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신선봉(845m)-미인봉(저승봉, 596m)

 

산행일 : ‘12. 9. 23(일)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과 수산면, 단양군 적성면의 경계

산행코스 : 갑오재→단백봉→신선봉→학봉→미인봉→조가리봉→영아치(산행시간 : 4시간 50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신선봉 능선’은 금수산에서 북쪽으로 1.5㎞ 떨어진 900m봉에서 서쪽인 충주호 방향으로 뻗어 내려간 약 7㎞의 능선을 말한다. 조가리봉, 학봉, 미인봉, 신선봉 등 4개의 봉우리로 이루진 능선은 가파른 암벽(巖壁) 곳곳에 분재(盆栽)처럼 소나무가 자라 한 폭의 동양화 같다. 그뿐만 아니라 조망(眺望)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사시사철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리아스(rias)식 청풍호반(湖畔)과 그 너머에 헌걸차게 솟아오른 월악산이 잘 조망되는 등, 머무르는 곳마다 뛰어난 전망대(展望臺)가 되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갑오고개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를 빠져나와 청풍으로 이어지는 82번 지방도를 타고 들어가면 금성면소재지(面所在地)를 지나 청풍호반(湖畔)에 이르게 된다. 청풍호(湖)를 오른편에 끼고 계속해서 82번 지방도를 달리다가 청풍대교를 건너기 전에 왼편에 보이는 지방도(地方道 : 학현소야로)로 방향을 바꾸어 들어가면, 학현리에서 소야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갑오고개이다.

 

 

 

제천시(청풍면 학련리)와 단양군(적성면 소야리)의 경계인 갑오고개에서 금수산 방향의 능선으로 올라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입구에 이정표(900m봉 2.9Km, 신선봉 3.9Km)와 ‘산악 마라톤’코스 안내판(案內板)이 있으니 들머리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물론 고갯마루에서 반대편으로 진행할 경우 동산이 나오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드문 탓인지 등산로의 흔적(痕迹)이 희미하다. 들머리에는 이정표 외에도 인근 마을주민들이 걸어놓은 ‘입산금지’라는 플랜카드가 보인다. 이곳이 송이버섯 산지(産地)로 알고 있는데 아마 버섯 채취(採取)를 하지 말라는 얘기인 모양이다. 그러나 경고(警告)에도 불구하고 버섯을 찾아 능선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갑오고개에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아무런 특징이 없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의 울창하게 우거진 참나무 숲으로 인해 조망(眺望)도 트이지 않을뿐더러 별다른 볼거리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능선은 작은 봉우리 두어 개를 오르내리면서 꾸준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그러나 가파르게 치고 오르지는 않기 때문에 오르는데 크게 부담을 주지 않아 다행이다. 금수산이 바위산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바윗길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부드러운 흙길이 대부분이다. 어쩌다가 자그마한 바위절벽(絶壁)이라도 가로막을라치면 어김없이 우회(迂廻)를 시키면서 흙길을 만들어낸다. 무심코 걷다보니 '용바위봉(755m)‘을 지나쳐버렸다. 정상표지석도 없을뿐더러, 특별한 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밋밋한 능선이다 보니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다. 하긴 신경을 썼다고 하더라도 알아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900m까지 오르는 동안 딱 한번 울창한 참나무 숲이 일시적으로 트이면서 오른편에 ‘동산’의 부드러운 능선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참나무 숲 아래로 난 산길을 1시간20분 정도 치고 오르면 단백봉으로 불리는 900m봉이다. 단백봉은 봉우리라고 불리기에는 어설플 정도로 평범함 그 자체이다. 능선에서 약간 솟아 오른 지점으로 이해하면 빠를 것이다. 정상에는 자그마한 ‘정상표지석’과 이정표(신선봉 1.0Km/ 갑오고개 2.9Km/ 금수산)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정표에 금수산까지의 거리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 만나게 되는 이정표들이 산악마라톤을 위해 설치한 모양이고, 금수산 정상은 마라톤 코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단백봉에서 신선봉까지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바위 하나 보이지 않는 흙길이다 보니, 길가에 보이는 풀들조차 마치 융단처럼 부드러울 정도이다. 등산로 주변은 단백봉에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참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차 있다. 때문에 조망(眺望)도 일절 터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단백봉에서 신선봉까지는 불과 1Km,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신선봉 정상(이정표 : 미인봉 4.7Km/ 상학현 3.5Km/ 900m봉 1.0Km)도 단백봉과 마찬가지로 능선 상에서 뽈록하니 솟아오른 자그마한 봉우리일 따름이다. 봉우리 주변의 참나무들 때문에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는 것도 매 일반이다. 다만 정상표지석이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것이 단백봉보다 조금 더 품위(品位) 있게 보이고, 그 옆을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돌탑(石塔)이 지키고 있다는 것이 단백봉과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신선봉이란 산 이름이 많다. 이는 도교(道敎)적인 신선사상(神仙思想)이 우리네 삶에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신선(神仙)이 노닐 정도로 경관(景觀)이 좋다고 해서 ‘神仙峰’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이곳 금수산의 신선봉은 신선들이 놀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신선봉에서 학봉까지 가는 등산로도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는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참나무 숲을 뚫고 800m 정도 걸으면 왼편의 참나무 가지사이로 청풍호가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500m쯤 더 걸으면 시야(視野)가 일망무제(一望無題)로 터지는 곳에 전망대(展望臺)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청풍호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몽환적(夢幻的)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사방을 겹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바위산들 아래에 리아스식 해안(海岸)으로 이루어진 비취(翡翠)색으로 빛나는 호수(湖水)가 고요히 앉아있다. 신선봉에서 이곳까지는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 학봉(鶴峰:774m)은 미인봉과 신선봉 사이에 위치한 바위봉우리이기 때문에, 따로 떼기보다는 옆의 봉우리들과 연결해서 산행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봉우리의 생김새가 마치 목을 빼고 비상을 준비하는 학(鶴)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만, 산 아래에 있는 동네의 이름인 학현리에서 따왔다는 설(說)도 마냥 흘려버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전망대 근처에 이정표(미인봉 3.41Km/ 신선봉 1.3Km/ 학생야영장 2.5Km) 하나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학봉이라는 지명(地名)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도(地圖)를 보면 이 부근 같은데도 정상표지석은 고사하고 이정표에도 나와 있지 않는 것이다. ‘학봉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타 지역 사람들이 지명을 더 잘 아시네요.’ 이 봉우리가 학봉이 아니냐는 내 질문에 대한, 제천지역 등산객들의 답변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산행을 마칠 때까지 학봉이라는 지명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학봉은 삼거리로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암릉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오른편의 학생야영장으로 내려가면 될 것이다.

