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터키 여행

 

여행일 : ‘18. 8. 16() - 8.24()

 

일 정 : 이스탄불(16~17)아야스(17)투즈괼(18)카파도키아(18~19)이고니아 콘야(19)안탈리아(20)파묵칼레(20)에페소(21)트로이(22)이스탄불(23),

 

여행 둘째 날 : 보스포루스 해협(Bosporus strait) 유람선 투어

 

특징 :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인 보스포루스 해협은 흑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협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스탄불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유람선을 타고가다 보면 과거와 현재를 뒤섞어 놓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부유층이 사는 별장촌은 물론이고 해안가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궁전(宮殿)과 가난한 어촌 마을 등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전문가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배 안에서 마시는 차이 한잔의 여유를 꼽기도 하니 시도해볼 만도 하겠다. 또한 그들은 고등어 케밥을 먹는 재미도 추천한다. 배를 타기 전에 선착장 근처의 식당에서 고등어 케밥을 준비해 놓았다가 배를 타고 가면서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뱃놀이 시간을 그저 눈요기로만 채울게 아니라 다른 즐길거리까지 끼워 넣는다면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점심 후에는 에미노뉴(Eminonu) 부두로 이동한다. 보스포루스 해협(Bosporus Strait)‘을 둘러보는 일정인데, 해협을 왕복하는 크루즈가 출발하는 곳이 에미노뉴(Eminonu) 부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에미노뉴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지난번 여행 때는 배가 출발하자마자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를 지났었는데 이번에는 그 다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린 특이한 구조로 이루어진 복층(復層) 구주의 갈라타 다리를 구경하지 못했다. 서울로 치면 반포대교인 셈인데, 아래층인 잠수교 전체가 생선요리를 파는 식당가로 이루어져 잠깐의 눈요깃감으로 충분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린 신시가지에 있는 해안에서 유람선을 탔다고 보는 게 옳겠다. 그러고 보면 유람선마다 타고 내리는 게 제각각인 모양이다. 지난번에는 이곳을 출발한 배가 아시아 쪽 해안에 있는 부두로 가서 다른 관광객들을 태운 후에 2유라시아대교까지 갔다가 회항(回航) 했었는데, 이번에는 2유라시아대교에 한참을 못 미치는 곳에서 배를 돌렸고 거기다 배를 대는 곳도 보스포루스대교의 동단(아시아 쪽) 옆에 있는 선착장이었으니 말이다.

 

 

 

 

 

 

에미노뉴(Eminonu) 부두의 사진도 지난번 출장 때의 것을 가져왔다. 그리고 글도 당시에 썼던 걸 올려본다. 부두의 노천(露天)에는 간이식당들이 늘어서있다. 그리고 물위에도 아담하고 예쁜 지붕 얹은 배들이 떠 있는 것이 보인다. ‘고등어캐밥을 팔고 있는 식당들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생선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하긴 집집마다 고등어를 굽고 있으니 비린내로 넘쳐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비린내에 질려 사진만 찍고 얼른 유람선 위로 올라서버린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중의 하나라는 고등어 케밥이라지만 비린내가 싫었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선답자들의 얘기를 들었던 탓이다. 참고로 고등어캐밥은 빵의 가운데에다 구운 고등어를 통째로 놓고 그 위에 야채를 얹은 일종의 샌드위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

 

 

선착장 옆 부두에 정박한 작은 선박들에서 고등어 케밥을 판매한다. 터키 전통 복장의 케밥 요리사들이 뼈를 발라낸 싱싱한 고등어를 갑판 위에 설치한 커다란 철판에서 쉴 새 없이 구워낸다. 지글지글 연기를 피워 올리며 맛깔스럽게 구워진 고등어는 레몬즙이 뿌려지고 양파, 토마토, 피망 등과 함께 빵 사이에 끼워져 배 밖의 손님에게 건네진다. 고등어의 비릿함이 거북하면 피클이나 청량음료를 추가할 수도 있다. 아무튼 출렁이는 배에서 빚어낸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 여행에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별미로 꼽힌다. 이스탄불 시내의 다른 고등어 케밥 가게와 비교를 불허한단다. 그래서인지 에미노뉴 부둣가는 온종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해가 저문 뒤에도 불야성을 이룬다고 한다.

