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봉(國師峰 632.3m)-마미산(馬尾山 600.8m)-대덕산(大德山 580m)

 

산행일 : ‘13. 12. 8()

소재지 : 충북 제천시 봉양읍, 금성면, 청풍면과 충주시 산척면의 경계

산행코스 : 응골고개국사봉마미산 정상삼거리마미산 정상 왕복대덕산 정상 삼거리대덕산 정상 왕복굴탄교(강촌상회)(산행시간 : 빠른 걸음으로 3시간10)

함께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징 : 전형적인 흙산인지라 자랑할 만한 산세(山勢)를 갖고 있지 못하다. 거기다가 국사봉을 제외하고는 조망(眺望)도 트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어쩌면 지맥종주를 하는 사람들 외에는 찾는 사람들이 드문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일반 등산객들이 찾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은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응골고개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내려와 82번 지방도를 타고 금성면소재지인 구룡리까지 온다. 이어서 금성보건지소(구룡리) 앞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532번 지방도(국사봉로)를 따라 봉양읍 방향으로 들어가면 산자락을 돌아 오른 도로는 봉양읍과 금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인 응골고개에 이르게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 I.C에서 내려와 38번 국도를 타고 태백방향으로 달리다가 하영교차로(交叉路 :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에서 빠져나와 산척사거리(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에서 우회전 531번 지방도를 따라 잠깐 달리다가 덕해삼거리(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에서 좌회전하여 영덕천 왼편으로 나란히 나있는 군도(軍道 : 인등로)를 이용해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 참고로 이번 우리를 안내한 산악회 버스는 후자의 방법을 이용했다. 응골고개에서 청풍면 방향으로 50m 이동하면 도로변에 설치된 가드레일(guardrail) 너머에 세워진 국사봉 등산안내도(案內圖)가 보인다. 안내도 뒤편에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산악회 표시지가 몇 개 바람에 날리고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참고로 이곳 응골고개에서 국사봉과 마미산을 거쳐 가는 **)갑산지맥 종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고갯마루 어림에서 국사봉 쪽으로 난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이럴 경우 의미 없는 능선을 타지 않아도 될뿐더러 10분 남짓한 시간까지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산지맥(甲山枝脈), 영월지맥의 가창산(歌唱山.819.5m) 동남쪽 0.9km 지점인 602m봉에서 남쪽으로 분기(分岐)하여 갑산(甲山.747m), 호명산(虎鳴山.479m). 성산(城山.425.6m), 국사봉(國師峰,632.3m), 마미산(馬尾山.600.8m)을 거쳐 충주시 동량면 남한강과 제천천() 두물머리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46.2km  산줄기로 제천천의 우측  분수령(分水嶺) 된다.

 

 

 

 

