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길 33코스(건봉사 – 통일안보공원)
여행일 : ‘26. 3. 7(토)
소재지 :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및 거진읍 일원
여행코스 : 건봉사→송강쉼터→죽정습지→이승만 별장→화진포해변→대진항→통일안보공원(거리/시간 : 19.4km, 실제는 송강쉼터부터 16.48km를 4시간 3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드디어 ‘코리아둘레길’의 4,500km 전 구간이 완성됐다. 2009년부터 시작된 ‘코리아둘레길’은 2016년 해파랑길(동해), 2020년 남파랑길(남해), 2022년 서해랑길(서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4년 9월, 마지막 구간인 DMZ 평화의길(이하 평화의길) 개통으로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코스로, 자유롭게 방문하는 횡단노선과 민간인 통제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인 테마노선으로 구성된다.
▼ 09 : 50. 들머리는 ‘건봉사’ 입구(고성군 거진읍 냉천리)
중앙고속도로 동홍천 IC에서 내려와 44번 및 46번 국도(간성방면)를 타고 93km쯤 올라오다 ‘광산1리 삼거리’에서 좌회전, 1km남짓 가다 ‘건봉사로’를 만나면 좌회전, 4km쯤 더 들어가면 ‘건봉사(입구)’에 이른다. 완주 인증 QR코드는 대형차량 주차장 건너편 평화의길 안내판에 붙여져 있다.

▼ ‘DMZ’과 맞물린 접경지역을 숨 가쁘게 달려온 ‘평화의길’은 동해 바닷가에서 코리아둘레길의 원조 ‘해파랑길’을 만난다. 그리고는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함께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 송강저수지(몽중루 작가님 촬영). 건봉사에서 송강리까지는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건봉사 입구 군 검문소에서 차량 통행만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8.1.26.일자 강원도민일보 기사(고성 거진읍 송강리-건봉사 통행불편 해소)는 어떻게 된 일일까? 2.5km 구간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보안성을 강화하는 대신 도로 통행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기사 말이다. 23코스(2025.10.18.답사) 때도 딱 이런 상황이었고, 당시는 철조망이 처진 도로를 따라 걸었었기에 기대를 했었는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10 : 12. 실제출발지는 ‘송강리 버스정류장’. 33코스 시점인 ‘건봉사입구’에서 6.5km쯤 떨어진 지점으로 산악회 버스를 타고 왔다. 송강저수지와 북쪽 도로변을 따라 쳐진 민통선 울타리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구간이지만, ‘평화의길’을 또박또박 걷는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니 조금은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 정류장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100m 남짓 들어가면 ‘평화의길’을 만난다.

▼ 10 : 17. 2022년에 문을 열었다는 ‘송강쉼터’. 화장실, 샤워실, 생수와 커피까지 갖춘 송강쉼터는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오아시스이다. 민방공대피소를 활용하고 있다는데 문이 닫혀있어 이용할 수는 없었다.

▼ 평화의길은 ‘자산천(慈山川)’을 따라간다. 제방 위로 널찍하니 길이 나있다.

▼ 10 : 20. 송강리 마을회관. 송강리는 거진읍의 상수원이자 지역 들녘의 젖줄인 송강저수지(노루목저수지)와 ‘자산천’을 낀 물 좋고 산 좋은 마을이다. 마을 앞에 큰 내가 흐르고 소나무가 무성하고 해서 ‘송강(松江)’이란 지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 송강마을 풍경. 푸르른 산과 들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산골 마을이다. 넓은 산과 들에서 야생산닭, 흑염소를 기르고, 산에서 나는 산나물과 도라지·산더덕·감자·옥수수 등 순수 자연식품을 도시인들에게 공급해준단다.

▼ 10 : 24. ‘송강교’를 건넌다. 커다란 마을표지석이 송강리로 들어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 옛 이름이 ‘거탄천(巨呑川)’이었다는 ‘자산천’. 널찍한 것이 송강저수지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하게 만든다.

▼ 드넓은 들녘을 ‘건봉사로’가 가로지른다. 요리조리 휘돌아가던 자산천 물줄기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쌓아놓은 충적지이다.

