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도(元山島)

 

여행일 : ‘20. 2. 3()

소재지 :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

트레킹 코스 : 77번 국도구치마을사창마을진말마을오로봉오봉산-증봉산오봉산 해수욕장사창해수욕장77번 국도원산도해수욕장(소요시간 : 3시간)

 

함께한 사람들 : 좋은 사람들


특징 : 충청도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11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섬은 동서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서쪽에 위치한 오로봉(五老峰, 118m)을 제외하면 50m 이하의 낮은 구릉지와 평지가 대부분이다. 그래선지 해안선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해수욕장들 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다. 또한 이 섬은 남쪽이 사빈(沙濱)으로 이루어진 반면 북쪽은 해안선의 출입이 심하다는 특징도 있다. 그 만입부들은 대개 간척(干拓)이 되어 농경지로 이용된다. 때문에 주민들은 섬인데도 불구하고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삶을 영유한단다. 참고로 이 섬은 과거 고만도 또는 고란도(孤蘭島)라 불렸다. 그러다가 자를 고을과 같은 의미를 가진 ()‘자로 고쳤고, 거기에 섬 자체가 구릉(丘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까지 뫼 산()’자를 닮았다는 특이점을 더해 원산도라 했단다. 1914년 일제(日帝)의 식민통치 편의를 위해 시행됐던 행정구역 개편이 만들어낸 일화가 아닐까 싶다.


 

찾아오는 방법 :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에서 빠져나와 ‘40번 국도를 이용 광리교차로(홍성군 서부면 광리)까지 온다. ‘서산A지구 방조제방면이다. 96번 지방도로 옮겨 서산A지구서산B지구방조제를 연속해서 건너면 원청사거리(태안군 남면 원청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77번 국도로 바꿔 타면 안면도를 종단한 후 원산도에 이르게 된다. 작년 말 안면도와 원산도가 다리(원산·안면대교)로 연결되면서 배를 타지 않고도 입도(入島)가 가능해졌다

 

트레킹 들머리는 오봉산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가의 펜션 신축현장

원산·안면대교를 건넌 다음 처음으로 만나는 교차로(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 558-311)에서 오른편으로 빠져나온다. 이어서 오봉산 해수욕장방향으로 잠시 들어가면 펜션단지 신축현장이 나온다. 작년 말에 개통된 원산·안면대교에 이어 내년에는 대천항을 잇는 해저터널까지 연결된다니 저런 펜션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형버스는 딱 이곳까지만 진입이 가능하단다. 오봉산해수욕장과 초전마을까지 도로가 나있지만 단차선(單車線)이라서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라도 마주칠 경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회차(回車)를 시킬 만한 공간도 없다니 어쩌겠는가.



원산도(元山島)고을 원()’자에다 뫼 산()’자를 첨가한 지명이다. 섬의 생김새는 정말 뫼 산()’ 자를 떠올리게 한다. 자의 각 획에 해당하는 곳에 원산 1, 2, 3리로 이루어진 마을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산 1리는 원산도의 행정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선촌과 진고지, 간사지 등으로, 원산 2리는 선촌항과 더불어 대천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취항하고 있는 저두(猪頭)와 점촌(店村), 개경, 구치(鳩峙) 마을로, 그리고 원산 3리는 진촌(鎭村), 사창(射倉), 초전(草箭), 관가 마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봉산해수욕장 방향으로 들어가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10분쯤 걸었을까 구치(鳩峙) 마을이 나온다. 포구가 없는 걸 보면 이 마을의 주업은 농업인가 보다. 하긴 마을 앞의 들녘이 저렇게 넓으니 구태여 바다로 나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십자가에 지붕까지 씌운 교회가 보이기에 카메라에 담아봤다. 저 정도로 소중하게 십자가를 모시는 교회를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걸으면 어마어마하게 너른 들녘이 나타난다. 그 끄트머리를 방조제(防潮堤)가 지키고 있는 걸로 보아 간척지(干拓地)인 모양이다. 아니 간사지들이라고도 불린다는 간척평야가 맞다. 방금 전에 지나온 구치마을도 이 간척지 제방 축조 때 인부들이 기거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장'이라고도 불린단다.



