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도(烟臺島)
여행일 : ‘19. 7. 1(월)
소재지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곡리(연대마을)
산행코스 : 출렁다리→선착장→북바위전망대→오곡도전망대→연대봉→마을→에코체험센터→몽돌해수욕장→출렁다리(소요시간 : 2시간 20분)
함께한 산악회 : 좋은사람들
특징 :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18㎞ 해상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오곡도(烏谷島)와 함께 연곡리를 이룬다. 면적 0.77㎢에 해안선도 다 합쳐봐야 4.5km에 불과할 따름이다. 하지만 북동쪽 해안가에서 패총(사적 제335호)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섬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일원이기도 한데, 과거 임진왜란 당시 봉화불을 올려 적군의 침략을 알리던 곳이라 해서 연대도(烟臺島)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그런데 주민이 80명도 채 되지 않는 이 섬이 지난 2007년부터 매우 특별한 도전을 해오고 있단다. ‘탄소배출 제로화’가 바로 그것이다. 석유나 석탄과 같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생태적 도전이 결실을 맺으면서 연대도는 이제 ‘에코 아일랜드’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갖췄단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2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적이 뜸하던 이곳이 생태관광의 모범사례로 이어지며 주민들의 추가적인 소득 창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니 대단하다 하겠다.
▼ 연대도 트레킹은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이다. 길이 98.1m에 너비가 2m인 이 출렁다리는 2015년에 놓였다. 조성계획은 2010년 연대도가 '명품섬 10'에 선정되면서 세워졌단다.
▼ 다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었다. 덕분에 걸음도 탄탄해진다. 마음까지 느긋해지며 가운데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까지 생긴다. 다리 아래 두 섬 사이는 암초 해협. ‘자란목도’라 부른다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작은 낚싯배 하나가 해협을 통과해 연대도의 단애 아래를 항해한다.
▼ 한려수도 청정해역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다리 앞뒤로 학림도 저도 연화도 욕지도 등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멀리 '한국의 나폴리' 통영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리 수십 m 아래 코발트색 짙푸른 바다는 아찔하고 짜릿한 전율을 자아낸다.
▼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출렁다리로 연결된 만지도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그동안 닿을 듯 떨어져 살아왔다. 주민들의 마음까지 떨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로움에 젖은 섬과 섬에 새로운 다리가 놓였다. 섬사람들은 이제 서로 바라만 볼 필요가 없어졌고 마음만 먹으면 하시라도 서로를 오간다. 그 다리가 이젠 우리 같은 여행객들의 차지가 되었다. ‘출렁다리’라는 눈요깃거리에 더해 두 섬을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려 찾아온 사람들이다. 섬으로 봐서도 복덩어리다. 어느 섬에 내리더라도 두 섬에 이익이 되니 ‘윈-윈(win-win)’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 출렁다리에서 내려오면 물양장(物揚場)이 나온다. 너른 마당에는 커다란 천막이 여럿 쳐져있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횟집이란다. 이곳의 주 메뉴는 ’전복해물라면, 라면에 전복이 통째로 들어가는데 전국 방송을 탔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연대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래도 자신 있게 내놓은 메뉴는 단연 ‘회’라고 한다. 참돔, 우럭, 뽈락세꼬시, 전복, 해삼 등 직접 잡아 올린 해산물을 주문과 동시에 회를 쳐준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구경하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우리를 태우고 갈 배가 만지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 그렇다고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식당은 물론이고 카페에 숙박까지 가능한 ‘연대 펜션’도 들어서 있었다. 왼쪽 끄트머리에 보이는 2층 건물은 공중화장실이다. 사용하지 않는 샤워시설을 리모델링했다는데 널찍하면서 깨끗한 게 외국의 내노라하는 유료화장실보다 오히려 한 수 위이다.
▼ 바닷가에 조립식 형태의 ’연대승선장‘이 보인다. 여객선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모양이다. 참고로 연대도로 들어오는 배는 미륵도 남단의 ‘달아선착장’에서 출발한다. 하루 네 번을 운항하는 ‘섬나들이호’를 탈 경우 송도와 저도, 학림도를 경유하는데, 시간은 30분 정도가 걸린다.
