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일본 간사이 지역 여행
여행일 : ‘17. 3. 15(수)-17(금)
여행지 : 오사카(오사카 성, 도톰보리), 교토(청수사, 산넨자카), 아라시야마(대나무숲, 천룡사, 노노미야신사), 나라(동대사)
일 정 :
○ 3.15(수) : 오사카(도톰보리)
○ 3.16(목) : 교토(청수사, 산넨자카), 아라시야마(대나무숲, 노노미야신사)
○ 3.17(금) : 오사카(오사카 성), 나라(동대사)
여행 둘째 날 : 아라시야마(嵐山)의 도케츠교(渡月橋)와 덴류지(天龍寺), 치쿠린(竹林)
특징 : 교토(京都)의 ’아라시야마(嵐山)‘는 헤이안시대(平安時代:794-1185)에 귀족의 별장지로 개발된 이후 교토의 대표적 관광지로서 자리를 굳혀오고 있다. 이 지역의 특징은 사계절의 변화가 선명하다는 점이다. 봄의 벚꽃과 가을의 단풍은 특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찾아볼만한 문화재로는 목조로 된 길이 154m의 도게츠교(渡月橋)와 덴류사(天竜寺),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 등이 있으며, 북쪽에는 대나무 숲과 수풀이 우거진 산의 출발점을 따라 작은 절들이 흩어져 있고 호즈강(保津川)에서는 보트 투어를 할 수 있다.
▼ 버스는 우릴 강가에다 내려놓는다. 도로의 우측은 상가, 왼편은 ‘가츠라강(佳川)’이다. 가츠라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다리가 ‘도월교(渡月橋, 도게츠교)’이니 아라시야마 관광을 도월교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교토의 외곽 '바람산'이라는 이름의 아라시야마(嵐山)는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경치가 빼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교토에서 열차로 20분가량이면 닿을 수 있는데, 이곳 도게츠다리 외에도 유네스코문화유산에 오른 사찰 덴류지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울창한 대나무길 치쿠린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 버스에서 내리자 차디찬 바람이 볼을 스친다. 그래, 오늘이 3월15일이니 온화함을 실은 바람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바람결에는 가츠라강이 내는 약간의 소음도 실어져 있다. 유명 관광지임을 알리는 군상들의 소음도 빠지지 않는다. 그 소리와 함께 아라시야마 산이 밀어내는 바람이 연신 볼을 때린다.
▼ 오른편에는 식당과 상점, 특히 잡화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만큼 소문난 관광지라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호객(呼客)을 하는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도월교(渡月橋, 도게츠교)’가 나온다. 가츠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인데 이 다리를 기준으로 상류는 호즈강, 하류는 가츠라강이라고 부른단다. 도월교(渡月橋, 도게츠교)라는 이름은 풍류와 사유를 즐기던 왕족에게서 나왔다. ‘달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인데, 가마쿠라 시대의 가메야마 천황이 밤에 이 다리를 보고 ‘마치 달이 건너가는 듯하다’고 한데서 유래되었단다.
▼ 1934년에 놓은 154m 남짓한 이 다리는 역사의 산 증인이요 목격자라 할 수 있다. 시대를 갈아타며 콘크리트로 분칠해 사람과 차의 무게를 이겨낸 지 어언 400년이 넘었단다. 교각(橋脚)은 철근 콘크리트로 되어 있지만 난간부근은 목조로 만들어져 운치가 있다. 차도의 양 옆으로 인도가 나있어 호즈강과 아라시야마를 함께 찍을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또한 도월교에서 바라보는 ‘봄의 벚꽃’과 ‘가을 단풍’은 특히 아름다운 것을 알려져 있다.
