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대만 여행

 

여행일정 : ‘17. 12. 12() - 15()

여행국가 : 대만

여 행 지 : 타이페이(용산사, 고궁박물관, 101층 전망대, 스린야시장, 시먼당거리), 화련(태로각협곡, 칠성담 해변), 지우펀, 스펀, 야류 지질공원

 

여행 셋째 날 오전 : 낭만의 홍등거리 '지우펀(九份)

 

특징 : 타이페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지우펀은 산을 끼고 바다를 바라보며 지룽산(基隆山)과도 마주 보고 있다.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는 지형의 특성상 모든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 계단으로 되어 있고, 그 계단을 따라 오래된 집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네 골목마다 독특한 분위기의 상점과 음식점 그리고 찻집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지우펀은 원래 매우 한적한 산골 마을이었다. 청나라 시대에 금광으로 유명해지면서 화려하게 발전했으나 광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급속한 몰락을 맞게 되었다. 그러다 현대에 와서 이런 지우펀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영화 비정성시(非情城市)‘198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지금은 타이완에서 손꼽는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참고로 지우펀(九份)이란 동네 이름은 옛날 이곳에 아홉 가구가 살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이 아홉 가구가 밖에 나가 생필품 등을 사올 때는 아홉 집이 똑 같이 나누어 가졌다고 하여 지우펀(九份)이라 불렸고, 그게 공식적인 지명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버스는 마을의 뒤편 언덕에 위치한 주차장에다 우릴 내려놓는다. 이곳 지우펀의 길들이 하나같이 좁다보니 내려줄 곳조차 마땅찮았던 모양이다. 차에서 내리니 비가 내리고 있다. 빗줄기가 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산을 쓰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대만에 도착한 지 오늘로서 3,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비가 내리고 있다. 대만은 비가 잦은 나라이다. 지우펀은 그중에서도 비가 더 자주 내리는 곳이란다. 1365일 중 300일 동안이나 비가 내린다니 두말하면 뭐하겠는가. 그래서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도 두 주인공 고() 박용하와 김하늘이 우산을 쓰고 뛰는 장면을 넣었던 것 같다.

 

 

 

 

 

 

 

 

’102공로(公路)‘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서 투어가 시작된다. 내려가는 길에 낯익은 풍경이라도 시선에 잡힐까봐 열심히 살펴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은 어느 하나 낯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면 난 무엇을 찾아 헤맸을까? 지우펀은 드라마 온에어(On Air)‘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마을이다. 2008SBS-TV에서 방영되었는데 27.4%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당시 박용하(드라마 PD)와 송윤아(작가), 김하늘(연기자), 이범수(매니저) 등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잘 다루었다는 호평을 받았었다. 그들이 노닐던 장소를 지금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그 장소가 수치로(竪崎路)였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내 눈과 머리는 필요 없는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트이면서 태평양의 너른 바다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바로 아래에는 화려하면서도 커다란 도교사원(道敎寺院)이 자리 잡고 있다. 아니 이곳 대만의 특징대로라면 도교의 신들 외에도 부처님을 함께 모시고 있을 게 분명하다.

 

 

 

얼마쯤 걸었을까 저만큼에 버스정류장이 보이는가 싶더니 잠시 후 세븐일레븐(7Eleven)‘ 간판을 단 편의점 앞에 이른다. 오늘 지우편 투어의 기점(基點)점이 되는 곳이니 잘 기억해 두자. 또한 들머리에 세워진 이정표도 놓치지 말고 챙겨볼 일이다. 오늘 투어의 핵심이랄 수 있는 기산가(基山街)의 입구를 알려주고 있음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꼭 필요한 상식인 화장실의 위치와 거리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때문이다.

 

 

왼편에 보이는 골목이 지우펀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기산가(基山街, 지산제)이다. 지산제라는 이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기념품 가게와 과자집, 음식점, 카페 등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소문과는 달리 관광객들로 붐비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했는가 보다.