▼ 10 : 32. 잠시 후, ‘건봉사로’를 벗어난다. 인도는커녕 갓길조차 없는 도로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 평화의길은 이제 ‘자산천’ 둑길을 따라간다. 오른쪽에는 충적지가 드넓게 펼쳐진다. 이 일대는 친환경 농법으로 유명하다. 오리농법 등으로 금강산 오대미를 생산하여 도시인들의 밥상에 올린다고 한다.

▼ 백두대간을 배경삼은 ‘자산천’이 한결 더 넓어졌다. 요 위에서 ‘신북천’의 물길을 보태면서 한껏 등치를 부풀렸다.

▼ 10 : 43. 그렇게 10분쯤 걸었을까 ‘송정교’가 이제 그만 하천을 건너란다.

▼ ‘송정교’를 건넌다. 초입에 ‘건봉권 다목적교류센터’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 고성군도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권역으로 묵어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보화센터나 농산물판매장, 체험장 같은 시설들을 만들어 주민소득을 높이려는 지원활동 말이다.

▼ 건봉산(거진읍 냉천리)에서 발원한 자산천은 ‘송정저수지’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어서 송강리에서 산북천을 합쳐 이곳으로 온다.

▼ 탐방로는 ‘송정’ 마을을 관통한다. ‘보건진료소’까지 들어서 있을 정도로 규모가 제법 큰 마을이다. 하천가에서 ‘수목화’라는 오토캠핑장도 운영하고 있었다. 체험방을 곁들인 2층짜리 펜션도 눈에 띈다. ‘수목화를 그리는 송정마을’ 조성사업의 결과라나?

▼ 송정리 복지회관. 송정리(松亭里)도 마을 주변에 소나무가 많았다는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亭’자가 들어간 걸 보면 풍치 좋은 곳에는 ‘정자’도 지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 10 : 51.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도로(건봉사로)’와 헤어진다. 왼쪽으로 갈려나가는 ‘농로’로 들어간다.

▼ 널디너른 봉평리(蓬坪里) 들녘만큼이나 큰 창고. 태양광발전 패널을 뒤집어쓴 게 이색적이다.

▼ 잠시 후, 임도로 변한 탐방로가 산속으로 파고든다.

▼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그제였다. 하지만 기상청은 늦추위가 기승을 부린다며 낮에도 영하의 날씨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매화’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동해안의 온화한 해양성기후 덕분이 아닐까 싶다.

▼ 11 : 01. 고개를 넘는다. 송정리와 원당리의 경계에 놓인 고갯마루이다.

▼ 고개 너머 동해북부선(강릉-제진) 공사 현장. 111.74km의 철로와 8개 역(강릉·주문진·38선·양양·속초·간성·화진포·제진)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만들고 있단다. 서울에서 제진까지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니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해지겠다.

▼ ‘원당리’로 들어선 탐방로는 이제 ‘화진포’를 향해 간다.

▼ 11 : 10. 동해대로(국도 7호선)와 마주친 탐방로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왼쪽으로 100m쯤 가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코스를 단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루누비(트랙)의 지시대로 50m 남짓 ‘봉정로(오른쪽)’를 따라가다 ‘굴다리’로 들어갔다.

▼ 굴다리를 빠져나오자 ‘화진포’ 호수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 11 : 13. ‘화진포’ 남안(南岸). ‘화진포(花津浦)’라는 이름은 이 일대에 피던 해당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꽃으로 가득한 나루, 그 시적인 이름만큼이나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눈부셨다.

▼ 이후부터는 ‘화진포둘레길’을 따라간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시작점’으로 진행하면 된다.

▼ ‘화진포둘레길’은 화진포를 한 바퀴 도는 길이 16km의 자전거 및 걷기 길이다. 깔끔하게 단장된 탐방로는 물론이고 쉼터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 원당리 쉼터. 정자에 벤치는 물론이고 공중화장실까지 갖추었다. 라이더들을 위해서는 자전거거치대를 만들어놓았다.

▼ 둘레길이 부쩍 넓어졌다. ‘월안길’이란 이름까지 붙어있다. 이곳 ‘원당리’의 옛 지명인 ‘달안리(月安, 다라니)’에서 따왔지 않나 싶다.

▼ 11 : 23. ‘월안천(맞는지는 모르겠다)’은 살짝 헷갈리는 지점이다. ‘화진포둘레길’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둑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하지만 ‘평화의길’은 50m쯤 더 가다 오른쪽 농로를 따라간다.

