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頭陀山=薄芝山, 1,391m)

 

산행일 : ‘12. 5. 26(토)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산행코스 : 신기리→박지골→서능선→두타(박지)산→동능선→삼거리→휴양림→수향리(산행시간 : 5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무주공산산악회

 

특징 : 한마디로 첩첩산중에 있는 오지(奧地)의 산이다. 그저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원시(原始)의 숲속을 걷는 신선함 외에는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능선은 조망(眺望)까지도 보여주지 못한다.

 

 

산행들머리는 신기리

영동고속도로 진부 I.C를 빠져나와, 오대천과 함께 이어지는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방향으로 달리다가 신기교차로(交叉路)에서 좌회전. 410번 지방도를 따라 2Km정도를 들어가면 산행이 시작되는 신기리에 이르게 된다. 신기리에서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맞게 되는 난감한 상황은 박지골의 들머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그 흔한 ‘산행안내판’ 하나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주위에 뚜렷이 기준점(基點)으로 삼을만한 지형지물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들머리를 찾으려면 우선 봉산천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좌우(左右)의 산들이 만들어놓은 협곡(峽谷)의 폭이 부쩍 좁아지는 어림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쯤에 이르면 콘크리트(concrete)로 봉산천 물길에 턱을 만들어 놓은 곳이 보인다. 콘크리트 위에 징검다리라고 만들어 놓은 돌맹이 몇 개가 보이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봉산천을 건넌 후, 밭둑을 따라 100m정도를 걷다가 산으로 접어들면, 제법 널따란 임도(林道)가 보인다. 임도 옆으로 난 골짜기가 박지골이다. 임도를 오르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사이로 등산지도(地圖)에 나와 있는 ‘간이상수원 취수건물’이 내다보인다. 그러나 주의해야할 점은 들머리의 기점을 ‘간이상수원 취수건물’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비록 취수건물이 지도에 나와 있다고는 하지만, 작은 건물인데다 임도의 들머리에서 한참을 들어간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도로(道路)에서는 결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박지골을 거슬러 올라가는 등산로는 처음에는 제법 또렷하지만 올라갈수록 길이 희미해진다. 너덜로 된 바닥은 거칠고, 쓰러진 거목(巨木)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길 찾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서두르지 말고 심심찮게 보이는 산악회의 리본을 보고 방향을 가늠한다면 길을 잃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박지골은 원래 이끼계곡이라고 불리던 원시의 계곡이었다. 내가 찾았던 8년 전(前)만 해도 이 계곡은 이끼로 덮여있는 비경(秘境)을 작품화(作品化)하려는 동호인들이나 찾았던 세외(世外)의 선경(仙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끼계곡이라고 불리기에 민망스러울 정도로 변해버렸다. ‘무건리의 이끼폭포는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하더군요.’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집사람이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KBS 취재팀과 함께 이끼폭포를 답사(踏査)한 프로그램이 방영(放映)되고 난 후, 경관(景觀)이 많이 파괴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안타까워했는데, 그 모습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박지골이 끝나면 울창한 나무숲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산이 고도(高度)를 높여감에 따라 산길의 경사(傾斜)도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 후에 만나게 되는 임도까지는 발걸음이 여유롭다. 산행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힘에 여유가 있을뿐더러, 계곡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보고 느낀 ‘이끼계곡‘의 신선했던 느낌의 여운(餘韻)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맞은편 숲으로 들어서면 들머리에서부터 너덜길이 마중 나온다. 산길 중에서 제일 걷기가 힘들다는 너덜길, 거기에다 경사(傾斜)까지 엄청나게 가파르니, 오르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너덜길이 끝나고 흙길로 바뀌어도 가파른 경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가파른 오르막이 아득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르네요.’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산행을 같이 하고 있는 집사람 후배의 어리광 섞인 하소연이다. 사실 이보다 더 심하게 가파른 산도 있긴 하지만, 이 코스도 결코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산행을 시작해서 1시간30분이 조금 못되어 주능선의 삼거리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정상은 왼편으로 올라가야하고, 오른편은 절터(이 절터가 오대산 월정사의 전신이라고 전한다.)로 내려가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잠깐잠깐 오름길도 보이지만 대부분 평지(平地)와 다름없는 완만한 구릉(丘陵)으로 이루어져 있다. 능선의 짙은 참나무 숲 아래로 펼쳐지는 초원(草原)에는 산나물이 지천이다. 참취, 곰취, 당귀 등등...

