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대만

 

여행일정 : ‘17. 12. 12() - 15()

여행국가 : 대만

여 행 지 : 타이페이(용산사, 고궁박물관, 101층 전망대, 스린야시장, 시먼당거리), 화련(태로각협곡, 칠성담 해변), 지우펀, 스펀, 야류 지질공원

 

여행 셋째 날 오전 : 스펀(十分), 천등(天燈)날리기

 

특징 : 지우펀(九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스펀(十分)은 소원을 적은 천등(天燈)을 하늘로 띄워 날려 보내는 풍습이 있는 작은 동네다. 산과 탄광이 많았던 핑시 지역에는 돈을 벌기 위한 노동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스펀은 그중에서도 탄광에서 캐낸 석탄을 나르기 위한 협궤 철도가 있는 동네였다. 지금은 석탄을 나르던 기차는 사라지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기자기한 스펀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철로를 이용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등(天燈)이란 작은 열기구와 비슷한 종이 등()’이다. 천등 아래 장착된 고체연료에 불을 붙이면 뜨거워진 공기가 등을 띄우는 것이다. 원래 천등은 지역 주민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도적을 막기 위해 마을 간에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복이나 건강, 행운 등을 비는 소원 등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여행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참고로 스펀(十分)이란 지명은 이 지역에 살던 주민 열 가구가 마을 주변의 땅을 공평하게 10등분 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버스는 우릴 대로변에다 내려놓는다. 이곳 역시 대형버스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차에서 내리자 한적한 산골마을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여러 겹의 산들이 마을을 빙빙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지룽천이라는 제법 큰 강물이 흘러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스펀은 대만 동북부의 스딩(石碇)과 루이팡(瑞芳), 솽시(雙溪)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지룽천의 지류에 있어 폭포와 계곡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로 들어가면서 투어가 시작된다. 방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천등이 떠오르고 있는 방향만 보고 걸으면 되니까. 참고로 대만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예스진지라는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지역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예를 들어 예스진지 투어라고 한다면 예류와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하나의 코스로 만들어 투어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여행은 예스진지가 아닌 예스지로 짜여있다. 누군가 이곳 스펀을 일러 낭만과 즐거움, 희망이 숨 쉬는 곳이라 했으니 잘 짜여진 스케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 스펀은 대 히트(hit) 프로그램이었던 TvN'꽃보다 할배' 대만편에 소개되면서 우리나라에 그 존재를 알렸다. 그 덕분에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될 수 있었다. 당시 이곳을 찾은 이는 신구와 이서진이었다. 다른 출연진들을 각자의 일정 때문에 귀국을 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둘은 천등(天燈)에다 자신들의 소원이 아닌 먼저 떠난 꽃할배멤버들을 위한 작은 메시지를 적었었다. 신구는 맏형 이순재에게 일 좀 그만 하세요. 주위를 둘러보고 일하세요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고, 박근형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여유로워 보인다라고 축복했다. 백일섭에게는 담배를 그만 피라라고 충고했으며, 이서진에게는 빨리 장가들어라. 금년 안이면 더욱 좋다라는 압박 아닌 압박을 가했다. 이서진도 내 바람은 국민의 바람이라며 이순재 선생님, 조금만 천천히 걸어가요’ ‘백일섭 선생님, 조금만 빨리 걸어가요라는 문구를 적어 웃음를 유발했다. 또한 박근형 선생님, 닭살은 이제 그만’, ‘신구 선생님은 술 좀 줄이세요등을 적으며 애교를 떨었었다.

 

 

잠시 후 펑시선철로(鐵路)에 이른다. ‘펑시선은 싼띠아오링(三貂嶺)역에서 징동(菁桐)역까지 약 12.9km의 노선으로, 일제 치하 시기였던 1918년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한 철로로 처음 개설되었다가, 1992년 관광 노선으로 리모델링되어 현재까지 운행되고 있다.

 

 

 

 

철로 주변에는 천등(天燈)에다 붓글씨로 소원(訴願)하는 일을 쓰거나, 또는 천등을 날려 보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국어나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으로 쓰여 있는데 글로벌(global) 관광지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다. 소원을 적어 하늘에 날리는 천등은 원래는 주민들이 도적을 막기 위해서 마을 간에 통보를 주고받던 용도로 날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재운이나 건강을 비는 소원의 등불로 바뀌었다. 1m정도 높이의 얇은 종이로 만들어진 천등은 4면에 소원을 적어 열기구처럼 공중에 띄워 하늘로 날려 보낸다.

 

 

 

 

 

여행자들이 스펀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천등(天燈)을 날리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건강과 사랑, 재물 등 각자의 소원을 적은 천등을 하늘로 날려 보낸다. 그 모습이 장관이기에 이를 감상하는 재미만으로도 찾는 사람들도 꽤 된단다. 참고로 매년 음력 정월 15일이면 스펀에서 천등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하늘로 날아오르는 붉은 천등은 황홀경 그 자체란다. 이를 보려고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온단다.

 

 

 

 

 

 

 

 

 

 

 

 

 

 

눈요기가 끝났으면 이젠 직접 천등(天燈) 날리기에 도전해 보자. 스펀에는 생각보다 많은 상점에서 등()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등은 색상과 크기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며, 색상이 많을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그러나 매장마다 가격은 거의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어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고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천등은 종이의 색에 따라 의미가 다른데 빨간색은 건강, 노란색은 재물, 파란색은 사업, 보라색은 학업, 오렌지색은 애정, 녹색은 운수대통, 흰색은 장래, 분홍색은 행복, 복숭아색은 이성운을 뜻한단다. 천등을 구매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등을 골랐으면 이젠 소원(所願)을 적을 차례이다. 천등을 판 가게에서 행거 같은 곳에 걸어주니 이 또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각자가 원하는 소원만 적으면 된다는 얘기이다. 등은 총 네 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원은 네 개의 면 모두에 작성할 수 있다. 4명이 한 묶음으로 해서 천등을 날리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얘기이다. 우리 부부도 퇴계원에서 오신 부부와 함께 어울리는 지혜를 발휘했다.