▼ 말을 잘 듣는 자와 그러지 않는 자. 그러거나 말거나 오래지 않아 두 길은 다시 만난다.

▼ 11 : 27. ‘죽정습지’에 이른다. 화진포의 숨겨진 매력은 풍부한 습지에 있다. 2개의 호수에 금강·화포·초도·죽정 등 4개의 습지(濕地)가 연결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죽정습지’가 가장 넓다

▼ 지난 2018년에 조성된 ‘죽정습지’는 호수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정화하기 위한 공습지라고 보면 되겠다. 유입되는 오염수가 침강지, 얕은습지. 깊은습지, 침전못 등을 거치면서 정화수로 변해 호수로 들어간다.

▼ 탐방로는 이제 습지를 보여주면서 간다. 중간 중간에 전망대를 만들어 습지의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체험 수준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사통팔달로 뚫린 데크 관찰로로 들어가면 된다.

▼ 전망대로 가는 초입, 안내판에 꼬리조팝나무, 좀작살나무, 매자나무, 갯버들, 황매화, 부들, 수크렁, 범부채, 물억새 등 죽정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그려 넣었다. 오염수를 정화시켜주는 식물들이지 싶다.

▼ 전망대에 오르면 죽정습지의 입체적 구성을 알 수 있다. 유입되는 오염수는 습지를 지나면서 정화수로 변해간다.

▼ 어린이들이 낀 가족단위 탐방도 좋겠다. 데크 탐방로가 사통팔달로 습지를 누비고 있어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을 발아래 두고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 11 : 38. 곁눈질 수준으로 습지를 둘러본 뒤 다시 길은 나선다. 잠시 후 만나는 ‘중평천(仲坪川)’이 습지와의 경계라고 보면 되겠다. 하나 더. 화진포둘레길 이정표가 ‘원당리 쉼터’에서 1.6km쯤 걸어왔음을 알려준다.

▼ 습지를 벗어나자 길이 시멘트포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울창한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간다.

▼ 고개를 넘자 ‘화진포’가 또 다시 맞는다. 하긴 화진포의 호안은 한 바퀴 도는 게 ‘화진포둘레길’ 아니겠는가.

▼ 이후부터는 ‘화진포’를 끼고 간다. 호안을 따라 시멘트길(모정1길)이 나있다. ‘모정(茅亭)’ 마을을 지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 ‘화진포(花津浦)’는 분명 호수이다. 담수와 해수가 섞인 석호(潟湖)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이 침수되면서 만이 생기고 그 입구가 모래톱으로 막히면서 형성되었다. 지명에 ‘호수 호(湖)‘ 대신 바닷물이 드나든다는 뜻의 ’개 포(浦)‘자를 붙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 11 : 52. 2차선인 ’이승만별장길‘로 올라섰다. 국도 7호선의 ’화진포교차로‘에서 갈라져 나온 도로와 만나는 지점으로, 이정표(원당리 쉼터에서 2.7km)가 400m만 더 가면 이승만 별장이 나온다고 알려준다.

▼ 12 : 03. 아름드리 금강송으로 가득한 고개를 넘자 ’이승만 별장‘이 반긴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 부인과 함께 수시로 찾아와 낚시를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1954년에 신축된 뒤 1961년에 폐허가 되었다가, 1997년 육군이 재건축하여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했고, 1999년부터 전시관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평생 염원이었다는 '북진통일(北進統一)'이란 휘호(揮毫)가 눈길을 끄는 내부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 등 일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유품이 현대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별장 뒤 새로 지어진 건물은 이승만의 친필 휘호와 의복, 소품, 관련 도서 등이 전시되어 있는 기념관이다.

▼ 아쉽게도 역사안보전시관은 리모델링 공사(2025.10.25.’2026.5.31.)로 인해 폐쇄되어 있었다.

