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을 정말 잘하는 집에 가면 우선 면발부터 다르다. 물컹한 국수도 아니고 쫄면처럼 쫄깃한 맛도 아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그런 면을 만날 수 있다. 국물 맛도 다르다.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광고 문구가 빈말이 아니다. 국물 맛이 시원찮으면 아무리 좋은 면발이라도 소용이 없다. 어느 집이나 다시마, 가다랑어를 말려 얇게 깎은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 멸치 등을 끓여 국물을 만든다지만, 맛있는 우동집의 비결은 흉내낼 수 없는 무엇이 있는 듯하다.

 

■기타로
일본 사람들이 즐기는 소박한 음식(우동, 라면, 덮밥, 일본식 군만두, 보쌈, 주먹밥 등)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우동 종류만 10여가지. 그 중 카레우동은 걸쭉한 카레소스에 면을 비볐다고 하기엔 소스 양이 많고 말았다고 하기엔 소스 양이 적은데, 먹을수록 젓가락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보통 먹는 카레라이스와 다른 맛을 선사한다. 채반에 건져 올린 삶은 우동면을 쓰유(간장)에 적셔 먹는 자루우동도 맛있다. 여름철 메밀국수 대신 우동면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차가운 소스에 적신 면을 입에 넣는 순간 알싸한 청량감이 느껴지고 면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신사동 브로드웨이극장을 지나쳐 롯데리아 골목에 있다. ☎(02)514-4966/유부우동 5500원, 다시마우동 6500원, 튀김우동 8000원, 볶음우동 6000원, 카레우동 7000원, 자루우동 6000원/주변 유료 주차장 이용

 

■마쓰야
충무로 극동빌딩 주변의 음식점 중 우동으로 직장인들의 입맛을 확 끌어당기는 곳이다. 마쓰야의 우동은 우리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변화돼 있다. 육개장우동과 김치우동이 투톱이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쓰린 속을 안고 출근한 샐러리맨의 점심 메뉴로 이만한 것도 없을 듯. 사골국물에 쇠고기, 고사리, 숙주, 대파 등을 넣고 고춧가루, 고추기름, 생강, 간장으로 맛을 낸 육개장우동은 얼큰한 국물 맛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은 숙주와 푸짐하게 들어있는 고사리 맛이 어우러져 진한 육개장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김치와 베이컨, 숙주, 팽이버섯, 대파, 두부 등이 들어간 김치우동도 맛보지 않으면 섭섭할 듯. 우동에 밥도 조금 따라 나온다. ☎(02)2276-0555/육개장우동정식 7500원, 김치우동정식 7500원, 덴뿌라우동정식 9000원/근처 유료주차장 이용

 

■조금
인사동 초입에 자리잡은 식당. 일본식 솥밥과 우동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동은 단 한 종류뿐이다. 뜨거운 쇠솥에 담겨 나오는 우동은 일단 푸짐하다. 제일 먼저 우동 국물과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버섯이 눈에 들어온다. 우동 국물을 머금은 새우튀김과 생선묵, 유부를 먹으면 뱃속까지 뜨끈해져 온다. 그리고 우동 면발을 후루룩 먹어 보자. 이곳 면발은 ‘투명하리만치 탄력이 있어 쫄깃하다’든가 하는 형용구는 어울리지 않는다. 씹지 않아도 그냥 스르륵 넘어갈 만큼 부드러운 국수가 너무 진하지 않은 뜨거운 국물과 잘 어울린다. 탄력이 지나친 면발과 진한 국물이 서로 각각 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먹기 좋은 듯. ☎(02)725-8400/조금우동 9800원/인사동 초입에 ‘조금’ 간판을 건 집이 나란히 두 군데인데, 이 중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집에서만 우동을 판다. /주변 유료주차장 이용

 

■미타니야
동부이촌동에서 일본인 미타니씨가 직접 운영하는 집이다. 신용산초등학교 맞은편 삼익상가 지하에 있으며 계산대와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우동도 시금치와 미역, 송송 썬 파만 넣어 말아 내는데, 우동 국물을 한 숟가락 떠넣으면 허름한 실내에 들어서면서 받은 실망이 눈 녹듯 사라진다. 실력 없는 요리사가 이것저것 넣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맛이 국물에 잘 어우러지는 일본 우동 본래의 맛을 듬뿍 느낄 수 있다. 덮밥도 맛있다. 저녁에는 주인 미타니씨와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며 술과 다양한 일본식 안주를 맛볼 수 있다. ☎(02)797-4060/미타니우동 5000원, 유부우동 6000원, 덴뿌라우동 9500원/주차 불가

 

■아리수
타워호텔에 있는 한식당. 한식당임에도 일식 우동으로 더 알려졌다. 원래는 따로 운영하던 일식당에서 만들던 메뉴였는데 일식당이 문을 닫게 되자 고객의 성화로 한식당에서 우동을 내놓게 됐다고 한다. 펄펄 끓여 나오는 커다란 돌솥에 쇠고기, 곤약, 새우, 표고버섯, 유부, 어묵, 쑥갓 등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양도 푸짐해 한 그릇 먹고나면 여느 코스 요리 먹은 것에 비할 바 없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자연송이우동은 여기에 한수 위 호사를 부린 메뉴. 국물을 삼키고 나면 목구멍을 타고 다시 올라와 콧속까지 상쾌하게 만드는 송이버섯의 향이란! 호텔 음식점이라 봉사료와 세금을 따로 받는다. ☎(02)2236-3355/송이우동 2만2000원, 타워우동 1만5000원, 김치우동 1만4000원/주차가능

 

■야마다야
손님 눈앞에서 직접 면을 만드는 수타우동 전문점. ‘비빔밥은 전주’ 하듯 일본 우동의 대명사격인 가가와현 사누키 지방의 우동을 낸다. 사누키우동은 소금 위주로 간을 하고 간장은 보조 역할만 해 국물이 맑고 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가게 벽에는 ‘사누끼 대사관’이란 명패가 붙어 있는데, 이는 이 집 우동 맛을 가가와현이 인정했다는 뜻이다. 전골 냄비에 우동 국물을 끓이고 삼겹살과 돼지목살, 배추·참나물 등 채소, 새우·꽃게·조개·미역 등 해산물을 샤브샤브처럼 데치듯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우동스키를 권한다. 분당 구미동 동사무소 맞은편 굿모닝프라자 건물에 있다. ☎(031)713-5242/가케우동 5500원, 덴뿌라우동 6500원, 자루우동 6000원, 가마붓카케우동 6000원/우동스키 1만8000원(1인분 가격. 2인분부터 주문 가능)/주차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