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메테오라(Meteora)
여행일 : ‘23. 3. 22(수)-29(수)
세부 일정 : 아테네→수니온곶→아테네→산토리니→아테네→델피→테르모필레→메테오라→아테네
특징 : ‘메테오라(Meteora)’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는 뜻이다.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 지방 북서부 트리칼라주 일대에 있는 거대한 사암 바위기둥 위에 세워진 수도원들을 두고 지어진 이름이다. 바위들의 평균 높이는 300m이며, 가장 높은 것은 550m에 이른다.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들이 있어 성지순례 코스에 들기도 하는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 독특한 풍광을 보여준다. 거대한 바위 위에 만들어진 수도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거에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밧줄과 도르래를 이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었다. 1960년대 이후 정부는 관광객들을 위해 험준한 산속까지 도로를 냈고, 수도원이 있는 높은 바위까지 계단을 만들거나 계곡의 바위와 바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덕분에 우린 개방된 6개의 수도원을 별 어려움 없이 둘러볼 수 있다.
▼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메테오라’에 도착했다. 아니 정확히는 메테오라의 배후도시인 ‘칼람바카’이다. 도시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기둥 모양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사암(沙岩)으로 이루어진 바위산들과 그 정상에 세워진 그리스 정교회의 수도원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하나 더. ‘칼람바카(Ka1abaka)’란 ‘전망 좋은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 메테오라는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400Km쯤 떨어진 ‘테살리아’ 지방에 있는 UNESCO 지정(1988년) 세계문화유산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 메테오라에는 24개의 수도원·수녀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6곳만 복원을 끝내고 손님을 맞는다. 대 메테오른 수도원(1356)을 비롯해 발람 수도원(1530), 로사노 수도원, 세인트 니콜라스 아나퍼프사스 수도원(1458), 트리니티 수도원, 그리고 유일한 수녀원인 성 스테파노 수녀원(1312)이다.
▼ 저녁식사 전에 둘러본 ‘칼람바카’는 여느 소도시와 다를 게 없었다. 호텔, 식당, 카페, 편의점 등 웬만한 편의시설은 다 들어서 있다. 관광도시이다 보니 기념품 판매점이 유독 많다는 게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
▼ 하룻밤 묵은 ‘KOSTA FAMISSI 호텔’. ‘칼람바카(Kalambaka)’라는 마을의 입구에 자리하는데, 3성급이지만 깔끔한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 호텔은 가족가업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그래선지 벽면을 자랑스러운 마테오라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창문을 열자 수도원을 머리에 인 메테오라의 거대한 바위봉우리들이 일렬로 늘어선다. 누군지는 몰라도 ‘전망 좋은 곳’이라는 동네 이름 한번 잘 지었다.
▼ 여행사는 메테오라에 있는 여섯 곳 수도원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발람수도원(Holy Monastery of Varlaam)’만 안내해준다. 인상적인 건축물과 탁 트인 전망,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곳이다.
▼ 발람수도원의 평면도, 붉은 선의 왼쪽은 수도사들의 생활공간으로 관광객의 출입이 제한된다. 수도원은 카톨리콘(예배당)과 식당, 도서관, 기숙사, 감방, 종탑, 창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버스에서 내리면 널따란 광장.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대문 좌우 벽감 속에 성화가 들어있다. 참! 메테오라의 여섯 수도원은 일주일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쉰다고 했다. 우리 같은 패키지여행자야 현지 가이드가 알아서 찾아가겠지만, 자유여행자들은 미리 알아보는 게 바람직하겠다.
▼ 왕관까지 쓰고 있는 저 쌍두 독수리 문장은 뭘 의미하는 걸까? 어쩌면 비잔틴제국의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395년 로마가 동·서로 나뉘고, 10세기 경 동로마에서 쌍두독수리의 나타나기 시작해 12세기 팔라이올로고스 왕조 때는 황실의 문장으로 굳어졌다. 당시 비잔틴제국의 황제는 세속적인 권한과 동방정교회의 수장이라는 역할을 겸했기 때문에 황실의 문장이 교회의 문장이 되었고, 동방정교회의 전통과 비잔틴제국의 문화를 이어받은 그리스나 동유럽의 나라들에서 교회의 상징 혹은 나라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 모퉁이를 돌아서자 발람수도원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삼각주였던 테살리아 평원의 칼람바카의 페네야스 계곡은 400m 이상 우뚝 솟은 험준한 바위산이다. 오스만의 종교탄압을 피해 수도사들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저런 바위 꼭대기에 수도원을 지었다. 초기에는 암벽에 나무사다리를 세우고 오르내렸다고 한다. 그러다 지상으로 연결되는 도르래를 설치하고, 밧줄에 두레박이나 그물을 매달아 수도사들이 타고 오르내리거나 생필품을 공급했다.