 

 

유람선은 정기선과 관광선 두 종류가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대부분 관광선을 이용한다. 정기선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운행 선박 또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크루즈는 보통 에미노뉴(Eminonu) 선착장에서 출발해서 갈라타교와 보스포루스대교를 지나 2 보스포루스대교까지 갔다 돌아오는 코스로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참고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에 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패키지여행자들은 가이드의 동선(動線)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그의 배려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유람선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시원스럽게 달려간다. 탑승객은 우리 일행이 전부이다. 그래선지 한껏 여유롭다는 느낌이 든다. 위층에 올라가보니 해변 좌측은 유럽인데 반해 우측은 아시아 땅이다. 묘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유럽 쪽 해안으로 자꾸만 눈이 간다. 어제 그리고 오늘 오전에 구경한 유적지들이 눈에 익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화가 유럽 쪽이 더 아름답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수도 있겠다.

 

 

출발지가 바뀐 덕분에 우린 처녀의 탑이라는 크즈 쿨레시(Maiden's Tower,Kız Kulesi)‘를 보지 못했다. 위스퀴다르 앞바다의 인공섬에 있는 작은 탑()으로 12세기 비잔틴 제국 때는 이곳에 해양 감시 초소가 있었다고 한다. 1763년 바로크 양식의 탑으로 재건되면서 그동안 등대로 사용되어오다가 리모델링(remodeling) 과정을 거쳐 2000년에 레스토랑 레안드로스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한다. 작은 전용 선박을 이용해 저곳까지 왕복할 수 있다니 참조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구시가지도 한눈에 쏙 들어온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이어지는 골든 혼을 사이에 두고 유적들이 몰려있는 구시가지(술탄 아흐메드 지역)와 최근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신시가지로 나뉜다. 주요 볼거리들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에 몰려 있다고 보면 되겠다. 가파르지만 꼭대기가 평평한 7개의 구릉(丘陵) 위이기도 한 이곳에는 거대한 이슬람 사원들과 용도가 바뀐 옛 성당들, 그리고 박물관으로 변한 여러 왕궁과 세계 모든 물품을 파는 대형 바자르들이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한꺼번에 눈에 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왼편의 유럽지역은 고색창연하면서도 반듯반듯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반면에 오른편 아시아지역은 덜 깨어난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멋진 풍광들이다. 터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이 얘기했던 보스포루스에서 노는 즐거움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들을 넓게 그리고 깊게 맞아들여본다. <거대하면서도 역사적이지만 방치된 도시. 힘차고 변화무쌍한 바다의 자유와 힘을 당신의 마음속에서 느껴보는 것이다. 복잡한 도시의 더러움과 연기 그리고 소음의 한가운데서 바다의 힘이 자신에게 전이되고, 그 모든 군중과 역사, 건물 속에서 여전히 홀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진행방향 저만큼에 보스포루스대교(Bosphorus Bridge, 터키어 Boğaziçi Köprüsü)가 보이기 시작한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개의 현수교 가운데 하나로 서쪽의 오르타쾨이(Ortaköy) 지구와 동쪽의 베이러베이(Beylerbeyi) 지구를 연결하는데 영국의 기술진에 의해 지어졌다. 영국의 프리드만 폭스 & 파트너스(Freeman Fox & Partners)’에서 설계한 도면으로 터키·영국·독일의 3개 건설회사가 협력하여 1970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터키 공화국 수립 50주년 기념일인 1973년에 1030일에 완공했다. 중력고정 현수교(gravity anchored suspension bridge)로 총 길이는 1,510m이고 다리의 폭은 39m이다. 현수교를 지탱하는 첨탑의 높이는 105m이며 다리 상판은 8개 차선과 1개 보도로 나뉘어 있다. 하루에 약 18만대의 차량이 다리를 이용하고 있단다.

 

 

 

 

