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길 19-1코스(잠곡3리 버스정류장 – 명월2리 버스정류장)
여행일 : ‘25. 7. 19(토)
소재지 :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및 화천군 사내면 일원
여행코스 : 잠곡3리 버스정류장→잠곡저수지→복주산자연휴양림 입구→하오재→사내면사무소→명월2리 경로당(거리/시간 : 26.3km, 실제는 역주행으로 13.31km를 3시간 4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드디어 ‘코리아둘레길’의 4,500km 전 구간이 완성됐다. 2009년부터 시작된 ‘코리아둘레길’은 2016년 해파랑길(동해), 2020년 남파랑길(남해), 2022년 서해랑길(서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4년 9월, 마지막 구간인 DMZ 평화의길(이하 평화의길) 개통으로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코스로, 자유롭게 방문하는 횡단노선과 민간인 통제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인 테마노선으로 구성된다.
▼ 09 : 25. 역방향으로 진행한 탓에 들머리가 19코스 종점인 ‘명월2리(화천군 사내면 명월리)’가 되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내촌 IC에서 내려와 국도 43호선(김화방면)으로 40km, 도평교차로에서 372번 지방도(화천방면)로 옮겨 20km, ‘맹대교(삼거리)’에서 화천방면으로 8km쯤 들어오면 ‘명월리(2리)’에 이르게 된다. 평화의길 QR코드는 버스정류장(명월복지센터 건너편) 옆 이정표에 붙어있다.

▼ 복주산의 9부 능선(1,050m)을 넘는 19코스의 대체(强雨 및 積雪期) 코스로, 와수리에서 ‘하오재’를 넘어 명월2리 버스정류장까지 길이가 26.3km나 된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차량을 이용(도로구간이 많아서 위험)하거나 나누어서 진행(장거리라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잠곡저수지와 토마토공원이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

▼ 09 26. 수피령로(56번 국도)를 따라 남진하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참고로 19코스는 ‘한아름 아파트’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복주산을 넘어가는 구간(계곡)이 우천시 무척 미끄럽다는 한국관광공사의 안내를 받아들여 우회노선인 19-1코스를 대신 걷기로 했다. 비가 2~3일 동안이나 계속해서 내렸으니, 이끼 낀 계곡의 바위들이 한층 더 미끄러워졌을 게 뻔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복주산 능선이야 우리 부부가 함께 한북정맥을 종주하면 걸어봤으니 새로울 것도 없겠고 말이다.

▼ 가늘어진 빗줄기 사이로 복주산(伏主山, 1152m)의 능선이 드러난다. 평화의길 19코스는 복주산의 9부쯤 되는 능선을 넘는다.

▼ 09 : 33. 350m쯤 내려오면 만나는 첫 삼거리. (명월2리)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 평화의길 20코스는 이곳 삼거리에서 ‘만산동로(이정표가 가리키는 ’풍차펜션‘ 방향)’를 따라 ‘두류산’ 능선을 넘어간다.

▼ 이곳은 19-1코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완주 인증을 받기위해서는 방금 전 출발했던 (명월2리)버스정류장까지 가야만 한다. 이곳의 이정표에는 인증 QR코드가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 09 : 40. ‘승리부대’ 버스정류장. 승리부대인 제15 보병사단의 사령부는 삼일리(같은 사내면)에 있다고 했으니 여기는 예하 부대 중 하나쯤 되겠지?

▼ 접경지역 주민들은 마음가짐부터 남다른가 보다. 벽에까지 커다란 태극기를 달아 놓았다.

▼ 이 구간은 ‘평화누리 자전거길’과 함께 쓴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널찍하게 자전거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도로변을 걷기도 한다.

