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虎鳴山, 632m)
산행코스 : 상천역→호명호수→장자터고개→기차봉→호명산→체육공원→안전유원지→청평역 (산행시간 : 쉬어가며 5시간40분)
소재지 :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산행일 : ‘11. 6. 5(일)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청평역 앞에 솟은 호명산은 전형적인 열차산행지로 오래 전부터 인기 있던 산이다. 그러나 운행간격이 커서 찾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웠으나, 최근 경춘선이 전철로 바뀌면서 서울의 근교산(近郊山)으로 바뀌어 버렸다. 산에 오르며 조종천과 청평호(湖)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반 풍경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나들이 삼아 찾아볼만한 산이다. 특히 산 위의 숨어있는 인공호수인 호명호수는, 주변 풍광(風光)과 어우러져 신비감까지 선사해 준다.
▼ 산행들머리는 경춘선 상천역
경춘선 복선전철 상봉역에서 05:10부터 23:00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춘천행 전철을 타고가다 상천역에서 하차(下車)한다.(참고로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인 상천역과 청평역에는 급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역 앞에 나오자마자 종보가 내미는 샘플용 양주 한 병, ‘아~흐~' 아무래도 오늘 산행은 행복으로 넘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상천역을 빠져나온 후, 역전광장(驛前廣場) 끄트머리에 보이는 지하차도(地下車道)를 통과하여 상천리 방향으로 진행한다. 상천역에서 300m쯤 걸어 들어가면 삼거리에 허름한 포장마차가 보인다. 호명산 산행은 이곳에서 오른편 길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이정표 : 상천역 300m/ 상천리 마을회관 400m/ 호명호수 3.1Km, 호명산 7.0Km). 물론 상천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서 호명산으로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 삼거리에서 먼지가 풀썩이는 길을 따라 200m쯤 걸어 들어가면 산의 초입, 호명산 정상까지 6.8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인증샷 하나! 오늘 참석인원은 10명, 회원이 5명에 비회원이 5명이다. ‘5:5’ 혹자(或者)는 5:5를 보고 ‘황금비율’이라고도 하지만, 동호인산악회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아니올시다’가 분명하다. 산행에 참여한 회원들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비회원들을 포섭하여 나온 종보君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하긴 오늘 참석한 비회원들이 ‘산과 하늘’에 가입만 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 상천역에서 호명호수까지는 3.6Km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등산로는 흙길에다가 경사까지 완만하기 때문에 걷기에 무척 편하다. 등산로 초입에는 들어서면 진한 잣나무 향이 코끝을 스친다. 길가에는 썩어가고 있는 잣나무 열매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아마 작년에 떨어진 것인가 보다.
▼ 상천역에서 1Km,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해서 700m정도를 걸으면 삼거리가 보인다. 상천리 마을회관을 경유해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어느새 참나무 일색으로 바뀌어 있다. 앞에 가는 진철이가 목이 타는 모양이다. 물이 아닌 막걸리가 고파서... 그러나 아직은 그의 간절한 염원을 풀어줄 수가 없다. 준비해온 ‘얼음 막걸리’가 아직은 녹지 않은 채로 있기 때문이다. ‘안 힘들어요?’ 코스모스의 걱정스런 질문에 악마구리의 퉁명스런 대답 ‘무지 많이 힘들어요.’ 몸살감기로 못나올 것을 겨우 나왔다는 악마구리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가 보다. 오늘 산행은 비회원들이 앞장, 그 뒤를 회원들이 쫒아가는 형태다. 아무래도 젊은 비회원들의 체력과 장년층인 회원들의 체력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 막바지 오르막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얼려온 막걸리가 대충 녹았기 때문이다. 안주는 코스모스가 준비해온 부침개... 진철의 입에서는 이미 침이 흐르고 있는데, 오늘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종보는 술을 사양하고 있다. 저 술꾼이 얼마나 마셨기에 저 정도일까???? 로프까지 매어진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에서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이면 이름 없는 봉우리(갈매봉 서릉 삼거리)위에 올라서게 된다. 널따란 분지(盆地)인 봉우리 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모두 상천역에서 올라왔거나 상천역으로 내려갈 사람들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명산을 오를 때 상천역을 기점(起點)이나 종점(終點)으로 삼는 사람들이 흔치 않았는데, 아마 경춘선 전철(電鐵)이 개통된 이후의 바뀐 풍경중 하나일 것이다. 이곳에서 호명호수까지는 0.5Km, 호명산 정상까지는 4.5Km가 남았다.
▼ 무명봉 위에 올라서면 맞은편 진행방향에 호명호수의 제방(堤坊)이 거대한 성벽(城壁)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사택 옆으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오른편에 이곳 양수발전소에서 조성한 미로공원이 보인다. 정자와 산책로 등 편의시설들이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점심시간... 아스팔트 도로(道路)위에 자리를 펴고 점심상을 펼친다. 족발에 막걸리, 소주 등등... 동호인 산악회의 장점대로 풍요로운 상차림이었다. 다만 흠이 있다면 술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주당(酒黨)인 나에게는...