보스포루스해협 유람선 이용 시 선상에서 맨 처음 만나는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ςe Saray)’은 왜 제국이 몰락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유럽해안을 따라 600m가량 뻗어있는 궁전은 술탄 압둘메지드 1(Abdülmecid I)1853년에 대리석으로 지은 궁전으로,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뜬 탓에 유럽풍이다. ‘모든 것이 가득한 정원이란 뜻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궁전은 화려함과 사치의 극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285개의 방과 43개의 홀, 각각 6개의 발코니와 목욕탕을 짓는 데 금 14t과 은 40t이 사용됐다고 한다. 전등 750개가 2층 홀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무게 4.5t의 초대형 샹들리에를 비롯해 36개의 샹들리에와 고급 수제 카펫, 150여개의 벽시계 등 호화스럽게 내부를 꾸몄다. 제국이 공화정으로 바뀐 뒤 프랑스로 쫓겨난 마지막 황태자는 199256일의 아주 짧은 고국 방문 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내가, 나의 부모가, 나의 선조가 나라를 잘 다스렸다면 여러분은 그 옛날의 부귀영화를 아직도 누릴 수 있을 텐데요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다음에는 시라간 궁전(Relax at Ciragan Palace)’이 고개를 내민다. 오토만 제국 최후의 술탄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한 이 궁전은 16세기에 나무로 지어졌다가, 1867술탄 압둘아지즈(Sultan Abdulaziz)‘가 대리석으로 재건축했다. 지금은 럭셔리한 별 다섯 개짜리 호텔로 임무수행 중인데 그동안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할리, 우마 서먼,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이 머물다갔을 정도로 유명하다. 환상적인 풀장과 보트는 물론이고 헬리콥터 서비스까지 A급 손님들이 원할만한 건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술탄의 스위트룸은 화려한 샹들리에와 시대풍의 가구, 그리고 예술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개인 집사 서비스까지 제공된단다.

 

 

해협의 양안(兩岸)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 기슭에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지형적으로는 일종의 익곡(溺谷)으로 양안은 급사면(急斜面)을 이루고 있는데 양쪽 기슭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가 매우 인상적이다. 숲 속으로는 고급스러운 건축물들이 많으며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것이 보기에도 아늑하다. 때문에 해협의 양안(兩岸)에 늘어선 아름다운 별장들은, 유럽의 부자들이 하계(夏季) 별장으로 이용하고 있단다.

 

 

 

 

아시아 쪽의 해안에는 술탄이 여름별장으로 사용했다는 궁전이 보이기도 한다. 언덕에는 제법 비싸게 보이는 별장들도 곳곳에 들어서있다. 개중에는 지은 지 백년이 넘는 것들도 있단다. 이런 집들은 불이 나서 전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인 마음대로 뜯어고치지를 못한단다. 문화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무튼 고급주택들이 유럽해안보다 아시아해안에 몰려있는 것으로 보아 휴양지로 삼기에는 아시아쪽 해안이 더 제격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두 개의 첨탑이 우뚝한 건물은 지도에 ‘Kuleli Sahil’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1800년대에 군대 막사용으로 지어진 건물로 현재는 군사학교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보스포루스해협의 바다를 잘 들여다보면 바다 속에 있는 길고 좁은 협곡을 따라 흑해에서 지중해 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바닷물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 흑해 방향으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반면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 속에서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물의 흐름이 있다고 한다. 유라시아대륙에서 흑해로 흘러드는 강물이 섞여든 흑해의 가벼운 물은 바다의 위쪽을 따라 지중해로 흘러가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하여 무거운 바닷물이 흑해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잠시 후 이번에는 2 보스포루스교가 나타난다. ‘파티흐 술탄 메흐메트(Fatih Bridge, Fatih Sultan Mehmet Bridge)’로도 불리는 다리이다. 서쪽의 히사뤼스튀(Hisarüstü) 지구와 동쪽의 카바식(Kavacık) 지구를 연결하는데 1988년에 완공되었다. 1교와 마찬가지로 영국의 프리드만 폭스 & 파트너스(Freeman Fox & Partners)’에서 그린 설계도면에 따라 터키·이탈리아·일본의 3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198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9887월에 완공했다. 저 다리도 역시 중력고정 현수교(gravity anchored suspension bridge)이며 총 길이는 1,510m, 폭은 39m에 다리를 지탱하는 첨탑의 높이는 105m이다. 첨탑 사이의 거리만 빼면 보스포루스대교와 규모가 같다. 터키 수도 앙카라(Ankara)와 서부 도시 에디르네(Edirne)를 잇는 트랜스 유러피안(Trans European)’ 고속도로 8차선과 비상도로 2차선이 다리를 지나가며 보도(步道) 통행은 제한된다. 하루에 약 15만 대의 차량이 이 다리를 이용하고 있단다. 이왕에 시작한 김에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보스포루스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하나가 더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탑(322m)을 자랑하는 3 보스포루스대교인데 총 연장이 2,164m(주경간 1,408m)로 이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장현수교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다리를 우리 기술진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과 SK건설이 컨소시엄(consortium)을 구성해 작년에 준공했다고 한다. SK건설은 터키의 야피메르케지와 컨소시엄으로 유라시아터널’(터키명칭 아브라시아튀넬리)도 건설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전용 복층 해저터널인데 터널 구간 5.4km에 육지 접속도로를 포함하면 14.6km에 달한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단숨에 관통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니 어찌 어깨가 우쭐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유람선은 다리에서 한참을 못 미치는 곳에서 뱃머리를 돌려버린다. 덕분에 우린 마호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하기 위해 지었다는 히사르(Hisar)를 눈에 담지 못했다. 히사르는 성()을 일컫는 터키어로서 해협의 양쪽에 하나씩 세워져 있다. 유럽 쪽에 있는 3개의 성을 루메르 히사르(Rumeili Hisar, 아래 사진으로 전에 이곳을 다녀가면서 찍었던 것을 올렸다)’, 그리고 아시아 쪽에 있는 것은 아나돌르 히사라고 부른다. 마호메트 2세는 이 성에다 대포를 설치하고 콘스탄티노플을 도우러 오는 다른 나라들의 배를 통과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젠 배를 내려야 할 차례이다. 우리가 내린 곳은 보스포루스대교 동단, 즉 아시아 쪽에 있는 선착장인데 이름은 모르겠다. 아무튼 누군가는 이곳 이스탄불을 오전에는 아시아를, 오후에는 유럽을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라고 했다. 아까 유람선을 탔던 곳이 유럽 땅이었는데 지금 내린 곳은 아시아 땅이니 딱 맞는 표현이라 하겠다. 그건 그렇고 포구에는 강태공들 여럿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터키인들 특유의 미소를 띠우고 있는 표정들이 한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 표정에 이끌려 그들에 다가가 본다. 기껏해야 많이 잡았냐는 문장이 다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난 터키인들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친절함이다. 선물이라며 자기가 잡은 물고기 중에서 가장 큰 놈으로 골라주었던 것이다. 처치할 수가 없는 선물이기에 극구 사양했지만 이방인에 대한 친절로서는 이보다 더할 수 없지 않겠는가.