▼ 기념관 앞에는 ‘화진포 호수’의 전설에 등장하는 며느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호수가 생기기 전 이곳에는 ‘열산현’이라는 고을이 있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 인색하고 성질이 고약한 이화진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 날 금강산 건봉사 스님이 시주를 왔더란다. 그런데 이 고약한 늙은이가 곡식 대신 소똥을 퍼 주었던 모양이다. 이를 본 며느리가 쌀을 퍼서 스님에게 시주하며 시아버지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이에 스님은 ‘나를 따라오면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며느리는 고총고개에 이르러 ‘꽝’하는 하늘이 무너질 듯한 소리를 듣고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러자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시아버지가 살던 집과 전답이 전부 호수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참! 애통해 하던 며느리가 그만 돌이 되어버렸고, 후세 사람들이 이 심성 착한 며느리를 서낭신으로 모셨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 12 : 04 – 12 : 26. 호숫가는 쉼터용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덕분에 준비해간 간식을 나누며 푹 쉬다 갈 수 있었다. 반주삼아 마신 술로 얼큰하게 취해버렸지만.

▼ 12 : 29. 탐방로는 ‘화진포교’를 건너간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화진포는 ‘조롱박’ 모양으로 나뉘면서 남호와 북호를 만든다. 조롱박의 허리부분, 즉 남호와 북호를 잇는 물길 위에 놓인 다리가 ‘화진포교’이다.

▼ 화진포는 두 개의 호수가 8자 모양으로 연결된 형태다. 남호가 더 크고, 바다와 통하는 물길은 북호에 있다.

▼ 다리 건너에서 길이 나뉜다. 화진포는 바다와 해변과 솔숲과 호수가 다시 하늘로 이어지는 절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남북 최고 권력자들의 별장이 이곳에 모여 있는 이유다. 그중 김일성 일가가 여름 휴양지로 삼았다는 ‘화진포의 성’과 남한의 부통령이었던 이기붕의 별장은 오른쪽에 있다. 하지만 평화의길은 왼쪽으로 간다. 하나 더. 이곳은 동해안을 달려온 ‘해파랑길’과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해온 ‘평화의길’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손을 맞잡은 두 길은 통일전망대를 향해 북진한다.

▼ 호안도로(화진포길)를 따라간다. 오른쪽에는 백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소나무들이 꽉 차있다. 사람들은 이 일대 4ha의 숲을 '화진포호수 금강소나무 숲'이라 부른다.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과 산림청, 유한킴벌리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소나무들이 구불거림이 적고 대체로 하나의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 나와 나무 자체만으로도 보기에 좋다.

▼ 12 : 39. ‘화진포해수욕장’이 잠시 들렀다가란다. 1.7km나 되는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이다. 물빛 또한 아름답다. 인디고블루와 에메랄드빛 사이를 오가는 투명함은 해외 여느 관광지에 견주어도 뒤질 것이 없다. 지난해 말 다녀온 골드코스트(호주)에서 보던 물빛을 연상시켰다고나 할까?

▼ 12 : 44. 아까도 얘기했듯이 ‘화진포’는 석호다. 바다와 통하는 물길에 놓인 다리가 ‘금구교(金龜橋)’이다. 다리 입구 난간에는 ‘고니’가 앉아 있었다. 화진포를 찾는 진객인지는 몰라도, 다리 이름에 걸맞게 ‘거북’으로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 다리를 건너자 배 모양으로 생긴 건물 하나가 길손을 맞는다. 패류박물관과 어류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화진포 해양박물관’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으나 패류박물관에서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와 갑각류, 산호류, 화석류, 박제 등 1,500여종 40,000여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어류전시관에서는 수중생물 125종 3,000여 마리를 각각의 서식 환경과 컨셉에 따라 보여준다고 했다. 박물관 앞 광장에는 ‘관동별곡 八백리, 답사 一번지 高城’라고 적힌 거대한 빗돌이 세워져 있었다. 고성군의 둘레길인 ‘갈래구경길’의 제1경(관동별곡 팔백리길)이 이곳에서 출발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 박물관의 앞은 ‘화진포해수욕장’이다. 사주(砂洲)가 발달하면서 호수와 바다 사이에 형성된 백사장이다. 화진포(북호)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물길이 백사장을 가르는 풍경 또한 잠깐의 볼거리로 충분하다.

▼ 백사장으로 내려서자 광개토대왕의 능(陵)이라는 가설로 유명해진 ‘금구도(金龜島)’가 성큼 다가온다. 고구려 연대기에 394년(광개토대왕 3년) 화진포 거북섬에 광개토대왕의 왕릉 축조를 시작했고, 414년(장수왕 2년)에 광개토대왕의 시신을 안장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 북호가 내려다보이는 호숫가에는 작은 공원을 만들어놓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조형물 몇 점과 노래비(화진포에서 맺은 사랑)를 배치했다. 하나 더. 이곳은 서해랑길과 해파랑길이 잠시 헤어지는 지점이라는 것도 기억해두자. 해파랑길은 이름처럼 동해안을 따라간다. 반면에 평화의길은 화진포 호안을 따라간다.