▼ 공사로 인한 폐쇄구간. 짧은데다 오가는 차량까지 뜸해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자전거길은 공들여 꾸민 흔적이 역력했다. 곳곳에 벤치를 놓아두었는가 하면, 자전거 거치대까지 갖춘 쉼터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 09 : 58. 명월2리 마을회관. 법정 동리인 ‘명월리(明月里)’를 구성하는 행정단위 중 하나이다. 참고로 ‘두산백과’는 명월리가 백마촌, 시래, 웃시래, 절골 등의 자연부락을 거느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어느 부락을 지칭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 실내초등학교(實乃初等學校)는 스치듯 지나간다. 그나저나 요즘은 초등학교가 하나도 없는 면(面)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했다. 그런데 면소재지도 그렇다고 큰 부락도 아닌 이런 오지에 ‘초등학교’가 들어서 있다는 게 놀랍다. 도로변을 따라 줄줄이 늘어서있는 군부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접경지역 초등학교 대부분은 군인 자녀들이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니 말이다.

▼ 10 : 12. 명월2리는 ‘경로당’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IoT)’. 100세 시대! 어르신 건강, 이제 스마트하게 챙기세요! 정부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으로 활기찬 노년을 지원해오고 있다. 그나저나 65세 이상이라는 대상을 보자마자 갑자기 숙연해지는 이유는 뭘까? 언제부턴가 나도 그 어르신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명월2리 도로명·주소 안내도. 주민들의 이름이 적힌 여느 마을들과는 달리 이곳은 이름 대신에 주소를 적어 넣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하지만 주택은 사람이 바뀌어도 주소는 남는다.

▼ ‘Joy dream’ 뒤에는 ‘명성유치원’이 숨어 있었다. 시골로 내려오기 전 강남의 아파트단지에서 살 때, 어린이를 하루에 한 명도 만나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작은 마을에 유치원이 그것도 두 개나 있다는 게 놀랍다. 조금 전 실내초등학교에도 병설유치원이 개설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젊은 군인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뜻으로 안중근 의사가 려순(旅順) 옥중에서 쓰셨다는 문장이다. 그런 군인들이 재판정에 줄줄이 늘어서는 요즘의 세태에서 씁쓸한 감회를 느끼는 것은 나만의 오해일까?

▼ 자전거길은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페인트 색깔까지 선명했다. ‘이기자 부대’의 해체(2022년)로 인해 사내면 일대는 panic상태에 빠졌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사창리~명월리 구간 보행로 및 자전거도로를 개설한다더니 그게 완공되었나 보다.

▼ 10 : 22. ‘하실대교’를 건너자 작은 쉼터가 조성되어 있었다. ‘명월2리’ 표지석과 벤치, 자전거거치대가 설치되어 있다.

▼ 자전거길은 다양한 모양새를 취한다. 대부분이 시멘트길이지만 가끔은 데크길로 변하기도 한다.

▼ 자전거길이 매달려있는 ‘수피령로’의 옆으로는 ‘사창천(史倉川)’이 흐른다. 수량은 많지 않으나 널찍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것이 물놀이하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겠다.

▼ 이런 걸 보고 ‘친환경’이라고 하나? 기존의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길을 냈다.

▼ 길은 이렇게 둘로 나뉘기도 한다. 하천을 따라가는 왼쪽은 ‘자전거길’, 에돌아가는 게 싫은 사람들은 오른쪽의 도로를 따라간다.

▼ 하지만 오가는 차량을 살펴야하는 것은 오롯이 걷기 여행자의 몫이 된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은 다시 합쳐진다.

▼ 10 : 39. 규모가 제법 큰 부대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길가에 ‘승리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표지석 말고는 너른 공터가 전부인 이름뿐인 공원이었지만.

▼ ‘승리부대’는 ‘제15 보병사단’을 상징하는 또 다른 표현이다.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 8일,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경비 중이던 38, 39, 50연대를 기반으로 육군 직할부대로 강원도 양양군에서 창설되었다. 1953년 강원도 고성지구 전투를 시작으로 351고지 전투를 비롯한 16회의 전투를 통해 북한 7사단 주력을 섬멸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려 현재의 동해안 최북단까지 형성된 휴전선을 확정짓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부대를 방문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부대’로 높이 평가하고 ‘승리부대’라는 별칭을 부여했다나?

