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방산(座防山, 502m)

 

산행일 : ‘14. 7. 1()

소재지 : 강원도 춘천시 남면

산행코스 : 한발고개570노송쉼터태평사갈림길좌방산 정상245()발산중학교(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산악회 : 가보기산악회

 

특징 : 좌방산은 남서쪽으로 홍천강이 흐른다. 때문에 모곡유원지와 한덕관광유원지, 그리고 개야리유원지 등 제법 알려진 유원지(遊園地)들이 산을 둘러싸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산을 보고 찾아왔다고 하기보다는 홍천강을 낀 유원지에 놀러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많은 인파(人波)들이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인근 유원지에 들렀다면 일단 산을 올라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산은 고즈넉하고 능선에서 바라보는 홍천강의 풍경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는 한발고개(춘천시 남면 한덕리)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 I.C에서 내려와 좌회전하면 금방 발산2(춘천시 남면)에 닿게 된다. 발산2리는 치안센터와 초등학교까지 있는 제법 큰 마을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 발산삼거리(강촌유원지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 근처에서 보면 왼편으로 도로 하나가 보인다. 한덕리(춘천시 남면)로 넘어가는 군도(郡道 : 한덕발산길)이다. 이 도로를 따라 얼마간 들어가면 두 동네의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되는데, 이 고갯마루가 바로 오늘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한발고개이다.

 

 

 

2차선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한발고개에서 내려 오른편 산비탈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길이 통나무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지역에서 좌방산에 쏟는 정성이 대단한 모양이다.

 

 

 

뛰어난 패션(fashion)감각, 살아있는 나무를 활용하여 의자(椅子)를 만들어 놓았다. 겨우 자그마한 판자(板子) 한 장을 고정시켜 놓았을 따름인데도, 이렇게 멋진 의자가 완성되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아이디어(idea)일지라도 잘만 활용할 경우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통나무계단을 밟으며 잠깐 용트림을 하고 나면 어설프게 쌓은 돌탑이 있는 봉우리, 산길은 잠시 얇게 안부에 떨어졌다가 다시 오름짓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의 오름짓은 제법 길게 이어진다. 길가에 바위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능선은 바위투성이로 변해있다. 그러나 아직은 바윗길은 아니다 그저 흙산에 바위들이 널려있는 정도, 당연히 산길의 바닥은 흙길이 계속된다. 산길이 바위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막힌 예술작품(藝術作品), 굵은 나무가 쓰러져서 오랜 세월을 지나다보니 고사목(枯死木)으로 변해있다. 그런데 그 생김새가 범상치가 않다. 마치 어느 뛰어난 예술가가 심혈을 들여 만들어 낸 조각품(彫刻品)을 뺨칠 정도로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랑나무(連理木)일까? 아니면 수컷(남성)나무라고 불러야할까?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얼마 후에 한 나무로 합쳐졌으니 연리목(連理木)이 맞는데 외형이 왜소(矮小)한 탓인지 왠지 어설프다. 그렇다면 수컷나무로 이름을 붙여보고 싶다. 가랑이 사이에 물건까지 떡하니 달고 있으니 말이다.

 

 

오름짓을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산길은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바위를 비켜간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나는 통나무계단을 밟으며 한차례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큰 소나무가 있는 작은 바위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가쁜 숨도 달랠 겸 쉬어가기 딱 좋은 장소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0분 남짓 걸렸다.

 

 

암봉에서 예정된 코스로 진행하려면 봉우리로 올라왔던 길과 반대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그런데 얼핏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진행방향이 비록 낮기는 하지만 바위 직벽(直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프를 붙잡고 바위 틈새로 내려서서 산행을 이어간다.

 

 

 

 

이어지는 산길은 바위능선을 따르게 된다. 그러나 바윗길은 위험하지는 않다. 산길이 커다란 바위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나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능선의 바위들이 많이 눈에 익다. 오른편이나 왼편으로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 흡사 삼악산의 바위들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것이다. 하긴 삼악산은 여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두 산이 같은 지질(地質)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바윗길이 끝나면 밋밋한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570m봉인데 여기까지 오는 데 3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비록 이정표(좌방산 2.5Km/ 한발령 0.9Km)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570m봉은 삼거리이다. 오른편 좌방산 방향의 길 외에도 왼편에 길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바로 정상이라는 왕좌(王座)를 빼앗긴 서러움을 간직한 580m봉으로 가는 길이다. 580m봉에 오른 사람들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만 한다. 그런데 등산객들 일부는 580m봉을 다녀오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570m봉에는 통나무의자까지 만들어두었다. 일행이 다녀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는 얘기일 것이다. 나도 역시 집사람을 기다리라 해놓고 부지런히 580m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런 내 결정은 섣부른 오판(誤判)이었다. 580m봉을 다녀오는 길은 나 혼자 느끼기에 서운할 정도로 괜찮은 코스였기 때문이다.

