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環山 : 고리산, 581.4m)
산행일 : ‘13. 2 17(일)
소재지 :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산행코스 : 황골→제1보루→옥녀봉→제3보루(봉수대)→제4보루(감로봉)→환산 정상→동봉→황룡사↔부소담악(산행시간 : 3시간10분 + 부소담악 왕복 50분)
함께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징 : 본래의 이름은 고리산이었다. 아주 먼 옛날 대홍수 때 이 산 꼭대기에 배를 매는 고리가 있었다고 해서 그리 불렀다고 한다. 산 이름을 한자로 바꾸면서 ‘고리 환(環)’자를 써서 환산(環山)으로 변했다. 전형적인 흙산(肉山)이지만, 제4보루와 동봉 등 의외로 대청호(湖) 조망(眺望)이 뛰어난 봉우리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환산 자체보다는 추소리에 있는 부소담악으로 인해 널리 알려진 산이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산악회들이 부소담악에다 환산을 덤으로 넣어서 산행을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이백리 황골입구
경부고속도로 옥천 I.C에서 빠져나와 옥천시내를 통과한 후, 4번 국도를 타고 대전방향으로 달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군북면소재지(面所在地)인 이백리에 이르게 된다. 4번 국도(國道)의 이백삼거리(군북면 이백리)에서 내려와 경부선 철길(鐵道)과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차례로 빠져나가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오른편 추소리 쪽으로 방향을 틀면 금방 황골입구에 이르게 된다.
▼ 산행은 황골입구의 도로변에서 시작된다(정상까지는 4.85Km). 들머리에 산행안내도와 이정표, 그리고 환산의 내력을 적어 놓은 안내석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산행이 시작되면 처음에 잠깐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던 산길은 얼마 안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파르게 변해버린다. 곧바로 위로 치고 오르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之)자를 만들어 내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 가파른 오르막길을 30분 조금 못되게 치고 오르면 능선안부(이정표 : 정상 3.95Km/ 이백리 황골말 900m)에 올라서게 된다. 제1보루(堡壘 : 360.4m)는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5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봉우리로 오르기 직전에 보이는 표지석을 지나 꼭대기에 오르면 먼저 삼각점이 눈에 띈다. 전면에 이백리 분지(盆地)와 고속도로 등이 보이나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로 인해 썩 뛰어난 편은 아니다.
▼ 안부로 되돌아와 다시 왼편으로 2분 정도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 위로 올라서게 된다.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는 봉우리 위는 작은 공원(公園)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다. 공들여 쌓은 돌탑이 몇 기, 그리고 산행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담아두어도 좋을 성 싶은 문구(文句)까지도 돌탑에 적어 놓았다. 어느 개인이 정성들여 가꾼 모양인데,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감사를 드려본다. 산불감시초소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이백리 분지(盆地)를 지나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그리고 국도가 잘 조망된다. 고속도로 너머로는 달이산과 대성산, 서대산, 그리고 마성산과 식장산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 산불감시초소에서 잠깐 내려섰던 산길은 금방 평탄(平坦)해진다.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좌측에 하산로(정상 3.55Km/ 이백리 황골말 1.7Km)가 보이고, 다시 6~7분쯤 더 걸으면 봉우리 앞에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정상 3.15Km/ 이백리 황골말 1Km)로 나뉜다.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환산 정상으로 곧장 가게 되고, 왼편에 보이는 능선(이정표의 황골말 방향)은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 옥녀봉으로 오를 경우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다. 옥녀봉을 향해 오르던 산길이 중간쯤에서 왼편으로 산의 사면(斜面)을 째면서 올려놓는 반대편 능선 안부가 바로 그곳이다. 능선안부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이때 왼편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왼편으로 진행할 경우 제2보루(堡壘)를 거쳐 증약소류지로 내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능선 안부에서 옥녀봉 정상까지는 채 2분이 안 걸린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밋밋한 봉우리일 따름인 옥녀봉 정상은 개념도에도 봉우리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다. 그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옥녀봉’이라고 적힌 코팅지만이 이곳이 옥녀봉임을 알려주고 있을 따름이다. 1보루에서 옥녀봉까지 오는 데는 30분 가까이 소요된다.