 

 

여행 마지막 날 선택 관광 상품으로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ςe Saray)’을 찾았다. 둘째 날 오후에 유람선 투어를 하면서 보았던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을 닮은 건물이다. 이 궁전은 오스만 건축기법에 로코코와 바로크 양식을 가미한 탓에 오스만제국의 궁전이면서도 정원과 외관은 유럽식에 더 가깝다. 돌마바흐체는 정원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스만제국의 14대 술탄 아흐메드1(재위기간 1603-1617)가 이곳에 작은 정자를 세운 뒤로 목재 건물들이 들어서고 아름다운 정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이름이다. 당시의 건물들은 1814년에 있었던 대화재로 모두 소실되었고, 1853년 술탄 압둘메지드 1(Abdülmecid I)가 그 자리에다 궁전을 다시 지었다. 그는 그때까지 사용해오던 톱카프궁전이 유럽의 궁전들에 비해 호화롭거나 안락하지 않아 구닥다리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는 기울어가는 오스만제국의 위엄도 만방에 과시할 겸해서 새로운 궁전을 지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궁전을 짓는데 현재 가치로 15억 달러가 넘는 건축비가 들어갔다니 얼마만큼 화려하게 지어졌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그 화려함은 내부에서 더욱 두드러진단다. 45,000면적에 285의 방, 46개 홀과 68개 화장실. 그 넓은 공간에 값비싼 가구와 장신구, 그릇과 도기를 채우고 홀마다 우아한 조명과 거대한 샹들리에로 장식해 이동할 때마다 감탄이 끊이지 않는단다. 하지만 1856년 궁전을 완공한 후 재정이 기울었고, 7명의 칼리프()를 거쳐 제국은 터키공화국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만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건축물이라 하겠다. 그리고 난 과거의 번영이 끝이 난 줄도 모르고 허세부리며 서있는 유적 앞에서, 거대했던 제국이 왜 몰락했는지를 되새겨보며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본다.

