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스페인 및 포르투칼
여행일 : ‘15. 11. 12(목) - 19(목)
여행지 : 스페인(바로셀로나, 몬세라토, 발렌시아, 그라나다, 미하스, 론다, 세비아, 톨레도, 마드리드), 포르투칼(리스본, 까보다로까, 파티마)
여행 다섯째 날 오후 : 포르투갈, 성모 발현지 파티마(Fátima)
특징 :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북쪽 141㎞ 지점에 위치한 파티마(Fatima)는 약 70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파티마 성역’이라 불리며 매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성지(聖地)이다.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5월 13일, 포루투칼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양을 몰고 가던 세 어린이 앞에 성모가 나타나 '전쟁은 곧 끝난다. 앞으로 다섯 달 동안 13일이면 이곳을 찾아오겠다'고 한 후 매월 13일이면 모습을 드러냈다. 세 어린이의 이름은 열살이던 루시아와 사촌이던 프란시스코, 그리고 일곱살 자신타였다. 마지막 모습을 보이던 10월 13일엔 7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였다고 한다. 이 파티마의 기적으로 한적하던 시골 마을은 성모발현성지가 되었고 처음 발현한 5월 13일과 마지막 발현한 10월 13일은 축일이 되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찾아온다.
▼ 파티마로 향한다. 야트막한 평지에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들녘에는 어쩌다가 한 번씩 하얀 벽에 붉은 지붕을 한 집들이 나타날 뿐 전체적으로는 한적한 느낌이다. 푸른색 바탕에 흰색과 주황색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파티마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가 떨어진지 이미 오래이다. ‘까보 다 로카’에서 이곳 파티마까지의 거리가 만만찮게 떨어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호텔(산타마리아)에 여장을 풀자마자 ‘파티마대성당(Sanctuary of Our Lady of Fátima)’으로 향한다. 사위는 이미 어두워진지 오래이다. 방향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하다. 가이드 뒤만 졸졸 쫒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대성당 앞의 광장은 굉장히 넓다. 광장 오른편으로 간다. 유리벽 안에 뭔가가 전시되어 있다. 1951년 8월 12일에 세워졌다가 1989년 11월 9일에 허물어진 베를린장벽을 헐면서 떼어 낸 콘크리트 조각이란다. 이 작은 기념관은 독일에 사는 포르투갈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공산주의의 멸망을 예언한 파티마 성모의 예언을 기리는 의미라고 한다. 대리석에는 루치아와 프란치스코, 히야친따를 부조해 놓고, 그 옆에 신부님이 세 명의 목동에게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도 새겼다.
▼ 1917년 5월 13일, 3명의 어린 목동 루시아(1907-2005)와 사촌 히야친타(1910-1920), 프란치스코(1908-1919) 남매가 평소의 습관대로 묵주 기도를 마치고 주위의 작은 돌들로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섬광이 비추어서 그네들은 천둥이 치는 줄 알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언덕길을 내려오는 길에 현재의 파티마 대성당이 있는 자리에 이르렀을 때 참나무 위에서 태양보다 더 눈부신 여인이 하얀 묵주를 걸고 서있는 모습을 보았단다. 여인은 목동들에게 기도를 많이 할 것과 앞으로 5개월 동안 계속해서 매월 13일, 같은 시간에 와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 후 6월 13일과 7월 13일에 성모의 발현이 있으면서 이 일들이 소문이 나게 되자 성모 발현에 의심을 하는 관리들에게 세 아이들이 끌려가 고초를 당하는 바람에 8월의 발현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대신 성모는 8월 10일에 다른 곳인 ‘발린호스’에서 발현하였다고 한다. 그 후 9월에 약속대로 발현이 있자 마지막 발현일인 10월 13일에는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70,000이 운집한 가운데 발현하여 자신은 '로자리오의 성모(Virgin of the Rosary)'라고 말한 후 ‘태양의 춤’이라는 기적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그 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아무 어려움 없이 태양을 바라 볼 수 있었단다.
▼ 10월13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지막 기적이 일어나고 성모님이 3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포르투갈의 많은 사람들이 부모에게 돌아온다는 평화의 메시지였다, 그리고 둘째는 가톨릭을 핍박하는 나라는 망한다는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 셋째는 종교 지도자가 핍박을 받되 힘든 고난에서 벗어난다는 메시지였다. 이후 두 어린이는 폐렴에 걸려 프란치스코가 1919년 4월4일에 그리고 히야친타는 1920년 2월20일 죽었다. 루치아는 갈멜 수도원의 수녀가 되었다. 파티마의 마지막 비밀은 성모 마리아의 고지로 1960년까지는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 할 수 없다고 했으며 1960년 이후엔 교황만 읽을 수 있었다. 루치아는 계속 예언을 받았는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1년에 한번 만나 계시 받은 것을 얘기하고 기록했다고 한다. 그 비밀의 마지막 부분은 루치아 수녀에 의해서 1944년 써졌으며, 1957년 이래로 교황청에서 보관되고 있다. 전문적인 소식통들에 의하면, 마지막 비밀은 가톨릭교회 내부에 발생될 혼돈(대혼란, 무질서)에 관한 것이고, 1960년대에 시작되는 신앙의 상실과 교회 내에 만연될 배교(변절)을 예고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루치아 수녀는 2005년 2월14일 타계했다. 먼저 간 프란시스코와 히야친타, 그리고 루치아는 파티마 대성당 지하에 묻혔다.