▼ 12 : 57. 금구도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필자는 ‘해파랑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초도항’ 조형물(특산물인 ‘성게’를 모티브로 삼았다)이 지키고 있는 해안길(초도항길)로 들어가면 된다.

▼ ‘초도항길’은 바닷가 벼랑을 깎아 만들었다. 그게 차량만 다니기에도 좁았던 모양이다. 인도를 선반 매달듯 벼랑에 걸쳐놓았다.

▼ ‘금구도’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도 만들어놓았다. 금구도는 거북이처럼 생긴데다 섬 위쪽에 군락을 이루는 대나무 숲이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금빛을 띤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그러고 보니 거북이를 쏙 빼다 닮았다. 참! 금구도는 신라시대에 수군기지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단다. 이를 뒷받침하듯 섬에는 화강암으로 축조된 이중 구조의 성벽과 보호벽, 방파성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나?

▼ 13 : 09. 모퉁이를 돌아서자 ‘초도항(草島港)’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근에 있는 거진항이나 대진항 등에 비해 작은 규모이나 대신 한적한 어촌 풍경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자그마한 포구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배들이 아기자기한 풍경을 자아낸다.

▼ 이곳은 ‘성게’ 주산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선지 초도항을 나타내는 조형물도 성게를 형상화 시켰다. ‘성게’를 테마로 한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초도어촌계가 주관하는데 성게 맨손 잡기를 비롯해 성게 높이 쌓기, 성게 무료 시식 등 성게를 활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단다. 축제기간 때에 한해 금구도가 개방된다는 것도 알아두자.

▼ 13 : 18. 조금 더 걸으면 ‘초도해수욕장’이다. ‘초도1리 해변’과 ‘초도2리 해변’으로 나누는 사람들도 있지만 500m 및 200m짜리 해변을 구태여 나눌 필요는 없다. 참! 초도마을에서 아까 헤어졌던 평화의길과 다시 만났다.

▼ 바다는 낭만적이다. 쉬지 않고 들락거리며 모래밭을 애무하는 파도의 숨결, 모래사장에 촘촘히 찍힌 갈매기들의 발자국. 거기다 바닷가를 서성이는 여행객들의 여유는 '낭만'으로 이끄는 손짓이다.

▼ 초도해수욕장은 깨끗한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각종 숙박시설과 식당 및 카페를 이용하기 쉬워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단다. 하긴 인근 초도항에서 나오는 싱싱한 활어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가 하면, 바다낚시까지 즐길 수도 있다니 어련하겠는가.

▼ 하트 조형물은 고성의 마스코트인 ‘대무너즈’를 품었다. 지역 먹거리를 상징하는 리더 ‘빅토’는 은색 포크를 들었고, 안전을 상징하는 소방관 ‘무기’는 방화복까지 입었다. 이 둘에 고고, 또기, 캐치를 더하면 귀여운 ‘대무너즈 오총사’가 된다.

▼ 13 : 39. ‘January 펜션’을 끝으로 초도리는 끝난다. 이어 나타나는 모퉁이를 돌아서면 ‘대진해안’이다.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날머리까지는 아직도 멀다. 그 길과 잇닿아 있는 바다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며 걷는 이들에게 아는 체를 해온다. 하늘을 봐도, 그 하늘을 닮은 바다를 봐도 온통 쪽빛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 대진항 초입. 지역 어민들이 운영하는 횟집이 줄지어 늘어섰다. ‘청진호’란 낯익은 간판도 보인다.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패널로 고정 출연하던 ‘박명호’씨다. 북한에서 20년간 직업군인으로 살다가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귀순한 그는 북한군에서의 경험을 살려 ‘머구리’로 삶을 이어간다고 했다. ‘머구리’란 잠수복과 투구, 신발과 납으로 만든 추까지 60㎏에 이르는 장비를 갖추고 해저 30m에 내려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어로방식이다. 문어와 우럭, 해삼, 홍합, 소라, 성게 등 목숨을 담보로 잡아온 해산물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생선회를 먹지 않는 필자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 13 : 43. 잠시 후 ‘대진항(또는 별빛은하) 해상공원’에 도착했다. 어판장 뒤쪽에 있는 바다 위 공원으로 2016년에 조성했다. 초입의 광장에는 고성에서 많이 잡히는 문어 머리를 형상화 한 커다란 조형물이 서 있다.