▼ 물양장에는 방문객센터를 겸하고 있는 마을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꾸며진 건물이란다. 패시브 하우스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지열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에너지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착한 건물이다. 쉽게 말해 보일러나 연탄 없이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애기이다. 이를 위해 단열(斷熱)은 기본이다. 기초공사를 할 때는 땅을 깊이 파서 지열을 끌어올린다. 이렇게 하면 여름엔 시원하고 한겨울에도 기름 한 방울 없이 온돌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단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기름을 연간 1리터 미만을 사용하는 건물에만 인증서를 주고 있는데, 이 건물엔 아예 기름통 자체가 없단다. 참고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는 에너지를 적극적(active)으로 끌어오는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햇빛이나 사람의 체온, 땅에서 얻은 열에너지 등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차단만 한단다. 이름에 ‘수동적(passive)’이란 단어가 붙은 이유이다.
▼ 연대도도 역시 방파제가 선착장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양식작업에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작은 배 몇 척이 정박해 있는 한적한 풍경 또한 만지도와 같다.
▼ 야외무대는 연대도 제일의 포토죤이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 물양장에는 정자도 지어놓았다. ‘연곡리 연대마을’이라고 적힌 마을 표지석은 그 앞에 있다. 연대도에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이 인증사진을 찍는 곳이다.
▼ 마을로 향한다. 바닥에 지겟길로 인도하는 파란색 선이 그어져 있으니 이를 따르면 된다. 마을회관을 지나자마자 연대도해설사가 사는 집이 있다. 민박과 매점을 겸하는데, 그 옆으로는 경로당이 있다. 연대도 경로당 이름은 ‘구들’이다. 어르신들을 위해 온돌을 넣었다는 애기일지도 모르겠다.
▼ 몇 걸음 더 걷자 빗돌(碑石) 두 개가 세워져 있다. 왼쪽의 검은 비석은 ‘연대도사패지해면기념비(烟臺島賜牌地解免紀念碑)’이다. 연대도는 섬 전체가 1665년 충무공 사패지(임금이 내려주는 논밭)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소작농이 됐다. 1949년 농지개혁이 일어났지만 일부 대지와 전답은 여전히 충렬사 사패지로 남았다. 그러다가 1989년 8월 7일에야 섬 주민들의 소유가 됐다. 소유권 이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로 보면 되겠다. 다른 하나는 남해안 별신굿을 모시는 ‘별신대(別神臺)’이다. 별신장군(別神將軍)이라고 적혀있는 이 비석을 동네사람들은 ‘배선대’라고 부르며 매년 정월 초순 좋은 날을 받아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지낸단다. 참고로 통영의 충렬사(사적 제236호)는 성웅 이충무공의 업적을 기념하고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8년 후인 선조 39년(1606년) 제7대 통제사인 이운룡이 공의 충절과 위훈을 숭앙추모하기 위하여 왕명에 의해 건립했다. 숙종 21년(1695년)에는 연대도(통영시 산양읍 소재)를 사패지로 받아 위토전답을 마련했다. 연대도 사패지 사여를 기록한 비석은 현재 충렬사에 남아 있다.
▼ 마을로 들어서자 다양한 문패들이 시선을 끈다.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에는 목소리 크고 음식 솜씨 좋은 아내 손재희, 연대도 개그맨 서재목 씨가 달리기를 잘하는 김동희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이라고 적혀있다. 전통 어가를 그대로 간직한 백옥수 할머니 집은 영화 ’백프로‘에 나온 집이라고 소개한다. 연대도에서 태어나 연대도로 시집 왔다는 허우두리 할머니댁도 보인다. 문패가 곧 집주인의 ’삶의 현장‘인 것이다. 덕분에 문패만 봐도 누가 그 집에 사는지 선명하게 그려진다. 한마디로 재미난 볼거리다.
▼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도 보인다. 화초를 좋아해서 목부작을 잘 만드는 이상동 어촌계장의 집이라며 말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은 좋단다. 여행 온 노처녀를 노리는 광고가 아닐까? 아무튼 집집마다 걸어놓은 문패는 연대도만의 자랑이다. 문패야 다른 지역에도 달려있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만 달랑 적혀있는 다른 곳의 문패와는 격이 다르다. 이곳 연대도의 문패에는 주인장의 삶과 낭만, 그리고 유머까지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읽어가며 걷다보면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집주인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고인다. 이런 걸 두고 힐링 여행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 ‘연대도 지겟길’은 ‘연대도 맑은뜨락 펜션’의 오른쪽 옆구리를 낀 골목에서 열린다. 들머리에 이정표(북바위 전망대→ 0.7㎞, 연대도 지겟길 2.3㎞/ 에코체험센터↑ 250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연대도 지겟길 방향에다 선착장이란 지명을 추가하면서 그 거리를 2.3㎞로 적었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지점이 곧 선착장이니 ’연대도 지겟길‘의 길이를 표시해 놓은 게 아닐까 싶다. 맞다. 지겟길의 총 길이가 2,240m이라니 제대로 추론한 셈이다. 그나저나 제주도의 ’올레길‘을 연대도에다 옮겨놓은 ’지겟길‘은 그다지 멀지 않은 옛날 부모님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그 길이란다. 소박하게 복원 된 이 길은 이야기가 있고, 전설이 있으며, 무엇보다 남부해안 상록수림대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섬의 풍경이 독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길은 탄소제로의 섬, 생태관광의 섬으로 기획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두발로 걷는 ‘천천히 삶’을 지향하는 휴식 공간이란다.