 

 

글쓰기 삼매경(三昧境)’에 푹 빠져있는 젊은이가 보인다. 그 뒤에서 핸드폰을 들이대고 있는 건 여자 친구가 분명하다. 그가 쓴 영원히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에 한 표를 던진다. 그리고 꼭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외국인들도 가끔 눈에 띈다. 중국인들이 쓴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영어로 쓰는 이들의 글도 건강과 사랑이 대부분이다. 국적은 달라도 소원은 비슷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젠 천등(天燈)을 날리는 일만 남았다. 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작성이 다 끝나면 매장의 직원들이 등을 날리기 위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조금 어설프기는 하지만 직원들 대부분이 한국말을 사용한다. ‘등을 돌려주세요’ ‘한 번 더’ ‘김치’ ‘웃어라는 말들이다. 등을 날리기 전에 손님이 가져온 사진기로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그런 다음 등에 불을 붙이고 하늘로 날려 보낸다.

 

 

주의할 점도 있다. 스펀 기찻길은 실제로 기차가 운행되는 곳이니 오가는 기차를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물론 기차가 오기 전 경고 안내를 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경고방송만 따르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방심하지 말자는 의미로 적어봤다. 또 하나, 등은 비가 너무 많이 오지 않을 때 날리는 것이 좋다. 비가 많이 올 경우 등이 날지를 못하고 추락하거나 건물 옥상에 주저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원을 빌고 난 뒤 등이 날지 못한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게 분명하기에 거론해봤다. 특히 대만은 계절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비가 많은 나라가 아니겠는가.

 

 

 

 

이곳은 최근 JTBC'뭉쳐야 뜬다'에서 다녀가면서 여행시장에 다시 한 번 바람을 일으켰다.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과 게스트인 비가 이곳을 찾아와 천등(天燈) 날리기를 실제로 해보았었다. 천등 하나를 2~3명이 공유해서 각자의 소원을 적었는데, 비는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과 새 앨범이 잘되기를 바랐다. 안정환은 '대한민국 러시아 월드컵 16'을 적었고 김성주는 엄마와 가족들 건강을 빌었다. 정형돈은 '어머님 눈 뜨시고 한번이라도 말씀을 하게 해주세요'라고 아픈 어머니의 건강을 원했다. 이중 출연료 인상을 소원으로 적은 김용만의 글이 백미(白眉)였지 않나 싶다.

 

 

 

 

 

 

 

 

천등 날리기를 마친 사람들은 파도에 떠밀리듯 앞 사람과 걸음을 맞춰 스펀 라오지에(老街)’로 향한다. 물너울을 뒤덮으며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처럼 쏴하는 순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람들로 메꿔진다.

 

 

 

 

스펀 라오지에(老街), 즉 스펀의 오래된 골목길에 자리 잡은 집과 상점들은 역()을 동경이라도 하듯 선로(線路) 가까이에 붙어 자리했다. 기차라도 지나갈라치면, 아슬아슬하게 집과 상점을 피해 선로를 달리는 기차 소리가 집 밖처럼 집 안에서도 똑같이 들릴 것만 같다.

 

 

스펀 라오지에(老街)에는 상점은 많지 않다. 종류 또한 몇 되지 않는다. 풍등가게가 대부분이고, 기념품가게와 음식점, 그리고 주전부리 가게가 몇 보일 뿐이다.

 

 

 

 

 

 

그런 와중에도 우린 눈물이 나도록 반가운 가게 하나를 만났다. 지우펀에서 찾지를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땅콩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났던 것이다. 땅콩아이스크림은 땅콩엿을 직접 갈아서 얇은 피 위에다 올린 후. 아이스크림을 넣고 돌돌 말아서 주는 일종의 디저트(dessert)이다. 피의 쫄깃함과 땅콩의 고소함, 그리고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을 동시에 경험해 볼 수 있다. 하도 맛있어서 제조과정 전반을 올려본다.

 

 

 

 

 

 

 

 

 

 

 

 

 

 

 

 

저만큼에 스펀 기차역(十分車站)’이 보인다. 옛날 시골 간이역을 연상케 할 만큼 외관은 볼품이 없다. 하지만 역 주변에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이곳 스펀은 기차여행이 제격이라더니 맞는 말이었던가 보다. 아무튼 주변 철로는 온통 관광객 차지이다. 곳곳에서 천등(天燈)을 날리려는 이들의 즐거운 함성도 들려온다.

 

 

 

 

 

 

 

철로변에 세워진 이정표에 스펀 폭포공원(十分瀑布公園)’이란 방향표시가 보인다. 북미 지역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 형태가 비슷하다고 해서 대만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는 그 폭포를 말하는 모양이다. ‘핑시 철도노선의 스펀역과 따화역 중간 지점에 자리하는 스펀폭포는 폭은 넓은 편이나 높이는 비교적 낮아 마치 장막이나 커튼과 같은 형태를 띠며, 폭포 아래 부분의 수량이 많고 수심이 깊어 마치 수십 마리의 말이 달리는 것과 같은 우렁찬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스펀 폭포는 암반의 기울기와 물이 흐르는 방향이 서로 상반되어 역사층 폭포에 속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