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발칸반도 및 동구유렵
여행일 : ‘14. 10. 19(일) - 30(목)
여행국가 :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체코(7개국)
여행 둘째 날 오후 :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Postojna) 동굴
특징 : 슬로베니아는 카르스트(Karst) 지형이 유명하다. 카르스트(Karst)라는 단어 자체가 슬로베니아의 지명인 크라스(Kras)에서 가져왔을 정도로 말이다. 크라스 지방에 있는 포스토이나(Postojna)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 중 하나인 ‘포스토이나 동굴(Postojna Caves)’을 보유하고 있다. 동굴의 길이는 무려 24㎞,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공간은 그 중 일부이지만 입구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크고 아름답다. 길이만 긴 게 아니라 동굴 내부도 심히 넓은데, 관광객이 들어가는 가장 깊은 곳에는 10,000명의 청중들을 모아놓고 콘서트를 열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강당형 공간도 있을 정도이다. 다만 기차 타고 들어갈 때 특별한 안전장구를 주지 않으니 특별히 안전(安全)에 유의하여야 한다. 사진 찍는데 열중하다 자칫 잘못하면 삐져나온 종유석(鐘乳石) 기둥에 머리를 부딪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슬로베니아의 국경 부근에 있는 포스토이나(Postojna)에 도착하면 반듯하게 잘 지어진 건물들이 길손을 맞는다. 식당이나 기념품판매점 등 편의시설들이 들어있는데, 오전에 들렀던 블레드에 비하면 화려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듯 싶다. 이곳에 있는 동굴이 일찍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Vienna)보다도 먼저 전기(電氣)가 들어왔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 포스토이나동굴(Postojna Caves)의 원래 이름은 아델스베르그동굴(Adelsberg Caves)이었다. 오스트리아 지배하던 때 아델스베르그(Adelsberg)시의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슬로베니아지방이 유고슬라비아로 편입되면서 지역 이름이 포스토이나(Postojna)로 개명(改名)되었다. 이에 따라 동굴의 이름 또한 포스토이나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아델스베르그(Adelsberg)로 불리던 초기만 해도 동굴은 보잘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18년 오스트리아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동굴을 방문함으로써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황제의 입동을 위해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동벽 30m 높이에서 호화찬란한 새로운 동굴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굴 내에 안전통로를 개설하였고, 이와 더불어 관람료(觀覽料)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이 관람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동굴관리와 동굴퇴적물 보호가 이루어졌고, 안내인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킴으로써 관광객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852년에는 트리에스테(Trieste)에서 아델스베르그(Adelsberg)까지 철도노선이 부설되었고, 동굴로 가는 특별관광열차까지 정기적으로 운행시킴으로써 세계최고의 동굴관광 명소(名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계기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동굴개발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라마다 앞다투어 관광동굴 개발에 열을 올리는 큰 계기가 마련되었다. 또한 신대륙에서도 총 길이 591㎞의 세계최장동굴인 매머드(Mammoth)동굴을 비롯하여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칼즈배드(Carlsbad)동굴, 루레이(Luray)동굴 등이 개발되는 큰 계기가 되었다.
▼ 동굴관람은 꼬마 기차(汽車)와 함께 시작된다. 동굴은 일부분만 일반에게 공개(公開)된다. 그러나 그 길이(5.3㎞)는 결코 짧지 않다. 일반인의 관람코스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이 코스를 걸어서 둘러본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일정 구간에 선로(線路)를 깔고 기관차(機關車)를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관차는 1872년에 최초로 부설되었다. 이어서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가스기관차가 도입되었고 1945년 이후에는 전기기관차로 대체되었다. 참고로 포스토이나동굴은 개별 입장이 불가능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꼴로 운행하는 기관차를 타야만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 기관차의 속도는 제법 빠르다. 옆으로 종유석기둥이 슁슁 지나가니 사진 찍다가 머리가 없어지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동굴 내부의 기온은 선선(10도 내외)하게 느껴지는 편, 기차를 타고 갈 때에는 맞바람 때문에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바람막이 옷이라도 한 벌 챙겨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긴팔바지에 긴팔셔츠를 입는 것은 기본이고 말이다.
