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학산(金鶴山, 947m)-고대산(高臺山, 832m)
산행일 : ‘12. 5. 19(토)
소재지 :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과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의 경계
산행코스 : 철원여고→매바위→금학산→대소라치→보개산(寶蓋山, 752m)→고대산→칼바위능선→신탄리역(산행시간 : 6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 및 집사람 후배와 함께
특징 : 금학산과 고대산의 정상에 오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철조망에 둘러싸인 군부대(軍部隊) 시설물(施設物)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군의 작전지역으로 민간의 출입이 통제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2000년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정상의 일부분을 민간에게 개방(開放)시켜 준 것이다. 산은 그렇게 빼어나지는 않지만 분단(分斷)의 현실도 느껴볼 겸해서 한 번쯤은 올라가봐야 할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동송읍 철원여고
의정부에서 43번 국도(國道/ 철원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포천시 영중면소재지에서 37번 국도를 이용하여 창수면 오가리까지 간 후, 이번에는 8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면 산행들머리인 철원군 동송읍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동서울터미널에서 동송읍까지 직행버스가 50분 간격으로 운행(運行)되고 있으니 이용하면 편리할 것이다. 동송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전신주(電信柱) 위에 매달린 이정표가 철원여고 들어가는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이정표가 일러주는 대로 1Km정도를 곧장 들어가면 철원여고가 나온다. 철원여고 정문에서 금학정(金鶴亭) 안내판이 붙어있는 학교 왼편 담장을 따라 들어가면 얼마 후에 약수터가 보이고, 이곳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체육공원(體育公園)에 이르게 된다. 체육공원 주위에는 철쭉이 만발해 있다.
▼ 약수터 삼거리
▼ 체육공원
▼ 산행안내판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금학산정(金鶴山亭)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팔각정과 운동시설들을 지나서,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올라서면 임도(林道:이정표에는 비상도로로 적혀있다.)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마애불, 오른편으로 가면 산모퉁이를 돌아서 대소라치 안부가 나온다. 정상으로 가려면 곧바로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이정표 : 금학산 2.0Km/ 마애불 1.5Km/ 담터계곡 2.0Km/ 국궁장 1.5Km)
▼ 비상도로에서 매바위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경사(傾斜)가 무척 가파르다. 아마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이라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곳곳에 통나무계단과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는 것이다. 오르막길은 평평함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채로, 650m를 쉼 없이 오르게 만들고서야 매바위에 이르게 만든다.
▼ 비상도로
▼ 매바위로 올라가는 길목을 벙커(bunker)가 지키고 있다. 상태로 보아 현재까지 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까 동송읍에서 보았던 수많은 군인들이 하며, 역시 이곳은 최전방(最前方) 지역임에 틀림없나보다. 이러한 군사시설(軍事施設)들은 산행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만날 수 있었다.
▼ 갑자기 바위지대가 나타나더니 왼편에 일부러 쌓아 놓은 것 같은 바위 하나가 보인다.(이정표 : 비상도로 650m/ 능선 550m). 금학산의 명물인 매바위라고 하는데 왜 내 눈에는 매의 형상(形象)이 떠오르지 않을까?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갑자기 무학대사가 했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드디어 매의 대가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속세에 놓인 내 처지가 아닐까? 요 아래 철원여고 학생들인 듯, ‘청소년 강원연맹’ 플래카드(placard)를 든 여학생들의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연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싱싱한 나뭇잎들처럼 싱그럽기 한량없다. 매바위는 빼어난 전망대(展望臺) 중의 하나이다. 고개를 돌려보면 동송읍 시가지(市街地)와 드넓은 철원평야가 보이고, 그 너머에는 한북정맥의 능선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아마 대성산과 광덕산 등일 것이다.