 

 

580m봉으로 가는 들머리는 또렷하지 않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일단 들어서고 나면 길은 또렷해진다. 아니 또렷해진다고 하기 보다는 외길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능선의 양쪽 사면(斜面)이 모두 비탈진 날등으로 이루어진 탓에 다른 길을 만들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안부로 떨어졌던 능선은 이번에는 바윗길로 변한다. 이 바윗길은 넘을 수도 있고, 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왼편으로 우회(迂廻)를 해도 된다. 그러나 난 일단 바위를 넘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위험을 느낄 정도로 험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스릴(thrill)만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570m봉에서 580m봉은 10분 조금 넘게 걸린다. 580m봉은 바위봉우리이다. 그리고 그 정상부위는 어느 곳이 정상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위구간이 길게 퍼져있다. 어느 곳일까 두리번거리는데 중간쯤 바위가 뽈록하니 솟아오른 부위에 낯익은 코팅(coating)가 하나 보인다. 산행을 함께 하고 있는 한현우선생의 작품이다. 그는 ‘3000산 오르기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산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산을 오를 때마다 저런 정상표시지를 하나씩 부착해 나가고 있다. 이곳 580m봉은 그가 오른 5311번째의 산이란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의 산에 대한 열정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그런데 그가 붙인 표시지에는 ’580m좌방산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따가 만나게 될 좌방산은 소좌방산이란다. 나 역시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은 그 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정상으로 삼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현재의 좌방산은 곰봉으로 정하면 어떨까 싶다. 그나저나 580m봉은 502m봉에 비해 조망이나 볼거리 등 하등에 뒤질 것이 없는데도 왜 정상의 자리를 502봉에 넘겨주었을까? 어쩌면 주능선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정상들이 주능선 상에 있었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기에 하는 말이다.

 

 

 

서글픈 산봉우리인 589m봉에 올라서면 시야(視野)가 탁 트인다. 마치 정상을 남에게 내준 한풀이가 아닐까? 좌방산 줄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임에도 불구하고 정상(頂上)의 자리를 502m봉에 넘겨준 한풀이 말이다. 그러나 열리는 시야에도 불구하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미하다. 연무(煙霧)가 짙게 깔린 탓에 눈에 들어오는 시계(視界)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들의 눈을 빌어본다. <동남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팔봉산을 휘돌아 흐르는 홍천강과 반곡리 분지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쇠뿔봉과 금확산이 우뚝 솟아 보인다. 서쪽으로 20m 나선 곳에 있는 전망바위로 발길을 옮기면 동남쪽을 제외한 나머지 조망도 즐길 수 있다. 남으로는 570m봉부터 뻗어내린 남릉과 그오른쪽 홍천강이 멀리 봉미산과 어우러져 한 폭 그림을 연출한다. 서쪽 조망도 일품이다. 지형도 상의 좌방산 정상인 502m봉이 내려다보이고, 502m봉 너머로 장락산, 호명산, 주발봉 능선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북으로는 봉화산에서 고깔봉으로 이어지는 산릉을 넘는 소주고갯길이 뚜렷하고, 소주고개 너머로는 삼악산이 거대한 수석처럼 눈에 들어온다.>

 

 

 

570m봉으로 되돌아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가파르게 시작된 산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만(緩慢)한 능선길로 바뀌더니 이정표(좌방산 정상 2.0Km/ 한발령 1.0Km)가 있는 곳에서 오른편으로 급하게 휘어져 내려간다. 능선에는 온통 참나무 천지, 가끔 소나무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저 어쩌다가 한 그루씩 나타날 따름이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소나무들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곳이 나타난다. 그것도 오래 묵은 늙은 소나무들 천지이다. 누군가의 메모(memo)노송(老松) 쉼터라고 표기되어 있던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580m봉을 들르지 않고 곧장 좌방산으로 가던 일행 몇 명이 앉아서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비록 의자는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앉아서 쉬기에는 이보다 나은 자리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지는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고만고만한 작은 봉우리들을 넘다보면 이정표가 없는 능선삼거리가 나타난다.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오른편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길이 옳은 길인데도, 왼편의 능선 길이 옳은 길 같이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른편 길이 비록 급하게 방향을 트는데다가 가파르게 고도(高度)까지 낮추기 때문에 마치 능선을 벗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은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지도(地圖)만 보고 방향을 잡았던 우리 일행은 곧장 능선을 따라 진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 꽤 힘든 산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능선으로 진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능선이 끝나면서 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러다가 거의 바닥까지 이르고서야 내려가는 것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향한다. 어느새 산길은 흔적까지 희미해져 버렸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은 탓일 것이다. 산길에 억매이지 않고 그냥 오른편 능선으로 오르고 본다. 좌방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분명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잡목(雜木)들을 헤치며 능선 위로 오르면 예상대로 또렷한 산길이 나타난다. 아까 탈출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던 그 길이다. 능선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금방 안부사거리(이정표 : 좌방산 정상 0.3Km/ 태평사 0.8Km/ 심일폭포(등산로 폐쇄)/ 한발령 2.7Km)이다. 580봉을 거치지 않고 그냥 좌방산만 오르려고 하는 사람들은 태평사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이곳을 거쳐 좌방산에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570m봉에서 이곳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렸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도 시간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평사 갈림길에 산길은 다시 가파르게 변한다. 어쩌면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다. 가파르기야 아까 570m봉에 오를 때보다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지친 상태에서 맞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 오르막길은 길지 않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300m, 15분 조금 못되게 치고 오르면 좌방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났다.