가드레일을 넘으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로 겨우 등산로임을 알 수 있었던 산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렷해진다. 능선을 가득 메운 참나무들 사이로 외줄기 길이 가지런히 나있다. 산길은 순하다. 부드러운 흙길에는 낙엽(落葉)이 포근하고, 거기다가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 불편한 것은 길이 미끄럽다는 것이다. 능선을 가득 채우고 있는 참나무들의 낙엽이 두텁게 쌓인 탓이다. 이렇게 미끄러운 참나무 낙엽들과의 싸움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다지 높지 않은 능선을 하나 넘으면 산길은 왼편에 보이는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아까 고갯마루에서 보았던 임도이다. 건너편, 그러니까 국사봉의 아랫자락에 공사현장이 보이고, 그 뒤편의 산자락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몇이 보인다. 아까 임도로 들어섰던 우리 일행들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선두대장은 임도로 내려서자마자 오른편 산자락으로 들어붙는다. 아마 길가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산악회 시그널을 본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 올랐던 코스의 상황이 먼저 국사봉을 다녀간 사람들이 쓴 후기(後記)의 상황과 다른 것을 보면 어쩌면 공사현장의 뒤편으로 난 코스가 옳을지도 모르겠다. 후기에서 보았던 샘터나, 임도, 그리고 광산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른편 산자락으로 들어서면 산길이 의외로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잡목(雜木)들이 갈 길 바쁜 나그네들의 발걸음을 붙잡기는 하지만 경사(傾斜)가 가파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산길은 언제 순했냐는 듯이 갑자기 가팔라져 버린다. 난 가끔 땅 냄새가 난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코로 땅 냄새가 스며들어 온다는 의미이다. 즉 경사가 하도 심해서 엎드리고 오르다보면 자동적으로 코가 땅에 가까워지게 되고, 그로 인해 땅 냄새가 자연스레 코끝으로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지금 국사봉으로 오르고 있는 구간도 이러한 표현을 쓰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거기다가 참나무 낙엽(落葉)까지 수북하게 쌓여있어 미끄럽기까지 하니 한 발짝 내딛기조차 힘들 정도이다. 가히 죽음의 코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20분 정도를 정신없이 씨름하다 보면 능선 위에 올라서게 되고, 곧이어 오른편으로 산길 하나가 갈려나가는 것이 보인다. 마미산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5분 남짓의 거리, 배낭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이곳에다 배낭을 벗어놓고 다녀오면 된다. ‘마미산 갈림길에서 4분 남짓 치고 오르면 무인산불감시탑이 보이고 정상은 바로 그 위이다. 서너 평도 채 되지 않는 좁다란 정상에는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없이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제천26/1980재설)만이 외롭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국사봉은 비운(悲運)의 임금인 단종(端宗)에 얽힌 사연이 전해져온다. 조선 세조때 단종이 영월 땅으로 귀양을 가게 되자, 그의 신하였던 '유안예'라는 사람이 이 부근에 있는 활산리 살미에 '능골'(당시 안살미)이라는 곳으로 낙향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 살면서 매월 초하룻날과 보름날만 되면 나라를 위해 국궁사배(鞠躬四拜)를 올렸다고 한다. 그가 절을 올리던 방향에 있던 봉우리라고 해서 국사봉(國師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연 때문인지 오늘 오르는 세 개의 산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이다. 산의 이름이 산()도 아닌 봉()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국사봉 정상은 조망(眺望)이 잘 터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동남쪽의 면위산(부산)과 동남쪽의 수름산, 대덕산은 물론이고 청풍호반과 더불어 월악산의 연봉(連峰), 그리고 대미산과 소백산이 들어앉은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만들어내는 하늘금이 거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예외이다. 자욱한 연무(煙霧)로 인해 바로 코앞에 있는 산봉우리조차도 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상으로 올라왔던 방향의 맞은편에 바위 능선이 보인다.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몰라도 한번쯤 오르내려보고는 싶지만 꾹 참고 발걸음을 돌린다. 모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선두그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이다.

 

 

 

좁다란 공터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어서 곧바로 마미산으로 향한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에게 방해를 주기 싫어서이다. 이런 때는 차라리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는 것이 위안을 주기도 한다. 일망무제의 조망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까 지나왔던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마미산으로 향한다.

 

 

 

삼거리를 출발한 산길은 초반에 한번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선 후, 이번에는 바윗길을 만들어낸다. 국사봉에서 17분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이 바윗길이 참 묘하다. 오른쪽 위에서 왼편의 아래로 대각선(對角線)을 이룬 바위 면()을 어디로 지나가야할지가 가늠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바위가 거대(巨大)하지도, 그렇다고 날카롭지도 않으니 마음 내키는 곳을 밟고 올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7~8분 정도의 바윗길이 끝나면 이내 무명봉(어쩌면 614m)에 올라서게 되고, 이어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오른편 급사면(急斜面)으로 희미하게나마 길이 하나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산악회 시그널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오르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 상구곡으로 내려가는 길인 모양이다.

 

 

 

갈림길을 지나 15분쯤 더 가면 이번에는 제멋대로 휜 가지들을 늘어뜨리고 있는 아름드리 노송(老松)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이곳 말고도 소나무들의 군락(群落)을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되지만 아마 이 구간이 가장 뛰어날 것이다. 노송구간을 지나면 또 다시 바위가 많은 구간이 나타난다. 구태여 이 구간을 바윗길로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바위를 넘지 않고도 그냥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완만(緩慢)하게 이어지던 능선은 제법 높은 봉우리 두 개를 넘게 만든다. 그러나 고맙게도 두 봉우리 모두 왼편 산허리로 우회(迂廻)를 시켜준다. 두 번째 봉우리를 우회하면 곧바로 오른편으로 산길이 하나 갈려나간다. 바로 대덕산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 삼거리에다 배낭을 벗어놓고 마미산을 다녀와도 될 것이다.

