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봉(白岩峰, 681.2m)-용암봉(龍岩峰, 684.7m)-소천봉(小天峰, 632m)
산행일 : ‘15. 5. 14(목)
소재지 : 경남 밀양시 상동면과 산내면 그리고 산외면의 경계
산행코스 : 도곡마을 복지회관→디실재→백암봉→용암봉→소천봉→삼거리봉→도곡저수지(산행시간: 3시간20분)
같이한 산악회 : 강송산악회
특색 : 3개의 봉우리 모두 전형적인 육산(肉山), 다만 백암봉에서 용암봉 사이의 능선에 잘 발달된 바위 무더기가 두어 곳 발달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그것도 시루떡처럼 생긴 기이하면서도 예쁘장한 것들로 채워졌다. 층리(層理)가 잘 발달된 퇴적암으로 말이다. 조망(眺望) 또한 이와 같다. 흙산의 특징대로 각 정상들 모두 조망을 허락하지 않지만, 바위가 있는 구간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전망대들은 그런 아쉬움을 보상해주기에 충분하다. 남동쪽의 천황산, 재약산과 북동쪽에 있는 구만산, 억산,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의 봉우리 대부분이 시야(視野)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늘 걷는 코스 중, 디실재에서 용암봉까지는 운문지맥을 따라 걷게 된다. 요즘 지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등산로는 잘 뚫려있는 편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세워져 있지 않는 등 이곳 지자체(地方自治團體)에서 완전히 방치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자못 뛰어난 영남알프스의 준봉들에 가려 이곳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때문에 곳곳에서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 사전에 지도(地圖)와 나침판을 준비하고 찾아가는 게 바람직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도곡복지회관(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상도곡마을)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에서 내려와 교차로에서 청도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긴늪사거리에서 우회전해 25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상동면사무소를 지나 신곡사거리(상동면 금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1017번 지방도를 타고 들어가다 고정마을회관(상동면 고정리) 앞에서 다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도곡마을(상도곡) 복지회관 앞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도곡리에는 복지회관 외에도 마을회관을 따로 두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도곡리 중심부락에 있는 마을회관이 아니라 그보다 더 올라가야 만나게 되는 상도곡마을의 복지회관이니 주의할 일이다.
▼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아쉬운 마음을 가슴 한편에 꾹 눌러두면서 말이다. 이유는 단 하나, 이 마을의 명물이라는 호랑이굴을 둘러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에게 물어물어 겨우 호랑이굴의 위치를 파악했지만, 다들 듣는 채도 않고 골목으로 들어서기 바쁘니 어쩌겠는가. 호랑이굴이라는 것 자체가 도통 관심들이 없는 모양이다. 우리부부도 그들을 뒤쫓을 수밖에 없다. 고작해야 15분이면 충분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부부만이 다녀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부부가 따라나선 무리는 B팀, 내가 알기론 ‘방향표시지’를 깔지 않는 그룹이다. 이정표도 없는 이런 오지(奧地) 산에서 자칫 잘못하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겠기에, 벗어날 생각을 애당초부터 버렸던 것이다.
▼ 마을을 벗어나면 임도(林道)를 따른다. 아니 농로(農路)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리겠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가지를 치는 곳마다 어김없이 농지(農地)나 과수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 봄이 왔나싶었는데 봄은 이미 깊어졌었나 보다. 길가 모판의 모들이 저렇게 훌쩍 자라버린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6월이 두어 주 밖에 남지 않았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서 ‘성숙’하는 계절로 바뀌는 초입에 들어섰다는 얘기이다.
▼ 마을을 빠져나가다 뒤돌아본 풍경, 외진 산골마을답게 서슬 시퍼런 벼랑 위에 가옥(家屋)들이 들어앉았다.
▼ 길가는 대부분 감나무 과수원, 밀양에서 생산되는 과일로는 ‘얼음골 사과’와 ‘대추’가 유명한 것으로 아는데 의외이다. 이웃 지자체(地方自治團體)인 청도의 특산품 중에 ‘반시(감의 모양이 둥글납작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이곳 상동면은 청도군과 접경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곡리는 더욱 가깝다고 볼 수 있다.
