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매도(觀梅島)
산행일 : ‘11. 12. 31(토)
소재지 :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산행코스 : 진도 팽목항→관매도 선착장→관호마을→꽁돌→하늘다리→선착장(회귀)→해수욕장→곰솔 밭→방아섬→선착장(산행시간 : 2시간 30분)
함께한 산악회 : 매듭여행이야기
특징 : 관매도(觀梅島)는, 옛날 매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새가 입에 먹이를 물고 잠깐 쉬어간다고 해서 '볼매도'라고도 불린다. 관매도는 목포에서 여수에 이르는 ‘다도해(多島海) 해상국립공원(海上國立公園)’에 점점이 박힌 섬 중의 하나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예쁜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주민들은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국립공원에서는 개발이 제한되는 등 많은 재산(財産)상의 제약(制約)이 따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립공원에서 해제(解除)될 자격을 얻었지만, 이곳 주민들은 국립공원에 남아 있기를 원했고, 전국 최초로 ‘명품(名品)마을’로 선정된바 있다. 뛰어난 경관에다가 ‘1박2일’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에 소개까지 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국립공원에 남으면서 개발(開發) 대신에 자연경관을 보존한 주민들의 선택이 빛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참 고>소문에 이끌려 찾아온 관매도는 기대에 못 미쳐도 한참을 못 미치고 있다. 우선 뱃길부터 불편하기 이를 데가 없다. 과연 무사히 목적지(目的地)에 도착할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배는 낡았고, 거기다 이층 선실은 한술 더 떠서 비좁고 허접하기까지 하다. 이 좁은 선실(船室)에 웬 사람들을 이리도 많이 태웠는지 앉을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 도착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 선답자(先踏者)들로부터 습득한 정보도 이미 어긋나고 있다. 이곳저곳 4개의 섬을 골고루 들른 배는 무려 2시간을 넘기고서야 관매도 선착장(船着場)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두 번째로 섬에는 겨울철에 운영 중인 식당(食堂)이 없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선금(先金)까지 보냈다는 여행사 총무님의 ‘완전 사기 당했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주인 할머니의 핸드폰에서 식사와 민박(民泊)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인할머니께 보낸 메시지를 찾아서 보여드려도, 연락을 못 받았다고 막무가내로 우기시더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식사와 숙박을 조도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명품(名品)마을로 조성하면서 만들어 놓은 시설물(施設物)들이 망가진 채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많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었다. 혹시라도 관매도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소문을 너무 믿지 말라는 충고(忠告)를 해드리고 싶다.
▼ 조도로 가려면 우선 진도로 가야 한다. 서해안고속도로나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해남까지 간 후, 진도대교를 건너야 한다. 그런 다음 18번 국도(國道/ 진도읍 방향)를 이용해서 진도의 남단(南端)에 위치한 임회면 팽목항까지 가야한다. 조도로 들어가는 배가 팽목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팽목항에서 관매도선착장까지는 2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도선(渡船)이 운항(運航)하므로 차를 싣고 섬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관매도는 조그만 섬이기 때문에 구태여 차량을 갖고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 혼잡한 선실을 벗어나 갑판(甲板)으로 올라선다. 섬이 많은 것은 조도뿐이 아닌가 보다. 사방에 섬들이 널려있다. 난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흡사 한 폭의 동양화이다.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뱃전에 서서 다도해(多島海)의 비경(秘境)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동해안을 제외하고는 일몰(日沒)이나 일출(日出)을 보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日氣豫報)가 맞을라나 보다. 먼 곳에 있는 섬들이 안개에 싸여 희뿌연 색을 띠고 있다. 그보다 가까이 있는 섬들은 검은색, 뱃머리에서 잡힐 듯 가까운 섬들은 검푸른 색이다. 날씨가 맑을 때는 서남쪽으로 한라산이 바다에 둥실 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지만, 오늘은 시야(視野)에 들어오지 않는다.
▼ 배에서 내리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선착장(船着場) 맞은편 바위 벼랑에 쓰인 ‘걷고 싶은 매화의 섬, 관매도’라는 문구이다. TV 프로그램 '1박2일' 소개 덕으로 유명해진 탓인지, 선착장 바로 맞은편에 커다랗게 붙여놓았다. 그 옆에는 아담한 쉼터가 보이고, 화장실을 갖춘 대합실이 깔끔하게 지어져 있다.
