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읍산(趨揖山 : 538m)

 

산행일 : ‘12. 6. 2(토)

소재지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과 개군면의 경계

산행코스 : 원덕역→두레마을입구→정상→약수터→삼성리(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추읍산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어느 코스로 오르더라도 정상까지는 2시간이면 족하다. 거기다가 중앙선 전철의 개통으로 인해 접근성도 좋아져서 자연히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 만일 봄이나 가을철에 이곳을 찾을 경우에는 자투리시간을 이용해서 인근 산수유(山茱萸)마을을 둘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산의 주변에 산수유가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 남서쪽 내리와 남동쪽 주읍리 일원은 수령이 400~500년 된 산수유(山茱萸)나무 1만5,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산수유마을로 유명하다. 

 

 

산행들머리는 원덕역

중앙선 전철(電鐵) 원덕역에서 내려, 역사(驛舍)를 빠져나오면 건물의 왼편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잠깐 멈춰 서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마음속으로 정한 뒤에 산행을 시작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광장(廣場) 건너편 도로를 따라 원덕마을로 걸어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광장의 끄트머리 도로변에 ‘추읍산 1.4Km'라고 쓰인 이정표가 지시하는 데로 진행하면 된다.

 

 

회사 승용차에서 내리니 원덕역 광장(廣場)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광장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광장의 한쪽 귀퉁이에 있는 느티나무아래 쉼터에 10여명 정도 되는 등산객들이 웅성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내가 찾는 얼굴들이 하나도 안보이기 때문에 든 느낌일 것이다. 1박2일 일정의 ‘IMT(intelligence mechatronics) 워크숍(workshop)'이 열린 홍천의 ‘대명리조트’가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서 조금 일찍 도착했나보다.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역사(驛舍)를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산행안내도 앞에 서서 오늘 답사(踏査)하게 될 코스를 머릿속에 새겨 넣는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집사람과 집사람 후배가 보이고, 얼마 안 있어 새댁인 은결이, 그리고 뒤를 이어 또 다른 새댁인 취우님과 신랑, 맨 마지막으로 악마구리가 나타났을 때에는 약속시간보다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뭐라고 한소리 할까요?’ 그러나 지금까지 늦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감안되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추읍산에는 영지버섯이 많으니 눈을 크게 뜰 것!’ 아까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동네 이장님께 얻은 정보를 전달한다. 거기다 며칠 전에는 어느 등산객이 산삼(山蔘)을 캤었다는 알토란같은 정보와 함께... 듣고 있는 일행들의 눈망울이 갑자기 초롱초롱하게 빛나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마을을 지나는 길에 산에서 마실 막걸리부터 사고 본다. 요즘 건강에 좋다며 막걸리에 맛을 들이고 있는 집사람이 냉큼 삶은 계란부터 집어 든다. 막걸리에는 계란이 찰떡궁합이란다. 그러나 이 계란은 산행을 끝마치고 식당에서 뒤풀이를 할 때에 마신 소주 안주로 사용되었으니 막걸리보다는 소주에 더 궁합이 맞는 모양이다.

 

 

 

마을을 통과하고 나면 곧바로 흑천(黑川)이다. 흑천은 덕촌리와 마룡리에서 흘러오던 물이 연수리에 이르러 큰 물줄기를 만드는데, 바닥에 검은 돌이 깔려 있어서 물빛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길은 흑천의 왼편 제방(堤防)을 따라 나 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보(洑)에 갇혀있는 흑천은 제법 널따랗다. 거기다 깊기까지 한지 냇가에는 낚시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姜太公)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산행은 두레마을 방향의 흑천을 건너는 것으로 시작된다. 흑천을 가로지르는 잠수교(潛水橋)를 건너서 50m정도 더 걸으면 오른편에 이정표(추읍산 정상 1.45Km/ 원덕역 1.44Km)와 산행안내도가 보인다. 이곳에서 두레마을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진행하면 ‘추읍산 삼림욕장’을 거쳐 정상으로 가게 되고, 곧장 정상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면 된다. ‘양평군이 가난한 모양이네요’ 누군가의 말마따나 방향을 틀자마자 만나게 되는 다리의 나무상판은 조잡(粗雜)하기 이를 데 없고, 거기에다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받침대의 넓이와 맞지도 않는다. 받침대보다 한참 적은 상판을 올려놓은 것이다.

