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봉(想思峰, 403m)-도지봉(棹止峰, 430m)
산행일 : ‘16. 7. 23(토)
소재지 : 전북 임실군 신덕면
산행코스 : 희망교→전망봉→상사봉→도지봉→제비설날(410m)→피재→도로→신덕면사무소(산행시간 : 2시간 30분)
함께한 산악회 : 청마산악회
특징 : 태고에 호수의 지면이 지각변동으로 솟구쳐 올랐다는 도지봉(掉止峰)과 상사암(想思巖)은 임실군 신덕면의 주산(主山)이다. 해발은 낮은 편이지만 암벽(巖壁)으로 이루어져 스릴만점이다. 특히 749번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서 솟아오른 노적봉과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은 흡사 마이산의 두 암봉을 보는 듯하다. 거기다 능선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멋진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숲이 울창하여 여름 산행에도 어울리는 편이다. 다만 하산지점에 물이 귀하다는 게 흠(欠)이라면 흠일 수도 있겠으나, 면소재지의 공공시설에서 물 쓰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한번쯤은 꼭 찾아봐야할 산으로 꼽고 싶다. 참고로 피재에서 내려서는 산행이 짧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지초봉과 둥지봉, 꽃밭날등을 거치는 종주산행을 꾀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산행거리는 11.5Km로 늘어난다.
▼ 산행들머리는 희망교(전북 임실군 신덕면 신흥리)
순천-완주고속도로 상관 I.C에서 내려와 17번 국도를 타고 임실방면으로 달리다가 ‘관촌면 슬치리(임실군)’에서 우회전 745번 지방도를 탄다. 임실방면인데 ‘전주상그릴라 C·C' 이정표를 참조하면 된다. 이어서 원천교차로(임실군 신평면 원천리)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49번 지방도(정읍방면)로 옮겨 타고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삼길삼거리(신덕면 신흥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다리가 산행들머리인 희망교이다.
▼ 희망교를 건너 100m쯤 더 들어가다 만나게 되는 산자락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들머리에 등산안내도와 이정표(상사암 0.7K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표에 보면 ‘등산로 입구④ 4.8Km'란 표기가 보인다. 이는 다섯 개의 등산로 입구 중 네 번째 등산로 입구인 ’피재‘까지의 거리가 4.8Km란 의미이니 참조한다.
▼ 묘역(墓域)을 가로지른다. 묘역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금(禁)줄까지 쳐 놓았지만 무시한 채로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정규 등산로는 묘역의 아래를 꽤나 크게 우회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주인의 허락도 없이 남의 묘역을 통과한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진다. 가파르기 짝이 없는 산자락을 헤집으며 진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비탈진 산자락은 잡목(雜木)들이 우거져 한사람이 빠져나가기도 빠듯하다. 길이 애초부터 없었음은 물론이다. 거기다 가시넝쿨들까지 가득 들어차 있다. 찔리거나 긁히는 것은 보통, 자칫 한눈이라도 팔다간 싸대기라도 얻어맞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란 얘기이다.
▼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헤매기를 15분,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면서 정규의 등산로를 만난다. 튼튼한 밧줄까지 매어 놓았을 정도로 등산로는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이렇게 좋은 길을 놓아두고 죽을 고생했다는 생각을 하니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 산행이 조금은 불안해진다. 그리고 그 불안은 끝내 현실이 되었다. 완주를 다 못하고 중간에서 탈출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 바윗길이 시작되면서 조망이 열리기 시작한다. 옥녀동천을 가운데에 두고 두 개의 ‘49번 지방도’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왼편이 현재의 지방도이고 오른편은 2016년 12월에 개통 예정인 새로운 도로이다. 그 오른편에는 바위봉우리인 노적봉(430m)이 울퉁불퉁한 근육질을 자랑하고 있다.
▼ 조망을 즐기면서 10분 조금 못되게 더 오르다보면 또 다른 전망바위에 올라서게 된다. 상사바위가 코앞으로 성큼 다가오는 멋진 조망처이다. 바위의 위에 설치된 전망데크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까지 한눈에 잘 들어온다.