▼ 관매선착장에서 오른편 해안도로(海岸道路)를 따라 들어가면 관호마을이다. 마을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시원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재가 있다. 하늘다리로 가려면 이 재를 넘어야만 한다. 마을입구와 마을을 벗어나기 직전에 있는 샘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마을을 벗어나면 바다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길게 늘어선 돌담이 보인다. 바로 우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돌담이다.
▼ 마을의 일부 건물 벽에다 그림을 그려놓은 것이 보인다. 모처럼 엄마아빠를 따라나선 꼬맹이들이라도 있다면 동화(童話)속 상상의 나라로 안내해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 우실은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돌담을 일컫는다. 그 돌담 앞에 그네의자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흔들리는 의자에 앉으면 전망(展望)이 탁 트인다. 발아래에 쪽빛으로 빛나는 남쪽 바다가 펼쳐지고 있다.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왔다면 의자에 앉아보길 권하고 싶다. 쪽빛 바다가 두 사람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 재(우실)에 올라서면 먼저 탁 트인 바다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스레 청량(淸凉)한 느낌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해변 우측 저 멀리 콩돌바위가 보이고, 왼편에는 돈대산 정상과 해변풍경이 바라보인다. 흔들리는 나무 의자 앞에는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도록 나무테크로 만든 계단이 바다를 향해 길게 이어지고 있다.
▼ 오른편 바닷가로 내려서면 바닷가는 암반(巖盤)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에서 왕돌끼미라고 불리는 곳이다. 남쪽 먼 바닷가의 특징을 나타내는 거친 암반 한쪽 귀퉁이에 콩돌이 보인다. 콩돌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바위덩어리이다. 바위에는 움푹 페인 구멍들이 많고, 그 구멍들은 갖가지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 돌묘와 꽁돌 : 관호마을 뒷재너머 해안에 있는 커다란 바위와 돌로 만들어진 묘(墓)이다. 이곳에는 꽁돌 옆 손바닥자국의 주인인 하늘장사와 꽁돌에 얽힌 전설(傳說)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꽁돌은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돌인데, 두 왕자가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지상으로 떨어뜨려버렸단다. 옥황상제(玉皇上帝)는 하늘장사에게 명하여 꽁돌을 가져오게 하였으나 거문고소리에 취한 하늘장사가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렸나보다. 다시 내려 보낸 두 명의 사자(使者)까지도 거문고 소리에 반해 돌아오지 않자, 진노(震怒)한 옥황상제가 그들을 묻어 버린 곳이 돌무덤이라는 전설이다.
▼ 콩돌의 바로 곁에 돌무덤이 있다. 그러나 그 크기가 하도 작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놓칠 염려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돌무덤은 작고, 낮은 높이의 동그란 형태, 무덤의 주위를 바닷물이 둘러싸고 있다.
▼ 관매도는 해변 풍광(風光)이 뛰어나다. 바다와 접하고 있는 해변은 온통 절벽(絶壁)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 둘레는 가는 띠를 두른 것 같은 다양한 표층(表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수억 년 동안 바다 속 갯벌이 켜켜이 쌓이다 지각변동(地殼變動)에 의해 수면(水面)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흡사 전북 부안의 채석강에 와 있는 느낌이다.