 

 

지산제(基山街)‘를 버려두고 들머리 초입의 우측건물 끝으로 가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얼핏 남의 건물 지하실로 내려가는 느낌이나 이 길은 경편로(輕便路, 창비엔루)로 연결된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진행방향의 맞은편이 훤히 열리면서 지우펀마을이 그 속살을 내보여 준다. 경사(傾斜)가 심한 산비탈에 수많은 집들이 들어서 있다. 그 늘어선 모양새가 계단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처음에 볼 때에는 다랑논이 연상되었었다. 비탈진 산자락까지도 삶의 터전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삶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불대는 계단 길을 돌아 내려가니 차량이 다녀도 될 정도로 제법 넓은 길이 나타난다. 첨부된 지도에 경편로(輕便路, 창비엔루)로 표시된 길이다. 길에 대한 첫 느낌은 매우 한적하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지우편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인 홍등(紅燈)도 매달려 있지 않다. 누군가는 이곳이 지역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살아가는 동네라고 했다. 그래서 길이 소소하면서도 아티스틱(artistic)한 분위기를 띤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이 맞는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로 치면 면소재지쯤 되는 시가지, 그것도 뒷골목의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상점들도 한산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작은 공방(工房)과 찻집들이 보이는가 하면 목각(木刻) 인형이나 도자기 등 소품위주의 상품들이 진열된 작은 상점들이 몇 보인다. 하긴 품목이 저러니 기호품(嗜好品)을 사 모으려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지나갈 수밖에 없겠다.

 

 

 

 

건물의 외벽을 벽화로 채워 넣은 건물도 보인다. 영화의 캐릭터(character) 비슷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지우펀 극장(九份劇場)이라는 글귀가 보이다. 영화 상영관이 맞았던 것이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는 게 보통인 민박(民宿) 집과 이발소도 보인다. 전형적인 뒷골목 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70년대 흑백 영화의 한 장면이 바로 이러지 않았을까?

 

 

 

 

얼마쯤 걸었을까 붉은 홍등이 유난히도 곱고 가지런하게 매달려 있는 건물이 보인다. 앞의 건물에 아랫도리가 잘려나가긴 했지만 전망 좋은 찻집(茶樓) 중 하나란다. 태평양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풍경을 앞에 두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홍등이 몰려있는가 싶었더니 삼거리가 나타난다. 아니 삼거리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작은 골목길이라고 하는 게 옳을 수도 있겠다. 이곳이 그 유명한 수기로(竪崎路, 수치루)이다. ’비정성시의 배경이 된 곳이다. ’온에어는 물론이고, ’센과 치히로도 이 골목에서 모티브(motive)를 얻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을 피해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다. 50m쯤 나아갔을까 시야가 툭 트이면서 주변경관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런데 낯익은 홍등이 사라져버렸다. 이곳까지는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모양이다. 대신 멀리만 보이던 바다는 한참이나 앞으로 다가와 있다. 날씨까지 맑았더라면 엄청나게 고운 풍경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삼거리로 되돌아오니 아까보다 훨씬 더 복잡해져버렸다. 중국 본토에서 몰려온 관광객들과 겹쳐버린 것이다. 소란과 무질서를 배겨내지 못하고 자리를 피해해버리기로 한다.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찾겠다며 말이다. 아래 사진은 다시 찾아와 찍은 사진들이다. 비 때문에 사진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뛰어오느라 땀을 한바가지나 쏟았으니 귀한 사진으로 봐도 좋겠다.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우편 관광객센터의 사진을 두어 장 빌려와봤다.

 

 

 

 

수치루(竪崎路) 골목을 걷다보면 옛날 금광(金鑛)으로 호황기를 누리던 일제 강점기 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건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3층으로 지어진 아매다루(阿妹茶樓, 아메이차러우)‘일 것이다. 차 맛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전망이 뛰어난데다 저녁이면 환하게 켜진 홍등의 물결까지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찻집 말이다. 지우펀을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저 집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고 가는 것이 절차요 소원이라 했다. 하지만 이른 아침이어선지 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아니 열려있다고 해도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앉아있을 시간은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았다. 우린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패키지여행자이다. 그건 그렇고 아메이차러우(阿妹茶樓)‘는 다른 요인으로 인해 세상에 더 알려졌다. 한국인들에게는 SBS 드라마 온에어촬영지, 일본인들에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motive)가 된 장소로 입소문을 탔다. 두 나라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관광지로 굳어진 이유일 것이다.