▼ 공원은 대진항의 특산물인 문어를 컨셉으로 삼아 만들었다. 초입의 문어머리를 기준으로 문어다리 역할을 하는 다리가 율동감 있게 바다로 뻗어나간다. 고성의 마스코트인 ‘대무너즈’ 조형물을 곳곳에 배치했음은 물론이다. 다리 초입의 무지개 색으로 칠해진 테트라포드도 잠깐의 눈요깃감으로 충분하다.

▼ 해상 데크가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다. 50m쯤 떨어진 ‘Y’자 갈림길에는 그늘막 쉼터를 만들었고, Y자 좌·우측에는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낚시잔교를 설치했다. 또한 데크 끝에는 이층 전망대를 설치해 아름다운 대진항과 청정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 13 : 55 – 14 : 45. 대진항은 ‘생선구이’로 유명하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되었다는 현수막을 건 식당도 두 곳이나 눈에 띈다. 안으로 들어가 ‘생선 모듬구이(1인당 2만원, 2인 이상 주문 가능)’를 주문했다. 1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정갈한 밑반찬에 미역국으로 상을 차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고등어와 가자미, 열기가 한 마리씩 구워져 나온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은 ‘겉바속촉’의 전형, 육류 마니아인 필자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 대진항(大津港)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1종 어항이다. 북위 38°30′. 그러니까 삼팔선이라 부르는 휴전선이 곧게 그어졌다면 북한 땅이 되었을 곳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세로로 접으면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서 북쪽으로 50km나 떨어진 황해남도 과일군이 대진항의 대칭점이 된단다.

▼ 대진항은 명태가 많이 잡히는 항구로 유명하다. 예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70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드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항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문어가 대세인 모양이다. ‘저도어장 대문어 축제’까지 열리는 걸 보면 말이다. 맞다. 문어는 바위에 붙어산다. 그러니 기암괴석이 많은 고성은 문어로 유명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대왕문어’로 말이다. 어느 요리평론가는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으로 이곳 대왕문어를 꼽기도 했다.

▼ 14 : 50. 이젠 ‘우리나라 최북단’이라는 ‘대진등대’로 갈 차례이다. ‘대진항길’을 따라 포구를 스치듯 지나간다.

▼ 이즈음 만나는 ‘대진수산시장’도 들러볼만 하다. 사계절 내내 문어가 잡히는 이곳 수산시장에서는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14 : 57. 속초해양경찰서 대진출장소 앞을 지나서 왼편 대진등대로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 14 : 00 – 15 : 05. 팔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대진등대는 설치 당시 1개의 유인등대와 또 다른 보조 등대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진등대가 설치된 목적이 어로한계선을 표시하는 도등(2개의 등대를 연결하는 선이 어로한계선)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지난 1991년 어로한계선을 북쪽으로 5.5km 상향 조정하면서 도등의 역할을 마치고 1993년부터 일반 등대로 전환했다.

▼ ‘무인등대’라서 내부는 구경할 수 없었다. 대신 범선 모양의 전망대를 만들어 주변 경관을 눈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 전망대에 서자 ‘대진항’이 발아래로 깔린다. 그 왼편에는 동해바다가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 바닷가 벼랑에도 전망대가 있는지 데크 탐방로가 길게 놓여있다. 아니 접경지역에 가까우니 군의 초소일지도 모르겠다.

▼ 15 : 07. '대진등대'를 둘러본 뒤 다시 평화의길을 따른다. ‘금강산 콘도’를 바라보며 걷는 이 구간은 ‘대진1리 해변’을 오른편 옆구리에 차고 걷는다.

▼ 등대 형상의 환기구를 단 화장실이 눈길을 끄는 이 해변은 희고 고운 모래가 350m나 깔려 있는데다 수심까지 얕다는 장점을 갖다. 하나 더. '대진(大津)'은 큰 포구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어선들이 드나드는 동해안의 중요한 나루터이자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조선시대에는 대진진(大津鎭)이라는 군사 진영이 설치되어 북방 방어를 담당했다.