▼ 또 다른 방향의 풍경을 눈에 담고 싶다면 반대편의 바위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럴 경우 멋지게 생긴 바위봉우리 노적봉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운암방면의 오봉산과 국사봉도 눈에 들어옴은 물론이다.
▼ 산길은 ‘달성 서씨’ 묘역 방향으로 이어진다. 잠시 아래로 내려섰던 산길이 또 다시 오름짓을 시작한다. 하지만 경사가 완만한데다 통나무계단까지 만들어져 있어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게 7분 정도를 진행하면 상사봉이다.
▼ 거대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상사봉(想思峰)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다. 불귀신 전설에 기인해 이곳 주민들은 화산(火山)이라 부르기도 한다니 참조한다. 수백 길의 단애(斷崖), 즉 상사암(想思巖) 위에는 전망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마음 놓고 조망을 즐겨보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 상사봉에는 정상표지석이 없다. 그저 상사암이라는 이름표를 단 이정표(기름재 1.3Km, 코바위 0.1Km/ 등산로 입구 0.7Km)가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로 일부 지도에는 상사봉(想思峰)을 상은봉(想恩峰)으로 표기하고 있다. 지도를 만든 이가 사(思)를 은혜 은(恩)으로 잘못 읽었던 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상사암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어 옮겨본다. 옛날 상사암에 은거하던 불귀신이 호수의 물을 마르게 하고 화재를 일으켜서 거북을 돌로 만들었다. 그리고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까지 앗아갔던 모양이다. 이에 주민들이 당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하자 거북의 혼이 꿈속에 나타나 불귀신을 쫓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거북이 일러준 대로 거북배미(논)에서 거북돌을 출토하여 수호신으로 모시고, 마을에는 상사암이 보이지 않도록 느티나무를 심은 뒤 매년 제사를 지내자 불귀신의 피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불귀신의 화염을 없애려면 얼음이나 물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마을 이름 또한 수천(水川) 또는 빙채(氷債)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상사봉은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옛날 이 지방에 오랜 가뭄이 들자 주민들이 이곳에 써져있던 묘(墓)를 파내고 돼지의 피를 바위에 바르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단다. 그러자 하늘이 바위를 깨끗이 씻으려고 비를 내려 주었다는 것이다.
▼ 데크에 올라서며 일망무제로 시야가 열린다. 우선 발아래에는 그다지 넓지 않은 신덕면의 들녘이 내려다보인다. 그 왼편에는 가야할 도지봉, 둥지봉이 관측된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노적봉이 우뚝하고 그 뒤에 오봉산과 국사봉 라인이 펼쳐진다.
▼ 도지봉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내리막길로 시작된다. 하지만 길 양편에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으니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저 조금만 조심한다면 별 어려움 없이 내려설 수 있다는 얘기이다.
▼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나면 이후부터 산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평탄하게 이어진다.
▼ 길이 편하다보니 주변의 풍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능선에는 꽤나 많은 종류의 버섯들이 보인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알기론 예쁘게 생긴 버섯들은 모두 독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잠시 후 송전탑(送電塔) 앞에서 이정표(기름재 0.9Km/ 상사암 0.4Km) 하나를 만난다. 오른편 신덕면 소재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만 이정표에는 표기를 해놓지 않았다. 그러니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기름재 쪽으로 진행하면 된다.
▼ 길가에는 야생화들도 여러 종류가 보인다. 그중에 산나리 사진을 하나 올려본다.
▼ 이후로도 산길은 변함없이 순하다. 보드라운 흙길이 폭신폭신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날씨만 덥지 않았더라면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기에 딱 좋은 구간이다. 중간에 만나게 되는 안부에서 희미하게나마 좌우로 길이 갈리기도 하지만 고민하지 말고 능선만 고집하면 될 일이다.
▼ 18분 후 이정표(도지봉 0.6Km/ ②등산로 입구 0.2Km/ 상사암 1.3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름재에 내려선다. 물론 상사봉에서부터 걸린 시간이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신덕면 소재지이다.
