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봉산((珠峰山, 643m)- 고봉(459m)
산행일 : ‘12. 4. 28(토)
소재지 : 충청북도 충주시 동량면
산행코스 : 수리재→고봉→수리재(back)→양아리고개→주봉산→흑목고개→부대산→안부→진여원→충주나루휴계소(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천등지맥(天登支脈) 종주(縱走)라는 의미가 필요하지 않다면 꼭 찾아봐야할 필요는 없는 산으로 생각된다. 비록 고봉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의 조망(眺望)은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 이곳을 찾기에는 산행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쯤 꼭 찾아보고 싶을 경우 고봉과 주봉산을 연결해볼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하면 3시간, 천천히 걸을 경우에는 3시간30분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천등지맥(天登支脈) : 천등지맥은 치악산 남대봉에서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로 이어지는 백운지맥이 오두재를 지난 971m봉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쳐 충청북도 충주시 동량면 함암리로 이어지는 도상거리 약 37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이 산줄기를 따라가면 십자봉(983.2m), 옥녀봉(719m), 시루봉(734m), 오청산(655m), 천등산(807.1m), 인등산(666.5m), 관모봉(630m), 부대산(627.0m), 주봉산(642.7m), 고봉(459m) 등을 만날 수가 있다.
▼ 산행들머리는 충주호반에 위치한 동량면 서운리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 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國道/ 제천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산척면소재지(面所在地:충주시)에서 오른편 531번 지방도(地方道/ 충주방향)로 바꾸어 들어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남한강변(南漢江邊)에 위치한 동량면소재지(面所在地:충주시)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남한강을 따라 잠깐 상류(上流)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내 충주호(湖)의 댐이 보이고, 이어서 오늘 산행의 하산(下山)지점인 충주나루휴게소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오른편에 충주호반(湖畔)을 따라 꾸불꾸불 이어지는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지등로)를 따라 들어가게 되는데, 이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서운리이다.
▼ 산행은 충주호 댐에서 왼편 호반(湖畔)을 따라 이어지던 군도(郡道, 지등로)가 끝을 맺게 되는 서운리에서, 산너머 반대쪽에 위치한 지동리로 넘어가는 임도(林道)를 따라 올라가면서 시작된다. 며칠 전에 내린 봄비가 계절을 독촉했던지 임도 주변은 봄기운으로 완연(完然)하다. 활엽수들이 이미 신록(新綠)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왼편으로 충추호가 심심찮게 얼굴은 내밀고 있다.
* 서운리-지동리 임도(林道),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 세워진 안내판에 ‘도로법(道路法)에 의한 도로가 아니니 목적 외의 차량은 통행을 금지(禁止)’하라고 적혀있으나, 임도(1차선)의 입구에 커다란 이정표(里程標) 까지 설치해 놓은 것을 보면, 다니고 싶은 사람은 다녀도 좋으나, 만일 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충주시청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얘기일 것이다.
▼ 수리재로 올라서는 중간에 고개를 넘어가는 차량(車輛)을 여러 대 만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차량 통행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임도를 통행하려면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임도가 1차선뿐이라서 비좁기 때문이다. 차량(車輛)이 지나가기라도 할 경우에는 행인(行人)들이 도로의 가장자리로 완전히 비켜서야 할 정도이니, 오가는 차량이 마주치기라도 할 경우에는 꽤나 번거로운 일이 생길 것 같다. 임도를 따라 소풍 나온 기분으로 30분 정도 걷다보면 수리재에 닿게 된다.
▼ 수리재에서 고봉으로 진행하려면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들머리에 ‘통정대부 신태하선생 묘소 입구’라고 쓰인 표석(標石)이 세워져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먼저 산길을 가득 메운 소나무들이 반겨준다. 코끝을 스치는 짙은 솔향이 청량(淸凉)하기 그지없다. 이어서 나타나는 가파른 바윗길을 치고 올라, 앞을 가로막는 큰 바위를 우회하여 치고 오르면 드디어 고봉 정상이다. 서운리를 출발한지 45분 정도 지났다.
▼ 고봉 정상은 많은 사람들이 머물기에는 비좁은 뾰쪽한 바위봉우리이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나뭇가지에 ‘충북 고봉, 459m’이라고 쓰인 검은 판자(板子)만이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고봉만 다녀와도 오늘 본전을 뽑는 것입니다.’ 올라오는 길에 만난 선두그룹이 우리에게 하던 말이 실감날 정도로 정상의 조망(眺望)은 빼어난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바위봉우리 인지라 사방팔방(四方八方)으로 시계(視界)가 트이고 있는 것이다. 서쪽에서 시작해서 남쪽을 거쳐 동쪽까지 길게 펼쳐진 충주호의 물빛이 파랗게 빛나고 있고, 북쪽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수리봉과 주봉산이 이제 갓 잎사귀를 내민 탓에 연록의 색상(色相)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있다.