▼ 고성군에도 해녀가 있었나 보다. ‘태왁’이 넘칠 정도로 많이 잡았던지 커다란 대왕문어를 가슴에 안고 간다. 참! 하트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도록 의자를 배치한 포토죤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 15 : 21. 텅 비어있는 해안가를 16분쯤 걸었다 싶으면 진행방향 저만큼에 ‘금강산 콘도’가 나타난다.

▼ 15 : 25. 금강산 콘도를 지나 ‘마차진리(麻次津里)’로 들어간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을 지나자마 왼쪽으로 갈려나가는 샛길로 빠져나간다. ‘해파랑길’처럼 곧장 도로를 따라가도 종점인 ‘통일안보공원’에 이를 수 있는데 돌아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 ‘마차진해수욕장’. 백사장의 길이가 240m라는 이 해변도 수심이 얕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뒤로 보이는 섬은 ‘무송대(茂松臺)’. 무송부원군 윤자운(尹子雲)이 관동지방을 순시하면서 이 섬에 머물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은 무송대를 일러 ‘바닷가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있으니 전에는 송도(松島)라고 하였으며 송림이 무성하고 모랫길로 육지와 이어지고 바닷물이 불으면 섬에 들어갈 수 없으며 파도가 치면 모래가 스치는 소리가 난다(沙鳴)’고 적었다.

▼ 15 : 30. 마차진복지회관을 지나 임도로 올라섰다.

▼ 뒤돌아본 풍경. 마차진해변의 ‘채비’라는 카페&민박(3층 건물)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 임도(옛 동해북부선의 철길이었을 수도 있다)로 올라왔다.

▼ 잠시 후, 오른쪽으로 시야가 열리면서 ‘무송대섬’이 아쉬운 이별을 고한다.

▼ 15 : 40. 동해대로 ‘안보공원교차로’를 지나 ‘통일안보공원’에 이르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평화의길 대장정이 종료되는 ‘통일전망대’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쯤으로 보면 되겠다. 이곳에 있는 ‘출입신고소’에서 신고를 마친 뒤 10분 정도의 안보교육을 받아야만 통일전망대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에는 출입신고소 말고도 매점과 굿즈샵, 어묵집 등이 들어서 있다.

▼ 완주 인증 QR코드는 통일안보공원 입구, 호림유격전적비(虎林遊擊戰蹟碑) 앞에서 찾아야 한다. 6.25 발발 직전 강원 북부지역에서 북한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유격활동을 벌이다 산화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빗돌인데, 입구에 이정표를 세우고 QR코드를 붙여놓았다.

▼ 이정표는 33코스의 종점을 이곳에서 5km쯤 떨어진 ‘명파해변’으로 적고 있었다. 구간조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민통선을 넘을 때 필요한 요식행위가 통일안보공원(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이루어지는데, 걷기와 신고를 따로따로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무튼 오늘은 16.48km를 4시간 30분에 걸었다. 볼거리가 많아 조금 더디게 걸었던 모양이다.

♧ 에필로그(epilogue), 마지막 구간인 34코스(통일안보공원-통일전망대)는 해파랑길 50코스와 일치하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대장정의 끝, 금강산을 마주하며 통일을 염원하다. 해파랑길 50코스(2022. 2. 27)’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DMZ 평화의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좁고 굽어진 옛길,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덧 건봉사, DMZ 평화의길 32코스(소똥령마을-건봉사) (1) | 2026.03.04 |
|---|---|
|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소똥령 숲길’을 걷다. DMZ 평화의길 31-1코스(진부령-소똥령마을) (1) | 2026.03.02 |
| 인북천 물소리 따라가며 고단했던 군시절을 소환하다. DMZ 평화의길 30-1코스(서화마을-원통중앙공원) (1) | 2026.01.27 |
|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우국충정의 넋을 기리며 걷는, DMZ 평화의길 26-1코스(두타연갤러리-피의능선전투전적비) (2) | 2025.12.15 |
| 못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 단풍을 보태 ‘평화로’에 풀다. DMZ 평화의길 24코스(국제평화아트파크-종점상회) (3) | 2025.11.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