시에 이곳에서 캐낸 석재(石材)를 옮기려면 당연히 널따란 도로가 필요했을 것이다.

 

 

 

채석장터를 지나면서 산길을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한다. 채석장터에서 왼편에 보이는 계곡으로 내려섰다가, 산의 사면(斜面)을 짧게 치고 오르면 능선 위에 올라서게 된다. 오름길이 비록 가파르지만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르는 길 내내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20분이 채 못 되어 정상에 이르게 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주변의 풍물(風物)이 갑자기 변한다. 숲속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라서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기는 매 한가지이지만, 참나무 일색이던 주변의 나무들이 소나무들로 바뀌어있는 것이다. 능선을 걷다보면 왼편에 숲이 뚫려있는 곳이 보인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들어가 보자. 눈앞에 황정산이 널따랗게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壯觀)이다.

 

 

 

 

서너 평이나 됨직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은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정상표지석 하나만이 외롭게 지키고 있다. 하다못해 등산객 몇 명이라도 보이련만 그마저도 없이 텅 비어있다. 정상이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혀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는데다가 주위 풍물(風物)까지도 보잘 것이 없기 때문인가 보다.

 

 

 

정상에서 미노리로 내려가는 하산 길은 무척 가파르다. 바닥이 마사토로 이루어져 있어 무척 미끄럽기 때문에, 등산객들의 안전(安全)을 위해 곳곳에 로프를 매달아 놓았다. 산길은 어느 정도 고도를 낮추다가 평평한 바윗길을 만들어내면서 멋진 예술품(藝術品) 하나를 조각(彫刻)해 놓았다. 바로 ‘히프 바위’이다. 여성의 탐스런 엉덩이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다른 형상(形象)으로 다가오니 문제다. 내 눈에는 여성의 탐스런 엉덩이가 앉기에 안성맞춤인 말안장으로 보이는 것이다.

 

 

 

히프바위를 지나서 조금 더 걸으면 진행방향에 우람하게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가 보이는데, 오른편이 거대한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해골바위라고 부른다. 절벽 방향으로 숭숭 뚫려있는 구멍들이 해골과 흡사하게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골바위에서는 시원스럽게 조망(眺望)이 트인다. 왼편에는 황정산이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고 있고, 오른편에는 올산의 북서릉과 그 뒤의 덕절산이 눈에 들어온다. 발아래 분지골은 울긋불긋한 오색단풍으로 한창 물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남쪽 저 멀리에 보이는 산군(山郡)들은 아마 선미봉과 수리봉 등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만들어내고 있는 마룻금일 것이다.

 

 

 

 

 

해골바위를 지나면 왼쪽 아래가 수십 길의 단애(斷崖)로 이루어진 절벽지대를 가로질러야 한다. 굵은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이번에는 왼편 아래가 아찔한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진 바위벽의 허리를 횡단하여만 한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구간이나 다행히 길이가 짧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횡단구간이 끝나면 곧이어 가파른 내리막 바윗길이 기다리지만 이것 역시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위지대가 끝나면 산길은 흙길로 변하면서 숲속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참나무 숲길을 따라 10분 남짓 걷다보면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왼편은 대흥사로 내려가는 길인데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아마 송이버섯 채취(採取)기간이어서 인가 보다. 오른편 길로 접어들어 5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또 다시 길이 나뉜다. 오른편에 분지골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나, 이번에도 역시 길을 막아놓았다. 거기다 더해 ‘산약초재배지’이니 출입할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겁까지 주고 있다.

 

 

 

 

 

분지골 갈림길을 지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산길은 바위 아래를 우회(迂廻)시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밧줄을 이용해 위로 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안전장치의 도움 없이 세미 클라이밍(semi-climbing)만으로 올라야 한다. 바윗길에서 몸을 부대끼며 10분 남짓 기어오르면 드디어 719봉 정상이다. 719봉의 능선은 바위들과 노송(老松)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다. 그러나 막상 719봉의 정상은 흙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봉우리에 불과하다.