제방 앞에서 왼편으로 꺾으면 원산도의 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사창(射倉)’ 마을에 이른다. 옛날 곡식 3,500여 섬을 저장하던 사창이 있던 자리라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라는데 윗말과 도랫말(턱금말, 구억말), 아랫말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나저나 마을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지어져 있었다. 아니 어느 마을이나 똑 같은 풍경이었다. 이는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객선이 선착장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다녔다고 했는데 다리가 놓인 지금도 운행하는지는 오르겠다.



마을 앞 표지석(이정표를 겸한다)은 이 마을 남쪽에 사창해수욕장이 있음을 넌지시 귀띔해준다. 손길이 많이 타지 않아 아직도 태초의 자연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란다. ! 선답자들은 사창에서 바라보는 해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만큼 찬란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출인지 일몰인지는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곳을 말하는지 아니면 이따가 들르게 될 사창해수욕장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마을 앞에는 서해의 명물인 '갯벌'이 널따랗게 펼쳐진다. 썰물이 되면 저 갯벌은 훨씬 더 넓어진다고 한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벌에는 조개가 지천이다. 이곳 원산도에서는 '맛조개'가 많이 잡힌단다. 그렇다고 아무나 조개를 잡을 수는 없다. 어민들의 생활터전인 양식장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갯벌 끄트머리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푸른 봉우리는 밤섬시루섬일 것이다. 밤섬은 원래 섬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육지와 연결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되었단다.



조금 더 걸으면 진촌(鎭村)’이다. 사창과 섬창 사이에 있는 마을로 넘말, 진말, 섬창말 등이 있다. 이곳에서 길은 둘로 나뉜다. 원산도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오봉산해수욕장은 왼편이다. 계속해서 해안길을 따르면 섬창을 거쳐 초전(草箭)’ 마을에 이르게 된다. 선촌마을 및 저두마을과 함께 선착장을 갖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또 윗말과 풋살, 안동네로 나뉜다. 구치에서 진말까지 오는데 10분이면 충분했다. 그만큼 가깝다는 얘기이다.



진촌에는 방파제도 없었다. 그런데도 포구에 조그마한 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오밀조밀하게 정박해 있다. 최소한 대여섯 집은 바다에 얹혀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원산·안면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왕복 4차로의 저 다리는 1.8로 전국에서 6번째로 길다. 2010(12)부터 2019(1227)까지 9년간 2,082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여기에 대천항으로 연결되는 6.9km의 해저터널이 2021년 완공될 경우 대천항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자동차 이동 거리는 94.39km에서 14.1km로 줄어든단다. 시간은 1시간50분에서 10분대로 단축된다.



초전마을 방향으로 잠시 걷다가 왼편 골목으로 들어간다. 오봉산으로 오르기 위해서이다. 이곳 말고도 초천마을이나 오봉산해수욕장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마을 안길을 통과하면 언덕 위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거리가 하도 짧아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 겨를도 없이 언덕 위에 올라선다.



언덕에는 가족 묘역(墓域)이 들어서 있었다. 맨 위쪽은 납골당, 그 아래로 석물까지 갖춘 봉분 서넛이 들어서 있었다. 선답자들은 추계 추씨진주 강씨의 묘역이라고 적고 있었는데 직접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언덕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진촌마을과 그 앞의 갯벌은 물론이고 반대편의 초전마을(아래 사진)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초전마을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선착장이 나름대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뒤에 있는 섬은 군관도(軍官島)이다. 옛날 오천에 주둔하고 있던 수군절도영의 문을 지키는 군관의 역할을 했다는 바위섬이다. 그 뒤에서 나도 있다며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바위섬은 거북이의 형성을 쏙 빼다 닮았다는거북바위일 것이다.



