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명산(通明山, 764.8m)

 

산행일 : ‘12. 2. 25(토)

소재지 : 전라남도 곡성군 삼기면, 오곡면, 석곡, 죽곡면의 경계

산행코스 : 용계마을→바람재→남봉(우회)→통명산→북릉→구성신풍재 갈림길→괴티재 갈림길→당고개(구성재)(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요즘 사람들의 화두(話頭)인 웰빙(well-being)을 찾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산이다. 통명산 산행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웰빙(well-being)산행 외에는 딱히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온통 소나무로 우거져있기 때문에 산행 내내 그렇게나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무한정(無限定)으로 선물하고, 골이 깊지 않은 능선은 오르내리기에 힘들지가 않을뿐더러, 거기에다 솔가리(소나무 낙엽)가 수북이 쌓여있어 푹신푹신하기가 양탄자보다 한 수 위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산 자체의 아름다움은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산행들머리는 삼기면 금계리 용계마을

호남고속도로 곡성 I.C을 빠져나와 27번 국도(國道/ 순천방향)를 타고 잠깐 달리다가 삼기면 경악리에서 왼편 통명산길로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금계리 용계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참고로 이번에 안전산악회에서 선택한 88고속도로 순창 I.C를 통해 들어오는 방법도 있으나, 거리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는 않다. 용계마을 입구에서 내리면 전면에 통명산의 전경(全景)이 한눈에 들어온다. 통명산이 곡성의 최고봉(765m)이라면 결코 낮은 산이 아닐 터인데도,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곳 용계마을의 고도(高度)가 제법 높은 때문일 것이다.

 

 

용계마을로 향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초가(草家)로 지어진 아담한 정자를 지나서 조금 더 걷다가, 마을 조금 못미처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외딴 농가(農家)로 가는 농로로 접어든다.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農路) 아래에는 소담스런 연못이 있다. 농가를 지나 통행(通行)을 못하도록 막아놓은 대나무 금(禁)줄을 넘은 후, 맞은편에 보이는 산으로 접어든다.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들머리는 별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듯, 길의 흔적이 희미하다. 묘(墓) 두어 기(基)를 지나면 차량(車輛)이 지나다녀도 될 정도로 넓은 임도(林道)를 만나게 된다. 용계마을을 통과하는 코스를 선택했더라만 아마 이 임도로 올라왔지 않았을까 싶다. 임도를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고갯마루에 이르게 된다. 바람재로서, 옛날 용계마을 사람들이 방계리에 일보러 다닐 때 넘나들던 고개이다.

 

 

 

바람재에서 등산로는 왼편(동북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다. 비록 이정표는 보이지 않으나, 능선 위에서 높은 곳으로 방향을 잡는다고 생각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능선은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오른 적송(赤松)들로 가득 차 있다. 완만(緩慢)한 경사(傾斜)에다 솔가리가 수북이 쌓여있는 폭신폭신한 흙길은 마치 고향의 뒷산을 걷는 듯하다. 솔향 그득한 숲길이니 당연히 삼림욕장(森林浴場)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버스에서 시달린 긴 여정의 피로(疲勞)는 피톤치드로 가득채운 포만감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 지 이미 오래이다.

 

 

 

산길은 초입(初入)부터 온통 소나무 일색, 솔가리(소나무 落葉)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폭신폭신하기가 그지없다. 거기에다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니 걷기에 조금도 부담이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하나, 얼마나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마침 하산까지 주어진 시간까지도 넉넉하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코끝에 맴도는 솔향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솔향에 얹힌 피톤치드 때문인지 머릿속까지 상쾌해 진다.

 

 

 

산행을 시작하지 한 시간 가량 지나면 높다란 봉우리 하나가 진행방향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남봉(南峰, 754봉)이다. 남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산길이 은근히 기(氣)를 죽이나, 다행이도 산길은 우회(迂廻)길도 준비해 놓고 있다. 망설임 없어 우회하면 반대편 능선의 안부 사거리에 닿게 된다.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왼편은 남봉,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통명사, 그리고 통명산 정상으로 가려면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된다.(이정표 : 금계마을 2.2Km/ 통명산 정상 0.5Km/ 통명사 1.1Km)

 

 

 

 

고도(高度)를 높여가면서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뭇잎까지 온통 하얀 색으로 덧칠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정상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온통 하얀 세상으로 뒤바뀌어있다. 나뭇가지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있는 것이다. 상고대(rime)이다. 겨울산이라고 해도 흔하게 볼 수 없다는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으니, 오늘 산행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할 것이다.

 

 

 

 

안부사거리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널따란 헬기장, 당고개로 향하는 산길은 이곳에서 오른편 능선(구성신풍재 방향)을 따라 이어진다(이정표 : 통명산 정상 0.1Km/ 구성신풍재 2.3Km/ 통명사 1.5Km). 그러나 통명산 정상은 주능선에서 100m쯤 벗어난 지점에 있기 때문에 잠깐 다리품을 더 팔아야만 정상을 밟을 수 있다. 헬기장에서는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잘 조망(眺望)되지만 흐릿한 날씨 탓에 어느 산인지는 분간할 수가 없다.