▼ 이후 레이리아의 주교가 이 이야기의 신빙성을 인정하였고 교황청도 이를 확인하여 성지로 결정하였다. 1928년에 대성당의 건축을 시작하여 1953년 10월에 봉헌식이 거행되었다. 한적하던 시골 마을은 파티마의 기적으로 성모발현성지가 되었고 처음 발현한 5월 13일과 마지막 발현한 10월 13일은 축일이 되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찾아온다. 성당 앞 광장 건너편에는 파티마의 기적 90주년을 기념하여 2004년 6월 6일 착공하여 2007년 10월 12일 성삼위에 봉헌된 8,500명을 수용하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 있다. 참고로 대성당은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제라르두스 반 크리켄’이 설계했으며, 65m의 탑은 63개의 종으로 이루어져 파티마의 아베마리아를 울린다고 한다. 그 중 가장 큰 종은 무게가 12톤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종탑의 십자가와 함께 왕관의 무게는 8톤에 다다랐다고 하는데, 이는 1954년 12월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대성당 꼭대기에 세워졌다. 대성당 내부의 중앙 제대 양편에는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의 무덤이 있다. 중앙 제대의 왼편 벽에 발현 당시 레이리아의 주교 호세 알베스 코레이아 몬시뇰이 잠들어 있었다. 그 밖의 여러 경당들에는 청동에 금장식을 한 묵주기도 15단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 대성당으로 가는 길에 광장에서 두 팔을 벌리고 서 계시는 예수님을 만난다. ‘예수성심상(Monument to the Sacred Heart of Jesus)’이다. 탑 바로 아래에서 생명과 정화를 뜻하는 성수(聖水)를 뜰 수 있다고 한다. 다들 빈병에다 성수를 채우느라 분주하지만 난 그만두기로 한다. 집에까지 가져간다고 해도 보관할만한 또렷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조명 아래 대성당이 우뚝 솟아 있다. 그러나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이드의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성당은 1928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축을 시작하여 1953년 10월에 봉헌식이 거행되었다. 로사리오 성당이라고도 하는데, 15개의 제단과 1952년 설치된 대형 오르간이 있다. 대성당 묘소에 파티마의 기적을 목격했던 당시 세 사람의 무덤이 있으며 파티마의 기적에 관한 내용이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1982년 5월 파티마 기적을 연구하고 되새기기 위한 바오로 6세 목회센터를 세웠고, 2007년에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삼위성당을 지었다.
▼ 왼편에 유리로 들러 싸인 작은 성당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성모님이 발현하신 자리에 세워졌다는 ‘성모 마리아 출현 예배당(The Chapel of Apparitions)’이다. 미사 시간이 아니어선지 성당은 텅 비어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에 벌써 몇 사람이 앉아있다. 우리 일행들인데 아마 가톨릭신자들인 모양이다. 참고로 소(小) 성당은 성모님의 여섯 번째 발현, 즉 마지막 발현인 1917년 10월 13일에 ‘이곳에 나를 위한 성당을 지으시오.’라는 말씀에 따라, 발현하신 자리에 세운 작은 성당이다. 그러나 이 성당은 1922년 3월 6일 프리메이슨 비밀 결사단이 설치한 다이너마이트에 의해 완전히 폭파되었고, 그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성당 내에는 잘 알려진 바 대로 파티마 성모님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 대리석의 흰 기둥은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참나무가 있던 자리를 가리킨다. 이곳에서 성모님은 우리의 죄 때문에 상처받으신 하느님께 죄의 회개를 위해 희생과 고통을 봉헌할 것, 세계 평화와 전쟁의 종식을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 것, 마리아의 티 없으신 성심을 세상에 심을 것, 마리아의 성심께 러시아를 봉헌할 것을 요구하셨다. 특히 죄인들의 회개와 특별히 러시아를 위해 기도하고 참회하기를 간구하셨다.
▼ 성당 정면에 약간 기울어진 왕관을 쓰신 성모님이 유리상자 안에 계시고, 그 뒤에는 작은 집이 보인다. 경건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건 가톨릭신자인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 성당 바로 옆에는 초를 봉헌 하는 곳이 있다. 황토 빛의 초는 크기와 굵기가 다양하다. 무인판매대에서 초를 팔고 있으니 하나 정도 구입해서 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성모님께 빌 작은 소원 하나 품고서 말이다.
▼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일행에서 떨어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아니 사진을 찍다가 그랬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만큼 파티마가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방심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거리는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웠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없어 길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길을 헤매다가 승용차에서 내리는 이곳 주민을 어렵게 만났지만 그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단다. 다행히도 그는 영어가 통하는 주민에게 날 인도해주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성모님이 발현했다는 성스러운 마을에서 살아갈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그것 또한 성모님이 만들어내는 자그만 기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늦게 도착한 호텔식당, 집사람의 눈초리가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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