▼ 돌무덤에서 하늘다리를 가기 위해서는 오른편의 해안(海岸)을 따라 만들어진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산길은 조망(眺望)이 뛰어나다. 진행방향으로는 하늘다리와 다리여를 잇고 있는 해안의 해식애(海蝕崖)가 우람하고, 그 곁을 관광유람선(觀光遊覽船)이 지나가고 있다. 유람선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경쾌하다. 뒤돌아보면 돈대산과 우실을 바위절벽이 떠받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 조망(眺望)을 즐기며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하늘다리이다. 하늘다리는 섬이 둘로 나뉘는 해안절벽(海岸絶壁)을 철제(鐵製)다리로 연결시켜 놓았다. 다리 아래로 내려갈 수 없으니 다리의 모습은 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슴에 담을만한 풍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사진(寫眞)에서 봤던 멋진 하늘다리의 풍경은 조감도(鳥瞰圖)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 하늘다리 : 바위산의 중심(中心)부가 마치 칼로 자른 듯이 똑바로 갈라져 있다.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의해 갉아 먹힌 자국이란다. 3∼4m 폭으로 갈라진 틈으로 돌을 던지면, 물에 빠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3초나 될 정도로 높은 다리이다. 다리 가운데에서 발아래 투명유리를 내려다보면, 오싹한 기운이 들 정도로 높지만, 주변 기암절벽(奇巖絶壁)의 아름다운 경관에 취하다보면, 두려운 마음 정도는 금방 사자져 버릴 정도이다.
▼ 다시 돌아온 우실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선착장에서 하늘다리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30분, 꼭 둘러봐야할 또 다른 명소(名所)인 방아섬까지는 또다시 1시간 30분이 더 걸린다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뿐이니 말이다. 아쉽지만 돈대산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관호마을로 내려선다. 그러나 선답자(先踏者)들이 느긋하게 걸었던지, 아니면 ‘다시는 여행에 따라나서지 않겠다.’는 집사람의 불평이 나올 정도로 바쁘게 걸은 내가 잘못이었던지, 두 곳의 명소를 다 둘러보고도 30분이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 하늘다리를 둘러보고 다시 선착장으로 되돌아 나와, 이번에는 방아섬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방아섬으로 가려면 우선 관매도해수욕장을 통과해야만 한다.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를 자랑하는 초승달 모양의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그 백사장 뒤에 늘어선 해송림(海松林)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소나무 숲을 따라 깔끔하게 조성된 산책길을 걷다보면 눈이 호사를 누리게 된다. 거기에다 피톤치드는 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이곳을 관매도 제1경으로 꼽고 있나 보다.
▼ 기나긴 해수욕장 주변에는 50년 이상 된 소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다. 해수욕장 소나무 숲(松林)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란다.< *학명은 Pinus thunbergii PARL. 잎이 소나무(赤松)의 잎보다 억센 까닭에 곰솔이라고 부르며, 자생지가 주로 바닷가이기 때문에 해송(海松)으로도 부른다. 또, 줄기껍질의 색깔이 소나무보다 검다고 해서 흑송(黑松)이라고도 한다.> 이 곰솔 숲은 산림청이 주최하는 ‘제11회 아름다운 전국 숲 대회’에서 ‘올해의 가장 아름다움 숲’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경관(景觀)을 자랑한다. 이 숲은 1600여년 경 나주에서 강릉 함씨가 이곳에 들어와 마을을 일구면서 방풍(防風)과 방사(防沙)를 목적으로 조성한 숲이란다. 1200m의 해안(海岸)에 폭 200m로 넓게 서식하고 있다. ‘관매도에서 가장 뛰어난 여덟 곳’ 중에서도 제1경으로 일컬어지는 이 숲의 존재 때문에 현재의 마을이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마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숲이란다.
▼ 솔숲으로 들어서면, 수백,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키가 족히 20m는 넘을 것 같다. 자태(姿態)도 늠름하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탐방로(探訪路)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주위에 소나무들이 길게 도열해 있다. 솔숲 사이로 바라보이는 바다는 비취색이다. 귓가에는 철썩이는 파도소리 들리고, 솔내음이 코끝을 간질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산책코스가 그 어디에 있으랴?
▼ 곰솔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장산편마을 앞을 지나면 조그만 주차장이 보이는데, 이곳에서부터는 도보(徒步)로만 탐방(探訪)이 가능하다. 잠깐의 오르막 끝, 독립문바위로 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에서 방아섬은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길가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지만, 가끔은 가을의 전령인 억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아직도 못다 전한 사연들이 많은지 연약한 대공들을 바람결 따라 나풀거리고 있다.