이젠 능선을 따라 오봉산으로 향한다. 산책로처럼 완만하게 시작된 산길은 조금씩 가팔라진다. 그러다가 끝내는 갈 지()’자를 쓰고 나서야 고도를 높일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르게 변해버린다.



10분 정도의 힘겨운 싸움을 치른 뒤에야 우린 오봉산의 최고봉인 오로봉(118m)에 올라설 수 있었다. 뽈록하니 솟아오른 정상에는 봉수대(烽燧臺)가 복원되어 있다. 왜적의 침략이나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멀리 외연도에서 녹도를 거쳐 온 신호를 오천 수영성의 수군절도사로 연락을 취하던 곳이다. 그렇다면 연변봉수(沿邊烽燧)였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 연변봉수는 바다정찰과 신호전달, 해안경비뿐만 아니라 적의 침략 시 자체적으로 응전, 방어하는 임무까지 맡고 있었음도 기억해 두자.



해발고도가 116m인 봉수대에는 삼각점(고남 419)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블랙야크에서 세운 것으로 보이는 &인증표지판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로 원산도는 높지 않은 봉우리가 많은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산 이름만 봐도 오봉산, 안산, 큰산, 당산, 범산, 증봉산 등 여럿이다. 그중 오봉산에 있는 이곳 오로봉이 116m로 가장 높다.




봉수대답게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왼쪽으로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오른쪽 서천군 장항제련소까지 주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변 바다를 점점이 수놓은 서해안의 보석 같은 섬들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새로 놓인 원산·안면대교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 이곳은 일출의 명소로도 유명세를 탔다. 이른 아침 찾아오면 멀리 대천항 너머 산 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단다.




이젠 증봉산으로 갈 차례이다.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또렷하게 길이 나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증봉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이곳 오봉산이 다섯 형제가 어깨동무를 한 것 같은 형상이라더니 그 말이 맞은 모양이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진행하자 오봉산의 정상에 올라선다. 하지만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이정표 하나도 세워놓지 않았다. 그저 오봉산 정상이라고 적힌 선답자의 리본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렇다고 조망이 트이는 것도 아니다. 오봉(五峰)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내 바람은 여기서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오봉산을 지난 산길은 서서히 아래로 향한다. 이어서 느긋하게 8분쯤 걸었을까 산길은 안부사거리로 뚝 떨어진다. 이정표는 없지만 증봉산은 맞은편이다. 하지만 증봉산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다음 행선지인 오봉산해수욕장이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야만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른편은 초전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다시 시작된 오르막길을 따라 5분쯤 진행했을까 무너져가는 건물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곳이 바로 증봉산(102.2m)’의 정상이다. 증봉산도 역시 정성표지석이나 이정표 등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알만한 산꾼들이 매달아놓은 리본들이 이곳이 증봉산의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젠 범산으로 갈 차례이다.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내려서서 2분쯤 걸었을까 반대방향에서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잘 것이 없어서 범산 탐방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앞서가던 집사람이 그들처럼 발걸음을 돌려버린다. ‘레이디 퍼스트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 나 또한 그녀 뒤를 뒤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부사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오봉산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임도처럼 널찍한 산길은 등산로답지 않게 경사까지도 거의 없었다.



산에서 내려오자 민박집 여럿이 늘어서 있다. 소나무 숲속에는 이국적 풍모의 펜션이 여러 동() 들어섰다. 식당과 가게를 겸하는 상가들도 보인다. 누군가 이곳을 소개하면서 민박에서 캠핑까지, 백사장에서 갯벌까지, 섬 해변의 특색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더니 옳은 표현이라 하겠다. 또한 그는 최고의 가족단위 피서지라는 칭찬도 빼놓지 않았었다.