▼ 수직으로 무려 373m나 끌어올리는 데 사용되던 밧줄이 수도사들의 전통적 생활 방식을 잘 보여준다. 메테오라에 수도원 건물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이슬람 투르크족의 침략과 종교 박해를 피해 수도사들은 바위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높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바위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당연히 없었다. 이때 누군가의 지혜로 나온 게 밧줄을 걸어 타고 올라가는 것. 다음에는 도르래를 만들어 벽돌과 흙을 운반해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빚어 수도원을 세웠다.
▼ 저 다리만 걷어내면 수도원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변한다. 다리 건너. 바위를 톱니바퀴처럼 깎아서 만든 계단을 빙빙 돌아서 올라간다. 한쪽은 아찔한 바위절벽. 난간이 둘러져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 계단이 길고 가팔라서 올라가는 게 만만치 않다. 오르면 오를수록 하늘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숨은 가빠진다. 그렇다고 안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 이왕이면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라는 느낌으로 올라가보자. ‘하늘의 기둥’, ‘하늘의 정원’, ‘땅과 하늘을 잇는 계단’ 같은 인간 세상이 아닌듯한 별칭이 실감날 것이다.
▼ 고개라도 들라치면, 더 높은 곳에서 ‘대 메테오론 수도원(The Monastery of Great Meteoron)’이 내려다본다. 메테오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원이다. 1340년에 아토스 산에서 온 아타나시오스라는 학승이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 613m의 거대한 바위덩어리에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장소’라는 뜻의 ‘대 메테오로(Megalo Meteoro)’란 이름을 붙이고 여기에 수도원을 세웠다. 세월이 흘러 이게(메테오르) 이 지역의 거대한 바위군 및 수도원 전체를 일컫는 단어가 되었다.
▼ 짜릿한 스릴을 즐기며 계단을 올라서면 또 하나의 문이 길손을 맞는다. 수도원 내부로 들어가려면 이곳에서 입장권(3 EUR)를 사야 한다. 하나 더, 이곳도 역시 남성은 반바지와 짧은 티셔츠 차림, 여성은 바지 차림과 소매 없는 셔츠차림은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치마 등을 빌려주기(구매한다는 얘기도 있으나 우린 현지 가이드가 다 챙겨줬다)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 발람수도원은 메테오라에서 두 번째로 큰 수도원이다. 1350년 은둔자 발람이 이 암봉에 올라 수행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3개의 교회와 생활공간(cell)을 만들었지만 그가 죽은 후 200년간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518년 ‘테오파네스’와 ‘넥타리우스’라는 두 수도사가 재건했다. 수도원이 날로 번창하면서 16세기 말에는 수도사가 35명이나 머물기도 했단다. 하지만 17세기 이후로 수도원이 쇠락하면서 많은 수도사들이 떠났고, 현재는 7명의 수도사(monk)가 머물 뿐이란다.
▼ 수도원 건물은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직사각형 십자가 평면 위에 팔각형 돔을 얹은 건물 두 채를 이어붙인 정교회 건물(아래 사진)도 있고, 다른 한쪽에는 오스만 스타일의 건물(위 사진)이 들어서 있다. 이층이 앞쪽으로 약간 돌출해 있고 이 돌출부를 살짝 휜 나무지지대가 떠받치고 있는 형태이다.