 

 

좌방산 정상은 3~4평쯤 되는 공터로 이루어져 있다. 한가운데에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든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삼각점(용두305, 2005재설)과 이정표(소남이섬 1.6Km. ()발산중학교 1.7Km/ 태평사 1.1Km, 한발령 3.0Km)도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으로 정상 옆 소나무 그늘아래에 벤치(bench)를 설치해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좌방산의 옛 이름은 잣방산이다. 예로부터 산자락에 잣나무가 유난히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편 정상(頂上)의 생김새가 잣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으니 참조해볼 일이다. 이 잣방산과 관련된 전설(傳說)이 하나 있어서 소개해 본다. 옛날 이 마을에 효성(孝誠)이 지극한 머슴 덕쇠가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덜컥 병이 났던 모양이다. 이후의 전개과정은 여느 다른 전설들과 똑 같다. 덕쇠는 갖은 약을 모두 다 구해다 드리는 등 정성을 다해 그의 어머니를 보살폈으나 어머니의 병은 깊어만 갔던 것이다. 드디어는 그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을 받은 산신령(山神靈)이 그의 앞에 나타났고, 산신령이 알려준 대로 행한 결과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그때 산신령이 알려준 처방(處方)이 산의 정상에서 자라고 있는 잣나무에 열린 잣 열매 세 개를 따다가 갈아 먹이라는 것이었고, 그 인연(因緣)으로 잣방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남향의 조망(眺望)은 일품이다. 홍천강을 가로지르는 서울-춘천고속도로의 뒤로 장락산과 왕터산 줄기가 또렷하게 나타난다. 나머지 방향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시야(視野)가 잘 트이지 않는다.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발산중학교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급경사(急傾斜) 암벽(巖壁)이 나타난다. 그러나 생각보다 위험하지는 않은 편이다. 위에서 보면 높고 험하게 보이지만 안전로프가 매어져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내려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윗길을 내려서면 또 하나의 이정표(소남이섬 1.6Km/ 발산중학교 1.7Km/ 좌방산 정상 0.04Km)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에 보이는 급경사 내리막길로 진행할 경우 소남이섬에 이르게 된다. 괜찮은 바윗길로 알려졌지만 우린 발산중학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길은 바위절벽 아래로 난 오솔길을 따라 이어진다. 좌방산의 정상어림이 바위로 이루어진 탓에 산길이 그 바위 절벽(絶壁)을 끼고 나있기 때문이다. 산길이 원을 그리면서 돌기 때문에 마치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제대로 가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가다가 암벽을 떠나 왼편 능선으로 방향을 틀기 때문이다.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 가끔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소음이 들리기도 한다. 아마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위를 지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뽈록하니 솟아오른 작은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아마 250m일 것이다. 정상에 통나무로 만든 벤치가 놓여있는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얼핏 의자에 가려 무심코 오른편으로 진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산중학교로 내려가려면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길이 거의 직각에 가깝게 방향을 트는데다가 길이 의자 뒤로 숨어있기까지 하니 주의가 요구된다.

 

 

 

250m봉에서 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러나 다행이도 바닥이 부드러운 흙길이라서 내려서는데 부담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산길의 주변은 온통 참나무 천지, 옷깃만 스쳐도 초록빛으로 물들어버릴 것 같은 녹음 속을 걷다보면 갑자기 잣나무 숲이 나타나고, 잣나무 숲이 끝나는가 싶으면 산행안내도가 세워진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산행날머리는 구() 발산중학교

임도를 따라 잠시 걸으면 지금은 폐교(廢校)가 된 발산중학교에 이르게 된다. 비록 폐교가 되었지만 건물은 아직까지 반듯하다. 누군가가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건물에 문화예술의 만남, 반딧불이야기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면 예술인들이 공동 작업실로 이용하면서 시설물들을 관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예술인 들은 세속의 때를 덜 탄다?‘ 누군가의 말처럼 예술인들은 마음이 선()한가 보다. 경내(境內)에 있는 수도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덕분에 우린 산행 중에 흘린 땀을 깨끗이 씻고 개운하게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호의를 베풀어 준 예술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려본다. 오늘 산행시간은 총 3시간, 물론 쉬지 않고 걸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