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일본 간사이 지역 여행

 

여행일 : ‘17. 3. 15()-17()

여행지 : 오사카(오사카 성, 도톰보리), 교토(청수사, 산넨자카), 아라시야마(대나무숲, 천룡사, 노노미야신사), 나라(동대사)

 

일 정 :

 3.15() : 오사카(도톰보리)

○ 3.16() : 교토(청수사, 산넨자카), 아라시야마(대나무숲, 노노미야신사)

○ 3.17() : 오사카(오사카 성), 나라(동대사)

 

여행 둘째 날 : 아라시야마(嵐山)의 노노미야 신사(野宮神社)

 

특징 : 일본의 신화 속 태양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日照大神)’를 모시는 자그만 사원이다.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에 일왕을 대신해 이세 신궁伊勢神宮)’을 봉양하는 미혼의 왕녀들이 몸을 정갈하게 하고 머물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사 안에 위치한 바위이다. 바위를 문지르며 소원을 빌면 1년 안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외에도 샘물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물에 띄운 후에 글자가 모두 녹아 사라지면 소원이 성취된다고도 하고, 재물운을 기원하는 벤자이텐(弁財天, 일본 전통 신앙에 등장하는 七福神 중 유일한 女神) 등도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신사(神社)’란 태평양전쟁 패전 이전까지 일본이 국교로 내세운 신도(神道)의 사당이다쉽게 말해 신도의 신을 제사 지내는 곳이 신사라고 보면 되겠다. ‘신도는 일본의 고유 민족신앙으로, 선조나 자연을 숭배하는 토착 신앙이다. 하지만 종교라기보다는 조상의 유풍을 따라 가미(신앙의 대상)를 받들어 모시는 국민 신앙이라 할 수 있으며, 그것을 기초로 하여 전개되는 문화현상을 포함해서 말할 수도 있다. 현재 일본에 산재한 신사는 전설의 인물 또는 신격화된 실존 인물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고 누구를 내세우는지 불분명한 곳도 있다일본 곳곳에는 8만여 개의 신사가 있다고 한다.

 

 바람의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노노미야 신사에 다다르게 된다. 정확하게는 톈류지 북문 오른쪽에 위치한 신사로 사랑을 이어주는 신과 자녀의 진학을 기원하는 신을 모시는 곳이다. 이곳은 천황을 대신하여 황녀 또는 여왕이 미에현 이세시에 위치한 성지 이세진구로 치성을 드리러 떠나기 전에 심신을 씻어 내던 곳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일본의 문학작품들에서 심심찮게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단다. 특히 일본 고전문학의 백미(白眉)로 일컬어지는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11세기 초에 지어진 이 대하소설에서 주인공인 히카루 겐지(光源氏)’가 신사로 들어간 로쿠조고시키쇼를 찾아가는 것으로 나온단다. 참고로 당신이 만약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 ,겐지 이야기)’의 팬이라면 인근에 있는 세이료지(淸凉寺)’도 한번 찾아볼만 하다. 현재는 절로 개조됐지만 소설의 주인공 히카리 겐지의 실제 모델이었던 미나모토 노 토루의 별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신사의 입구에는 사진 몇 장이 게시되어 있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전통 행사인 사이구 교우레츠(伊勢神宮에 봉사한 미혼의 황녀 행렬)’를 홍보하는 사진들이다. 사이구(斎宮) 행렬은 노노미야 신사를 출발해 도게츠쿄를 건넌 다음 아라시야마 선착장에 이르는 거리를 사이구를 비롯해 헤이안 시대의 의상으로 몸을 감싼 사람들이 함께 걷는 행사이다. 화려한 옷을 입은 채 가마를 탄 사이구의 모습이 볼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역대 천황들은 이세신궁에 미혼의 황녀를 봉사시키는 것을 전통으로 이어왔다. 사이구에 오른 황녀는 황궁 내에서 1년여를 결재(제사가 있거나 신에게 기도를 해야 할 때 며칠 전부터 주색을 금하고 언행을 삼가며, 잡념을 버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한 뒤, 노노미야에서 3년간 몸을 깨끗이 하고 이세로 향했다. 이런 사이구 제도 14세기 후반까지 약 660년을 이어왔다고 한다.