▼ ‘앗! 꽃이다’. 빗물로 버텨야하는 바위봉우리에서 나무가 자란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2층 높이까지 자랐는가 하면 꽃망울까지 활짝 터뜨렸다. 사람들이 천국이 연상된다며 이곳을 ‘하늘의 정원’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 그리스풍의 정자가 들어선 공중 정원은 발람수도원의 자랑거리다. 최고의 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난간에 서면 메테오라의 기기묘묘한 풍경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하지만 감탄해 할 수밖에 없는 저 풍광을 오스만의 종교탄압을 피해 이곳으로 숨어든 수도사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 메테오라의 바위는 6000만 년 전, 지각변동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알프스 조산대의 충돌로 드러낸 거대한 사암 바위는 풍화와 침식 작용을 거치면서 단단한 부분만 남았고, 점차 뾰족하게 솟았다. 검은 바위 위 가로로 된 단층선은 오랜 시간 진행된 침식작용의 흔적이라고 한다. 이런 표현은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도 썼었다.
▼ 정원에서 바라본 ‘루사노 수도원(The Holy Monastery of Rousanou /St. Barbara)’. 저 수도원은 이름의 내력부터 알쏭달쏭하단다. 최초로 지어질 당시 이곳에 기거하던 은둔 수도사나 기부자의 이름을 땄을 것으로 추정될 따름이란다. 1745년경, 3세기 레바논지역의 순교자이자 성인인 St. Barbara의 유골 일부를 이곳으로 가져오면서 ‘세인트 바바라 수도원’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1930년 다리가 놓이면서 가장 접근이 쉬운 수도원이 되었다.
▼ ‘이 뭐꼬?’ 정원 한쪽 귀퉁이에 수도꼭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면서 흔하게 보던 시설이다. 기도를 드리러 온 신자들이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얼굴을 씻는 시설인데, 그리스 정교회도 그런 규칙이 있었나?
▼ 이젠 건축물들을 둘러볼 차례이다. 건물은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기도 공간인 오른쪽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왼쪽은 수도사들이 거주하는 곳이라서 출입을 막고 있다. 공개 지역으로 들어가면 전실(narthex), 이곳은 성인들의 순교 장면을 그려놓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떠한 고통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예배의 공간, 신앙의 자리에 나아가겠느냐고 묻는 의미란다.
▼ 사도, 성인들의 모습이 교회를 장식하고 있는데, 아주 오래된 종교 시설 특유의 엄숙한 공기가 그 화려함을 누르듯이 내려앉아 있다.
▼ 예배당(nave)에 들어가면 바닥과 천장의 성화, 나무로 만든 의자 등 장식 하나하나가 정교하고 조화롭다. 특히 천장의 프레스코화에선 예수의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촬영은 입구의 홀까지만 허용된다.
▼ 발람수도원을 재건했다는 ‘테오파네스’와 ‘넥타리우스’ 수도사가 아닐까 싶다.
▼ 성당을 빠져나와 뒤란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옛날 수도사들의 힘겨웠던 삶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 예전 수도사들이 사용했다는 우물에는 아직도 두레박이 매달려 있었다.
▼ 그 뒤에는 거대한 오크통이 있었다. 바위봉우리에 걸터앉은 수도원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물’이었다. 그래서 수도원을 지을 때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를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12톤짜리 물탱크가 3개나 있는데, 만드는데 무려 18년이나 걸렸다고 전해진다.
▼ 투어는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목조십자가, 성골함, 성화 등 수도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전시되어 있다.
▼ 박물관에는 다양한 기록물들과 함께 비잔틴 스타일의 성화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참! 박물관을 둘러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게 하나있다. 정교회에서는 우상숭배를 금하는 성경말씀에 근거해 예수나 마리아, 성인들의 이콘(Icon)만 허용하고 가톨릭처럼 조각상은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 수도나 미사집전 때 사용했을 법한 갖가지 집기들도 진열해 놓았다.
▼ 정교회 성직자들의 의복. 정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은 수도사들과는 달리 평신도들의 통과의례(通過儀禮) 주관과 함께 성당에서 예배를 집전했다고 한다.