 

 

 

 

산나물을 뜯어가며 여유롭게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덧 박지산의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박지산 정상은 돌무더기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에 널린 돌들로 쌓았는지 커다란 돌탑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두 개의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정상표지석에 적혀있는 이름들이 달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하나는 박지산, 다른 하나에는 두타산이라고 적혀있는 것이다. 원래 두타산이었던 것을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에 삼척의 두타산과 혼동(混同)된다며 박지산으로 바꿨다는데, 다시 되돌려 놓은 모양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산들이 첩첩(疊疊)이 쌓여있다. 발왕산과 노추산, 그리고 오대산을 안고 있는 백두대간(白頭大幹), 뒤에는 백석산과 잠두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다.(정상의 이정표 : 봉산재 3.2km/ 절터 5.3km/ 수항 5.7km)

* 박지산(薄芝山)이라고도 불리는데 두타산(頭陀山)이 공식명칭(公式名稱 : 2007년 인쇄된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이다. 원래는 박지산으로 불리다가 ‘우리 산 이름 바로 찾기 운동’에 따라 2002년부터 두타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백두대간(白頭大幹) 상에 있는 또 다른 두타산(삼척소재, 1352.7m)과 혼동(混同)되기 쉽다는 이유로 여전히 박지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별로 넓지 않은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삼각점(도암27 2005재설) 외에도 2미터 높이의 돌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칠성탑(七星塔)이라고 불리는 돌탑은 칠원성군(七元星君 :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것으로서 인간의 생노병사를 주관하는 무의 신령이다)에게 치성(致誠)을 드리기 위해서 쌓은 탑이다. 저 탑으로 인해 두타산 정상은 칠성대(七星臺)라고도 불린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단순히 나물만 많은 산이 아니라 신령(神靈)스런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산이기도 한 것이다. 정상의 아래쪽에도 여러 기(基)의 돌탑들이 보인다.

 

 

 

정상에서 하산지점인 휴양림을 향해 내려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폐(廢)헬기장이 나온다. 산행대장의 안내 멘트(announcement)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헬기장에는 당귀가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러나 그가 우려했던 ‘몽땅 다 채취해 버리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새순이 너무 자란 탓에 식용(食用)으로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능선은 헬기장을 지나서도 얼마동안 평평한 구릉(丘陵)으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내리막길에서 틈틈이 등산로를 벗어나 본다. 비탈진 참나무 숲 아래에 참취와 곰취 등 산나물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산나물 뜯는 재미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능선안부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안부삼거리에는 돌탑과 이정표(수항 4.4km, 정상 1.3km)가 있다. 이곳에서 맞은편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단임산으로 가게 되지만 이정표에는 방향표시가 붙어 있지 않다. 당연히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휴양림으로 내려선다.

 

 

 

 

안부삼거리에서 휴양림(休養林)으로 내려가는 길은 한마디로 순하다. 가끔 너덜길이 나오기도 하지만 경사(傾斜)가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내려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짙은 숲의 터널을 뚫고 얼마간 내려서면 등산로는 아차골을 따라 이어진다. 아차골의 ‘어휘(語彙)는 ’아! 차!’인데, 골짜기의 물이 차갑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나 임도를 만날 때까지 함께 이어지는 아차골에는 물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건천(乾川)인 모양이다.(임도 삼거리 이정표 : 정상 2.1Km/ 수항 3.6Km)

 

 

 

아차골을 벗어나 임도에 올라서면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아차골을 버리고 임도를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임도삼거리에서 왼편으로 접어들어 700m정도를 걸으면 임도가 끝나면서 산길은 산의 사면(斜面)을 따라 이어진다. 얼핏 산을 다시 올라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다시 내리막길로 변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임도 끝 이정표 : 두타산 칠성대 2.8Km/ 휴양림 2.3Km)

 

 

 

 

사면(斜面)을 따라 이어지던 산길이 휴양림을 향해 오른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면서 악전고투(惡戰苦鬪)가 시작된다. 내리막길의 경사(傾斜)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팔라지기 때문이다. 산길은 급하게 고도(高度)를 낮추다가, 그마저도 못하게 될 경우에는 갈지(之)자를 만들어 내더니 ‘털보바위’라는 커다란 바위 앞에 이르게 만든다. ‘하나도 안 닮았네요.’ 집사람의 말마따나 이름표에 적힌 털보와 바위의 생김새는 조금도 닮지를 않았다.

 

 

 

산행날머리는 수향리

털보바위에서부터 산길은 평지(平地)나 마찬가지로 변한다. 비록 너덜길이지만 널따란 길을 따라 얼마간 걸으면 휴양림의 내부 도로(사무소⟷산막)와 만나게 된다. 산행이 종료되는 수향리까지는 휴양림관리사무소에서도 1Km가 더 넘게 걸어가야만 한다. 이곳 휴양림은 다른 휴양림과는 다르게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로용(道路用) 부지를 매입하지 못해서 도로를 넓히지 못한 탓이란다. 오뉴월 땡볕에 무더위와 싸우면서 20여분을 걸어 내려가면 저만큼에 ‘수향리교회’건물이 보이고, 그 뒤에 410번 지방도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