 

 

 

 신사의 대문이라 할 수 있는 도리이(鳥居)’가 눈길을 끈다. 붉거나 주홍빛의 도리이를 갖고 있는 다른 산사들과는 달리 이곳의 도리이는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구로키노 도리이'라고도 불리는데 가공되지 않는 참나무를 그대로 세워놓은 것이란다. 이점이 매우 특이했던지 일본 고전소설의 최고라고 불리는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 겐지 이야기)`에도 나온단다. ‘현목편에서 노노미야의 검은 도리이와 섶나무로 엮은 울타리에 대해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단다. 참고로 도리이는 신사의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를 나타내는 의식적인 관문으로 신성한 공간과 평범한 공간의 경계를 나타낸다. 보편적으로 2개의 원통형 수직기둥 위에 직4각형의 들보가 가로로 2개 얹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불교와 함께 일본에 전래된 인도의 아치형 관문인 '도라나'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어떤 학자들은 만주나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대문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안으로 들자 왼쪽에 데미즈(手水)’라는 샘이 보인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한국의 사찰처럼 이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물은 신사를 참배하기 전에 손을 씻고 왼손으로 받은 물로 입을 살짝 행구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경내의 노노미야 다이코쿠텐(野宮大黒天)‘이라는 신은 사랑·결혼 등의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유명하다. 그래선지 젊은 여성들이 소원을 빌면서 내는 방울소리가 경내에 요란하다. 참고로 소원을 비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옮겨본다. 원칙은 두 번 경배 후 두 번 박수를 치고, 다시 한 번 경배하며 소원을 비는 것이다. 그 다음 보시함에 동전을 넣고, 종 밑에 드리운 줄을 두 번 흔들어 소리를 낸다. 경배를 할 때는 두 손을 합장한 후 고개를 살짝 숙여야 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가뜩이나 작은데 사람들까지 몰리다보니 정신이 없을 정도다. 조그만 신사(神社)에 불과하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맞다. 노노미야 신사의 경내에 있는 노노미야 다이코쿠텐(野宮大黒天)은 사랑과 결혼을 이루어주는 신으로 유명하다. 참배객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게 그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고 사랑을 찾는 사람들만 오는 것은 아니란다. 남녀 간의 인연뿐만 아니라 직장, 학교 등에서의 좋은 인연도 빌 수 있단다. 가족의 건강과 시험합격 기원 등도 빼놓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돌로 유명한 오카이메이시이다. 우리말로는 거북돌이라고 불리는데 마음속으로 자신의 소원을 빌면서 손으로 이 돌을 문지르면 1년 안에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거북이처럼 생기지 않아서 미리 알지 못했을 경우엔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거북의 옆에는 물통이 하나 있는데 연애 샘물이란다. 물위에 띄워놓은 종이에 적힌 사연, 즉 바라는 내용의 글자가 모두 사라지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소원을 적은 애마라는 나무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신사의 번성함을 알려주는 듯하다. 보통은 한두 개에 그치는데 비해 이곳은 대여섯 개는 족히 넘길 것 같다. 그러나 한국어로 된 애마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전에 들렀던 다른 사찰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본의 정치가들을 ’(ㅇㅂ) 나쁜 놈의 괄호 안에 적어 넣은 등 재미있는 글귀들이 간혹 보이기도 했는데 말이다.

 

 

 

 매점(관리소인지도 모르겠다)에서 결혼 운과 관련된 부적들을 팔고 있었다.

 

 

 

 신사의 또 다른 볼거리인 이끼정원이다. 삼월 중순이니 봄이라 부르기엔 아직 이른데도 이끼는 이미 푸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만큼 기후가 따뜻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나저나 앙증스러울 정도로 작은 다리가 눈길을 끈다. 그 아래로는 물의 흐름을 나타내려는 듯 하얀 모래를 깔아놓았다. 아기자기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미나리신(비옥과 쌀, 농업과 공업, 성공의 신)을 모신 것으로 여겨지는 신당도 보인다. 미나리신의 곁에 늘 붙어 다닌다는 백여우가 여럿 놓여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밖에도 신사에는 꽤 많은 사당들이 들어서있다. 임산부의 순산을 기원하는 사당이 있는가 하면 재물운을 기원하는 벤자이텐(弁財天) 등도 위치하고 있다. 벤자이텐은 일본 전통 신앙에 등장하는 칠복신 중 유일한 여신(女神)이다.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행객들도 꽤 많이 보인다.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노미야 신사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20분이면 족하다. 아까 신사로 들어올 때 지나왔던 치쿠린(竹林)을 빠져나와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들면 노노미야신사의 탐방은 끝을 맺는다.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도케츠교는 이곳에서 오른편, 여행 일정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왼편으로 가볼 일이다. 멀지 않은 곳에 아라시야마의 또 다른 체험거리로인 토록코 열차의 탑승역이 있기 때문이다. 토록코 열차는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증기기관차다. 토록코 카메오카역까지 20여 분 정도를 단풍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게 되는데, 이때 객차마다 창문을 열 수 있어 상쾌한 공기를 실컷 들여 마실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진 찍기에도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