 

 

 

학봉에서부터 바윗길이 시작된다. 바윗길은 우선 급하게 아래로 떨어지더니 조금 후에는 수백 길 낭떠러지가 갈 길을 멈추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조금만 눈여겨 찾아보면 길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위 곳곳에 발판용 철판(鐵板)이 박혀 있고, 상부에는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쉬운 길은 결코 아니다. 산행에 이력(履歷)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내려서겠지만, 산행초보에 그것도 여자들이라면 상황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앞에 선 대구 아주머니들은 로프에 매달려 기성(奇聲)만 지를 뿐 한 걸음도 내려서지를 못하고 있다.

 

 

 

밧줄을 잡고 절벽(絶壁) 상부를 돌아 내려오면 다음에는 끝이 아득하게 보이는 철(鐵)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계단이 얼마나 높은지 발밑이 허전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래도 이 정도이면 양호하다고 할 것이다. 8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에는 철계단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절벽에는 밧줄만 가로세로로 얼기설기 엮어져 있었다. 암벽(巖壁)등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소름끼치는 두려움에 떨던, 악명(惡名) 높은 구간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산책(散策)코스나 다름없는 것이다.

 

 

 

학봉에서 철계단을 이용해서 안부로 길게 내려선 후, 다시 철계단을 이용해 반대편 절벽(絶壁) 위로 오르면 눈은 다시 호사(豪奢)를 누린다. 시원스레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아까 학봉에서 보았던 청풍호가 다시 한 번 나타난 것이다. 경사(傾斜)진 암벽의 정수리를 내려서면,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있는 노송(老松)과 고사목(枯死木)들이 나타나고, 청풍호와 월악산군(山群)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암괴석에 얹힌 소나무들은 어느 것 하나 예사스러운 것이 없다. 누군가가 일일이 철사를 이용해 틀을 잡아가며 키워낸 것 같다. 기기묘묘(奇奇妙妙)하게 몸을 뒤틀고 있는 소나무들이 푸르른 청풍호의 물살을 배경삼아 멋스런 광경을 연출해내고 있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 학봉에서 미인봉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에 대한을 표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 더 낳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이 온통 아찔한 절벽(絶壁)이건만 그 위험성까지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절경(絶景)이 펼쳐지고 있다.

 

 

 

 

 

 

발아래가 아찔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아찔한 바윗길을 걷기도 하고, 진행방향에 펼쳐지는 청풍호반(湖畔)의 아름다운 곡선(曲線)에 취해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면서 산행을 이어간다. 특히 기암괴석(奇巖怪石)과 노송이 어울리는 경관(景觀)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가 없다. 다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거북이처럼 생겼네요.’ ‘옆에 보이는 바위는 궁뎅이처럼 생겼는데요.’ 주고 받는 얘기들이 온통 바위의 생김새이다. 그만큼 등산로 주변에 기암(奇巖)들이 수도 없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암들 사이사이에는 오래 묵은 소나무(老松)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마치 숙련된 정원사가 연출해 놓은 것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東洋畵)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손바닥바위, 그 생김새가 기이하다고 해서 킹콩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곳을 학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손바닥바위 뒤로 충주호가 아스라하고, 걸어온 능선이 장쾌(壯快)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바위 능선이 끝나면 길은 다시 흙길로 변한다. 길게 이어지는 숲길은 능선 중간에서 학생야영장 갈림길(이정표(미인봉 2.1Km/ 학생야영장 2.6Km/ 신선봉 1.9Km)과 아름마을 갈림길(이정표 : 미인봉 0.5Km/ 아름마을 0.9Km/ 신선봉)을 만들어 놓는다. 체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둘 중에서 한곳을 골라 오른편의 하학현으로 탈출하면 될 것이다.