▼ ‘보험처리 해 놓으세요.’ 같이 산행을 하던 일행이 불쑥 한마디를 건넨다. 아니나 다를까 오른편 나뭇가지 사이로 뭔가가 나타나고 있다. 슬그머니 내다보니 한반도(韓半島)를 닮았다. 비록 잘생기지는 못했지만 대청호반(湖畔)이 한반도의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옥녀봉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아까 옥녀봉을 우회(迂廻)했던 환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다시 만나게 된다(이정표 : 옥녀봉 0.6Km/ 이백리 황골말 1.6Km). 이어서 고저(高低)의 차가 별로 없는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더 진행하면 제3보루(堡壘)에 이르게 된다(이정표 정상 2.05Km/ 이백리 황골말 2.8Km). 제3보루는 조선시대에 **봉수대(烽燧臺) 역할을 겸했다고 한다. 옛날 석축(石築)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으며, 봉수대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봉수대는 남쪽으로 50리쯤 떨어진 ‘월이산 봉수’를 받아 북쪽 30리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회덕의 계족산 봉수’에 전하도록 되어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 봉수대에는 봉수별장 1인, 감관 10인, 봉군 1백인이 근무했다고 한다. 옥녀봉에서 이곳 3보루까지는 대략 20분 정도가 걸린다.
**) 봉수대(烽燧臺)는 봉화대(烽火臺)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정확한 명칭은 봉수대(烽燧臺)이다. 본래 낮에 올리는 불을 수(燧)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수는 낭연(狼煙)이라고도 하였는데, 이리의 똥을 태워서 연기를 피워 올렸기 때문이다. 이리의 똥을 태워 만든 연기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이 없이 곧바로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에 먼 곳에서도 연기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밤에 피우는 것을 봉화라 불렀다. 봉화대 위에 길고(桔橰)라고 하는 틀을 세우고, 그 위에 쇠로 만든 둥우리 같은 것을 놓았다. 그리고 그 안에 땔감을 가득 넣어두고 있다가 긴급한 일이 발생하면 거기에 불을 붙였다. 그러면 하늘 높이 커다란 불꽃이 솟았고, 이 불꽃을 이용해 위급상황을 도성(都城)에 알렸던 것이다.
▼ 제3보루(堡壘)에서 잠깐 내려섰다가 10분 정도를 바위가 즐비한 능선을 치고 오르면 바위봉 위에 올라서게 된다. 봉우리 올라서면 식장산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바위 봉우리를 내려서서 얼마간 더 진행하면 추소리 안양골로 내려가는 길과 나뉜다(이정표 : 추소리 안양골 1.5Km/ 환산 정상). 안양골 갈림길을 지나면 556봉인 제4보루(堡壘)이다. 4보루는 감로봉이라고도 불리는데 오늘 산행 중에 가장 조망(眺望)이 뛰어난 곳이다. 북으로는 환산의 정상과 동봉이 잘 조망되고, 발아래로는 추소리의 비경(秘境)지대인 부소담악과 부근의 대청호가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그 뒤로는 속리산과 백화산 포성봉이 하늘금을 그려낸다. 3보루에서 4보루까지는 20분이 조금 못 걸렸다.
▼ 감로봉에서 내려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감로마을 갈림길(이정표 : 감로마을 1.6Km)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부터 거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봉우리 꼭대기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 왼편으로 비야리 갈림길(이정표 : 비야리 마을회관 1.59Km)이 다시 나뉘고, 2분쯤 후에는 삼각봉 위로 올라서게 된다.
▼ 삼각봉에서 능선을 따라 걷다가 가파른 능선을 한 번 더 치고 오르면 드디어 환산 정상이다. 옛날에 제5보루(堡壘)가 있었던 환산정상은 널따란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데, 사방이 숲으로 가려 있어 조망(眺望)은 트이지 않는다. 정상에는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조그만 정상표지석과 이정표(이평리 갈마당 1코스 2.7Km/ 비야리 2.5Km, 황곡리 2.9Km, 이평리 갈마당 3코스 임도 2.9Km/ 봉수대 2.8Km, 이백리 황골말 4.85Km)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정상표지석에 산의 이름이 세 개나 적혀있다. 고리산, 환산(環山), 그리고 고시산(古尸山)이다. 만일 지자체(地自體)에서 이 정상석을 세웠다면, 산의 이름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이름에 대한 사연은 뒷면에 표기(表記)해도 될 테니까 말이다. 감로봉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산행을 시작한지는 2시간10분이 조금 더 지났다.
