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산(可隱山 : 575m) - 둥지봉(430m)

 

산행일 : ‘12. 5. 20(일)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산행코스 : 상천리→기와집바위→가은산→갈림길→둥지고개→둥지봉→새바위→옥순대교(산행시간 : 4시간4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가은산과 둥지봉은 충주호반(湖畔)을 사이에 두고 경승지(景勝地)인 옥순봉과 구담봉을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그 덕분에 충주호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는 두 봉우리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충주(청풍)호반과 암봉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광(風光)은 한 폭의 잘 그린 풍경화(風景畵)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산행들머리는 상천휴게소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를 빠져나와 82번 지방도(地方道)를 타고 청풍방향으로 들어서면 10분이 채 안되어 청풍(충주)호에 이르게 된다. 계속해서 창밖구경을 하면서 들어가다가, 수산면소재지(面所在地 : 수산사거리)에서 왼편 36번 국도(國道)로 옮겨 단양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대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편의 옥순봉로(路)를 따라 들어가면 옥순대교(大橋)를 지나 상천휴게소에 이르게 된다.

 

 

 

상천휴게소 앞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식당건물 옆으로 난 농로(農路)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산행안내판을 세워놓았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안내판에는 오늘 우리가 가려고 하는 둥지봉이 출입금지구역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고민스럽지만 일단은 산행을 시작하고 본다.

 

 

밭의 오른쪽 가장자리로 난 농로를 따라 200m 정도를 들어가면 급경사(急傾斜)로 이루어진 산자락과 마주치게 된다. 곧이어 나타나는 바위지대 역시 급경사이기는 마찬가지, 오른쪽에 우회(迂廻)하는 길이 있는 모양이나, 선두는 왼편의 바윗길을 고집하고 있다. 세미클라이밍으로 암릉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리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 보다는 짜릿한 스릴이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앞사람을 밀어주고 뒷사람을 당겨주며 바윗길과 씨름하다보면 어느덧 능선위에 올라서게 된다(이정표 : 가은산 2.7Km/ 상천주차장 0.5Km). 능선은 바윗길과 흙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데, 등산로 주변은 온통 참나무 군락(群落), 소나무는 어쩌다가 하나씩 보이는 정도이다. 짙게 우거진 숲 사이에서 괴이(怪異)한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촛대바위, 시계바위, 기와집바위, 얼굴바위 등등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지도(地圖)에 나와있는 바위의 이름들을 떠올려보지만, 바위의 생김새와 일치시키는 일을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이름을 지은 사람들의 상상력(想像力)을 나와 같은 범인(凡人)들의 눈으로는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능선이 시작되면서 오른편에 충주호가 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쪽으로 깊고 길게 패어져 나간 충주호반(湖畔)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산들과 함께 시야(視野)에 들어오는데,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금수산이 하늘금을 그려내고 있다.

 

 

 

 

계속되는 산길은 눈요기로 즐겁기만 하다. 바위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소나무들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다. 기암(奇巖)과 노송(老松)이 절묘하게 배합될 때에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을 가은산은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몇 번의 거친 오르내림이 지나면 기와집바위에 닿게 된다. 등산로는 기와집바위의 왼편으로 돌게 되어 있지만, 재미삼아 바위 아래로 난 자연석굴을 통과해 본다. ‘해산(解産)굴 아냐?’ 일행의 조크(joke)가 있었으나 해산굴이라고 부르기에는 굴의 크기가 너무 넓고 높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기와집바위의 용마루 위로 올라서면, 충주호반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와집바위를 지나서 얼마간 더 진행하면 급경사 내리막 바윗길이 나타난다. 바윗길의 끄트머리는 가마득한 단애(斷崖),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왼편으로 나있는 길이보이기 때문이다. 안전시설(安全施設)에 의지하지 않고는 더 이상 내려서기가 힘든 벼랑의 끝 부분에는, 타워(tower)를 닮은 높다란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능선을 치고 오르면 커다란 곰바위를 만나게 된다. 곰바위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소나무와 참나무가 알맞게 섞여있는 무명봉에 올라서게 된다(이정표 : 가은산 200m/ 옥순대교 3.4Km/ 상천주차장 3.0Km). 둥지봉으로 가려면 일단 가은산 정상을 둘러본 후,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옥순대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무명봉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가은산 정상이다. 가은산 정상은 힘들게 올라온 것 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별로 넓지 않은 공터의 중간에 정상표지석과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세운 정상표지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특별한 볼거리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조망(眺望)도 일절 없다.