▼ 마을 안길을 통과한 파란색 선은 아치형으로 만들어놓은 대문 앞으로 인도된다. ‘연대도 지겟길’이라는 이름표도 달고 있다.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이하 바다백리길)’ 4구간이라는 첨언도 빼놓지 않았다. 바다백리길이란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지구에 조성된 트래킹 코스로 바다를 통해 육지와 연계된 섬길을 걸으며 바다와 섬의 생태·역사·문화를 체험하고 한려해상공원의 아름다움과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놓은 해양 탐방코스이다. 지난 2014년에 개통되었는데 1구간 미륵도 달아길 14.7km, 2구간 한산도 역사길 12km, 3구간 비진도 산호길 4.8km, 4구간 연대도 지게길 2.3km, 5구간 매물도 해품길 5.2km, 6구간 소매물도 등대길 3.1km 등 6개 구간 42.1km로 이루어져 있다.
▼ 대문으로 들어서면 지극히 ‘에코아일랜드’다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연대도가 에코아일랜드로 자리 잡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소’이다. 이 발전소는 물질이 빛을 흡수할 때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생겨 전기가 발생하는 ‘광전효과’를 이용한단다. 태양열 발전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태양빛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라서 친환경에 가장 어울린다는 것이다. 아무튼 3㎾짜리 모듈 50개로 이루어진 150㎾급 발전소인데, 연대도 전 세대에 전기를 공급하고도 남는다니 엉성한 생김새에 비해 효율성 하나는 끝내준다고 봐야겠다.
▼ 이젠 ‘지겟길’을 걸어볼 차례이다. 울창한 산죽 숲으로 들어서자 삼거리(이정표 : 북바위전망대 0.6㎞, 선착장 2,2㎞/ 마을입구 0.1㎞)가 나온다. 왼편은 연대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나 ‘샛길 출입금지’ 팻말을 세워놓아 출입을 막고 있다. 그러고 보면 연대봉은 지겟길에서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연대봉에서 내려올 때 이 길을 이용했었다. 정상에는 이 구간을 막겠다는 표식을 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길을 울창한 숲속을 헤집으며 나있다. 그러나 가끔은 숲이 열리기도 한다. 그 사이에는 연대도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어김없이 들어앉았다. 첫 번째로 선을 뵈는 풍광은 ‘몽돌해안’이다. 끄트머리에서 홀로 우뚝 솟아오른 작은 바위섬이 특히 인상적인 해안이다. 저 섬에는 해식동굴도 뚫려있단다.
▼ 길은 잘 닦여있다. 지겟길답게 조금 좁아 보이지만 한 사람이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조금만 몸을 비튼다면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경사가 가팔라져도 문제될 것이 없다. 조금만 가파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무계단을 놓았기 때문이다.
▼ 가난한 시절, 나무 땔감을 하려고 지게 지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여자들도 나무를 한 단씩 머리에 이고 내려오던 고생길이다. 추억으로만 남아있던 그 길이 이젠 여행객들의 차지가 되었다. ‘지겟길’이란 이름을 달고 산책길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길을 따라 여행객들은 연대봉 산길을 오른다. 생존의 길이 낭만의 길로 변한 것이다.
▼ 주위 경관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복바위 전망대(이정표 : 오곡전망대 0.5㎞, 선착장 1.7㎞/ 마을입구 0.6㎞)'가 나온다. ‘복바위’라는 이름에 이끌려 주변을 살펴봤지만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데 뭔지는 모르겠다.
▼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욕지도 일대의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 섬들을 그려 넣은 조망안내도까지 세워놓았으니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부지도 하나만이 눈에 들어올 따름이다. 짙게 낀 해무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눈까지 깨끗하게 정화시켜 준다는 그 푸르디푸른 바다 빛깔도 온전히 나타날 리가 없다.
