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摩尼山 469m)
산행일 : ‘11. 9. 23(금)
소재지 : 인천직할시 강화군 화도면
산행코스 : 마니산주차장(관광휴게소)→매점→314봉→참성단→마니산 정상→암릉구간→함허동천 갈림길→정수사→정수사 앞 도로 (산행시간 : 4시간 )
함께한 산악회 : 부청시청 윤주영선생과 함께
특징 :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참성단(塹城壇)을 세웠을 만큼 예로부터 신령스럽게 받들어온 산이다. 마니산은 빼어난 산세(山勢)와 멋진 조망(眺望) 덕분에 등산객들과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조망뿐만 아니라 멋진 바위능선까지 갖추고 있어 다양한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근처에 조상들의 흔적이 담긴 볼거리가 많아 유적답사(遺蹟踏査)를 겸한 가족(家族) 산행지로 적격이다.
▼ 산행들머리는 화도면 상방리의 마니산입구 주차장(駐車場)
김포시에서 지방도로 356호 지방도를 타고 양촌면과 대곶면을 지나서 초지대교를 이용하는 게 마니산으로 가는 가장 편리한 길이다. 초지대교를 건너 길상면 소재지인 온수리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산행들머리인 화도면 상방리에 다다르게 된다. 산행은 주차장의 마니산 방향 귀퉁이에 있는 관광휴게소에서 시작된다.
▼ 매표소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은 개미허리와 918계단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편은 밋밋한 능선인 단군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른편 단군로는 경사(傾斜)가 완만하지만 700m를 더 다리품을 팔아야만 정상에 도달할 수가 있다. 어디로 가야할 지를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다리 건너에 있던 아저씨가 선뜻 다리를 건너오란다. 아마 매점 주인인 모양이다. 현지(現地) 주민이 권하는데 무엇을 망설이랴? 서슴없이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완만(緩慢)한 경사(傾斜)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있다. 바닥을 돌을 촘촘히 심어 놓았는가 하면, 등산로의 가장자리는 로프를 매어놓아, 붙잡고 오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단군로로 이름 지어진 이 능선길은 918계단으로 이어지는 계단길에 비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호젓한 숲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참나무 숲이 적당하게 우거지고 경사 또한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30분쯤 걸으면 쉼터가 마련된 언덕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 쉼터에서 314봉까지는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과 힘겨루기를 해야만 한다.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힘들지만 다행이 오름길은 그리 길지 않다. 마니산 북서쪽 능선 상의 하나의 봉우리인 314봉에 올라서면, 서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바다 건너 석모도의 해명산과 낙가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남동쪽으로는 저 멀리 참성단과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 314봉에서 등산로는 왼편으로 굽으며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이후 약수터길 갈림목까지는 탄탄대로. 경사도 완만하게 이어져 산책로를 걷는 느낌이 든다. 걷는 길에 가끔 만나게 되는 조망대(眺望臺)를 그냥 지나치지 말자. 광활하게 펼쳐지는 서해바다와 바다안개 사이를 떠다니는 섬들이 만들어내는 몽환적(夢幻的)인 풍광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약수터 갈림길에서 능선마루인 465봉에 올라서는 구간은 새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나무테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의 들머리에 ‘삼칠이계단’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만만치 않은 경사(傾斜), 계단이 설치되지 않았을 때에는 오르는 사람들이 애를 먹었을 것 같다. 나무계단 중간에는 등산객들을 위해 전망대(展望臺)까지 만들어 놓았다. 물론 신도와 시도, 모도를 표시한 조망도(眺望圖)도...
▼ 까마득한 나무계단을 오르고 나면, 강화도의 사방팔방이 모두 보인다. 영종도, 무의도, 실미도, 신도, 시도, 모도 등 많은 섬들이 이곳이 서해임을 증명하고 있다.
▼ 참성단이 보이는 바위능선에 올라서면 힘겨운 과정은 끝난 셈이나 다름없다. 좌우로 펼쳐지는 조망을 즐기면서 암릉 구간을 오른다. 길지 않은 급경사(急傾斜) 구간을 올라서면 참성단에 이르게 된다. 참성단은 철조망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오르는 계단 입구에 문이 나있다. 철문을 지나 세월 흔적을 더듬으며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면 '한울님 빛 되어 내리시는 신성한 곳' 참성단이다
▼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塹城壇 :사적 136호), 개국시조인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지는 5593m² 면적의 제단(祭壇)이다. 한반도의 가운데에 위치한 마니산의 참성단은 한라산 백록담과 백두산 천지까지의 거리가 똑같다고 한다. 개천절에 단군의 제사가 열리고 있으며, 전국체육대회가 열릴 때에는 대회에서 사용할 성화(聖火)를 이곳에서 붙여오고 있다. 그동안 등산객들이 참성단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참성단 둘레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해 왔으나, 등산객과 관광객들의 참성단 개방 요구가 날로 거세지자 올 8월1일부터 개방하고 있단다. 참성단에는 수령 200년 된 소사나무((천연기념물 502호)가 있다. 소사나무는 강화도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여서 마니산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이지만, 마니산 정상인 참성단 돌 축대 위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소사나무는 더없이 장관이다. 참성단 소사나무는 흙 한 줌이 고작인 참성단 돌 틈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장한 나무다.