▼ 도월교에서 북쪽으로 강을 바라보면 낮은 둑이 있어 강물이 잠시 머물다 넘쳐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강 양옆으로는 들판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수로(水路)가 보이는데 그 옛날 ‘진(秦, 하타)씨’들이 제방을 쌓은 다음 관개 사업을 벌인 자취들이다. 이름은 ‘대언천 제방’. 재앙과도 같았던 ‘가츠라강(佳川)’의 풍부한 수량을 이용해 농업혁명을 가져온 전설적인 제방이란다. 그런데 그 하타씨가 신라에서 건너온 도래인(渡來人)의 후손이라는데 귀가 솔깃해진다. 5세기 후반에 집단으로 건너와 일본의 국가 형성에 문화․기술 등에서 크게 공헌한 사람들인데, 누에를 키우고 비단을 직조하여 천황에게 바치니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살과 같다며 ‘하타’라는 성씨를 내려주었다고 한다. 이들은 양잠기술 이외에도 선진기술이었던 양조, 제철, 목공기술을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 아라시야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호즈강 뱃놀이’, 즉 ‘야카타부네’라고 한다. 야카타부네란 ‘지붕이 있는 놀잇배’를 말한다. 옛날 귀족들은 저런 배의 선상에서 연회를 열고 시와 연주를 즐겼다고 한다. 이를 모방해 메이지시대 초기부터 관광용 뱃놀이가 유행하기 시작했단다. ‘대언천 제방’에서 배를 타고 호즈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인데 운이 좋으면 물가에 나온 사슴이나 원숭이도 볼 수 있단다.(첨부된 사진은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다)
▼ 도월교를 둘러봤으면 이젠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치쿠린(竹林)’으로 갈 차례이다.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걸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그마저도 부담스럽다면 발바닥까지 근육이 꽉 잡힌 사내가 끄는 인력거를 이용하면 된다. 무엇보다 편하게 앉아 이동할 수 있는데다 명소에서는 사진도 찍어준다니 다리를 핑계 삼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이용해볼만 하지 않나 싶다. 특히 일본어가 가능할 경우 인력거꾼의 설명까지 들어가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지 않는가. 붐비는 인파에 휩쓸릴 필요가 없고 느긋하게 앉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하겠다.
▼ ‘치쿠린’으로 가는 길,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기분 좋은 길이 이어지는데 거리를 따라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그 사이에 꼭 끼인 골목에라도 들어설라치면 세파가 새겨진 기와 아래 나무로 매무새를 마무리한 집과 매일 내 몸처럼 가꿨을 정원이 있다. 작은 사찰은 어깨를 나란히 이어간다.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옛 교토의 거리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 길을 걷다보면 오른편에 ‘아라시마 역(嵐山駅)’이 보인다. 역사의 이름 앞에 적어놓은 ‘란덴(嵐電)’은 노선(路線)의 이름일 것이다. ‘란덴’은 시조오미야와 기타노하쿠바이초, 아라시야마를 잇는 전철(電鐵)로 노면차량(路面車輛)이 운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인 교통수단이라 하겠다. 1899년부터 운행해오던 ‘경성전차’가 1968년 문을 닫으면서 이젠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걱정이 없는 청정교통수단이지만 도시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버스와 지하철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만 것이다.
▼ 전철역을 지나자마자 이번에는 ‘천룡사(天龍寺, 덴류지)’가 나온다. 입구에 세워놓은 거대한 표지석은 이곳이 임제종(臨濟宗)의 대본산(大本山)임을 알리고 있다. 그 옆에 보이는 입간판에는 사적(史蹟)이자 특별명승(特別名勝)인 ‘조원지 정원(曹源池 庭園)’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는 것도 소개하고 있으나 사찰 전체를 이르는 것인지, 아니면 ‘조원지 정원’에 국한하는지는 구분하지 않고 있다.