▼ 기름재는 상사봉과 도지봉 사이에 있는 해발 280m의 고갯마루이다. 옛날에는 고개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 사기소와 수천리 사람들이 넘나드는 고갯마루의 역할을 했던 모양이나 지금은 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은 보이지도 않고, 오른편 수천리 방향으로만 길(제2등산로)이 나있을 따름이다. 아무튼 기름재라는 지명은 풍수지리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근처에 묘지가 있는데 이곳을 ‘호롱불 혈’이라고 하고 불을 켜기 위한 연료(기름)가 땅속에 있다고 해서 기름재라 불렀다는 것이다.
▼ 기름재를 지난 산길은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코끝을 스쳐가는 진한 향기 속에는 그렇게나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듬뿍 들어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무더위에 지쳐있던 심신(心身)이 어느새 새로운 활력으로 충전된 듯한 느낌이다. 이런 걸 두고 힐링(Healing) 산행이라 하는가 보다.
▼ 편백나무 숲을 지난 산길이 갑자기 가팔라진다. 통나무계단까지 놓아야 할 정도로 그 가파름이 심한 편이다. 그렇게 얼마를 오르면 드디어 도지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상사봉에서 37분, 기름재에서는 19분이 걸렸다.
▼ 도지봉에 오르면 어른의 허리 어림에 닿을 높이로 쌓아 올린 돌담이 보인다. ‘6.25 전쟁’ 당시 후방지역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했던 참호(塹壕)라고 한다. 당시 이 지역에서 준동하는 빨치산들을 막기 위해 경찰과 주민들이 합동으로 보루대를 만들어 운영했던 흔적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도지봉은 돛대봉으로도 불린다. 산봉우리의 생김새가 배의 돛대와 흡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호수로 배가 드나들 때 이 봉우리에다 배를 매어 놓았다고 한다.
▼ 도지봉 정상도 정상표지석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이곳도 역시 ‘도지봉’이라는 이름표를 단 이정표(제비설날 0.6Km/ 기름재 0.6Km)이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정상은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래 머물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유이다.
▼ 제비설날로 향하는 산길은 큰 오르내림이 없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평범하다보니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간에 왼편으로 시야가 트인다는 점이다. 옥녀봉과 경각산, 불재, 모악산, 치마산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 조망처를 지나면 어정쩡한 산길이 나타난다. 바닥에 바위들이 깔려 있으니 흙길은 분명히 아니다. 그렇다고 바윗길로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저 걷는 속도만 지체시키는 산행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 잠시 후 제비설날봉의 정상에 올라선다. 도지봉에서 10분 거리이다. 제비설날이란 봉우리의 생김새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요 아래 골짜기에 민가(民家)가 몇 집 살고 있는데 그 생김새가 제비집(燕巢)과 흡사하다고 해서 연소골 또는 제비골이라 불린단다. 그런데 제비가 날아 들어오는 형국인 그 뒷산의 생김새가 제비의 혀를 닮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의 이름 뒤에다 ‘혀 설(舌)’을 더했단다. 정상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는 이정표(병풍바위 삼거리 0.9Km, 당산 1.0Km/ 도지봉 0.6Km)에 ‘병풍바위’라는 지명이 보인다. 바위벼랑의 생김새가 병풍처럼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는데 피재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모양이다. 60~70년대 인근 초등학교의 소풍 장소였고, 늦은 봄에는 선남선녀들이 도시락을 싸갖고 나들이를 왔을 정도였다니 그 경관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 산길은 제비설날을 지나면서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통나무계단을 깔아놓았을 뿐만 아니라 로프로 난간까지 만들어 두었다. 내려가는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는 얘기이다.
▼ 아래로 내려서던 길이 또다시 위로 향하더니 제법 큰 바위의 위에다 올려놓는다. 바위의 한쪽 면은 벼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쩌면 병풍바위의 상단(上端)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겠다. 바위벼랑의 규모가 너무 왜소해서 병풍바위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망(眺望)만은 시원스럽다.
▼ 바위에 올라서면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아까 제비설날 조금 못미처에서 보았던 옥녀봉과 경각산, 불재, 모악산, 치마산 등이 또 다시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나 아까보다는 훨씬 더 넓어진 모습이다.