▼ 농로를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길이 좁아지면서 순수한 임도로 변한다. 길 주변 또한 과수원에서 ‘드릅나무 밭’으로 바뀌었다. 앞서가던 집사람이 냉큼 밭으로 들어간다. 이미 채취가 끝났지만 남겨진 이삭이라도 몇 개 주어보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는 가시가 보송보송한, 그러니까 상품성이 조금도 없는 새순을 두 손 가득히 들고 나왔다. 다음 날 아침 밥상, 우리부부는 약간은 거칠지만 봄내음 가득한 드릅을 한 입 그득히 넣으면서 봄이 물려가면서 전해준 낭만을 맘껏 음미(吟味)할 수 있었다.
▼ 임도를 따라 7~8분쯤 더 걸으면 왼편 산자락으로 난 오솔길 하나가 나타난다. 디실재로 올라가는 길이니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정표가 눈에 띄지 않는 탓에 그냥 통과해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저 길 찾기에 주의를 요하는 수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 싶다. 임도가 산자락 아래에 들어붙었다 싶으면 왼편을 잘 살펴보다가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이 매달려 있는 곳으로 들어서는 방법 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얘기이다.
▼ 산자락에 들어서서도 산길은 계속해서 완만하게 이어진다. 흡사 정글을 연상시킬 정도로 넝쿨식물과 잡목(雜木)이 우거진 숲속으로 난 산길은 비록 또렷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찾아갈 만은 하다. 그러다가 능선에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가팔라진 산길은 마지막으로 왔다갔다 갈지(之)자를 잠시 그린 후에 ‘디실재’ 위에 올려놓는다. 산자락에 들어선지 14분, 산행을 시작한지는 21분이 지났다.
▼ 디실재는 중산에서 용암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의 안부에 있는 사거리이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중산, 그리고 고갯마루를 넘어가면 골안마을(산외면 희곡리)이 나온다. 우리가 가야할 백암봉은 물론 왼편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야 한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운문지맥, 여기가 디실재입니다’라고 쓰인 팻말이 가장 먼저 반긴다. ‘준.희’라는 분의 작품인데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런 오지(奧地)의 산에서 만나게 되는 저런 팻말들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정표도 없는 곳에서 길 찾기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팻말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이곳 디실재에서부터는 운문지맥(雲門枝脈)을 따라 산행이 이어진다. 운문지맥은 낙동정맥의 가지산(1,241m)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하여 운문산과 억산, 구만산, 용암봉, 낙화산, 비학산 등을 만든 후 밀양시 산외면 정문마을의 밀양강변에서 그 맥을 다하는 산줄기이다.
▼ 디실재에서 산길의 풍경은 확연히 변한다. 고갯마루 부근에서 잠시 느긋했던 산길이 서서히 가팔라지더니 끝내는 ‘산이 허리를 곧추세웠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가팔라져버린다. 아마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다 하나 더, 바위 하나 구경할 수 없었던 순수한 육산(肉山)에 갑자기 바위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것도 커다란 것들로 말이다. 그런데 이 바위들의 생김새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그렇다. 영락없이 시루떡을 빼다 박았다. 이곳뿐이 아니다. 오늘 산행에서 만난 바위들은 하나같이 모두 시루떡을 닮아 있었다.
▼ 디실재에서 20분, 시루떡을 닮은 바위에서는 7~8분쯤 더 오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어디로 갈지를 갖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두 길은 정상에서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다만 스릴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오른편으로, 그렇지 않다면 왼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단 오른편 코스로 갈 경우에는 안전로프에 매달리는 것은 물론 수직(垂直)에 가까워 벼랑을 나무에 의지해서 올라야하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 벼랑에 올라서면 백암봉 정상은 코앞이다. 정상은 산봉우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밋밋하다. 거기다 정상표지석은 물론 그 흔한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만일 나무에 매달려있는 ‘정상표지판’마저 없었더라면 십중팔구(十中八九) 이곳이 정상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일 것이다. 팻말을 설치한 ‘준.희’라는 분께 감사를 드려본다.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이 이골이 나도록 자주 접해왔던 ‘준.희’라는 분은 국제신문의 산행대장을 역임했던 최남준씨라고 한다. 그가 정상석이 없는 산들을 찾아다니며 이런 조그만 팻말형 안내판을 걸어둔다는 것이다. 시작을 같이 했던 후배는 이미 고인(故人)이 되었지만, 그의 선행(善行)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 삼거리인 정상에서는 왼편으로 진행한다. 만일 오른편에 보이는 희미한 길로 들어설 경우에는 괴곡마을(산외면 희곡리)로 내려서게 되니 주의할 일이다. 왼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잠시 후에 삼거리, 이곳에서는 오른편으로 진행한다. 왼편은 아까 갈림길에서 완만한 왼쪽코스로 진행했을 경우 올라오게 되는 길이니 참조할 일이다. 삼거리에서 용암봉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멋진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꽉 막혀있던 백암봉 정상에서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원스럽게 시야가 트이는 곳이다. 허나 아쉽게도 짙은 연무(煙霧)로 인해 기껏해야 신내면 방향의 골짜기만 시야에 들어올 뿐,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영남알프스의 거대한 산군(山群)들은 아예 사라져버렸다.