! 저 부근에 관가(관개)’ 마을이 있다고 했는데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다. 아까 오로봉에서 만났던 봉수대를 관리하던 관아(官衙)가 있었다는 마을 말이다. 홍주관할의 이 관청이 있던 자리에서는 현재도 기와조각이 출토된다고 했다.



바다에는 작은 섬 하나가 두둥실 떠올랐다. 그 오른편에 삽시도가 들어앉았고, 둘을 에워싼 하늘은 뭉게구름이 두둥실.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시킨다.



해수욕장의 북서쪽 선착장 너머에 있다는 새 벼락 바위는 찾아보지 못했다. 새가 벼락을 맞아 바위로 변했다는 스토리텔링까지 갖고 있는 이 바위는 바다로 뻗어나간 거대한 바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모양새라고 한다. 그 형상이 서산 황금산의 코끼리 바위를 빼다 닮았다는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물이 덜 빠진 탓에 바닷가로 내려설 수조차 없으니 어쩌겠는가.



오봉산 해변은 폭 150m에 길이가 2쯤 되는데 백사장을 따라 소나무 숲이 우거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나무 아래는 캠핑 장소로도 명성이 높다. 전기시설은 없지만 공중화장실은 항상 개방되고 있단다. 별도의 입장료와 이용료를 받지 않음은 물론이다. 또한 백사장 주변 갯벌에서는 바지락과 맛조개 등도 잡을 수 있단다. 가족단위 피서지로 제격이라 하겠다.



해식애로 인해 더 이상 진행을 못하게 된 우리 일행은 왼편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그리곤 진말마을로 향한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성경 구절이 적힌 담벼락이 인상 깊었던 마을이다. 주인장의 신앙심이 꽤나 깊었던 모양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항아리가 보여 카메라에 담아봤다. 기존의 항아리로 사람 얼굴을 만들었는데 균형미에 해학까지 담아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마을로 들어선 탐방로는 다시 오른편으로 방향을 꺾는다. 이어서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잠시 걷는가 싶더니 이내 작은 다랑논과 밭을 지나 나지막한 구릉(丘陵)을 넘는다. 그렇게 우린 사창(射倉) 마을에 이르렀다. ! 안산(案山)을 넘어 사창해수욕장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들머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일 것이다. 참고로 안산은 풍수의 사신사(四神砂) 가운데 주산인 당산에 대응하는 산이다. 마을 안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당산의 서쪽에 자리한다. 원산도에서는 이곳 사창(射倉)과 진촌(鎭村, 짐말) 사이의 안산 외에도, 저두(猪頭, 도투머리)의 안산, 진고지(鎭串之, 진곶지) 안산 등이 있다.



사창해수욕장은 아까 만났던 오봉산해수욕장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샤워장이나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변도 순수한 모래사장이 아니고 자잘한 몽돌이 깔려있는 것이다. 가게나 식당 같은 상가도 없다. 대신 펜션은 두어 곳 보이니 차량을 가지고 들어와 숙소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라 하겠다. 오봉산해수욕장에서 이곳 사창해수욕장까지는 25분이 걸렸다.




사창해수욕장의 또 다른 특징은 해안의 중간쯤에 갯바위 지대가 있다는 점이다. 물이 빠졌을 때 바위에 붙어 있는 고둥이나 게 잡이를 체험해보기에 딱 좋은 곳이다. 우람하진 않지만 잠깐의 눈요깃감으로도 충분했다.



바위지대를 지나자 또 다른 백사장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같은 해안인데 하도 몸집이 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둘로 나뉘었나 보다. 그래선지 양쪽 모두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다만 조금 전보다는 훨씬 더 모래의 비중이 커졌다.



해안의 양 끝은 해식애(海蝕崖)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해수욕장과 해수욕장은 바닷길을 통해 이어갈 수 없다. 하지만 낚시꾼들에게는 잘 발달된 암초와 알맞은 수심 덕에 별천지로 예우를 받는단다. 그리고 낚싯대를 드리우기만 하면 놀래미와 우럭, 살감성돔 등을 손쉽게 잡아 올릴 수 있단다.