▼ 투어(tour)를 시작하자마자 이어폰(earphone)부터 끼고 본다. 아까 동굴로 들어설 때 가이드(guide)가 하나씩 나누어 준 것이다. 귀에 끼자마자 동굴해설이 흘러나온다. 물론 한국어이다. 이 통역서비스(service)는 영어, 불어, 독일어 등 주요 국가들에 대하여 제공된다고 한다.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어께에 힘이 들어갔었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증거이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 오디오(audio)서비스의 해설은 20개 정도의 구간으로 나뉘어 제공되는데, 어휘(語彙)가 썩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 동굴의 발견 시기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문헌(文獻)상으로는 17세기에 야네즈 바이카르드 발바소르(Janez Vajkard Valvasor)가 이 동굴에 대해 기술한 것이 최초이다. 그러다가 1818년 오스트리아 최초의 황제인 프란시스 1세(Francis Ⅰ)의 방문에 대비한 점검과정에서 주민인 루카 체치(Luka Čeč)가 기존에 알려져 있던 구간 외에 새로운 동굴을 추가로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1819년에 이 동굴을 대중에게 공개하게 되었고, 체치는 이 동굴 최초의 동굴관광 안내자가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1884년에는 전기조명이 설치되었는데, 이는 당시 동굴이 있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카르니올라주(Carniola州)의 수도 류블리아나(Ljubljana)보다 더 이른 것이었다.
▼ 포스토이나 동굴(Postojna Caves)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웅장한 카르스트(Karst) 동굴로서 영국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헨리 무어(Hennry Moore)’가 '가장 경이로운 자연 미술관'이라고 극찬했을 만큼 그 규모가 크다. 그리고 동굴 내부의 종유석 모양이 하도 다양해서 학자들 사이에선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로까지 불릴 정도이다.
▼ 내부에 들어서면 우선 동굴의 규모에 압도당하고 다양하고 찬란하게 펼쳐지는 종유석(鐘乳石)의 향연(饗宴)에 입이 딱 벌어진다. 빨간 색, 흰 색, 투명한 색 등 기둥의 탄산 함유량과 빛에 따라 나타나는 종유석의 변화를 관찰하다 보면 일행에서 쳐지는 건 다반사다. 특히 사진까지 찍다보면 말이다. 나 역시 자주 뒤로 쳐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집사람으로부터 엄청나게 자주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렇게 황홀한 광경을 놓아두고 갈 수는 없으니, 가슴에 못다 담은 나머지는 카메라에라도 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 동굴 안은 미술관(美術館)을 연상시킨다. 각양각색으로 생긴 수많은 종류의 종유석(鐘乳石)들로 넘쳐나는 것이다. 그것도 눈이 휘둥그러질 정도로 잘생긴 예술작품들이 말이다. 아니 미술관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내가 돌아본 유럽의 유명한 미술관들 중에서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 중앙의 콘서트홀(Concert Hall), 천길이 120m에 폭이 50m, 그리고 천정의 높이가 35m의 거대한 광장(hole)이다. 면적이 3000㎡에 이르며 1만 명이 동시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 포스토이나동굴(Postojna Cave)은 피브카 강(Pivka River)의 유수 작용에 의해 생성되었다. 이는 동굴을 둘러보는 중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출구로 나가는 중에 보면 협곡처럼 생긴 골짜기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데 그 아래로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동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혈거도롱뇽인 이 고장 특유의 올름(olm)이 서식한다고 한다. 동굴을 통과하는 관광노선에 올름이 서식하는 웅덩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올름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웅덩이가 아닌 유리관을 통해서 볼 수 있었지만 하얀색의 도롱뇽은 귀엽기 짝이 없었다. 하도 귀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동굴투어(tour)가 끝나면 다시 기관차를 타야만 한다. 기관차 승강장 근처에 만들어진 동굴 내 쇼핑센터(shopping center)에서 간단한 기념품 몇 점을 사들고 나오면 포스토이나동굴 투어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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