▼ 전망바위를 지나서도 바위지대는 계속된다. 기괴하게 생긴 바위들과 소나무들이 잘 어울리는 그야말로 멋진 길이다. 바위들은 하나 같이 시루떡을 닮았다. 좀 고상하게 표현한다면 고성 상족암이나 변산반도의 채석강이 연상될 정도로 퇴적암의 층리(層理)가 잘 발달돼 있다는 얘기이다. 그 첫 번째는 백암봉 정상에서 8분쯤 되는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각의 기둥처럼 생긴 바위 두 개가 마치 문설주처럼 나란히 서있는 것이다. 함께 걷던 일행이 ‘통천문’일지도 모르겠단다. 그러나 진짜 이름은 ‘제2 문바위’란다. 이는 잠시 후에 만나게 되는 ‘문바위’라는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누군가가 걸어둔 이정표에다 그렇게 표기해 놓은 것이다.
▼ ‘제2문바위’ 근처에는 마당바위도 몇 개 보인다. 시루떡의 맨 위처럼 반반한 것이 여럿이 한꺼번에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거기다 점심상이라도 차린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고 말이다.
▼ 산에는 이런 야생화(野生花)들은 물론이고, 산나물이 지천이다. 참취는 물론이고, 비비추에 고사리, 광대나물 등 산나물들이 사방에 널려있다시피 하다. 지맥종주를 하는 사람들이나 찾는 오지(奧地) 산이라서 사람들의 때를 덜 탄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시루떡 무더기를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오고, 짙은 소나무 향에 코끝을 찡그리다보면 10여분은 훌쩍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또 다시 거대한 시루떡들의 모임이 시작된다. 누군가가 매달아 놓은 이정표에 ‘문바위’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인다. ‘제2’나 ‘제3’이 아닌 그냥 ‘문바위’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주위의 바위들은 아까보다 훨씬 더 커졌다.
▼ 산행은 이 바위 틈새로 오르기도 하고 에돌기도 한다. 그러다 바위 위로라도 올라설라치면 어김없이 전망대가 된다. 첫 번째는 왼편, 상동면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트인다. 그러나 산하(山河)는 조망(眺望)을 허락하지 않는다. 골짜기 너머에 있을 옥교산은 물론이고 왼편 가까이에 있어야할 낙화산과 보담산까지도 흐릿할 뿐이다. 연무(煙霧)가 너무 짙은 탓이다.
▼ 시루바위로 가는 길에 만난 앙증맞은 다리가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론 고맙다. 두 바위 사이의 깊이가 겁이 날 정도로 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음 놓고 건너뛰기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 중간에 683.2m봉을 지나면 또 다시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이번의 것도 역시 영락없는 시루떡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의 것에는 ‘시루바위’라는 어엿한 이름까지도 갖고 있다. 물론 누군가가 매달아 놓은 사제(私製) 이정표에 적혀있었지만 말이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이번에는 오른편, 그러니까 남동에서 북동쪽으로 시야(視野)가 뻥 뚫린다. 천황산과 재약산, 그리고 구만산에서 억산과 운문산을 거쳐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조망된다는 곳이다. 그러나 심술궂은 연무(煙霧)는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 시루바위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용암봉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내려갈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3~4m쯤 되는 벼랑은 그다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수직에 가까우면서도 면(面)이 고르지 못한 탓에 로프에 매달려 중심을 잡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 시루바위에서 안부까지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치고 오르면 용암봉 정상이다. 백암봉에서 50분이 조금 못 걸렸다.