 

 

 

둥지봉으로 가려면 일단 둥지고개로 내려섰다가 다시 둥지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둥지고개로 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그러나 위험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인파들과 부대끼면서 1Km가까이 내려서면 이내 둥지고개이다(이정표 : 가은산 1.1Km/ 옥순대교 2.5Km). 둥지고개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옥순대교, 둥지봉은 맞은편 능선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왼편은 오래전에 말목산을 답사(踏査)하고 내려왔던 길인데, 이정표에는 방향표시가 나와 있지 않다.

 

 

 

둥지고개에서 맞은편 능선을 잠깐 치고 오르면 둥지봉이다. 진입로 초입(初入)에 ‘통행금지’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산행을 진행하고 본다. 옳지 않은 일인 줄은 알지만 워낙에 가보고 싶은 코스이고, 거기다 웬만한 산악회들은 모두 다 가은산과 둥지봉을 한꺼번에 답사(踏査)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둥지봉 정상도 가은산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둥지봉에서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라고 일컫는 새바위를 가기 위해서는 충주호의 호안(湖岸)까지 내려서야만 한다. 이 구간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highlight)이다. 스릴과 조망(眺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은 거의 전 구간이 바윗길로서 곳곳에 슬랩(slab)을 만들어 놓고 있다. 로프에 매달리거나 릿지(ridge)로 암벽을 내려가다 보면 간이 콩알만 해진다. 갑자기 산행속도가 지체되기 시작한다. 로프에 매달린 여자들은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고, 그 것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눈초리는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잡아주고 밀어주는 스킨십(skinship : physically affectionate)이 필요한 코스이니. 사랑의 진전(進展)이 필요한 커플(couple)들이라면 그들의 바람은 금방 이루어질 것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곳곳에서 잘 그린 동양화(東洋畵)들을 만날 수 있다. 기암괴석(奇巖怪石)과 그 사이에서 자라는 노송(老松)들이 한데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곳곳에 산재한 암릉에 올라서면 월악산 영봉과 만수산으로 이어지는 들쭉날쭉한 능선이 막힘없이 펼쳐지고 있다. 연초록으로 빛나는 충주호반 위를,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유람선(遊覽船)을 감상하는 재미는 가은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랑일 것이다.

 

 

 

 

 

바윗길이 끝나면 길은 순한 흙길로 변하면서, 두 갈래로 나뉜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두 길은 서로 만나게 되지만, 만일 벼락바위를 보고 싶다면 왼편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오르편 길을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호안(湖岸)까지 떨어졌던 산길은 또다시 경사(傾斜)가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하더니, 종내는 로프까지 잡아야만 오를 수 있게 만들고야 만다.

 

 

 

바위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수백 년을 버티어 살아온 늙은 소나무,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저리도 몸을 비틀고 있을까? 나도 몰래 내 처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 동안 고달프다고 투덜대던 내 삶이 어디 저 소나무만이야 했겠는가. 한 그루의 노송(老松)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본다.

 

 

 

 

힘들게 능선 위로 오르면 또 한 번 눈이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의자 비슷하게 생긴 바위의 건너편에 옥순봉이 늠름(凜凜)하게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봉우리 아래 충주호반(湖畔)에서는 관광객들을 실은 유람선(遊覽船)들이 흥겨운 노랫가락을 들려주며 맴돌고 있다. 멀리로는 월악산의 영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아름다운 둥지봉의 기암(奇巖)들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있다.

 

 

 

 

의자처럼 생긴 바위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둥지봉의 명물(名物)이라는 새바위이다. 아까 둥지봉을 내려올 때는 둥그런 알처럼 생겼었는데 가까이서 바라보니 영락없는 새이다. 그것도 '아기 새‘까지 거느리고 있는 새들의 가족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오는 동안에 부화(孵化)되었나봅니다.’ 일행의 말마따나 한 마리로 보이던 것이 어느새 두 마리로 변해 있는 것이다.

 

 

 

 

새바위를 지나 바윗길을 조금 더 오르면 무명봉이 나오고, 이 봉우리에서 오른편으로 10분 정도 내려서면 고갯마루에 닿게 된다.(이정표 : 옥순대교 1.4Km/ 가은산 2.2Km). 이 고갯마루는 아까 가은산에서 둥지봉으로 건너가기 전에 만났던 고갯마루인 둥지고개에서 옥순대교로 이어지는 주 등산로이다.

 

 

 

산행날머리는 옥순대교 휴게소

주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봉우리 하나를 넘게 되고, 봉우리를 내려서면 충주호 방향을 목책(木柵)으로 막아 놓은 간이 전망대(展望臺)를 만나게 된다. 좌우로 길게 펼쳐진 충주호반을 가로지르고 있는 옥순대교(大橋)의 우아한 자태를 구경하면서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옥순대교휴게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