▼ 그런데 승리부대와 호돌이는 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나저나 승리부대의 마크는 3개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붉은 원은 태양을 상징하며 사단의 용맹함을 나타낸다. 푸른 원은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며, 노란색 원은 사단의 무궁한 번창을 상징한단다.

▼ 계속해서 ‘수피령로’를 따라간다.

▼ 10 : 47. 명월3리 마을회관. ‘수피령로’에서 ‘박달로’가 갈려나가는 삼거리로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평화의길은 계속해서 수피령로를 따라가는 반면, 평화누리자전거길은 ‘박달로’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두 길은 ‘광덕2리 경로당’ 부근에서 다시 만난다.

▼ 삼거리 부근에서 지류 하나를 보탠 ‘사창천’이 몸집을 한껏 부풀렸다. ‘두산백과’는 사창천이 본류와 7개의 소하천인 북방천, 백마천, 명월천, 만물천, 박달천, 솔대천, 먹봉천 등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명에 위치를 대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가늘어지는가 싶던 빗줄기가 언제부턴가 그쳤다. 철원군으로 넘어가면서 다시, 그것도 아예 폭우로 변해버렸지만.

▼ 11 : 02. 사창정수장. 면(面) 단위이지만 수돗물이 공급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맞다. 요즘은 전국 방방곡곡, 상수도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이 없다고 했다.

▼ 저 시설물 위치도는 대체 뭘 알려주고 싶은 것일까?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만 잔뜩 늘어놓았다.

▼ 토종벌의 치열한 삶의 현장. 야생동물이 침범할 수 없도록 바위벼랑 위에다 벌통을 설치했다.

▼ 11 : 10. ‘솔대교’로 사창천을 건넌다. 조금 전, 윗솔에서도 ‘대교(大橋)’를 만났었는데 또 큰 다리란다. 길이라고 해봐야 50m도 채 되지 않는데 말이다.

▼ kakaomap은 ‘화악사택아파트’와 ‘하늘정원아파트’로 표기하고 있었다. road view로 보면 blind 처리되어 있다. 군인들의 사택인 모양이다.

▼ 다리 건너에는 ‘하람 633 북카페’가 있었다. 요즘은 차(茶)에 뭔가를 하나 더 얹는 게 대세인 모양이다. 우리 동네에는 심지어 ‘bird 카페’까지 있다.

▼ 오랜만에 범부채꽃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범(虎) 무늬 꽃에 부채모양 잎사귀를 단 ‘범부채’는 지닌 아름다움보다 생에 대한 집착으로 더 유명해진 꽃이다. 여느 꽃들과는 달리 꽃이 졌다고 해서 꽃잎을 흩뿌리지 않고 꽈배기처럼 꼬아가며 마치 다른 꽃처럼 변신하기 때문이다. 꽃이 져도, 꽃으로 남고자 하는 마지막 몸짓이라고나 할까? 꽃말은 ‘정성어린 사랑’이라고 했다.

▼ 이후부터는 ‘사창천’의 둑길을 따라간다.

▼ 산골 마을인 ‘사창6리’의 주업은 대파 재배인 모양이다. 마을이 온통 대파로 둘러싸여 있다. 뒤로 보이는 산은 ‘두류산(頭流山, 993m)’이 아닐까 싶다. 명월이가 누워 있는 옆모습을 닮았다는 산으로, 금강산을 찾아가던 신선들이 두류산의 뛰어난 풍경에 반하여 잠깐 쉬어갔다는 전설이 있다.

▼ 사창천을 앞뜰 삼은 ‘원투쓰리펜션’. 가구판매점까지 겸하는 모양이다.

▼ 사창천을 따라가던 둑길이 바위벼랑을 만났다. 그렇다고 길이 끊길 수야 없는 노릇. 바위절벽에 가로막힌 평화의길이 묘수를 부렸다. 흡사 제비집이라도 되는 양 바위절벽에 기대 길을 냈다.