▼ 참성단에서 살짝 안부로 내려섰다가 올라서면 헬기장이다. 이곳에 摩尼山(마니산)이라고 쓰인 나무 기둥이 세워져 있다. 이곳의 높이는 455m이지만, 마니산의 높이는 469.4m이니 분명히 이곳은 정상이 아닐 터인데..., 지도에 마니산으로 표기된 지점도 이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약 1.2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 헬기장에는 정상표시 나무기둥 외에도, 참성단을 소개하는 그림판도 세워져 있다. 발 아래로는 짙푸른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석모도와 장봉도며 멀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으로 비행기가 내려앉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를 타고 건너온 초지진대교도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인천시까지도 보인다.
▼ 헬기장에서 내리막길로 내려서면 얼마 안 있어 1716년 강화유수였던 최석항이 지었다는 '塹城壇重修碑(참성단중수비)'가 보인다. 바위의 수직면(垂直面)에 새겨진 비문의 곁에는 한글로 해석을 해놓은 안내판이 서있다. 중수비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암릉이 시작된다. 암릉을 만들어내고 있는 근육질의 바위들이 마치 든든한 성곽(城郭)처럼 느껴짐은, 이곳이 강화가 항몽(抗蒙)의 유적지였음을 떠올림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 산길은 바윗길로 이어진다. 길은 바위봉우리를 비켜 우회(迂回)시키고 있지만, 난 굳이 바위에 매달려본다. 바위 봉우리를 넘는 길이 그리 위험하지도 않을뿐더러 바위봉우리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능선에서 바라보는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바위 난간에 걸터앉아 고개를 돌려보니 바다는 끝 간 데 없이 아득히 물러나고, 온몸으로 태양을 품은 갯벌은 캔버스 위의 덜 마른 유화 같다. 진행방향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바윗길. 암릉은 오랜 세월 견고하게 쌓은 성곽(城郭)처럼 산을 남북으로 갈라놓고 있다.
▼ 바다를 따라 펼쳐진 바윗길은 그야말로 환상적(幻想的)이다. 햇빛에 산란되어 반짝이는 바다와, 오르락내리락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능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청초한 소나무 등은 여유롭지 않은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이곳을 찾아온 내 열정(熱情)을 보상하기에 충분했다.
▼ 헬기장에서 지도상의 정상까지는 약 1.2km 거리,. 아기자기하면서도 조망이 뛰어난 암릉구간의 바위와 바위를 이어 건너다보면 어느덧 지도(地圖)에 정상이라고 표시된 지점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는 정상 표지석은 물론 이정표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마 강화사람들은 이곳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나보다. 그만큼 참성단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도와는 별개로 참성단 제단 옆 헬기장에 정상표지목(頂上 標識木)을 세워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 능선의 끝. 바로 밑이 동막 해수욕장을 접한 바다였고, 저 멀리 인천시가지가 희미하게 바라보인다. 마니산에서 바라본 강화도 풍경은 낯설다. 바다를 낀 산에서 바라보는 너른 바다가 제일 인상적이지만, 그 반대쪽으로 보이는 정경(情景) 역시 낯선 만큼 매력적이다. 아직 황량한 논밭과 군데군데 보이는 산. 대부분의 산 정상에 오르면 그 밑으로 보이는 것이 대부분 그 산 덩어리 자체요, 멀리 보이는 것이 논이었건만 마니산에서는 그 밑의 농경지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산 따라 길 따라 정수사(淨水寺)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도 자못 빼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다가 뒤돌아보면, 하얀 너럭바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모양이 꼭 천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길 같다. 저래서 마니산이 영산(靈山)으로 불리나 보다.
▼ 봉우리 사이로 경기만(京畿灣)과 영종도 주변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도면 쪽 갯벌이 해무 속에서 희미하게 펼쳐진다. 강화도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랭크될 정도로 이미 세계적인 명소. 그 자체만으로 천연기념물 415호로 지정된 생태계의 보고다. 옅은 연무사이로 수많은 물줄기들이 모세혈관처럼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갯벌은 온통 회색 파스텔톤을 뿌려 놓은 듯하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강화에서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라는 표현을 썼나보다. 그만큼 갯벌은 이곳 주민들의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정수사 앞 도로
암릉이 끝나면 산길은 갑자기 급격한 내리막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능선안부인 진달래능선 고갯마루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함허동천, 정수사로 가려면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오른편 사면(斜面) 길로 10분 정도 내려서면 정수사가 보인다. 천년역사의 거대한 사찰을 예상했지만 정수사는 예상 외로 작고 초라했다. 그래서인지 중창을 하기 위해 기와불사가 한창이었다. 정수사까지 아스팔트 도로가 개설되어 있으니 승용차를 이용하여 귀가하면 된다.
▼ 정수사(淨水寺), 639년(선덕왕 8) 회정대사(懷正大師)가 마니산의 참성단(塹星壇)을 참배한 다음 이곳의 지세가 불제자의 삼매정수(三昧精修)에 적당하다고 판단되어 정수사(精修寺)를 창건했다. 조선 세종 때 함허(涵虛)가 중창한 다음, 법당 서쪽에서 맑은 샘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절 이름을 정수사(淨水寺)로 바꾸었단다. 문화재로는 법당(보물 제161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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