 

 

 

 

 

흑천의 오른편을 따라 잠깐 이어지던 길이 오른편 숲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길은 초입부터 가파르기 이를 데가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 가파름이 오래지 않아 끝난다는 것이다. 그 가파른 기세(氣勢)에 질려버렸는지 취우님이 멈춰 서서 스틱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스틱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그녀는 산행을 마칠 때까지 힘들어하는 기색(氣色)이 역력했다. 아마 그동안 산행을 제대로 못했었나 보다. 하긴 아직까지는 신혼(新婚)이라며 우긴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가파른, 그러나 그 가파름이 금방 끝나서 다행인 산길이 끝나고 능선(稜線)에 올라서면 길은 순해진다. 조금 전에 정비를 끝낸 것 같은 보드라운 흙길은 폭신하기까지 하고,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피톤치드(phytoncide)가 넘쳐난다고 하는 소나무이다. 자연스럽게 오늘 산행의 콘셉트(concept)가 웰빙(well-being)산행으로 자리를 잡아버린다. 산행시간이 짧아 부담이 없는데다가 건강에 좋다는 피톤치드까지 실컷 담아갈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거기에다 하나 더, 날씨까지 도와주고 있다. TV에서 그렇게도 겁을 주던 날씨가 의외로 선선해서 산행하기에 알맞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완만한 경사(傾斜)의 구릉(丘陵)을 따라 조금씩 고도(高度)를 높여가다보면 조그만 공터에 놓여있는 벤치가 보인다.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전망대(展望臺)이다. 벤치 앞에 서면 원덕역 일원이 시원하게 조망(眺望)된다. 처음으로 시야(視野)가 트이는 곳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깐이나마 쉬어가고 볼 일이다.

 

 

 

쉼터를 지나자마자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이정표 : 삼림욕장 0.2Km, 원덕역 5.2Km/ 원덕역 2.2Km). 이정표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곧장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으로 가게 되고, 오른편은 삼림욕장(森林浴場)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삼림욕장 갈림길에서 40m쯤 더 올라가면 또 다시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이정표 : 약수터 1.4Km/ 정상 0.8Km/ 원덕역 2.24Km). 이어서 점점 가팔라지는 오름길을 400m정도 더 오르면 다시 내리의 산수유축제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정표 : 정상 0.45Km/ 내리행사장 1.5Km/ 원덕역 2.44Km)를 만나게 된다. 비록 길은 자주 나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양평군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곳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내리행사장 갈림길에서부터 산길은 급하게 고도(高度)를 높인다. 가파르기 이를 데 없는 산길은 끝내는 갈지(之)자를 만들면서 서서히 위로 향하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배겨내지 못하고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에야 드디어 주능선의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이정표 정상170m/ 내리 등산로입구 1.97Km/ 용문(중성) 등산로 입구 2.43Km). 만일 산행 날머리를 원덕역으로 잡고, 거기에다 올라왔던 길을 또다시 밟고 싶지 않을 경우에는, 이곳 삼거리에서 ‘용문(중산) 등산로 입구’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능선안부에서 짙은 숲을 뚫고 오르면 이내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 건너편이 추읍산 정상이다. 별로 넓지 않은 정상의 한가운데엔 정상표지석이 서있고, 그 뒤엔 산행안내판, 그리고 맞은편에는 ‘무인(無人)산불감시탑’이 세워져 있다. 비좁은 정상을 감안했는지 ‘무인산불감시탑’의 옆에 나무테크로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40분이 조금 더 지났다.