▼ 11 : 26. ‘사창3교’를 건넌다. 사창천을 건너 아까 ‘솔대교’에서 헤어졌던 ‘수피령로’로 다시 되돌아간다고 보면 되겠다.

▼ ‘사창천(史倉川)’이 강(江)을 연상시킬 만큼 넓어졌다. 사내면 실내고개 일대에서 발원한 사창천은 명월리를 거쳐 이곳 사창리에서 지촌천(芝村川)에 합류된다. 길이는 9.5km쯤 된단다.

▼ 11 : 28. 수피령로에서 ‘사내로’가 갈려나가는 삼거리. 저 모서리에 사내면의 명소로 자리 잡은 ‘토마토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니 꼭 들러보도록 하자. 참고로 화천군은 면적의 86.2%가 산지로 형성되어 있다. 날씨는 내륙 산악 지방의 특징인 대륙성 기후다. 연평균 기온 9.4°C, 1월 평균기온 -7.2°C, 8월 평균기온 26.4°C로 고랭지 채소 재배의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채소에 속하는 토마토 재배에 으뜸 지역인 셈. 열대야가 없는 서늘한 한여름 밤이라 화천군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당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고 한다.

▼ 11 : 30. ‘사내로’를 따라 100m쯤 걸었을까 ‘사내도서관’이 맞는다. 그런데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이란다. 거주 군인들이 많은 지역 특성상 어린이들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지자체에서는 그 아이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을까?

▼ ‘토마토공원’은 도서관 뒤편에 들어서 있었다. 화천은 국내 토마토 대표 산지이다. 해마다 7월이면 화악산 일대에서 토마토축제까지 열린다. 토마토공원은 토마토 축제를 기념하고, 맛 좋고 품질 좋은 화천 토마토를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 공원에는 국내 유명 조각가들이 참여해 만든 16점의 토마토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다. 그밖에도 토마토를 형상화한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쉬어갈 수 있는 벤치, 포토 존 등이 마련되어 있다.

▼ 이길종 작가의 ‘촌부(村婦)’라고 한다. 농촌 여인이 토마토를 그릇에 놓고 파는 한국적인 옛 풍경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아쉽게도 작가나 작품 의도를 적어놓은 작품은 이것 하나뿐이었다.

▼ 토마토가 저런 형태로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줄기에서 수십 개가, 그것도 한꺼번에 열린다면 토마토농부 금방 부자 되겠다.

▼ 포토죤은 ‘소의 등에 올라탄 소년소녀’ 조형물을 배경 삼도록 했다.

▼ 사내도서관과 사내종합문화센터 사이는 널따란 공터이다. 토마토를 형상상화 커다란 게이트가 입구를 지키는 걸 보면 토마토축제가 이곳을 중심으로 열리는 모양이다.

▼ 해마다 열린다는 ‘토마토축제’가 올해는 8월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모양이다. 예년처럼 6개 테마, 40여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지난 봄 이상기후로 토마토 생산량이 다소 감소해 축제일정을 기존 4일에서 3일로 하루 단축했단다. ‘화천 토마토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황금반지를 찾아라’이다.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붉은 토마토 풀로 뛰어들어 행운을 찾으며 더위도 식히는 색다른 이벤트이다. 올해는 3회에 걸쳐 진행되는데 파지 토마토 22t과 금반지 20돈이 투입될 예정이라나?

▼ 토마토시네마. 화천군에 있는 3개(하천읍의 산천어시네마, 상서면의 DMZ시네마)의 ‘작은 영화관’ 중 하나로, 접경지역의 오지에 들어서있지만 수도권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속도에 맞춰 최신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단다. 그런데도 관람료는 7천원, 수도권의 딱 절반 수준이다. 외출·외박을 나온 장병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문화시설이지 싶다.