 

 

 

 

궁전의 입구에는 5층짜리 시계탑이 있다. 궁전이 완공된 후인 1894년에 바로크양식으로 지어졌는데 높이가 27m에 이르는 석조(石造) 탑이다. 4층에 부착된 시계는 프랑스의 시계 제작자인 폴 가르니에가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계가 95분을 가리킨 채로 멈춰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터키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의 사망 시각을 기리기 위한 것이란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는데 아타튀르크는 1938111095, 집무 중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단다. 그래서 아타튀르크의 서거일이나 주요 국경일에는 아타튀르크가 머물던 당시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방을 특별히 공개하기도 한다.

 

 

 

 

 

 

마당에는 오래 묵은 대포도 전시해 놓았다. 거대했던 왕국만큼이나 커다란 몸뚱아리를 자랑하고 있다.

 

 

맞은편에는 돌마체흐프 자미(Dolmabahçe Cami)’가 있다. 1853년 술탄 압둘메지드(Abdülmecid)‘의 어머니 베즈미 알렘 술탄(Bezmi Alem Valide Sultan)이 코린트양식(Corinth style)으로 지은 이슬람의 모스크이다.

 

 

궁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사양하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다. 박물관으로 개조된 내부는 전에 이미 들어가 봤을 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까지 금지되고 있으니 또 다시 들어가 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든 곳이 해변에 자리 잡은 카페,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터키식 차인 차이(çay)’를 주문해본다. 난생 처음으로 터키를 찾은 집사람을 위해서이다. 현지의 전통 차를 마셔보는 것 또한 여행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진한 붉은색이 특징인 차이의 맛은 홍차와 우롱차의 중간 정도이다. 이를 마셔본 집사람은 낯선 차이점을 못 느끼겠단다. 그리곤 냉큼 터키식 커피를 입으로 가져간다. 하긴 수년 전 출장차 이곳에 들렀던 나도 마찬가지였었다.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맛을 즐기겠다고 찾아간 피에르 로티(Pierre Loti)’에서도 그 차이를 느끼지 못했었으니 두말하면 뭐하겠는가. 당시 나는 석양이 지는 골든 혼이 바라보이는 언덕의 카페에 앉아 터키의 맛을 차이(çay)’ 대신 터키식 커피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터키인들의 하루는 차이로 시작해 차이로 끝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는 일상적인 음료이다. 이왕에 터키에 왔다면 한번쯤은 꼭 마셔봐야 한다는 얘기이다.

 

 

수면 위를 나르는 갈매기들을 희롱하고 있는 집사람의 모습이 한껏 여유로워 보인다.

 

 

 


 

 

 

카페는 보스포루스 해협(Bosporus strait)’과 맞닿아 있다. 덕분에 테이블에 앉아서도 보스포루스 해협을 맘껏 구경할 수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과의 경계를 이루는 해협(길이 30km, 넓이 5503,000m, 수심 60125m)이다. 고대부터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중요한 수로(水路)인데다가 마르마라해의 출입구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1453년 이래 이곳을 장악한 터키는 방위를 목적으로 양안(兩岸)을 요새화(要塞化)한바 있다. 그건 그렇고 양안(兩岸) 모두 터키 땅이지만 해협은 공해(公海)라니 기억해 두자.

 

 

 

 

카타토피아로 이동 중에 하룻밤을 머문 프레스티지 써멀호텔(Prestige thermal Hotel spar & Wellness)‘, 터키의 수도 앙카라(Ankara) 근처에 있는 아야스(Ayas)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호텔이다. 하지만 호텔만은 다른 대도시의 유명 호텔들에 비해 뒤질 게 없다. 별이 다섯 개라는 품격에 맞게 스파(spa)까지 갖추고 있어 만족스러운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다. 이 스파에는 사우나, 스팀룸, 터키식 목욕탕/함맘 등이 마련되어 있다.

 

 

 

에필로그(epilogue), 유람선 투어의 백미는 일출이라고 했다. 터키의 문화관광부에서 추천했을 정도라니 이를 말이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한낮이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다른 곳에서의 일출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겠다. 아무튼 터키 정부에서 꼽은 해돋이 명소는 모두가 다 내로라하는 유명관광지들이다. 기암괴석들이 펼쳐지는 카파도키아에서부터 석회암 온천이 있는 파묵칼레’, 그리고 동서양이 공존하는 이스탄불과 소금으로 이루어진 투즈 호수까지 해가 떠오를 때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이 모두를 둘러보는 코스로 짜여있으니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카파토키아를 제외하고는 일출과 상관없는 시간에 들르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