 

 

 

 

추읍산(趨揖山), 북쪽에 위치한 용문산을 바라보며 읍(揖)하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추읍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칠읍산(七邑山)이 있는데, 이 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양평, 개군, 옥천, 강상, 지제, 용문, 청운 등 일곱 고을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정상에서는 한강기맥의 일원인 용문산과 중원산, 도일봉이 잘 보이고, 여주군에 속한 고래산과 앵자봉, 양자산까지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연무(煙霧)에 둘러싸인 산하(山河)는 그 자태를 선뜻 내보이지 않고, 미지인 채로 남겨둘 것을 고집하고 있다. 그저 양평 들 너머에서 제멋대로 구불거리며 흐르고 있는 남한강 줄기만이 아련하게 눈에 들어오고 있을 따름이다.

 

 

 

정상을 둘러보고 나면 배가 출출해질 시간이니 당연히 점심상 차릴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될 것이다. 추읍산에서 점심상 차리기에 가장 좋은 곳은 정상과 헬기장 사이의 숲속을 꼽고 싶다. 물론 정상에 설치된 평상(平床)이나 헬기장도 좋겠지만, 오늘 같은 뙤약볕(여름날에 강하게 내리쬐는 몹시 뜨거운 볕) 아래에서는 그늘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40대 아줌마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 점심상이 풍요(豊饒)롭다.’ 산악인들 사이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말대로 40대 여성들이 주축인 점심상은 이곳이 산의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진수성찬(珍羞盛饌)이다. 갖가지 반찬을 안주삼아 마시는 막걸리는 그야말로 술술 잘도 넘어간다.

 

 

 

점심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이 길지도 않을뿐더러, 추읍산이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인지라 귀가시간에 구애(拘礙)를 받을 필요도 없다. 당연히 오고가는 얘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될 경우에는 아예 멈추어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슬로우 시티(Slow City), 이게 바로 느림보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갑자기 산행은 요즘 현대인들이 자주 던지는 화두(話頭)를 몸소 실천해보는 산행으로 변해간다. 하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 그러나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조금도 지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혹시 조그만 난관(難關) 정도로는 결코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음들을 막을 수 없다는 반증(反證)이 아닐까?

 

 

 

추읍산 정상에서 700m 정도 내려오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이정표 : 약수터 0.2Km/ 약수터 갈림길 0.65Km/ 내리․원덕역 3.44Km). 이곳에서는 약수터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200m쯤 더 내려오면 돌무더기에 둘러싸인 약수터가 보이는데, 아무도 물을 마실 생각을 않고 있다. 옹달샘 모양으로 생긴 웅덩이에 고인 물을 냉큼 마시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한 모양이다.(약수터 이정표 : 정상 0.9Km/ 중성 0.8Km). 약수터 옆의 쉼터에 서면 나무 숲 사이로 원덕역 부근이 눈에 잘 들어온다.

 

 

 

 

 

약수터를 지나면서 길은 고와진다. 길바닥에 깔린 ‘황토 흙’은 부드럽기만 하고, 넓어진 길은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만큼 여유롭다. 거기에다 하늘이 보이지 않은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라니... 산길은 짙은 참나무 숲 아래로 이어지다가 일본이깔나무(落葉松)숲 사이를 헤치며 나가더니, 이번에는 오만가지 나무들이 뒤엉킨 숲을 뚫고 지나간다.

 

 

 

 

 

 

산행날머리는 원덕역(원점회귀)

녹음이 짙은 숲을 헤치다보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중앙선 전철(電鐵)의 선로(線路)를 받치고 있는 육중한 시멘트 기둥들이 보인다. 다리 아래에서 잠깐 쉬며 남겨온 과일들을 먹고, 흑천을 건너는 길에 탁족(濯足)도 즐기면서 원덕역으로 향한다. 흑천을 건너 제방위로 난 농로를 따라 걷는 귀환(歸還)길은 한마디로 고역이다. 제방(堤防)에 심어진 가로수(街路樹)들이 덜 자란 탓에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쉬었다 갈 겸해서 길옆의 간이음식점으로 들어선다. 비록 비닐하우스이지만 대신할만한 음식점(飮食店)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만든 두부와 파전을 안주삼아 뒤풀이를 끝내고 농로(農路)를 따라 10분정도 걸어 나오면 오늘의 산행이 종료되는 원덕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