▼ 군부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시답게 ‘장병 쉼터’도 만들어져 있다. 2층 건물에 북카페와 동아리방, 휴게실 등을 갖췄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들렀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2023년 12월 10일 입대해 15사단 군악대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제대했다니까 말이다.

▼ 11 : 40. 요것조것 눈요기를 즐기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평화의길은 ‘사창리’ 시가지를 관통한다. 사창리(史倉里)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수도권을 오가는 관문이다. 접경지역의 면소재지답게 군인들을 위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저녁시간이면 휴가와 외박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들로 붐벼 우스갯소리로 상인들도 ‘명예 27사단 군인’이라고 할 정도로 군 친화적인 상권이다.

▼ 하지만 거리는 대체로 한산해 보였다. 사내면은 지난 2022년의 ‘이기자 부대(27사단)’ 해체로 인해 인구가 급감하는 등 지역경제 기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군부대 의존율이 높은 지역 상권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하겠다. 참고로 1953년 양양에서 창설된 ‘이기자 부대’는 70년 가까이 중부 전선 최강부대로 명성을 쌓아오다 2022년 11월에 해체됐다. 국방부는 화천 최전방 지역에 있던 육군 15사단 사령부를 27사단 자리로 이동 배치하는 등 부대 해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사내면 특히 지역 상인이 겪는 고통을 모두 없애줄 수는 없었단다. 하긴 부대가 해체된 2022년 11월 말 6043명이던 인구가 2년여 만인 올해 4월 말 5624명으로 419명이나 줄었다니 이를 말이겠는가.

▼ 아예 문을 닫아 건 상점들도 여럿 보였다. 부대 해체로도 모자라 군부대 외출·외박 위수지역까지 폐지되면서 지역에서 복무하고 있는 군 장병들마저 춘천 등 인근 도시지역으로 떠났으니 지역 상인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게 문을 닫아거는 상황으로 이어졌을 테고 말이다.

▼ 택시 승강장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우리 일행은 수월하게 택시를 부를 할 수 있었지만.

▼ 11 : 43. 평화의길은 ‘사내파출소 앞’ 회전교차로에서 3시 방향으로 간다. 포천·서울로 가는 75번 국도(포화로)이다. 11시 방향의 56번 국도(사내로)는 화천·춘천으로 이어진다.

▼ 도로변 축대가 홍보의 마당으로 탈바꿈했다. 거칠기만 하던 시멘트벽을 타일로 덧씌운 뒤 토마토와 관련된 문양들을 그려 넣었다. 사내면에서 토마토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맞다. 지난해에 열린 ‘토마토축제’에는 외국인 2,170명을 포함해 모두 13만 3,500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주민과 관광객이 한데 모여 토마토를 던지고 즐기는 스페인 발렌시아주 부뇰의 축제인 ‘라토마니타(La Tomatina)’를 떠올리게 하는 ‘황금반지를 찾아라’같은 이벤트가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전쟁’이라 불리는 스페인 사례와 맑은 물, 군사도시라는 지역특성을 접목한 이벤트이다.

▼ 토마토관련 백일장이라도 열리는지 어린이들이 그린 듯한 그림 수백 장이 타일화로 제작·조립·부착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벽화를 완성시킨다.

▼ ‘포화로’를 따라간다. 군인들이 많은 도시답게 군인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기도 한다. 함께 들어서있는 식당이나 교회 등은 하나같이 ‘승리’라는 15사단의 아명을 달았다.

▼ 11 : 49. ‘토마토가 붉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얘기가 있다.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심신이 건강해져서 병원 갈 일이 없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토마토가 얼마나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지 이 속담 하나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사내면의 토마토는 그중에서도 으뜸이란다.

▼ 11 : 56. ‘사내고등학교’에서 복주산자연휴양림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하오고개’를 넘는 구간인데, 멀고 힘들기만 할 뿐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광덕2리 경로당 근처에 ‘천년장승’이 있다지만 택시 기사님이 알려주는 곳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관리부실로 없어진지 이미 오래되었단다.