▼ ‘덴류지(天龍寺)’는 교토고잔(교토의 5대 선종 사찰로 이곳 덴류지 외에 쇼코쿠지, 도후쿠지, 겐닌지, 만주지 등이 있다) 가운데 하나이자 선종(禪宗) 사찰의 으뜸으로 꼽히는 절이다. 덴류지가 일본 제일의 사찰로 불리게 된 것은 일본 황실에서 세운 첫 번째 선종 사찰이기 때문이다. 1255년 조성된 왕실 별궁을 1339년 무로마치 막부를 세운 초대장군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고다이고(後嵯峨) 천황’을 애도하기 위한 절로 고쳐지었다고 한다. 덴류지는 교토에서 일어난 변고를 함께 겪기도 했다. ‘오닌의 난’ 와중에 피해를 입었음은 물론이고 ‘금문의 변’ 때는 조슈군이 이곳에 주둔했다는 이유로 큰 화를 입었다. 지금의 건물은 대부분 메이지 연간 이후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아래의 사진은 일주문에 해당하는 ‘칙사문(敕使門, 조쿠시몬)’이다. 덴류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 명색이 일본인데 기념품가게가 안보일 리가 없다. 기념품은 물론이고 안전을 기원하는 다양한 부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 기념품 가게의 뒤편에는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고리(庫裏, 쿠리)가 자리 잡았다. 1899년에 지어진 건물로 매표소가 이 안에 들어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면 소방장(小方丈, 쇼호조)과 대방장(大方丈, 다이호조)을 거쳐 일본 최초의 사적(史蹟)이자 특별명승지인 ‘조원지(曹源池, 쇼겐지)’ 정원(庭園)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난 안은 들어가 보지를 못했다. 입장료를 물어야 하는데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만 하는 등 절차까지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주어진 시간에 맞추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 덴류지가 여행사의 일정에 빠져있었던 탓에 절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까지 등록되어 있는 문화재인데 일정에서 빠져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 덕분에 4세기 일본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조원지 정원’은 구경하지 못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미리 준비를 못해온 탓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그저 여행사에 대한 뒷담화로 그 아쉬움을 달래볼 따름이다. 참고로 덴류지를 세운 ‘무소 소세키(夢窓疎石, 1275-1351)’ 국사는 난세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 고승으로 정원 설계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덴류지의 조원지는 마음심(心)자형의 커다란 연못을 조성하고 그 주변으로 산책길을 낸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이란다. 한적함 속에서 우아함을 추구하는 일본 문화를 잘 나타내는 정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웅장한 방장 건물 앞의 마루에 조원지를 감상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도 볼거리라고 한다.(첨부된 사진은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다)
▼ 경내에는 꽤 많은 부속사찰들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의 암자쯤으로 여기면 될 것 같은데, 일부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었다.
▼ 절을 빠져나오는 길에 마치 분재처럼 잘 가꾸어진 소나무를 만났다. 멋진 소나무만 보면 인증사진을 찍어두는 습관이 배어버린 집사람이 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냉큼 포즈부터 잡고 본다.
▼ ‘치쿠린’으로 향하는 덴류지의 담장을 따르다보면 눈길을 끄는 풍경들을 만나기도 한다. 호기심 많은 동자승들이 축대 위에서 노닐고 있는가 하면, 길모퉁이에서는 신당(神堂)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다양한 신들이 사는 나라답다 하겠다.
▼ 대나무 숲길에 이르니 아이스크림 가게가 여행객들에 손짓을 보내온다. 추천 품목은 ‘녹차 아이스크림’이란다. 녹차의 고장에 왔으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관광객들이 만들어낸 줄이 길고도 긴 이유일 것이다.
▼ 안으로 들어서자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있는 대나무들 세상이다. 밀도 높은 대나무 줄기는 짙다 못해 거무죽죽한데, 1,000년 유구한 역사가 서늘한 바람을 몰며 성큼 마중 나왔다. ’치쿠린(竹林)‘은 곧게 뻗은 대마무가 촘촘하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이다.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3대 대나무 숲 가운데 하나로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주인공 장쯔이가 차를 타고 지나며 바라보던 대나무 숲이다. 이준기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첫눈’에도 등장했었단다. 풍기는 분위기는 담양의 죽녹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다만 대숲이 더 촘촘하고 울창하며 규모도 크다. 그러나 울산의 십리대숲보다는 그 규모가 한참이나 작았다.
▼ 녹색의 싱그러움과 청량한 공기에 둘러싸인 채 걷다 보면 일상의 자잘한 근심을 잊게 된다. 봄날의 대숲은 청량감으로 넘친다. 가만히 서서 댓잎에 이는 바람소리를 듣노라면 마음마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담양의 죽녹원(竹綠苑)과 울산의 ‘십리대숲’을 이미 둘러봤으니 당연하다 하겠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끔 사진의 과장됨에 놀랄 때가 있다. 이곳 치쿠린에서 느낀 솔직한 내 표현이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좀처럼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사진작가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너무 홀려있었던 모양이다. 작품은 작품이고 실물은 실물인 것을...
▼ 하늘은 휘청거리는 대나무 이파리로 조각이 나고, ‘사각사각’ ‘쓱쓱’ 서슬 퍼런 초봄의 냉기가 회오리진다.
▼ 대나무숲길을 거니는데 엄청나게 많은 비석들이 보인다. 입구에 삼수원(三秀院)의 묘소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덴류지에 딸린 공동묘지쯤으로 여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삼수원이 덴류지의 부속사찰 가운데 하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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