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千聖山, 922)


산행코스 : 홍룡사 못미처 우측 계곡→원효암→천성산 능선(정상은 군부대)→은수고개→천성산 제2봉→집북재→성불암 계곡→내원사입구 주차장(산행시간 : 5시간)


소재지 :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 상북면, 하북면과 울산광역시 웅촌면 경계

산행일 : ‘10. 4. 17(토)

같이한 산악회 : 송백산악회


특색 : 신불평원 등 인근의 산들과 같이 습지가 많아 가을의 은빛억새로 소문난 산이나, 봄에도 진달래와 철쭉으로 만산홍을 이룬다, 대부분 흙으로 된 산이나 정상어림과 산하동계곡과 성불암계곡 사이의 공룡능선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빼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상북면 대석리에서 홍룡사방향으로 접어들면, 입구에 원효암를 오가는 셔틀버스(요금 3천원) 주차장이 보인다. 원효암까지 한시간여를 운동삼아 걷겠다면 흥룡사 못미처 산행안내판이 있는 지점에서 오른편 계곡으로 진행하면 된다 

 

 

▼  등산로는 계곡을 지나 완만하게 이어진다. 길가에는 소나무와 편백나무의 숲이 줄지어 서 있는데, 음지 탓일까? 옆으로는 퍼지지 못하고 위로만 쭉쭉 치고 오른 모습이 자못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30분쯤 진행하면 주변의 숲은 참나무군락으로 변한다. 등산로는 다시 급경사로 변하고, 그렇게 30분 정도를 더 진행하면 전면에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와, 그 아래 원효암이 숲 사이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  원효암

신라 선덕여왕 때(646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관음기도도량이다. 법당 뒤편에 ‘신장바위’라는 호법신장이 사찰을 수호하고 있으며, 법당 우측에는 조선시대 후기(1906년)에 조성된 ‘마애 아미타 삼존불’이 평평하면서도 널따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참고로,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당나라에서 건너온 1천명의 스님들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했다고 해서 천성산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천성산은 원효대사와 인연이 깊은 산이다.  

 

 

 

 

 

 

 

▼  원효암에서 나와 왼편으로 돌아 군부대로 올라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천성산 정상부의 암릉, 저리도 빼어난 경관을 놓치기가 아까워 이리저리 오르는 길을 찾아 10분을 헤매어보았다. 

저리 예쁜 봉우리가 보이는데도 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의 고달픈 현실이다.

천성산의 정상은 軍部隊이니 처음부터 포기를 했지만, 軍시설이 없는 저 예쁜 바위봉우리는 왜 철조망으로 막아놨단 말인가. 여기는 최전방도 아닌데 지뢰를 매설해 놨으니 들어가지 말란다. 무장공비들이 목숨 걸고 침투를 시도했을 정도로 중요시설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어쩌랴 내 목숨은 하나뿐이고, 가냘픈 숨결이나마 더 오래 이어가고 싶은 것이 ‘人之常情’인 것을....  

 

 

   

▼  천성산 정상의 능선 삼거리

이곳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年初에 해맞이 장소로 소문난 평원이 나오고, 더 나아가면 ‘천성산 제2봉‘으로 가게 된다.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왼편으로 내려가면 억새꽃 축제로 소문난 화엄벌이 나온다. 행여 정상에 있는 바위에 도달할 수 있을까 거의 화엄벌까지 내려가 보았지만 虛事, 다리품만 헛 팔고 돌아왔다.  

 

 

▼  동해의 해돋이를 제일 먼저 볼 수 있다고 알려진 이곳 해맞이 장소에는 軍施設에 안방을 빼앗기고 변방으로 쫒겨난 천성산 정상석이 있었건만, 어느 심술궂은 나그네인지 허리를 동강내버렸는데, 그나마 윗도리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산, 해발 897m’라고 적힌 아랫부분만 숨결을 다한 시체로 비스듬히 누워있다.  