이제 남은 곳은 원산도 해수욕장저두 해수욕장만 남았다. 바닷길로 이어갔으면 좋겠는데 날카롭게 서있는 해식애가 가로막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일단 도로가 있는 사창마을까지 되돌아 나가기로 했다. 그렇다고 산자락까지 기웃거리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은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니겠는가. 아쉽게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사방에 널린 공사 현장들 때문에 길이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옛길과 새로 생긴 길을 번갈아가며 걷다보니 트레킹을 시작했던 펜션이 나오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연장된 ’77번 국도에 이른다. 사거리인 이곳에서 우린 오른편 대천항 방향으로 진행했다. 곧장 직진하면 선촌항, 왼편은 안면도로 연결되니 참조한다.



국도변의 인도를 따라 걷기를 20, 공사현장이 길을 막는다. 77번 국도를 대천항으로 연결시키는 해저터널 공사인데 2021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길이 6.9km의 이 터널이 완공될 경우 우리는 일본의 동경 아쿠아라인(9.5km)‘, 노르웨이의 봄나 피요르드(7.9km)‘, 에이커선더(7.8km), 오슬로 피요르드(7.2km)에 이어 세계 5위의 해저터널을 보유하게 된단다. 또 하나의 눈요깃거리를 갖게 되는 셈이다.



공사현장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서 조금 더 걸으면 원산도해수욕장이다. 화장실과 샤워장을 갖춘 널따란 주차장에는 서너 대의 푸드 트럭이 문을 열고 있었다. 아직 입춘 전인 점을 감안하면 이곳 원산도해수욕장은 철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매년 여름 휴가철에 약 10만 명의 피서객이 찾는다니 이를 말이겠는가. 참고로 이곳은 원산도에서 가장 넓은 해수욕장이다. 해변의 길이가 약 2km에 이른다. 해변 정중앙에 도로가 나있는데 주민들은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편을 원산도해수욕장, 그리고 왼편은 원산도 옆 해변으로 구분한단다.



주차장을 지나자 눈이 부시도록 하얀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원산도해수욕장은 하얀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고운 모래가 자랑이다. 서해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남향의 해수욕장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거기다 조류의 영향이 적고 완만한 경사와 깨끗한 수질, 그리고 알맞은 수온을 갖고 있단다. 백사장 뒤쪽의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 숲도 빼놓을 수 없다. 소나무에 해먹(hammock)이라도 걸어놓고 누우면 시원한 바람은 기본, 이때 눈앞에 펼쳐질 바다는 보너스(bonus) 일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일상생활의 지루함을 금세 잊게 만드는 신비한 묘약이 아니겠는가. ! 끄트머리의 모퉁이를 돌면 저두해수욕장이 나온다고 했다. 해변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가 200m도 되지 않는 작은 해수욕장이다. 그래서 나 홀로 여행객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근처에 파출소가 있어 안전에도 문제가 없단다.



반대편에도 모래사장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 물이 빠졌을 때는 저 갯벌에서 해루질체험이 가능하다고 했다. 해루질은 전통 고기잡이 법이다. 물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갯벌에서 찰랑거리는 밤 시간, 그 찰랑거리는 물을 향해 랜턴을 비추면 고기들이 몰려드는데, 그때 잽싸게 손으로 잡는 방법이란다.



원산도해수욕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학익진(鶴翼陣)처럼 양 옆으로 날개를 편 백사장의 중간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이다. 원산도에서 가장 거대한 해식애(海蝕崖)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아치(sea arch)''시 스택(sea stack)'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두어 개의 해식동굴(海蝕洞窟, sea cave)‘이 들어서있어 여행객들에 훌륭한 눈요깃거리가 되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