▼ 환산 정상에서 동봉은 금방이다. 그러나 진행하는 데는 힘이 많이 드는 구간이다. 꽤나 많이 고도(高度)를 낮추었다가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5분쯤 내려오면 능선 안부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 안부에서 갈마당 3코스가 왼편으로 열린다(이정표 : 정상 0.2Km/ 이평리 갈마당 2코스 2.6Km/ 이평리 갈마당 1코스 2.5Km). 안부에서 동봉까지는 다시 10분 조금 못되게 치고 올라야 한다. 동봉의 정상도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곳이다. 지나온 방향에는 환산이 서있고, 환산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 대청호의 풍광(風光)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있다.
▼ 동봉에서 바라본 환산
▼ 동봉 정상에서 3분 정도 내려오면 갈마당 2코스로 내려가는 길과 추소리 서낭당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이정표 : 서낭당 1.6Km/ 물아래길 2.0Km/ 정상 0.47Km). 이곳에서는 오른편의 서낭당(추소리)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 서낭당 방향으로 들어서면 바위지대까지 낀 가파른 길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등산로는 잠시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파르게 바뀌어 버린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만 가파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서낭당 방향으로 들어서면 바위지대까지 낀 가파른 길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등산로는 잠시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파르게 바뀌어 버린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만 가파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 로프에 의지하여 하산을 서두르다 보면, 고도(高度)가 낮아짐에 따라 대청호의 푸른 물빛이 점차 눈앞으로 다가온다. 추소리와 대청호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인데,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도 잡목(雜木) 몇 그루가 앞을 가로막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 지역을 명품(名品) 관광지로 만든 부소담악은 대청호를 향해 길게 파고드는 형상이다. 한마디로 멋진 풍광(風光)이다.
▼ 산행날머리는 추소리 황룡사 정문
대청호에 푸른 물빛에 취해 걷다보면 오른편에 황룡사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어서 산자락 끄트머리에 있는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서면 오늘의 산행은 끝을 맺는다. 날머리에 서 있는 산행안내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상에서 이곳까지는 2.2Km, 대략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추소리에 내려서면 곧바로 세심원(洗心阮=황룡사) 정문 앞이다. 유불선(濡佛仙)을 아우른다는 세심원은 ‘세계인류세심운동본부’라는 큰 글자 밑에 ‘남북통일’과 ‘인류평화’가 쓰여 있다.
▼ 구태여 세심원을 둘러볼만한 의미를 찾을 수 없어 도로 건너편에 있는 부소담악(芙沼潭岳)으로 향한다. 도로를 건너 200m쯤 걸으면 대청호가 선을 보인다. 구부구비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호반(湖畔)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 마을 끄트머리에서부터 부소담악의 들머리인 정자(亭子)까지는 나무테크로 깔끔하게 길을 조성해 놓았다.
▼ 부소담악(芙沼潭岳)이란 지명(地名)은 추소리의 자연마을인 추동, 부소무니, 절골 중 부소무니 앞 물위에 떠 있는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부소담악은 갈수기(渴水期)와 만수위(滿水位) 때 높이가 달라지는 700여m의 절벽(絶壁)이 물줄기를 따라 병풍처럼 길게 이어진다. 생김새가 산맥에 가까워서, 오늘 같이 갈수기인 때에는 높은 산을 산행하듯 암벽(巖壁)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특히 부소담악(芙沼潭岳)은 물에 잠기기 전부터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일찍이 우암 송시열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보고 ‘**소금강(小金剛)’이라고 이름 지어 노래했을 정도이니 그 빼어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중 '가장 아름다운 6대 하천'에 오를 만큼 절경이다.
**) 소금강(小金剛)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학자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유래한 것으로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는 의미이다. 전국적으로 소금강이라 불리는 명승지(名勝地)가 많은 이유는, 소금강이라는 단어(單語)를 아름다운 절경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식어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 부소담악을 감싸며 돌아드는 물길은 큰 호수(湖水)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그 폭이 넓고 깊다. 앞산자락을 적시고 흐르는 모습이 절경(絶景)이어서 옥천군에서 정한 ‘추소 8경’의 하나로 꼽혀 있다. 유구한 세월 속에 추소팔경은 빛바랜 지 오래지만 부소담악은 대청호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그 자태(姿態)가 더욱 도드라졌다. 예전의 선경(仙境)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부소담악은 생긴 모양새로 보면 산이라기보다 산맥(山脈)에 가깝다. 40~90m 높이의 절벽이 강줄기를 따라 병풍처럼 이어졌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머리에 얹은 절벽(絶壁)은 예로부터 병풍이라고 불려왔으니, 물에 잠긴 지금은 '숨은 병풍'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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