▼ 잠시 후 길은 작은 ‘옹달샘’으로 안내한다. 산중턱에 이러한 샘이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래선지 옆에는 벤치를 놓고 ‘야생화 이야기’와 ‘나무 이야기’라는 안내판도 설치했다. 목이라도 축이면서 잠시 쉬어가라는 배려일 것이다. 하지만 물을 떠 마실 바가지는 보이지 않는다. 물의 양 또한 넉넉하지 않다.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유이다.
▼ 걷는 내내 길은 울창한 숲길이다. 길은 잠시 야트막한 오르막이 있을 뿐 절대 가파르지 않다. 섬의 5부 능선을 한 바퀴 가로 지르는 탓이다. 그러니 힘이 들 리가 없다. 안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산비탈에 내놓은 길이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바다 쪽에다 난간을 둘러놓았기 때문이다.
▼ 잠시 후 또 다른 전망대(이정표 : 선착장 1.2㎞/ 마을입구 1.1㎞)를 만난다. 이번에는 '오곡도 전망대'라고 한다.
▼ 이곳에서는 오곡도를 앞세우고 그 뒤로 비진도가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전망대 왼편으로 눈을 돌리면 학림도와 그 너머 통영 육지의 끝인 척포마을까지 시야에 잡힌다고 했다. 통영 ES리조트까지 시야에 들어온단다. 그만큼 육지와 지척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해무에 가로막히기는 매한가지였다.
▼ 또 다시 트레킹을 이어간다. 길은 대부분 평평하지만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곳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오르내림의 길이가 짧을 뿐만 아니라 나무계단까지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 조금 더 걷자 오솔길 하나가 왼쪽으로 나뉜다.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지만 연대봉으로 올라가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통행을 막지는 않는다. 그저 쓰레기 투기와 취사·야영·흡연 등 국립공원에서 하지 말아야할 사항들만 적어 놓았다. 연대봉을 꼭 올라보고 싶었던 우리 부부로서는 다행이라 하겠다.
▼ 두말할 것도 없이 오솔길로 들어서고 본다. 그리곤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른다. 왔다갔다 ‘갈 지(之)’자를 쓰고 나서야 겨우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 그렇게 10분 정도를 오르면 ‘연대봉(烟臺峰)’이다. 섬 정상인 이곳에 봉수대(烽燧臺)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적의 동향을 알리기 위해 섬 정상에 봉수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도 이곳 연대봉에서 봉화가 올랐음은 물론이다. 그 신호를 받은 이순신장군이 인근 한산도(閑山島)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 봉수대가 있었다는 그 어떤 표식도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돌무더기만 수북이 쌓여있을 따름이다. 정상석은 물론이고 그 흔한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다. 대구의 산악인 김문암씨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정상표지판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세월은 봉수대의 특징인 조망까지 삼켜버렸다. 울창한 숲이 시야를 완벽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 뒤로 돌아가자 새끼줄로 금줄을 쳐놓았다. 신성한 지역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일 테니 당집이 분명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곳을 ‘연대도의 신전’이라 했었다. 하지만 신을 모셔야할 전각은 없고 그저 돌담만 두르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로 연대도의 주민들은 매년 정월 초하루에서 5일 사이, 길일을 택해 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당은 두 곳이란다. ‘윗당산’은 이순신 장군의 혼을 달래주는 산제를 드리는 곳이고, ’아랫당산‘에서는 장졸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당제를 모신단다. 마지막에는 마을 가운데 있는 별신굿 터에서 별신장군제를 지낸다. 예전에는 무당을 초청하여 3일간 별신굿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스님을 초청해 와서 마을 주민들과 같이 제를 올린단다.
▼ 하산을 시작한다. 올라왔던 반대방향이다. 길은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 아까 올라올 때 보다는 그 거리가 많이 길다는 얘기일 것이다. 참!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새로운 코스를 걷는 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눈에 담을 것이 없다. 그러느니 아까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가 계속해서 지겟길을 타는 것이 훨씬 더 나아 보인다. 전체적인 동선(動線)의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연대도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조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숲길을 빠져나오자 웃자란 잡초가 갈 길을 막는다. 거기다 칡넝쿨까지 얽혔다. 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에는 가두리양식장이 즐비하다. 마을의 주 수입원인데 우럭과 광어, 참돔 등을 기르고 있단다. 연대도 바다는 청정수역이다. 그러니 잡는 어업이 아주 사라졌을 리가 없다. 예전만 못하지만 지금도 전복, 소라, 고동, 해삼 등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길은 이쯤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곤 울창한 대숲이 만들어낸 터널 속으로 파고든다. 한 점의 빛줄기가 그리울 정도로 어두운 터널이다. 이어서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맨 처음 만났던 이정표를 거쳐 마을로 내려선다.