▼ 12 : 32. ‘복주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평화의길’을 이어간다. 해발 1,157m의 ‘복주산’ 자락에 조성된 국립자연휴양림으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인공림과 어우러진 울창한 산림과 ‘용탕골’이라는 맑은 계곡을 끼고 있다. 하나 더. ‘복주산(伏主山)’이란 지명은 창조주가 물로 세상을 심판할 때 모든 곳이 다 물에 잠겼으나 이 산의 꼭대기만 복주께(주발) 뚜껑만큼 남아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 이곳은 19코스와 우회노선(19-1코스)이 나뉘는 지점이기도 하다. 19코스는 1,050m나 되는 능선을 넘는데다, 용탕골이라는 계곡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겨울철(12월-5월)이면 출입이 통제된다. 이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게 19-1코스이다. 장마철 폭우 때도 우회노선을 이용하는 게 좋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바윗길이 미끄러운데다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회노선을 이용할 경우 거리가 2배로 늘어난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 12 : 34 : 하오재로(463번 지방도)를 따라가면서 평화의길을 이어간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자전거길이 깔끔하게 나있다. ‘광덕2리 경로당’에서 19-1코스를 다시 만나 사이좋게 ‘하오재 고개’를 넘어온 모양이다.

▼ 그래피티(graffiti)? 도로변 축대를 화폭 삼아 뭔가를 그려 넣었다. 필체나 붓놀림이 하도 서툴기에 처음에는 그냥 낙서로만 보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읽을수록 가슴에 와 닿는다. ‘꿈이란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잊어버리는 그 무엇이 아니라 당신을 잠에서 깨우는 그 무엇’,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쉬우면서 어려운 것’ 등등. 이 정도면 낙서에서 거리의 예술로 등급 조정된 그래피티로 보아도 넉넉하지 않겠는가.

▼ 자전거길은 선반처럼 달아낸 잔도(棧道)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 3일 후면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이다. 햇밀과 보리를 먹게 되고 채소가 풍족하며 녹음이 우거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길가 ‘다래넝쿨’은 이제야 열매의 모양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머루, 으름과 함께 산행 중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야생 과일이다.

▼ ‘베일리코티지(Bailey Cottage)’. 뜨락(Bailey)이 고운 별채(Cottage)형의 펜션쯤으로 보면 되겠다. 덕분에 집사람이 꽃밭을 배경으로 삼은 예쁜 사진 한 장을 건질 수 있었다.

▼ 12 : 50. 왼쪽으로 갈려나가는 ‘방화동길’로 들어간다. 초입에 ‘누에마을(잠곡3리)’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 길은 ‘잠곡저수지’로 연결된다. 냇가를 따라 깔끔하게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 개울가에 민박과 펜션이 여럿 들어서 있었다.

▼ 12 : 55. 그렇게 잠시 내려가면 ‘잠곡저수지’가 얼굴을 내민다. 1992년에 착공 2003년에 완공된 농업용저수지로 437만t의 물을 가두어 824ha의 농사지역에 수혜를 준다. 잠곡·사곡·육단·와수·운장·용양지역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 복주산과 광덕산 사이, 해발이 410m나 되는 산골짜기에 들어선 ‘잠곡저수지’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수변에 그럴듯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 저수지 상류, 산골짜기에 들어선 ‘방화동’마을이 흡사 그림이라도 되는 양, 한 폭의 풍경화가 되어 예쁘게 펼쳐진다.

▼ 그 오른편에는 ‘잠곡저수지’가 놓여있다. 겨울철 잠곡 저수지가 꽁꽁 얼면 얼음축구, 얼음썰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접근성 좋고, 반면에 위험도는 낮은 이 언저리가 최적지이지 싶다.