▼ 인공호수(人工湖水)인 호명호(虎鳴湖)는 산상(山上)에 있는 호수로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 호수는 양수발전소(pumping-up electric power station , 揚水發電所)의 상부댐(上部dam)이다. 그러니까 저녁에 청평호의 물을 끌어올려 이곳에 모아 놓았다가 다음날 낮에 청평호로 다시 내려 보내면서 전기(電氣)를 생산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다가 최근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되면서 등산객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 호명호수 : 1980년 청평양수발전소 건립과 함께 해발 535m 위에 만든 인공호수로서 한강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가평8경 중 제2경으로 선정되어 있다. 1988년 가평팔경 지정 당시에는 ‘호명호수’, 2005년 ‘천지연’으로 개명(改名)됐다가 다시 ‘호명호수’로 다시 개명된바 있다. 이곳에는 84만3000여㎡ 규모의 하늘정원과 조각공원, 전망데크, 산책로 등이 조성돼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호명호수의 제방을 건너면 ‘장자터 고개’이다. ‘장자터 고개’에도 정자(亭子)와 벤치 등 편의시설을 잘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곧장 내려가면 청평호반인 복장리에 닿게 된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호명산 정상은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이곳에서 호명산 정상까지는 3.6Km, 청평역은 6.2Km가 남았다, 상천역에서 여기까지가 3.8Km이니 우리는 오늘 총 10Km를 걷게 되는 것이다.
▼ 경사가 완만한 계단을 밟으며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깔끔한 전망대가 눈길을 끈다. 호명호수를 조망하라고 만들어 놓은 모양이지만, 제방을 지나오면서 바라본 경치가 한결 더 뛰어나기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장 갈 길을 재촉한다.
▼ 장자터 고개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는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초입에 보이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일본이깔나무(落葉松)들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주위는 온통 갈참나무 천지이다. 햇빛 한 점 스며들기 힘들 정도로 우거진 숲길을 걸으며 ‘홀딱 벗어’새의 유머가 넘치는 울음소리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기차봉 정상이다. 기차봉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돌무더기 외에는, 아무런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는 능선상에 조그맣게 솟아오른 한 지점일 뿐이다.(이정표 : 호명호수 2Km/ 호명산 1.6Km)
▼ 기차봉에서 호명산 정상까지의 오르고 내리며 이어지는 능선은 흙길과 너덜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경사가 조금 심하다 싶으면 나무계단이나 안전로프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1.6Km를 걸으면 드디어 호명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 호명산 정상은 수백 명이 한꺼번에 머물러도 될 만큼 널찍한 공터이다. 북서쪽 가장자리에 커다란 정상 표지석이 서 있고, 그 옆을 산행안내판이 지켜주고 있다. 정상에 서면 조망이 시원스럽다. 남쪽으로는 화야산의 뾰루봉이 지척에 보이고, 그 너머로 용문산이 넘실거리고 있다. 서북쪽으로는 깃대봉이 선명하다. 그리고 북쪽에는 땀 흘리며 걸어온 능선이 발아래 누워 있고, 그 너머에는 저 멀리 명지산과 화악산 등 경기도의 고봉(高峰)들이 하늘금을 만들어 내고 있다.
* 호명산의 ‘호명(虎鳴)’은 옛날에 호랑이가 많아 그 울음소리가 마을까지 들려와서 호명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건너편 뾰루봉 사이를 흐르는 북한강물이 청평댐이 들어서기 전 빠른 물살로 나는 소리가 호랑이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해 범울이가 됐고, 범울이를 한자로 옮겨 호명(虎鳴)이 됐다는 설이 있으나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 정상에서 조종천으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急傾斜), 얼마나 경사가 심한지 길 가장자리에 매어놓은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내려서기가 힘들 정도이다. 한북정맥에서 갈라져 나와 호명산에서 불끈 용트림을 한 능선이, 갑자기 조종천으로 잠기고 있으니 당연히 가파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632m의 높이(高度)를 한꺼번에 낮추어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흙길이라서 무릎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1km쯤 내려서면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잘생긴 전망대(展望臺)가 보인다. 청평댐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다. 가슴을 열어본다. 청평 호반(湖畔)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열린 가슴속으로 성큼 들어선다.
▼ 전망대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라 600m정도 내려오면 운동기구와 샘이 있는 쉼터가 보인다.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시 한 번 급경사로 된 계단을 밟고 내려서면 드디어 산길은 끝을 맺는다. 산이 끝나는 지점에 ‘산악 안전사고의 절반이 등반 중 실족・추락으로 발생’이라고 머리말을 적어 놓은 산행안내판이 서있다. 산을 나서면 잠시 조종천의 뚝방길을 걸어야 한다. 길가의 뽕나무에 오디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부지런한 종보는 어느새 나무에 들어붙어 있다.
▼ 산행날머리는 청평역
산행을 끝내기 위해서는 조종천을 건너야만 한다. 뚝방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여 청평교를 건너야하나, 우기(雨期)가 아닐 경우에는 안전유원지로 곧바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이용하면 된다. 일부는 철판, 나머지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는 비가 많이 올 경우 물에 잠긴다. 조종천 건너에 있는 안전유원지는 옛날에는 대학생들로부터 MT 장소로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廢墟로 변해있다. 아마 시대의 변화에 적응을 못한 탓일 것이다. 청평역 못미처에 있는 식당에 들러 닭도리탕 두 개에 주인의 추천메뉴인 민물매운탕 하나를 시켜놓고 둘러앉는다. 산에서 땀을 많이 흘렸던 탓인지 술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덕분에 난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도통 기억이 없다. 기억에 남는 것은 단 하나... ‘앞으로는 근교산행 자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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