 

 

 

 

 

 

 

 

719봉을 급하게 내려서다보면 진행방향 저 멀리에 거대한 바위가 보인다. 떡시루를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하여 사람들이 떡바위라고 부르는 바위이고, 저 바위 아래에는 있는 자그마한 바위굴(해산굴)로 인해 산부인과바위로도 불리고 있다. 바위 아래에 이르면 거대한 2개의 바위 사이로 길이 나있고, 사이길이 끝날 무렵에 오른편에 자그마한 구멍(바위굴) 하나가 보인다. 구멍은 뚱뚱한 사람들은 애당초부터 통과가 불가능하고, 비만(肥滿)이 아닌 사람들일지라도 배낭을 벗지 않고서는 결코 통과할 수가 없을 만큼 자그마하다.

 

 

 

 

 

모태(母胎) 안의 아기가 어머니의 산도(産道, birth canal)를 빠져나올 때가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몸짓이 애처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 굴을 해산굴이라고도 부른다.

 

 

 

해산굴을 빠져나오면 45도 각도를 이룬 침니가 나온다. 사람들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바위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실루엣(silhouette)처럼 나타나는 사람의 형상이 의외로 생경(生梗)스럽기 때문이다.

 

 

 

침니를 지나면 분재(盆栽) 같은 노송(老松)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바위능선이다. 잠깐 등산로를 벗어나 떡바위 위로 올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나면 그 보상(補償)으로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떡바위 꼭대기에 오르려면 왼쪽으로 자연석이 길게 뻗어나간 바위 끝머리에 있는 뜀바위를 건너야 된다. 수십 평 넓이에 사방이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진 떡바위 정상에서는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진다. 황정산과 도락산은 광활(廣闊)하고, 건너편에 보이는 채석장까지도 멋스럽게 다가온다

 

 

 

 

 

 

떡바위를 지나서도 산길은 바윗길과 흙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바위봉우리인 553봉을 넘으면서 바위틈에서 누운 채로 살아가고 있는 명품(名品)소나무도 바라보고, 주변 멋진 풍광(風光)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암봉인 512봉에 이르게 된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암릉에서 한껏 스릴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좌우(座右)로 시원스럽게 조망(眺望)이 펼쳐진다. 덕절산과 도락산, 황정산, 수리봉 등이 조망되고 왼쪽 어깨 너머로 흰봉산과 오른쪽으로 도솔봉에서 묘적봉, 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시원스럽다. 짜릿한 스릴에 더해 아름다운 조망까지 더해지니 산행의 즐거움이 이보다 더할 수 없다.

 

 

 

 

 

512봉에서 분지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512봉이 바위로 이루어진 탓인지 산길도 바윗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조금도 위험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고, 암릉에서 느낄 수 있는 짭짤한 재미만 즐기면 될 일이다. 계단과 로프 등 조금만 위험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안전(安全)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바윗길이 끝나면 또 다시 산길은 마사토로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지골에 만들어 놓은 사방댐에 내려서게 된다.

 

 

 

분지골 사방댐 위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시멘트포장 농로(農路)이다. 농로의 건너편은 과수원(果樹園), 몇 그루에 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매달려 있는데, 그 알이 굵고 실하다. 몇 개 구입해볼까 해서 주인장에게 말을 건넸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충청도에 산다고 해서 모두 다 양반들은 아닌 모양이다.

 

 

 

산행날머리는 미노교

사방댐에서 산행이 종료되는 미노교까지는 대략 1Km 정도, 농로를 따라 걷다보면 진행방향에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미노리가 자랑하는 명물(名物)이자 수호신인 두꺼비바위로서 올산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두꺼비바위는 측면에서 보는 것보다 정면에서 봤을 때 두꺼비의 형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명품바위를 더 뛰어나게 만드는 것은, 바위 위에 오롯이 앉아있는 분재(盆栽) 같은 한 그루의 소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