▼ 매바위
▼ 매바위를 지나면서 산길은 바윗길로 자주 바뀐다. 그러나 조금만 위험하다 싶으면 로프를 매달아 놓았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새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산뜻한 나무데크계단을 올라서면 드디어 능선안부에 이르게 된다.(이정표 : 정상 700m/ 매바위 550m). 널따란 공터로 이루어진 능선안부에서는 철원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것 밖에는 별다른 볼거리는 없다. 하긴 저렇게 넓은 평야(平野)가 버티고 있으니 다른 것들이야 하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능선 안부에서는 동송읍과 널따란 철원평야(平野)가 한눈에 들어온다. ‘6.25사변 때 철원평야를 잃은 김일성이 일주일 동안을 울었답니다.’ 동송으로 오는 직행버스의 기사님 말이 실감이 난다. 강원도의 첩첩산중(疊疊山中)에 어떻게 이런 널따란 평야가 존재할 수 있을까?
▼ 능선안부에서 정상까지의 능선은 완만(緩慢)한 경사(傾斜)로 이어진다. 중간에 바위지대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렇게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서서히 30분 정도를 걸으면 왼편에 화장실이 보이고, 그 위의 언덕에는 벙커가 있다. 1천 미터 가까이 되는 높은 산의 정상에서 보는 화장실이라니, 경이(驚異)롭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거기다 탄피(彈皮)로 만든 종(鐘)을 매달아 놓은 벙커는 애교로 봐주어도 좋을 것 같다.
▼ 정승바위?
▼ 벙커를 돌아 언덕위로 올라서면 시멘트로 만들어진 널따란 헬기장이다. 금학산의 정상은 왼편 언덕위에 있다. 정상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는 정상만 빼 놓고 나머지는 온통 군부대(軍部隊)이다. 군(軍)에서 할애(割愛)해 준 듯, 좁다란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하나만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가까이 지났다.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와 조망을 즐겨본다. 오늘 진행해야할 방향에는 보개산과 고대산 그리고 지장산 줄기가 옹골차게 흐르고 있고, 그 반대편에는 철원평야와 그 뒤 한북정맥에는 고산준봉(高山峻峰)들이 겹겹이 쌓여있다.(정상의 이정표 : 고대산 4.1Km/ 마애불상 1.2Km/ 매바위 1.2Km)
▼ 앞으로 가야할 보개산에서 고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금학산에서 대소라치까는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침목(枕木)계단과 돌계단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내리막길은 군에서 설치한 모노레일(monorail)이 등산로와 나란히 달리고 있다. 금학산에서 고대산으로 가려면 대소라치라는 고갯마루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산을 올라야만 한다. 봉(峰)에서 봉으로 이어갈 경우에는 능선으로 연결되지만, 산(山)에서 산으로 이어갈 경우에는 대부분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새로이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낯선 팻말들이 눈에 띈다. 정상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 이 깔딱고개를 올라올 때 잠시나마 힘듦을 잊으라는 배려(配慮)일까? ‘마음까지 웃어라, 얼굴 표정보다 마음 표정이 더 중요하다.’라는 등의 좋은 글들을 100m 단위의 고도(高度:?)표시와 함께 적어 놓았다.
▼ 군사용(軍事用) 비상도로인 대소라치 고갯마루에는 대전차용 방호벽(防護壁)이 설치되어 있고, 방호벽 좌우(左右)로 늘어선 군부대 초소들이 고갯마루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은 군부대(軍部隊)의 안쪽일까 아니면 바깥일까?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담터계곡의 뒤로 지장산과 관인봉이 올려다 보인다.
▼ 대소라치 고개를 지나 반대편 능선으로 올라선다. 역시 군부대(軍部隊) 근처이어선지 경사(傾斜)진 곳에는 자동차의 폐타이어를 쌓아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보개산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경사가 완만한 흙산(肉山)이지만 30분 정도를 계속해서 올라가야 한다.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는 능선이니, 당연히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등산로 주변에는 참취나물이 제법 많이 분포되어 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집사람,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채취(採取)에 열을 올린다. 덕분에 우리 가족들은 삼겹살을 참취나물에 싸먹는 호사(豪奢)를 누릴 수 있었다. 나물 뜯는 재미로 걷다보면 어느덧 보개산 정상이다(이정표 : 고대산 2.4Km/ 지장봉 4Km). 보개산 정상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널따란 헬기장이다. 능선 분기점인 이곳에서 왼편 능선으로 진행하면 지장산으로 가게 된다. 정상에서 고개를 돌리면 지나온 금학산이 우뚝 솟아있고, 진행방향으로는 작은 봉우리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그 너머에 고대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 보개산 정상 : 헬기장
▼ 보개산 정상에서 바라본 금학산
▼ 보개산에서 고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걷다보면 곳곳에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능선의 한 중간에 버티고 있는 바위를 넘는 것이 힘들었던지. 바위가 나타날 때마다 등산로는 어김없이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참나무들의 천국(天國), 연녹색으로 물든 숲은 햇빛 한줄기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짙게 우거져있다. 능선을 걷는 중에 전문적인 산나물 채취꾼들이 여럿 보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능선에 산나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 모양이다.