▼ 12 : 02. 아름다운 풍광에 풍덩 빠졌다싶은데 길은 수면과 이별을 고한다음 차도인 ‘방화동길’로 올라온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 평화의길은 평화누리자전거길을 빌려 쓰는 모양새이다. 그래선지 곳곳에 세워놓은 안내판도 평화의길보다는 자전거길이 대부분이었다.

▼ 13 : 05. 이번에는 아예 ‘하오재로’로 올라서버린다. 이 구간도 역시 별도의 길을 선반처럼 달아냈다. ‘잠곡 수채화길 관광자원 개발사업’의 결과라는데, 데크길 말고도 수채화정원과 물안개 전망쉼터, 은빛물결 가족쉼터, 포토죤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단다.

▼ 노블레스 캠핑장. 귀족(noblesse)들이 머물러도 좋을 만큼 잘 꾸며놓았다는 자신감일까? 카라반(caravan)에 글램핑(Glamping)을 덧씌워 놓았다니 그런 자랑을 할만도 하겠다.

▼ 건너편 곶부리(串)에는 또 다른 캠핑장이 들어서 있었다. 맞다. ‘잠곡 수채화길’은 가족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가족쉼터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해 연중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한단다.

▼ 계속해서 ‘하오재로’를 따라간다.

▼ 산골짜기 깊숙이 들어앉은 덕분인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하긴 오죽했으면 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개설하고 그 이름을 ‘수채화길’로 포장해 놓았을까? 수채화처럼 곱다는 자신감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작명이다.

▼ 취수탑. 잠곡댐에는 저수지의 물을 이용하는 수력발전소가 있다고 했다. 하류로 방류되는 농업용수를 35m 낙차로 떨어지게 하여 일반주택 252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907㎿h)를 생산한단다.

▼ 잠곡저수지의 총 저수량은 437만 톤에 달한다. 댐은 길이 225m에 높이가 42m이며, 수혜면적이 824㏊나 된다. 6·25전쟁 및 남북분단으로 인해 철원군 북쪽의 강원도 평강군 봉래호저수지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철원 지역의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저수지를 축조하게 된다. 복주산 일대에도 농업용수가 필요했고, 이를 해결하려고 축조한 것이 ‘잠곡저수지’이다.

▼ 13 : 32. 댐에서 300m쯤 내려가면 샛길 하나가 갈려나간다. 평화의길은 이 길을 따라 잠곡3리(도덕동)로 내려간다.

▼ 13 : 35. 잠곡3리 버스정류장에 이르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참고로 ‘잠곡리(蠶谷里)’는 누에처럼 생긴 마을 입구 산에서 유래된 지명이라고 한다. ‘누에울’로 불리다가 잠곡으로 변했단다. 옛날부터 산뽕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실제 1960∼70년대만 해도 이 지역 주민들의 주 소득원은 양잠이었단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 등으로 양잠이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뽕나무가 사라졌고 ‘누에’는 지명으로만 남았다. 그러던 마을이 2000년대 중반 들어 ‘누에마을’로 화려한 부활을 했다. 뽕나무를 심어 마을 이름에 어울리는 경관을 갖춘 다음, 뽕잎 따기, 누에먹이주기, 뽕잎칼국수 시식 등 뽕나무를 활용한 누에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그게 크게 성공을 거두었던 모양이다.

▼ 평화의길 인증 QR코드는 ‘도덕교’ 서단의 평화의길 이정표에 붙어있다. 오늘은 13.31km를 3시간 40분에 걸었다. 해발이 765m나 되는 ‘하오재고개’ 구간을 생략한 덕분에 수월하게 트레킹을 마칠 수 있었다.

▼ ‘결혼생활은 원수를 사랑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만큼 결혼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그 기대가 어긋날 때마다 조금씩 서운한 마음이 쌓여간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기대하기보다 먼저 마음을 건네는 것이다.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맞춰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고 결국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 준다.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며 둘만의 삶을 그려나가는 것. 그게 우리 부부의 하루하루이고, 트레킹 덕분에 오늘 하루도 우리는 그렇게 보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