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학봉(上鶴峰,834m)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의 경계로, 정상에 학이 많이 모인다 해서 상학봉이다. 화려한 암릉을 끼고 있어 신록과 묵빛의 오묘한 조화 때문에 이른 봄에 더욱 돋보이는 산...
속리산 북서쪽에 위치하며, 산 전체가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어서 기암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정상은 동남북 삼면이 천야만야한 수직절벽...
산행코스 : 활목고개-미남봉-매봉-상학봉-묘봉-법주사주차장 (산행시간 : 6시간)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징 : 쉽게 구경하기 어려운 절경으로 기암괴석과 소나무의 절묘한 조화를 볼 수 있다. 다만 북가치에서 법주사 주차장까지의 하산길 시멘트포장도로는 너무 지루하다.
아름다웠던 오월이 가버렸다...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지천이던 개나리와 벚꽃이 어느새 지고
이미 붉은 장미넝쿨이 울창한 울타리를 이루는 줄도 난 몰랐다.
가끔 살아가는 일이 힘겹게 느껴지면
아니 꼭 힘들지만은 않더라도 난 습관대로 배낭하나 걸머진채로 산으로 떠났다
운이라도 좋을라치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 무엇 하나 찾을 수도 있겠지...
< 활목고개 >
미남봉 (610m)
활목고개에서 속리산을 향하여 완만한 능선을 한 30분 오른 후,
그 끄트머리 급경사를 헉헉거리며 오르다 보면 만나는 첫 봉우리...
정상부만 100m 정도에 거암(巨岩)이 돌출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육산이다.
산 형상이 잘생긴 남자의 옆얼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하나
요모조모 아무리 뜯어봐도 그런 느낌이 안오니 내 정서가 매말라서일까? 휴~~~
안부에서 남쪽으로 걸음을 하면 본격적인 암릉길로 이어지고
기암괴석과 노송들이 어우러진 절경... 계속 오르면 전망이 좋은 마당바위를 밟는다.
다리쉼을 하며 풀어 놓는 점심상에서 산꾼들은 속세의 거치장스러운 포장을 날려 버린다.
< 상학봉 정상 >
정상은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느 산악회에서 만들어 붙인 초라한 표지판.. 그나마 그 조잡한 표지판마저 반동강으로 부러져 있다
< 상학봉 가는 길목의 마당바위 >
수십명이 둘러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밑은 수 갈래의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높이 2m, 길이10m 정도 되는 구부러진 자연석굴로 이 위가 마당바위...
바위를 갈라놓은 사이를 몸을 움추리며 빠져나가 아래를 보면 산 전체가
바위로 빚어져 있고 노송들이 춤추는 듯 널려 있다. 선경이 어드메뇨 여기가 그곳이다
상학봉에서 묘봉까지는 암릉의 연속이다
우회로가 있지만 약간의 모험을 감행하지 않고서 어이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으리...
상학봉에서 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가히 기암 전시장이라 할 만하다.
아기자기 바위들과 제대로 선게 하나도 없이 뒤틀어진 소나무들...절묘한 조화다
북한산 의상능선을 좀 더 어지러우면서도 훨씬 재미있게 펼쳐놓았다고 할까?
황장산 등 다른 능선들도 이런 저런 바윗길이 많지만, 이토록 재밋는 암릉은 흔치 않다.
바위능선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를 위해, 우회로도 곳곳에 나 있지만
“모험 없이 어찌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으랴“ 아끼듯 천천히 바위를 오르내렸다.
위험한 코스도 몇곳 있지만 로프가 잘 정비되어 있어 마음만 굳게 먹으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묘봉 (874m)
상학봉에서 긴 암릉을 오르내리다 싫증 날 때쯤, 경사가 급한 단애가 나오고,
두어군데 굵은 나일론 로프에 용트림을 하며 매달리다보면 드디어 묘봉 정상과 만난다
묘봉 정상은 넓은 너럭바위들이 맞대고 있어 수십명이 앉아서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의나,
문장대에서 백두대간을 벗어나 서북으로 뻗은 능선중에서 최고봉이나 빼어나게 높진 않다.
정상엔 표지석 대신 산악인 고상돈을 기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속리산엔 소나무가 참으로 많다.
그런데 기둥은 물론 솔가지 하나 반듯하게 펴진 것이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휘어진 소나무가 모두 한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아마 바람에 날려올 때 못다 떨친 인연 그쪽에 남아있는 모양....
지천에 깔린 솔잎 날카로움에 다쳤을까?
솔향 듬뿍 안은 바람에선 가냘픈 흐느낌이 실려오는데,
쪽빛 허공에 흘러가는 저 흰구름 한점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한건
몸이야 어디있든 난 중생이기에 사소한 집착하나 선뜻 버릴 수 없기 때문인가 보다.
손이 비어있어야 새것을 잡을 수 있고 앞을 보아야 갈 수 있듯이
내가 붙잡고 있는 지난날의 나를 놓아야만 진정한 날 맞이할 수 있을텐데도...
하산길은 산죽 때문에 반팔 티셔츠는 곤란...
전에 백두대간을 하던중 네시경에 천왕봉 근처를 통과하다 길을 잃고 헤매일때도 이런 산죽 밭이었다
어스름 여명에 찾아든 암자... 스님이 따라주신 곡차의 감미로운 맛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때에야 난 곡차란게 술이란걸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하산길 길가에서 만난 약초...
이름은 비록 모르지만 마지막을 함께 했으니 오늘의 꽃으로 삼아본다
여름에 접어든 유월.
세상은 열기로 가득하고 머리는 무겁다.
맑은 물, 푸른 숲, 묵빛 바위가 그리워 산을 찾았고,
그리고 세상사에 닳고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산행 내내 같이한 소나무...
어느 틈에 솔잎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짙은 녹색 솔잎과 붉은 껍질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휘고 굽고 늘어진 소나무들이 눈 속으로 파고든다.
온몸을 감싸오는 송진냄새 속에서 문득 또 다른 산행의 내음을 찾아 내고,
또다시 솔숲을 거닐어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쉬움속에 산행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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