▼ 정상은 소나무에 둘러싸인 둥그런 형태의 공터다. 7~8년 전만 해도 사방이 확 트인 헬기장이었다지만 발아래 깔린 보도블록들이 옛이야기를 전해줄 뿐, 지금은 소나무들만이 무성하다. 때문에 조망(眺望) 또한 꽉 막혀있음은 물론이다. 정상은 작고 귀여운 정상표지석과 삼각점(동곡 334)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이정표는 역시 보이지 않는다. 길이 둘로 나누어지는 곳이니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곳에서 오른편은 오치고개와 육화산을 거쳐 운문산과 가지산으로 연결된다. 즉 이곳에서 함께 달려온 운문지맥과 헤어진다는 얘기이다. 답사로는 용암봉에서 왼쪽, 소천봉 방향이다.
▼ 용암산을 지나면서 능선은 다시 전형적인 육산(肉山)으로 변한다. 덕분에 걷기에 무척 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용암봉에서 10분쯤 내려서면 안정고개이다. 누군가가 고맙게도 사제(私製) 이정표를 매달아 놓았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도곡리 윗마을이 나오고, 오른편은 신곡리 안정마을로 연결된단다.
▼ 안정고개에서 소천봉까지는 제법 긴 거리이다. 거기다 육산(肉山)의 특징대로 특별한 눈요깃거리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구간이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낮추고 있는 능선을 따라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다.
▼ 안정고개를 출발해서 30분 정도가 지나면 소천봉에 올라서게 된다. 비록 용암봉 정상보다는 좁지만 그래도 펑퍼짐하다고 볼 수 있는 공터에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어른 키 높이의 돌탑이 쌓여있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천봉도 역시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그리고 용암봉과 마찬가지로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다. 소천봉도 역시 길이 둘로 나뉜다. 돌탑 뒤로 내려갈 경우에는 신곡리 음지마을로 연결되고, 도곡저수지로 가려면 왼편 매화리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 하산을 시작한다. 잠시 아래로 내려섰다가 바위 몇 개가 있는 지점을 통과하여 위로 오르면 10분 후에는 삼거리봉에 올라서게 된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하산지점을 모정마을이나 매화마을로 잡았다면 맞은편으로 곧장 내려서면 된다. 그러나 만일 도곡저수지방향으로 내려가고 싶다면 왼편의 숲을 잘 살펴보아야한다. 잘 살펴보지 않을 경우 그냥 음지마을로 내려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왼편으로 갈리는 오솔길이 희미하다는 얘기이다.
▼ 아쉽게도 우리 일행은 박연정(博淵亭)이라는 정자가 있다는 모정마을(또는 매화마을) 방향으로 잘못 들어서고 말았다. 무조건 또렷한 길만 고집한 탓이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가파른 내리막길을 얼마나 내려왔을까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까 우리가 지났던 봉우리에서 분기되는 능선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능선에 돌출된 바위들이 아침에 산행대장이 설명하던 상황과 일치한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 잘못 들어선 것을 알고 나서도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산지점인 도곡저수지가 왼편에 있기에 무턱대고 능선을 탈 수 만은 없는 일이다. 별 수 없이 왼편으로 길을 내보기로 한다. 그러나 첫 번째는 실패였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가팔라지기에 오른편 사면(斜面)으로 길을 열었더니 본래의 능선길과 다시 만나 버린 것이다.
▼ 본래의 능선으로 되돌아와 하산을 이어가면 얼마 후, 그러니까 소천봉에서 25분쯤 되는 지점에서 지능선이 왼편으로 분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능선으로 난 길이 비록 희미하지만 따라보기로 한다. 우리의 판단은 옳았다. 지능선을 따라 얼마쯤 내려오다 도곡저수지를 가늠해서 왼편 경사면(傾斜面)을 치고 내려서면 과수원이 나타나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고정리와 도곡리를 연결하는 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과수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스스로 길을 내었음은 물론이다. 지능선으로 내러서서 17분, 소천봉에서는 50분이 걸렸다.
▼ 산행날머리는 도곡저수지
도로에 내려서면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오른편은 고정리 모정마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분쯤 거슬러 올라가면 도곡저수지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3시간30분이 걸렸다. 중간에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3시간20분이 걸린 셈이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내려온 거리를 감안한다면 산행시간이 너무 짧다고 볼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도곡저수지 근처에 있는 법성사에 잠시 들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마침 저수지 주변에 땀을 씻을 만한 곳이 없으니 세수라도 할 겸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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