역시 습지가 많은 천성산은 억새, 철지난 억새의 흔적까지 지울 순 없다. 아름다운 은빛 군무가 유혹하는 천성산, 이곳 지자체에서는 매년 화엄벌에서 축제를 열정도... 비록 천성산의 주 능선은 비록 축제의 마당을 빗겨나고 있지만, 그래도 그 본 모습이야 어디 본고장에 뒤지랴... 변방의 서러움을 딛고 찬란히 피어났다가 스러지면서 남겨놓은, 억새의 불꽃영화를 철지난 흑색사진으로 남겨놓고 있다.

 

 

 

▼  해맞이 장소에서 바스러진 억새밭을 지나면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뉘어 진다. 왼편은 내원사, 천성산 제2봉을 가려면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은수고개로 내려가는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등산로 주변엔 하나의 밑동에서 한꺼번에 여러 개의 가지로 갈리는 특이한 소나무들이 분포되어있다. 모양은 손가락을 둥그렇게 편 채로 두 손을 합친 모양이랄까???

은수고개에는 이정표와 산행안내지도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천성산 제2봉을 가려면 다시 오르막길, 그러나 완만한 경사로이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  제2봉의 능선에 올라서면 맞은편 암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암릉은 그저 멋지다고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고 있다. 멋진 조망을 즐기면서 쉬어가라는 듯, 야외식탁 몇 개가 깔끔하게 놓여 있다.  

 

▼  軍施設 때문에 빗겨 지나온 천성산 제1봉의 모습, 언제쯤 저 봉우리를 밟아볼 수 있으려나...  

 

▼  능선에서 바라본 천성산 제2봉

 

 

▼  천성산 제2봉(비로봉)은 흙산 위에 암봉으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다. 정상의 뾰쪽이 솟은 바위 위에 커다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우뚝 솟은 정상석은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증명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부담, 바위 위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못 위태스러워 보인다.  정상에서는 사방의 조망이 시원스레 뚫려있다.  

 

 

 

▼  천성산 능선은 영남알프스 등 주변 산에 대한 조망이 좋다고 소문이 나 있지만, 오늘은 사위가 가스로 가득한 탓에 어디가 어디인지 불분명하다. 그저 저기쯤에 그 산이 있으려니...  

 

 

▼  천성산 제2봉에서 집북재로 이어지는 하산로는 경사가 꽤 심하다. 그러나 걱정할 일은 아닐 듯, 이곳 지자체에서 친절하게도 나무테크로 계단을 예쁘게 만들어 놓아서 내려가는데 조금도 위험하지도 그리고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  집북재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요상하게 생긴 바위를 만난다. 자연이 빚어낸 삼층석탑을 닮았는데, 어느 사람은 바위의 옆을 다녀오더니만 의자를 닮았다고 우긴다. 하긴 개개 사물의 의미는 그 사람이 담는 그릇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  집북재에서 성불암 입구까지 이어지는 하산로는 얼레지 群落地

 

작년에 생명을 다해버린 가랑잎 두어 개, 빈가지에 걸려 가녀린 바람에도 힘들어하는데, 그 아래 봄의 정령인양 얼레지가 앙증맞은 꽃 몽우리를 내밀도 있다. 너는 어이 아무도 없는 빈 산중에서 그리 예쁘게도 피어나는가?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봄이 시작되자마자 목 놓아 널 기다리고 있나보다.  

 

 

 

 

▼  성불암폭포

집북재에서 성불암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우측에 보이는 폭포. 지도나 산행 안내판에는 나와 있지 않은 폭포라서 계곡의 이름을 따다 붙여본다. 비록 빼어나지는 않지만, 다른 이름 있는 폭포들에 비에 그리 뒤쳐지지도 않을 수준의 폭포가 연이어 세 개가 겹쳐있다.  

 

 

 

 

 

 

   

 

▼  산행 날머리는 내원사 주차장

성불암계곡이 산하동계곡과 만나는 지점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계곡 가장자리를 따라 나무테크가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다. 테크를 따라 걷다보면 전면에 기묘하게 생긴 층층의 바위 위에, 오랜 풍상에 지친 듯 또아리를 틀고 앉은 소나무가 보인다. 그 아래에 진성암이 있고, 날머리인 내원사 주차장은 진성암의 마당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