▼ 수도사들의 삶은 어느 작가의 시선으로 살짝 엿본다. <그들의 모습은 깊은 묵상으로 이마가 넓어지고, 세상이 풍기는 냄새를 멀리하고 영성의 향기만을 맡아 코가 좁고 길쭉하며, 삶에 필요한 것만 먹는 것으로 절제의 삶을 살아서 입도 작으며 그나마 수염으로 가리고 있다. 무엇을 보았는지 놀란 눈같이 크고 또 저들의 귀는 왜 그렇게 큰지, 들리는 소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귀를 크게 열고 있는 것이리라.>
▼ 필경(筆耕)은 수도사들의 주요 일과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필경이 성서에서 그치지 않고 희극 같은 소설도 필사했다고 전해진다. 소설이란 본디 희로애락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르다. 잡념을 떨치고 오로지 주님만을 바라보며 심신을 수양하는 게 수도사들의 삶일지니, 필사하면서 마음이 고생 깨나 했겠다.
▼ 수도원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도 게시되어 있다.
▼ 박물관 근처 화장실 때문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메테오라에 대한 자세한 자료들을 게시해 놓았기에 살펴보다가 그만 시간가는 줄 몰랐던 모양이다. 나 혼자 집결장소로 가버린 걸로 오해한 집사람을 이해시키느라 고생깨나 했다.
▼ 투어를 마친 후 야외전망대로 이동했다. 메테오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 전망바위에 서자 바위 숲이 펼쳐진다. 마치 돌로 된 숲처럼 울퉁불퉁한 회색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그 뒤로 그리스를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핀두스 산맥과 메테오라 유적지의 거점도시인 칼람바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 최고의 ‘뷰 포인트’답게 메테오라의 여섯 개 수도원 가운데 네 개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이밖에도 메테오라에는 두 개의 수도원이 더 있다고 한다. 가보지도, 그렇다고 눈에 담지도 못했지만 007시리즈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의 로케이션 장소로 더 유명한 ‘성 트리니티(성삼위) 수도원(Holy Trinity Monastery, Agia Triada)’과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하고 사마리아 여자, 물고기 잡이의 기적 등의 벽화가 볼거리라는 ‘성 스테파노 수녀원(St. Stephen Nunnery)’이다.
▼ 루사노 수도원이 발아래로 펼쳐지는데 붉은 지붕의 수도원 건물과 웅장한 바위덩어리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그 뒤에는 ‘성 니콜라스 아나파프사스 수도원(The Holy Monastery of St. Nicholas Anapausas)’이 있다. 16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으로 크레타 출신의 화가 ‘Theophanis Strelitzas’가 그렸다는 벽화로 유명하다.
▼ 시선을 들자 이번에는 ‘대 메테오론 수도원’과 함께 조금 전에 다녀온 ‘발람수도원’이 얼굴을 내민다. 참고로 수도사들이 자연동굴에 처음 온 것은 9세기였다고 한다. 수도원 건물이 건축된 것은 14세기에 이르러서이다. 이게 공동체로 발전했고, 15세기 말 스물네 채의 수도원을 포함하는 규모로 성장하기도 했다. 덕분에 오스만제국 치하에서 소멸되어 버릴 그리스의 전통과 헬레니즘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이곳은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선지 촬영용 의상까지 챙겨온 여성분들이 꽤 있었다. 하긴 장쾌하면서도 아름다운 마테오라의 풍경을 배경 삼는 일이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
▼ 공자는 나이 칠십을 ‘종심(從心)’이라고 했다. 깨우칠 만큼 깨우친 이들이니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해도 도(道)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그러니 인생샷 하나 건져보려는 집사람의 저 몸짓은 또 하나의 도가 분명하다.
▼ 20대 초·중반을 외국인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난, 그네들의 습성이 몸에 배어 사진 찍는 건 좋아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별로로 여긴다. 하지만 오늘만은 예외일 수밖에 없었다. 인생샷도 일심동체라야 제멋이라는데 어쩌겠는가.
♧ 에필로그(epilogue), 어느 전문가는 메테오라에 수도원이 들어선 이유를 셋으로 나누고 있었다. 첫째는 하나님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다는 것. 하나님이 하늘에 있다고 생각했으니 높은 곳이라면 하나님의 소리를 조금이라도 잘들을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다음은 속세에서 은둔하기 위해서다. 세속의 번잡함을 피해 오롯이 홀로 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접근이 어려운 곳에 은둔처를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도자들이 종교 탄압으로부터 신변의 안전을 위해 어떤 세력도 닿기 힘든 곳으로 도망간데 연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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