▼ 다시 수리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선다(1시간 경과). 이번에는 들머리에 수리재라고 쓰인 표석(標石)이 서있으니 참고하면 될 일이다. 능선은 처음부터 바윗길로 시작된다. 바위길 주변은 짙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손과 발을 이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는 바윗길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크게 위험하지 않아서 조금만 조심한다면 별다른 사고 없이 바위능선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끝을 간질이는 솔향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도전해보는 세미-릿지(semi-ridge)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오르다보면 곳곳에서 충주호가 조망(眺望)된다. 어느 이야기꾼의 말마따나 충주호는 ‘내륙(內陸)의 바다’가 틀림없다. 고봉의 오른편이 충주호인데, 고개를 돌려보면 왼편에도 충주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충주호의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그 가운데 바위봉우리인 고봉이 우뚝 솟아있다.
▼ 바윗길과 씨름하다보면 커다란 바위 위에 있는 전망대(展望臺)로 올라서게 된다. 좌우(左右)로 시야(視野)가 확 트이는 곳이다. 왼쪽으로 제천 방향의 충주호가 보이는데, 푸른 호수(湖水)를 감싼 산의 능선과 하얀 구름 점점이 박힌 파란 하늘이 맞닿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뒤편으론 고봉이 피라미드의 형상으로 우뚝 솟아 있고, 그 뒤에는 충주호와 산줄기들 사이에 고요히 앉아있다.
▼ 암릉이 끝나면서 산은 180도 다른 보습으로 변환(變換)을 시도한다. 전형적인 흙산(肉山)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보드라운 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드디어 수리봉이다. 지도상에는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정상에는 ‘수리봉 (천등지맥 519m) 산친구산악회’라고 적힌 코팅(coating)지가 매달려 있다.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인 정상은 특별한 볼거리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통과해 버린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40분이 지났다.
▼ 수리봉을 떠나 경사가 완만(緩慢)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면 새목이 고개이다. 물론 계속해서 내려서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올라가는 구간(區間)도 만나지만 거리가 짧은데다 경사(傾斜)도 완만하기 때문에, 걷는 사람들은 그저 내리막길로만 느껴질 정도라는 얘기이다. 새목이 고개에서는 오늘 산행 중에 처음으로 이정표(里程標)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서운리,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양아리에 닿게 된다. 주봉산 정상은 물론 곧바로 진행해야 하며 0.7Km를 더 걸어야만 한다.
▼ 새목이고개에서 주봉산 정상까지는 크게 어렵지 않은 구간이다. 가파른 오르막길도 나오지만 그 길이가 길지 않고, 대부분의 구간은 경사가 완만한 흙길이다. 등산로 주변에 ‘주봉산 등산로→’라는 표시판이 매달려 있는 것이 다른 산들에서는 흔하지 않은 풍경이다. 정상까지는 산행을 시작해서 2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 잡목으로 둘러싸인 주봉산 정상은 제법 넓은 편이지만 정상표지석 하나만 달랑 놓여있을 따름이다. 조망(眺望)도 월악산 쪽으로 조금 트였을 뿐 잡목 때문에 주변을 살펴보기가 어렵다. 주봉산의 정상표지석은 검은 돌에 해발(643m)과 설치자(設置者 : 충주시청)를 적어 놓은 점은 다른 산들과 같은데, 하단(下段) 받침돌에 이정표(里程標 : 양아리계곡 2.3Km/ 발락동고개 3.2Km)를 새겨 놓은 것이 특이하다. 이곳에서 주의할 점은 정상을 둘러보고 아까 지나왔던 곳(2~3분)으로 되돌아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꺾어지는 능선을 타야 부대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주봉산 정상을 내려와 두 번째 이정표(서운리/ 양아리 1.4Km)가 세워져 있는 지점까지는 평지와 다름없는 밋밋한 내리막길이다. 그러나 부대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세 번째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능선 안부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이곳 흑목재의 능선사거리도 주봉산에 올라오기 전에 만났던 사거리와 같이 왼편은 서운리,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양아리에 닿게 된다. 하나 이상한 것은 우리가 진행하려는 부대산은 방향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충주시청에서 부대산 등산로는 아직 정비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등산로는 사람이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었다.