 

 

 

헬기장에서 산죽(山竹)으로 둘러싸인 ‘산불 감시탑’을 지나면 이내 통명산 정상이다. 정상은 3평 남짓한 봉우리, 한쪽 귀퉁이에 닭의 벼슬을 닮은 바위 하나가 놓여있다. 높이가 1.5m쯤 되는 반반한 바위 위로 올라서면 사방이 일망무제(一望無題)로 트이고 있다. 인근의 동악산과 곤방산, 남원의 고리봉, 그리고 날씨만 좋다면 지리산과 무등산까지도 보인다지만, 오늘은 날씨가 흐린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바위를 지나 능선의 막바지에 서면 겨우 헬기장 옆의 남봉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상표시석은 바위 바로 아래에 세워져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 정도 지났다.

 

 

 

 

 

곡성 8경(八景) 중의 하나인 통명숙우(通明宿雨)의 통명(通明)이라 함은 이곳 통명산을 지칭(指稱)하고 있다. ‘비구름이 자고 간다.’는 의미의 숙우(宿雨)는 그만큼 이 봉우리가 인근에서 제일 높기 때문에 비구름까지도 수월하게 이곳을 넘지 못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정도로 높은 곳이라면 당연히 시야(視野)가 시원스레 열릴 것이건만, 찌푸린 날씨 탓에 조망(眺望)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쉽기만 하다. 참고로 통명산이라는 이름은 산 아래에 있는 통명사라는 절에서 유래(由來)되었다고 전한다.

 

 

 

 

 

헬기장 삼거리에서 구성신풍재 방향으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또 하나의 헬기장이 나온다. 철지난 억새로 뒤덮인 헬기장을 지나 구성신풍재로 내려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이정표 : 삼기금반3.7km/ 구성신풍재1.7km/ 통명사2.1km)까지의 600m 구간은 참나무 일색(一色)의 숲이 이어진다. 참나무 아래에는 진달래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소나무들이 보내주는 피톤치드의 기운이 사라진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대신 그 자리를 다른 것이 매워주고 있다. 참나무와 진달래나무 가지마다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상고대가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와! 매화꽃이 활짝 피었네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신랑의 곁에서 정서해 주기를 십(十)하고도 여러 해, ‘당구삼년 음풍월(堂狗三年 吠風月)’이라고 어느새 집사람의 표현도 문학적(文學的)으로 변해 있다. 그래 그녀의 말마따나 나뭇가지에 하얗게 피어난 상고대가, 매화꽃밭을 닮아있다. 그날 광양의 매화농원에서 바라보던 매화꽃은 서럽기까지 했다. 바람결에 흩날리던 꽃잎은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감돌았다. 저 숲에 바람 한 점이라도 불라치면 서러울 만큼 하이얀 눈 꽃잎 한 점, 하늘거리며 날아오를 것만 같다.

 

 

 

 

구성신풍재 갈림길에서는 삼기금반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해야 한다. 이곳에서부터는 등산로 주변은 또다시 소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다. 중간에 가끔 참나무 군락지들도 보이지만 대부분 소나무들 천하이다. 중간에 삼기금반 갈림길(이정표 : 삼기금반2.4km/ 괴티재3.3km/ 통명산2.0km)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괴티재 방향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삼기금반 갈림길을 지나 송전탑(送電塔)이 세워져 있는 봉우리를 넘으면 이번에는 괴티재 갈림길(이정표 : 괴티재 1.2km/ 통명산 3.5km/ 당고개 6.6km)이 나온다. 이 삼거리가 당고개까지 가는 오늘 산행의 중간지점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30분이 지났다

 

 

 

 

 

 

 

괴티재 갈림길에서는 당고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뒤에 이곳을 찾아 올 사람들에게는 그냥 괴티재로 내려가라고 권하고 싶다. 곡성군청(郡廳)에서 신경을 써서 등산로를 정비한 덕택에 대부분의 산길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일부 구간은 아직까지 정비를 하고 있는 탓에 경사(傾斜)도 심할뿐더러 잡목(雜木)에 시달리기까지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간혹 참나무군락지(群落地)도 보이나 소나무가 대부분인 산길은 한마디로 지루하다.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봉우리를 오르내림이 반복될 따름이다. 피톤치드라는 달콤한 유혹까지 없었더라면 그냥 아무 골짜기로나 탈출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산길의 정비가 한창인 구간을 지나면 길은 또다시 뚜렷해진다. 비록 나뭇가지 사이이지만 조망(眺望)도 서서히 깨어난다. 왼편에는 곡성의 너른 들판, 그리고 오른편에는 구성저수지와 어우러지는 능선들이 어렴풋이 내다보이기 시작한다.

 

 

 

 

산행날머리는 오곡면 구성리의 당고개

구성저수지 위 벌목(伐木)지대가 끝날 즈음 오른편 구성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미 능선이 고도(高度)를 많이 낮추어 놓은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문화 유씨 사정공파’의 재각(齋閣)인 ‘구성재(龜成齋)’가 있는 당고개에 이르게 된다. 재각 앞에 보이는 구성저수지는 둑 높임 공사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