 

 

눈을 조금만 위로 치켜뜨면 급경사의 홍등이 가득 내걸린 계단 길이 나타난다. ‘지우펀 관광은 지산지애(基山街)로 시작해서 수기로(竪崎路)로 끝난다.’라는 말을 낳게 한 수기로(竪崎路, 수치루)이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내릴 때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지산지애(基山街)는 잠시 후에 만나게 된다. 참고로 이 거리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비정성시(非情城市)’의 주요 촬영지였다고 한다. 그래선지 비정성시라는 찻집도 보인다. 테라스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가파른 산길에 불을 밝힌 마을, 그리고 홍등거리까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관을 편히 볼 수 있다는 메리트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찻집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정작 그곳은 비정성시의 촬영지가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훨씬 긴 계단길을 오르니 사거리가 나온다. 수치루(竪崎路) 계단길은 또 다시 위로 향한다. 하지만 우린 더 이상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왼편으로 향한다. 좌우로 연결되는 길이 지우편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기산가(基山街)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산가는 지우펀산 중턱을 동서로 길게 가로지르는 골목상가이다.

 

 

지산제(基山街)‘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에 계단이 아닌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다. 그 골목 양쪽에는 식당, 기념품 가게, 먹거리, 찻집 등 수많은 상점들이 쭉 늘어서 있다. 그 위에는 역시나 홍등이 장식되어져 있다. ’지산제(基山街)‘는 길거리의 맛있는 먹거리들이 특히나 유명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동그란 전병에 땅콩엿을 뿌린 후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더해 쌓아 먹는 땅콩 아이스크림과 커다란 소시지, 대왕오징어 튀김, 치킨, 과일, 떡 등이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은 먹거리를 파는 집들이다. 찰떡이나 크래커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본 듯한 풍경을 갖고 있는 식당도 눈에 띈다. 식당을 찾았던 기념으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벽면 가득히 걸어 놓았다. 대만에서는 알아주는 인물들일 게 분명하다.

 

 

 

 

 

 

 

 

 

 

 

생필품가게가 있는가 하면,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다. 특산품은 물론 건강제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팔고 있다. 그중 기념품 가게는 기억해 두는 게 좋겠다. 타이페이 시내보다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혹여 사고 싶었던 물건이라도 있을 경우 이곳에서 사는 게 경제적이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 파는 누가 크래커‘, 대만에서 가장 맛있는 집 가운데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데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아까 지나쳐버렸던 수치로(竪崎路)를 한 번 더 다녀오려면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집사람과 분담을 해서 나 혼자 다녀올 수도 있겠지만 명소에서의 인증사진을 못 찍었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나중에 면세점(免稅點)에 사면되겠지 했지만 이는 공염불(空念佛)이 되어버렸다. 면세점에 나오는 크래커는 포장만 그럴싸하지 가격이 40%정도 더 비싼데다가, 특히 맛이 이곳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을 남은 일정 중에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아쉬웠던 점은 땅콩 아이스크림까지 그만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수치로(竪崎路)에 들르고 싶은 욕심에 바쁘게 서둘다보니 그만 가게를 지나쳐버린 것이다. 크래커 가게는 일부러 지나쳤지만 아이스크림 가게는 아예 눈에 띄지도 않았다. 나중에 사진 작업을 하다 보니 가게가 눈에 띈다. 무의식중에 셔터를 눌러 댔던 모양이다. 아무튼 지우펀에 들른 사람이라면 무조건 먹어봐야한다는 땅콩아이스크림은 맛도 못 봤다. 아니 구경도 못했다.

 

 

 

 

 

 

 

 

민박집들은 대부분 골목에서 최소한 몇 걸음쯤은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어느 하나를 기웃거려보니 동화나라에서나 볼 법한 건물이 들어앉아있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기대했던 스머프가 아니라 인상 팍팍 쓴 주인할멈이라도 튀어나올까봐 에서다.

 

 

 

 

 

지산제(基山街)‘는 좁은 골목길의 연속이다. 두세 사람이 겨우 비킬 만큼 비좁다. 길 주변엔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미니 카페, 작은 음식점, 기념품가게, 악기가게, 잡화점, 심지어는 무당집도 있고 술집이나 민박집도 보였다. 공통점이라면 집집마다 거리마다 하늘 높이 홍등(紅燈)을 매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등은 지우펀을 상징하는 풍경이자 타이완을 대표하는 풍경이 되었단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붉은 등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지만 이쯤에서 참기로 하고 또 다시 수치루(基山街)의 열기에 빠져든다. 지우펀의 좁은 골목은 사람들을 빠른 속도로 안으로 빨아들이는가 하면 또 다시 밖으로 내뱉는다. 그렇게 우린 지산제(基山街)‘를 빠져나온다. 지우펀 투어를 마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