▼ 안부사거리에서 임도(林道)를 따라 한참을 오르다보면 왼편에 산악회 리본이 몇 개 보인다. 아마 임도를 가로지르려는 모양이다. 당연히 거리는 단축(短縮)되겠지만 대신 길은 험해질 것이 뻔하다. 아니나 다를까 등산로는 흔적(痕迹)이 희미하고 가파르기 짝이 없다. 날씨는 초여름처럼 무척 무더운데, 거기다 더해 건조하기까지 한 모양이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길은 아직도 절반이상이 남았는데 물통의 물은 거의 바닥에 가까워오고 있다. 오늘의 산행일정을 다시 챙겨봐야 할 시점인 것이다.
▼ 힘들게 오른 부대산은 기대가 컸던 만큼 큰 실망만을 안겨준다. 잡목으로 둘러싸인 정상은 공간도 비좁을뿐더러 아무런 볼거리도 없는데, 나뭇가지에 ‘충북 부대산 626m’이라고 적힌 판자 하나만 달랑 매달려있어 외롭기까지 하다. 맞은편의 잡목(雜木)사이로 내다보이는 제천방향의 충주호를 바라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발걸음을 돌린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가까이 지났다.
▼ 부대산에서 관모봉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멀다. 오른편에 충주호가 바라보이는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反復)하며 이어간다. ‘아예 두릅나무 밭이네요.’ 집사람의 말마따나 등산로 주변에는 두릅나무가 널리다시피 산재(散在)해 있다. 그러나 제철임에도 새순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아까 오는 길에 보았던 직업적(職業的)인 채취(採取)꾼들이 훑고 지나간 모양이다.
▼ 물이 바닥을 보이는 탓에, 관모봉으로 진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중간쯤에서 그냥 하산하기로 산행코스를 변경한다. 지도(地圖)에는 이곳에서 왼편의 충주나루휴게소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름산행에서 물이 부족할 경우 불상사(不祥事)를 당할 염려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하산을 결심하니 갑자기 시간이 여유로워진다. 당연히 산나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는 길에 간간이 보였던 참나물은 물론이요. 전문채취꾼들이 훑고 지나간 두릅나무에 숨어있던 새순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후미그룹이 도착할 때 까지 꽤나 많은 산나물을 채취(採取)할 수 있었고, 그리고 모처럼 일찍(오후 7시경) 집에 도착한 행운(幸運)과 겹쳐져, 돌아온 날 저녁밥상에서 봄맛을 음미(吟味)해보는 호사(豪奢)까지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삼겹살과 소주는 필수, 거기에다 초장에 찍어먹는 두릅의 새순과, 들기름에 무친 참취는 천하일미(天下一味) 그 자체였다. 봄의 내음이 가득한 산나물을 안주삼아 박주(薄酒) 한잔 들이키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물론 이게 다 집사람이 고생한 덕분이며, 이래서 난 집사람의 터울 안에서 벗어나는 생각은 꿈도 꾸어볼 생각 자체를 않는 모양이다.
▼ 후미그룹과 함께 충주나루휴게소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보지만 길이 보이지를 않는다. 무작정 왼편으로 치고 내려가니 희미한 산길의 흔적이 보이다 끊어 지다를 반복(反復)하고 있다. 사람의 흔적이 희미한 산길에서 길 찾기에 정신을 쏟다보면 어느새 초지(草地)으로 변해버린 과수원(果樹園)에 이르게 되고, 과수원 아래의 냇가에서 흘린 땀을 씻고 나서면 길은 임도(林道)로 변해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사회복지시설인 진여원이 내다보인다. 마당 앞에 석탑과 불상이 모셔져 있는 것을 보면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고, 진여원의 옆에 화암사라는 사찰(寺刹)이 보이는데 같은 주체가 아닐까?
▼ 산행날머리는 충주나루휴게소
진여원에서부터는 2차선 아스팔트도로가 이어진다. 이제 다 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곳에서부터 충주나루휴게소까지는 1.5Km나 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계곡을 내려설 때부터 통증을 호소하던 집사람의 무릎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나보다. 숫제 중증 장애인이 걷는 것처럼 절뚝이고 있다. 업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집사람의 손을 더 굳게 잡아본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저만큼에 우리가 타고 왔던 산악회 관광버스가 보인다. 기업은행 연수원(硏修院)을 거쳐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충주나루휴게소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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