 

 

 

아름다운 동행, 산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손마다 망태기를 하나씩 들고 있고, 그 안에는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제천지역의 등산동호회원들이라는데 산을 오르면서 쓰레기를 줍는 길이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동행인가? 저런 사람들이 진정한 산악인의 표상일 것이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숲길은 미인봉에 가까워지면서 또 다시 조망(眺望)이 터지기 시작한다. 바위로 이루어진 미인봉에 올라서면 오른편에 ‘동산’이 길게 늘어서 있고, 뒤로 돌아보면 지나온 신선봉이 우람하게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막상 미인봉 정상은 보잘 것이 없다. 별다른 특징(特徵) 없는 바위봉우리 위에 자그마한 정상표지석이 앉아있을 따름이다. 학봉의 전망대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30분이면 충분하지만 초보(初步) 산악인들로 인해 산행이 지체될 경우 소요시간은 의외로 길어질 수 있다.(정상의 이정표 : 조가리봉 2Km/ 하학현 1.1Km/ 신선봉 4.7Km)

* 미인봉 (美人峰)은 저승봉이라고도 불리는데, 오랜 옛날에 마을사람들이 한번 들어섰다 하면 다시는 돌아 나오지 못하는 협곡(峽谷)이 있었다고 해서, 그 골짜기를 저승골, 골짜기가 위치한 산을 저승봉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론 인근이 많았던 돼지가 오르내렸던 봉우리라고 해서 돼지 저(猪)자를 붙여 저승봉(猪昇峰)이라고 했다는 설(說)도 있다.

 

 

 

미인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다시 바윗길로 변한다. 그러나 험하다고 하기 보다는 앙증맞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기자기한 바윗길이 계속된다. 이 지대를 통과할 때에는 암릉의 날등을 타볼 것을 권하고 싶다. 비록 안전(安全)시설은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위험을 느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암릉이 짜릿한 스릴을 맛보기에는 최상의 코스일 것이다. 그래도 위험하다 생각된 사람들이라면 우회로(迂廻路)를 이용하면 된다. 암릉 위를 걷다보면 동산의 장대한 능선이 이쪽의 신선봉능선과 키 재기를 하고 있는 듯하고, 발아래에는 산골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도로가 골짜기 한복판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미인봉을 출발한지 40분 정도가 지나면 정방사 갈림길이다(이정표 : 조가리봉 0.3Km/ 신선봉 5.6Km/ 정방사)

 

 

 

 

 

 

정방사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자마자 소나무로 둘러싸인 바위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바로 조가리봉(562m)이다. 능선은 잠깐 동안 내리막길을 만들다가, 조가리봉 앞에 이르자마자 갑자기 가파른 오르막으로 변해버린다. 앞을 가로막는 거친 바위와 용트림을 하면서 5분 정도를 치고 오르면 조가리봉 정상이다. 조가리봉 정상은 능선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볼품이 없다. 정상표지석도 없는 가난한 봉우리를 얼기설기 쌓아놓은 돌탑 몇 기(基)와 이정표(하학현 1.7Km/ ES리조트/ 신선봉 5.9Km)가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구태여 뭐라도 기억해둘만한 것을 찾으라고 한다면 바위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를 꼽고 싶다. 척박(瘠薄)한 바위틈새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소나무에서 삶의 의지를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 때문에 조망(眺望)도 트이지 않는다. 조가리봉에서는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무심코 ES리조트 방향으로 내려서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거리도 길뿐더러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탓에 등산로의 상태도 거칠기 짝이 없다.

 

 

 

 

 

조가리봉에서 하학현으로 내려가는 산길은 의외로 편하다. 가끔 바윗길이 나오지만 거칠지 않을뿐더러 경사(傾斜) 또한 완만(緩慢)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가리봉을 내려설 때에는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곳곳에 나타나는 바위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 올라가 보라는 말이다. 힘이야 조금 들겠지만 그 보상(補償)은 충분하다. 청풍호와 그 뒤의 월악산릉(山稜)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그림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눈이 호사(豪奢)를 누리는 것이다. 참고로 청풍호반에 대한 조망은 조가리봉에서 하학현으로 이어지는 북서릉이 가장 뛰어나다. 이 능선이 곧바로 호수에 내려 꽂히기 때문일 것이다.

 

 

 

 

산행날머리는 하학현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을 구경하는 호사를 누리다보면, 어느새 영아치라는 마을이 있던 계곡가의 포장도로에 닿게 된다. 이정표에는 하학현이라고 표기된 곳이다. 조망 좋은 산길이 부드럽기까지 하니 1.7Km라는 거리가 금방인 것이다.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지 시간도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영아치 마을은 전형적인 펜션(pension)마을로서 여기저기 보이는 곳마다 멋들어지게 지어진 집들이 늘어서 있다. 그러나 집들이 모두 비어있는 것을 보면 여름철에만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다.(날머리 이정표 : 신선봉 7.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