 

 

 

 

 

마미산 갈림길에서 잠깐 내려섰다가 약간 가파른 능선을 다시 치고 오르면 8~9분후에는 마미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마이산 정상은 아까 지나왔던 대덕산 정상보다도 더 좁다. 정상은 텅 비어있다. 그 흔한 이정표는 물론이고 정상표지석 조차도 없다. 나뭇가지에 철판으로 만든 정상표지판 하나가 매달려 있고, 바닥에 삼각점(제천461/2004복구) 하나가 설치되어 있을 따름이다. 정상은 조망(眺望)도 일절 트이지 않는다. 잡목(雜木)들이 정상 주변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마미산(馬尾山)의 마미는 ()의 꼬리()’라는 뜻이다. 이는 봉양에서 바라보았을 말 한 마리가 한양(漢陽) 땅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形象)으로 나타나는데, 그때 말의 머리가 마두산, 허리는 대덕산, 그리고 마미산이 꼬리부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대덕산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왼편으로 들어서서 대덕산으로 향한다. 능선은 초반에 한번 깊게 떨어지고 나서는 고저(高低)가 크지 않게 이어진다. 능선의 나무들은 대부분 참나무들, 가끔 소나무들이 무리를 지어서 사이사이를 메꾸고 있을 따름이다. 마미산을 출발해서 2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능선의 왼편으로 시야(視野)가 조금 열린다. 그러나 조망(眺望)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다. 벌목(伐木)이 오래전에 이루어진 탓인지 새로 조림(稠林)한 나무들이 시계(視界)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벌목지대를 지나서도 산길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이어진다. 능선은 고저(高低)가 크지 않은 작은 오르내림이 계속되고, 소나무가 간간히 섞인 참나무 숲 일색의 능선 풍경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벌목지대에서 다시 2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굴탄리로 내려가는 하산길과 나뉘는 삼거리이다. 굴탄리로 하산을 하려면 대덕산 정상을 밟고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굴탄리 갈림길에서 5분 정도를 더 오르면 대덕산 정상이다. 대덕산 정상도 이정표와 정상표지석이 보이지 않기는 마미산 정상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 굳이 다른 점을 들라면 마미산에서 보았던 삼각점은 눈에 띄지 않고, 대신에 등산객들이 서투르게 쌓아놓은 돌탑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까 마미산에서 보았던 철판(鐵板)으로 만든 정상표지판은 나뭇가지 대신에 돌탑에 얹혀있다. 정상이 좁다는 것과 잡목(雜木)으로 인해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는 다는 것은 같다.

 

 

 

 

굴탄리 갈림길로 되돌아와 하산을 시작해도 산길의 풍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계속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떨어뜨린다. 비록 길의 흔적이 희미하지만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고, 평탄하면서도 호젓할 산길은 사색을 즐기며 걸어도 충분할 것 같다.

 

 

 

 

대덕산 정상을 출발한지 30분 정도 되면 산길은 능선을 벗어나 오른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다. 갈림길 입구의 나뭇가지에서 팔랑이고 있는 시그널들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정도로 길의 흔적이 희미하다. 거기다 비탈진 사면(斜面)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급경사(急傾斜)를 이루고 있다. 이런 길을 정규등산로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이상할 것이다. 곧바로 진행할 경우에는 장재덕리 제천천으로 내려서게 되니 주의가 요구된다.

 

 

 

가만히 서있어도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니 스틱(stick)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주변의 나뭇가지들에 의지해서 내려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당연히 등산로를 찾기보다는 그냥 눈에 띄는 나뭇가지를 따라 길을 헤쳐 나간다. 하긴 그런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등산로를 눈으로 찾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급사면을 10분 정도 내려서면 울창하게 자란 낙엽송(落葉松 : 일본이깔나무)숲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아직도 파란 이끼가 잔뜩 낀 원시(原始)의 숲을 지나면 널따란 밭으로 내려서게 된다.

 

 

 

 

산행날머리는 굴탄교()

밭의 오른편으로 난 시멘트포장 농로(農路)를 따라 잠깐 내려가면 굴탄리이고, 동네를 통과하면 만나게 되는 도로를 따라 왼편으로 100m정도 더 걸으면 굴탄교(), 굴탄교 옆에 있는 가옥(家屋)강촌수퍼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폐업(廢業)한 모양으로 담벼락 대용으로 걸쳐져 있는 강촌수퍼라고 쓰인 간판이 아니라면 이집이 옛날 강촌수퍼였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굴탄교 아래는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행을 끝마치고 둘러앉아 쉬기에 딱 좋다. 물론 흘린 땀을 씻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