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黔丹山, 657m)

 

 

산행코스 : 애니메이션고등학교→유길준선생 묘역→585봉(전망대)→검단산 정상→약수터→현충탑→애니메이션고교(산행시간 : 순수 산행시간만 4시간)

 

소재지 :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과 광주시 남종면의 경계

산행일 : ‘11. 6. 19(일)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색 : 서울 근교의 산들은 대부분 악산(惡山)인데 반해, 검단산은 순수한 육산(肉山, 흙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산이 온통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름산행지로 적합하다. 다만 산에 물이 적기 때문에 산행을 마친 후에 마음 놓고 씻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산에 오르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하남과 서울의 시가지(市街地)가 자못 장쾌하게 펼쳐진다.

 

 

 

산행들머리는 하남시 창우동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잠실역이나 천호역에서 30-3번 시내버스를 타면 하남시가지를 거쳐 산행들머리인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입구에 내려준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왼편에 끼고 돌아 들어가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진입로 양편에는 아웃도어 매장들 외에도 음식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물이나 음식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산의 초입에 있는 검단쉼터에서 다시 한 번 준비물을 점검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잣나무와 밤나무가 많은 길을 지나면 구당 유길준선생의 묘소를 만나게 된다. 유길준은 김옥균·박영효 등과 함께 활동한 구한말(舊韓末)의 대표적인 개화사상가로, 일본과 미국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서구(西歐)의 신문물(新文物)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0분 정도 흘렀다.

 

 

 

 

묘역(墓域)에서 오른편으로 올라붙어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15분 후에는 능선안부에 닿게 된다. 안부에는 의자 몇 개를 설치해 놓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공터 한쪽 귀퉁이에는 이동식 간이주점, 막걸리와 간단한 음료수를 팔고 있다. 이런 간이주점은 산행을 마칠 때까지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저 머루인데요. 어디쯤이세요?’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그녀도 검단산을 오르고 있는 중이란다.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그새를 못 참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만큼 많이 보고 싶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그녀를 만나본지가 벌써 3년 이상 되었으니 어찌 그립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들도 다들 기대에 부푼 표정들이다.

 

 

 

쉼터에서부터는 급경사(急傾斜)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파른 경사(傾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듯,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번갈아 만들어 놓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밟으며 오르길 한참,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이면 왼편으로 숲이 열린다. 전망바위이다. 검단산을 통틀어 가장 전망이 좋은 곳 중의 하나이다. 북쪽으로 강 건너 예봉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북서쪽으로는 미사리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한강의 유장한 흐름이 장관이다.

 

 

 

 

 

 

 

전망바위에서 가파른 능선을 따라 한참을 더 오르면 왼편에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전망대(展望臺)가 보인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팔당댐과 두물머리가 눈앞으로 가깝게 다가온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풍경은 운길산 수종사보다 한 수 위로 보인다. 전망대에서 50m쯤 더 걸으면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성냥갑(匣) 같은 아파트들의 일렬로 늘어서있다. 우리나라에서만이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진행방향으로 검단산의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검단산 정상에 닿으려면 전망대에서 다시 30분 정도 비지땀을 흘려야한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능선의 폭이 넓어지고, 곳곳에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쉬고 있다. 오늘 같이 무더운 날은 산에 오르는 것도 하나의 피서법일 것이다. 흐르는 땀을 개의치 않아서 좋을 것이고, 특히 능선이나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산들바람이라도 맞을라치면 세상의 모든 행복이 모두 자기 것으로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널따란 헬기장을 지나서 조금 더 오르면, 100평도 더되는 널따란 공터인 정상이다. 헬기장으로 조성된 정상의 동쪽 끝에는 허리높이의 정상표지석과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망원경은 아마 한강의 두물머리를 조망하라는 배려일 것이다. 남한강과 북한강, 팔당호, 팔당댐이 어우러진 양수리 일대가 커다란 ‘물의 나라(水國)’를 만들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부지런히 정상에 올랐지만 머루님이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나와 함께 올라온 다른 일행들까지도 보이지 않으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핸드폰에게 신세를 져본다. 내가 방금 올라왔던 길목이란다. 왜 못 보고 지나쳤을까? 아마도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에 그녀를 그냥 지나쳐버렸다 보다. 아니면 너무 예쁘게 변해버린 그녀를 알아볼 수 없었던지... 그동안 마음 졸여오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사소견이 이렇게도 그녀를 예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나보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난 후, 하산을 서두른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머루님의 제안에 따라 산곡초등학교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현충탑 방향으로 내려선다. 계단을 내려서서 조금 더 진행하면 가파르고 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만약 거리가 짧다는 메리트(merit)에 이끌려 이 코스를 선택해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힘든 구간일 듯싶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너덜겅근처에서 산허리를 돌면 제법 널따란 공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도 곳곳에 자리를 펴고 둘러앉은 등산객들이 장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우리 일행도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친다. ‘점심 준비 안 해오기를 아주 잘했네 그랴~’ 모 공기업(公企業)의 부사장으로 있는 내 친구 바우君의 말마따나 푸짐한 상차림이 펼쳐지고 있다. 평소부터 푸짐하기로 소문난 자매님들이니 오죽하겠는가마는, 오늘따라 구름나그네님네 아주머님께서도 맛있는 부침개를 만들어 보내주셨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름나그네님이 준비한 양주 한 병이 전부이다. 오늘은 결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내 다짐이 무너진 것이 제일 큰 원인일 것이다.

 

 

 

 

 

 

1시간이 넘도록 여유롭게 점심을 먹은 후에야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다시 이어지는 하산길도 역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까의 내리막길만은 못하지만... 무릎도 보호할 겸 쉬엄쉬엄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약수터(藥水)에 다다르게 된다. 잠시 발걸음을 약수로 목을 축인다. 물맛도 괜찮을뿐더러 청량하기까지 하니 상품(上品)의 약수임에 틀림없다. 약수터에서는 서쪽 방향으로 시원스레 시야(視野)가 열린다. 하남의 아파트들 사이로 미사리조정경기장이 마치 활주로처럼 길게 뻗어있다.

 

 

 

 

산행날머리는 애니메이션고등학교(원점회기)

약수터에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참나무 일색이던 등산로 주변이 어느새 소나무로 바뀌더니, 이내 일본이깔나무(落葉松)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공중을 향해 길게 뻗어있다. 현충탑을 지나면서 등산로 주변은 채소를 파는 노점상들이 점령하고 있다. 산을 빠져나오면 구수한 냄새로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음식점들이 늘어서있고, 조금 더 내려오면 산행을 시작했던 애니메이션고등학교이다.

 

 

 

 

 

오늘 산행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50세가 넘은 장년들이다. 장년은 건강에 신경이 쓰이는 나이이다. 산을 오르면서 건강도 챙기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스포츠인가. 6월 22일자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688> 중에서 마음에 다가오는 일부를 옮겨본다.

『오늘날 한국의 중년남자들이 처절하게 생존에 시달리면서도 그나마 목숨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에 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발 1000m 내외의 산들이 등산하기에는 최적이다. 나무와 약초가 있고 계곡물이 흐르는 산들이다. 3,000m를 넘어가는 산은 춥기만 하고 사람을 압도한다. 3,000m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죽은 산'이다. 미국의 로키산맥은 너무 웅장하여 사람을 압도한다. 사람이 놀 수 있는 산이 아니다. 한국은 적당히 놀기에 좋은 '살아 있는 산'이 국토의 70%나 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믄 등산 천국의 지리를 갖추었다. 이는 천혜의 축복이다. 한국이 아무리 지지고 볶더라도 망하지(?) 않는 이유는 산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