▼ 산길은 또 다시 평범하게 이어진다. 울창한 참나무 숲속으로 난 길은 경사가 거의 없다. 어쩌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금방 끝나버리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 얼마쯤 지났을까 이정표(등산로 입구 ④/ 병풍바위 0.2Km, 제비설날 0.9Km) 하나가 나타난다. 제비설날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지점이다. 그런데 이정표에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아니 많다고 봐야겠다. 이정표는 현재의 위치를 ‘병풍바위 삼거리’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병풍바위로 가는 길이 나뉘어야 한다. 하지만 양편으로 난 길 외에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도 역시 길을 나누어 놓지 않았다. 제비설날과 병풍바위를 같은 방향으로 표기해 놓은 것이다. 어쩌면 아까 조망을 즐겼던 바위벼랑이 병풍바위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 바위 외에는 바위다운 바위를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얼마쯤 갔을까 오른편으로 난 임도가 보인다. 피재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다. 하지만 산길은 415m봉으로 오르는 능선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 역시 능선을 따르기로 한다. 잠시 후 봉우리를 우회하자 제비설날까지의 거리가 잘못 표기된 이정표(등산로 입구 0.7Km/ 제비설날 0.5Km)를 만난다. 415m봉으로 연결되는 듯한 길이 왼편으로 보이나 이정표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삼거리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또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된다. 아까 415m봉으로 오르는 길에 헤어졌던 임도일 것이다.
▼ 널찍한 임도를 따라 5분쯤 내려서면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고갯마루에 내려서게 된다. ‘제④ 등산로 입구’이자 월성리와 수천리를 잇는 고갯마루인 피재이다. 이곳에도 ‘상사봉 등산로 안내도’와 이정표(지초봉 0.7Km/ 병풍바위 삼거리 0.7Km)가 세워져 있다. 산행을 시작한 곳에서 이곳까지는 4.8Km, 완주를 할 경우 앞으로도 5Km를 더 걸어야 한다. 여기가 딱 중간인 셈이다.
▼ 지초봉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이곳에서 신덕면 소재지 방향으로 50m쯤 가다가 왼쪽으로 열린다. 들머리에 이정표(지초봉 0.7Km, 배나무골정상 2.5K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피재에서 탈출하기로 한다. 사실 집사람은 내일 종합병원에 입원해야만 한다. 모래로 잡혀있는 수술 일정 때문이다. 수술을 받을 만한 체력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집사람의 걱정을 어찌 나 몰라라 하겠는가.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이곳에서의 탈출을 권하고 싶지 않다. 특히 여름철에는 말이다. 신덕면소재지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완전히 햇볕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 같이 무더운 여름날에 불볕 속에서 30분 가까이나 도로를 걷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산행날머리는 신덕면소재지인 수천리
30분 가까이를 흐느적거리며 걷다보면 저만큼에 신덕면소재지인 신천리가 나타나면서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2시간30분이 걸렸다. 한 번도 제대로 쉬지를 않았으니 온전히 걷는데 소요된 시간으로 보면 된다. 참고로 이곳 수천리는 아까 상사암을 설명할 때 얘기했던 전설과 인연이 깊은 마을이다. 거북돌이 출토된 뒤부터 거북을 신령스럽게 여기게 되었으며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손님이 찾아오면 융숭하게 대접하고 볏짚으로 거북을 만들어 무병장수하고 부자가 되라는 의미로 선물로 주는 풍습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 수천리는 ‘평산 신씨(平山 申氏)의 집성촌(集姓村)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면사무소 앞의 개울 건너편에다 선조들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양효문(兩孝門)과 충신각(忠臣閣)이다. 그중 양효문은 이조 정조 및 순조 때 사람인 신병덕, 신성희 부자의 효행(孝行)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것이고, 그 옆의 충신각은 평산 신씨 시조인 신숭겸 장군의 21세손인 좌찬성 신개(申漑) 선생을 모시는 사당이다. 신개선생은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으로 권율장군의 휘하에서 중봉(重峰) 조헌(趙憲) 선생과 함께 금산전투에 참전하여 많은 공을 세우다가 장열이 전사한 칠백의사(七百義士) 중의 한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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