▼ 마을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해안길을 따른다. ‘에코체험센터’로 가보기 위해서이다. 잠시 후 길은 둘(이정표 : 연대도 지겟길↗ 50m/ 에코체험센터↖ 0.1㎞)로 나뉜다. 오른쪽은 섬을 한 바퀴 도는 지겟길이고, 왼쪽은 에코체험센터로 들어가는 해안길로 데크 시설이 되어 있다.
▼ 데크로드를 따라 잠시 걷자 에코체험센터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폐교된 조양분교를 리모델링했는데 최대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식당, 강당, 샤워실을 갖추고 있다. 건물은 ‘에코체험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태양광과 지열만을 쓰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꾸몄다고 한다. 운동장도 역시 놀면서 대안 에너지를 학습할 수 있도록 태양열조리기와 자전거발전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좋은 시설이라 하겠다. 하지만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등 관리가 허술해 보이는 것은 흠이라 하겠다.
▼ 체험센터의 앞 해안은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졌다. 해수욕장으로 제격이라 하겠다. 그러나 개발이 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있다. 해수욕을 하러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연대도 유일의 모래해변에다 학림도와 저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까지 갖춘 빼어난 조건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 에코체험센터의 앞은 ‘다랭이 꽃밭’이다. 마을 뒤편의 묵정밭을 꽃밭이라는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킨 것인데 들머리에다 ‘나 여기에’와 ‘길손’이라고 적힌 두 개의 장승을 세워 여행객을 맞고 있다. 꽃을 구경하는 것은 좋지만 주민들의 텃밭에 심어진 작물을 다치지는 말아달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그 옆에는 손님을 유혹하는 홍보문구들도 보인다. 세금 안내려고 차도 공짜로 준단다. 참! 꽃밭 너머에는 사적 제335호인 ‘연대도 패총(貝塚)’이 있다고 했다. 신석기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다지만 아직은 여행객에게 내놓을 만큼 단장되지 않았다고 해서 가보지는 않았다.
▼ 다랭이 꽃밭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누군가 벌노랑이와 톱풀, 달맞이꽃, 꽃향유 등이라고 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 일대에 개양귀비와 국화, 안개꽃 등이 철따라 피어난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은데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연대도 할머니들이 뿌린 꽃씨의 아름다운 결실이라고 한다.
▼ 마을로 돌아와 이번에는 몽돌해안으로 향한다. 골목 입구에 ‘몽돌해변 가는 길’이라며 방향표시까지 해놓았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0m쯤 들어가자 ‘국명당(鞠明堂)’이라는 현판을 단 집이 나온다. 어른 키보다도 높은 시멘트담장을 둘렀는데 연대도에 사는 달성 서씨들의 제실(祭室)이라고 한다. 그 옆에는 벽화가 그려진 집도 있다. 이어서 식당을 겸하고 있는 ‘소나무숲 펜션’ 앞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동네 뒤 언덕에 올라선다. 이곳에 몽돌해안에 대한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 몽돌해안으로 내려가다 보니 오른편에도 해안이 하나 더 있다. 꼬맹이 해안인데 나무계단이 놓여있는 걸로 보아 뭔가 볼거리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먼저 몽돌해안을 둘러본 다음 천천히 살펴보려고 했는데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의 짜증스런 재촉에 놀라 그 사실을 깜빡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 몽돌해안에 내려선다. 아래로 내려갈 수 있도록 목재계단이 놓여있다. 위에서 보았을 때는 아주 좁게 보이던 해안이 막상 내려와 보니 넓이가 제법 된다. 제법 큰 돌멩이들로 이루어진 해안은 세월이 빚은 작품이다. 어느 하나 모난 것이 없는 돌들은 신경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름철만 되면 달궈진 몽돌에 몸을 눕히려는 피서객들로 항상 붐빈단다. 안내판에도 ‘맨발 걷기를 하면 무겁게 느껴지던 발이 가벼워지고 마음과 몸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 건너편에 보이는 바위봉우리는 분명 섬이다. 하지만 물이 빠져나가면 뭍으로 변한다. 섬의 벼랑 위에는 곰솔 숲이 우거져 있다. 푸른 예기를 번뜩이고 있는 게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 바닥에 깔린 몽돌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을 만큼 투명한 바닷물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어우러지며 절경을 이룬다. 누군가는 심신의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은 연대로로 가라고 했다. 내 생각도 같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에메랄드빛 바다와 푸른 산 그리고 해안이 펼쳐지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수평선처럼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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