▼ 문바위?
▼ 보개산을 출발해서 1시간가량 지나면 공터로 이루어진 고대산 앞의 전위봉에 올라서게 된다(이정표 : 지장산 7.7Km/ 고대산 430m). 전위봉에 오르면 진행방향에 어렴풋이 고대산 정상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바라보인다.
▼ 전위봉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치고 오르면 이내 고대산 정상이다. 철쭉동산이 잘 조성되어 있는 고대산 정상은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헬기장이다. 헬기장의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바위 위에 정상표지석이 얹혀있다.(정상의 이정표 : 매표소 3.1Km/ 지장산 8.2Km)
▼ 정상은 사방팔방으로 조망(眺望)이 트이고 있는 뛰어난 전망대(展望臺)이다. 철원평야와 금학산, 그리고 지장산 등이 사방으로 시원스레 펼쳐지고 있다. 정상에 올라왔으면 헬기장의 북쪽 모서리에 세워져있는 ‘고대산 주변 경관 안내판’ 앞에 서서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景觀)과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백마고지, 월정리역, 노동당사, 한탄강 등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시설물들이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북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북녘 땅이 있단다. 저 아래 신탄리역에 도착한 열차들이 가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북녘의 산하(山河)가...
▼ 가야할 삼각봉과 대광봉
▼ 고대산 정상에서 내려서면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이정표 : 제1등산로 입구 3.2Km/ 제3등산로 입구 2.8Km). 오른편은 금학산에서 왔던 길이고, 맞은편의 잘 닦인 길은 제3등산로, 제1등산로나 제2등산로로 내려가려면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정상에서 300m쯤 떨어진 밋밋한 봉우리인 삼각봉을 지나, 200m쯤 더 내려가면 대광봉이다(이정표 : 제1매표소 3.2Km/ 제2매표소 2.7Km). 대광봉 정상에는 팔각정(八角亭)이 세워져 있어 전망대를 겸하고 있다. 대광봉과 삼각봉의 중간쯤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희미한 오솔길은 주라이등봉으로 가는 등산로이다. 주라이등봉은 바위로 이루어진 멋진 봉우리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다녀와야 하는 코스이다. 그러나 고대산과 함께 연계(連繫)해서 오르기에는 다소 멀기 때문에, 고대산과는 별개로 산행코스를 잡아야 할 것이다.
▼ 제3등산로
▼ 대광봉, 등산객이 보이는 곳이 주라이봉으로 내려가는 길
▼ 대광봉을 지나 제2등산로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칼바위 능선에 이르게 된다. 양쪽으로 날카롭게 선 벼랑의 모습이 칼을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그러나 위험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칼날의 양옆으로 쇠(鐵)난간을 설치해 놓아 위험도를 줄여 놓았기 때문이다.
▼ 말등바위
▼ 산행날머리는 신탄리역
칼바위 능선의 아래에 있는 말등바위(이정표 : 매표소 1.2Km/ 정상 2.0Km)를 지나서도 하산 길은 계속해서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돌계단과 침목(枕木)계단이 번갈아 나타나는 길고 긴 내리막길에 신물이 날 즈음이면 임도(林道)에 이르게 되고, 조금만 더 내려가면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적힌 아치(arch)형 문(門)이 보인다. 이곳에서 신탄리역까지는 10분 정도를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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