▼ 삼거리에서 방아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왼편으로 바다가 열리면서 섬 하나가 바라보인다. 섬의 정상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관매 제2경인 방아섬으로, 꼭대기의 바위는 남근(男根)바위란다. 방아섬 맞은편에 있는 섬은 하조도인데, 일부 사람들은 음부도(陰部島)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여자의 음부(陰部)를 쏙 빼어 닮았다는 하조도의 신전리 마을이 하조도 전체로 와전(訛傳)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어느 전문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맞는 추론(推論)일 것 같다. 아무튼 방아섬의 남근바위와 신전리의 생김새만 놓고 볼 때에는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지만, 양쪽 다 기(氣)나 너무 샌 탓인지 혼인(婚姻)만 하면 불화가 심하기 때문에 관매도 사람들은 하조도의 신전리 사람들과는 혼인을 하지 않는단다.
* 옛날에 선녀(仙女)가 방아섬에 내려와 방아를 찧었단다. 그렇다면 방아섬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방아는 꼭 곡식(穀食)만 찧는 것이 아니라, 남녀의 성행위(性行爲)를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리곤 문득 떠오르는 발칙한 생각 하나, 저 섬 위에 뽈록하니 솟아오른 남근(男根)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는 선녀(仙女)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음담패설(淫談悖說)을 떠올리면서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는 난, 아마 세파(世波)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온 중년남자가 분명하다.
▼ 방아섬을 둘러본 후에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같은 길을 또 다시 걸으니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전까지 상상했던 방아섬을 떠올리다보면 지루할 새가 없을 테니까. 다만 옆 사람에게 들키는 우(愚)를 범하지는 말자. 장산편마을 앞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해수욕장의 곰솔 숲이 아닌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걸어본다. 길가에는 수십 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늘어서있고, 오른편에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건물 하나가 빼꼼히 들여다보인다. 조도초등학교 관매분교란다. 학교 운동장에 길게 자란 잡초나 건물의 외관(外觀)을 봐서, 이미 폐교(廢校)가 되었지 않나 싶다.
▼ 관매분교의 정문을 조금 지나면 나무 울타리 안에 놀라우리만치 우람한 나무 몇 그루가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매도에 들르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가는 소문난 후박나무이다. 후박나무는 천연기념물 212호로 지정될 정도로 멋진 외모(外貌)를 자랑하고 있다. 수령이 무려 800년이나 되었다니 곁에 있는 곰솔 숲의 역사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정월 초(初)이면 마을주민들이 후박나무 앞에서 당제(堂祭)를 지낸다고 한다.
▼ 후박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돌아서니 왼편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산행대장의 적극적인 초대(招待)를 차마 거절 못하고 일행에게 다가간다. 코펠에는 어묵이 끓고 있고, 주변엔 빈 소주병이 이미 서너 개나 빈 주둥이를 벌리고 있다. ‘먹는 것은 낯설어하지 마시고 무작정 덤벼드는 것이랍니다. 그래야 친해지니까요.’ 뜨끈뜨끈한 국물에 소주 몇 잔 들이켜고 나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둥그렇게 파인 구멍에는 숯이 널려있고, 주변엔 통나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숯가마이려니 하다가 문득 어느 선답자의 여행기(旅行記)를 떠올린다. 전통기법의 삼굿이라고 했고, 구덩이에 불을 지펴 수증기를 이용해서 삼을 굽는 전통기법인데, 갖가지 음식을 쪄먹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고 전하고 있었다.
▼ 운영진(運營陳)에서 준비한 따끈따끈한 어묵국물에 소주 몇 잔 마시다가 돌아온 선착장, 배가 들어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꽤 남았다. 집사람의 손목을 잡고 방파제 위를 거닐고 있는데, 집사람이 탄성(歎聲)을 내지른다. ‘와! 고기들 좀 봐요!’ . 아니나 다를까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닷물 속에서 수많은 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관매도 인근 바닷물은 비취(翡翠)색을 띠고 있다. 남해(南海) 연안을 연상(聯想)할 때 제일먼저 떠오르게 되는 탁한 황색(黃色)과는 달리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섬은 양식장(糧食場)으로 포위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관매도의 주요 소득원인 톳을 기르고 있단다. 참고로 진도 주변의 해역(海域)에서는 전복과 같은 종패(種貝) 양식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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