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도(晩地島)
여행일 : ‘19. 7. 1(월)
소재지 : 경남 통영시 산양읍 저림리(만지마을)
산행코스 : 선착장→몽돌해변→동백군락지→욕지도전망대→만지봉→해송전망대→바람길전망대→선착장→출렁다리(소요시간 : 1시간 30분)
함께한 산악회 : 좋은사람들
특징 : 통영시에서 남서쪽으로 15km, 산양읍 달아항에서 3.8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면적이라고 해봐야 7만 평이 조금 넘고, 해안선 길이도 다 합쳐봐야 2㎞ 정도라고 한다. 주민은 2015년 기준으로 15가구 33명. 찾아오는 사람들도 고작해야 낚시꾼들이 다였다고 한다. 그러던 섬이 최근 여행객들로 넘쳐난단다. ’출렁다리‘가 놓이고, ’명품마을‘로 탈바꿈되면서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덕분에 섬에는 식당은 물론이고 펜션과 카페까지 들어섰다. 참고로 ’만지(晩地)‘라는 지명은 인근에서 가장 늦게 주민들이 정착했다는 데서 유래했단다. 섬이 지네 형상이라는 데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닭의 형상이라는 ’저도(楮島)‘와 솔개 형상인 ’연대도(烟臺島)‘와 함께 먹이사슬이 연결되므로 모두가 번성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하는 주장이다.
▼ 찾아오는 방법 : 만지도로 들어가려면 일단은 통영에 있는 연명항의 선착장(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256-1)까지 와야만 한다. 이곳에서 만지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연명항은 통영시 산양읍(彌勒島, 미륵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로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IC에서 내려와 14번 국도를 타고 원문고개(통영시 용남면 장문리)까지 온 다음, ‘1021 지방도’를, 그리고 영정교차로(통영시 명정동 854-1)에서부터는 ‘67번 지방도’와 ‘1021 지방도’를 연속해서 타면 된다.
▼ 만지도로 들어가는 배는 외모부터가 여객선이라기보다는 유람선에 가깝다. 그래선지 다른 항구처럼 여객선터미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매표소로 활용하고 있는 컨테이너박스가 부둣가에 놓여있을 따름이다. 그렇다고 편의시설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널따란 주차장에다 깔끔한 화장실까지 딸려있다.
▼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달아공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최고의 일출(日出) 명소인 미륵산과 쌍벽을 이루는 일몰(日沒) 명소로 알려져 있는데다, 연명항에서 ‘산양일주도로’를 탈 경우 넉넉잡아 한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려수도의 풍광을 눈에 담으며 20분쯤 걷자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산양분소’ 건물이 나온다. 휴게시설인 ‘달아마루’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달아공원으로 가려면 두 건물의 사이로 들어서야 한다.
▼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자 ‘관해정(觀海亭)’에 이어 ‘달아전망대’가 길손을 맞는다.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간 곶(串, cape)의 끄트머리에 만들어놓은 전망대이다. 튀어나간 지형이 코끼리의 어금니를 닮았다고 해서 ‘달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요즘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단다. 통영 시민들은 보통 '달애'라고 부른다니 참조한다.
▼ 시야가 툭 터져있는 전망대는 한려수도의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한산, 욕지, 사량 등 3개 도서면 관내의 많은 섬들이 조망된다고 한다. 대·소 장재도, 저도, 송도, 학림도, 곤리도, 연대도, 만지도, 오곡도, 추도, 욕지열도와 이름 없는 수많은 작은 바위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경이 한눈에 쏙 들어온단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행운이 없었다. 어슴푸레한 바다에 해무(海霧)까지 끼면서 시야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전망대의 양 옆에 세워놓은 조망도(眺望圖)로 달래볼 따름이다. 아무튼 일품으로 알려진 일몰이야 시간을 맞추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섬들까지 눈에 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워해야 할 것 같다.
▼ ‘홍해랑 3호’를 타면서 섬 나들이가 시작된다. 곁에 ‘홍해랑 5호’가 정박되어 있는 걸로 보아 두 척이 번갈아가며 운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배는 주말기준으로 첫 배인 8시30분 편을 시작으로 10시, 그리고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는 한 시간 단위로 출발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수시운항도 가능하단다. 첫 배를 예매했던 우리 일행도 예정된 시간보다 40분이나 먼저 항구를 떠났었다. 그렇게 하도 자주 다니다보니 홍해랑호를 만지도의 '마을버스'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단다.
▼ 연명항에서 출발한 홍해랑호가 뱃머리를 바다 쪽으로 돌리자 눈앞에 통영의 섬들이 펼쳐진다. 그 섬들 사이를 10분 남짓 달리자 만지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은 조그마한 섬치고는 제법 너른 광장과 대합실로 이루어져 있다. 대합실 옆에는 작은 도서관도 들어섰다. ‘세계위인 슈바이처’ ‘우리동네 느티나무’ 등 제목이 따뜻한 몇 권의 책이 구비되어 있다. 배를 기다리면서 느끼게 될 무료함을 달래보라는 모양이다.
▼ 대합실 옆에는 ‘만지도 명품마을’에 대한 안내도도 세워놓았다. 만지도가 내세우고 있는 볼거리들을 놓치지 않고 모두 둘러보려면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아니 숙소는 물론이고 카페와 음식점에 특산품판매점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 다들 요즘을 일러 정보화시대라 하지 않던가. 아는 것만큼 보게 될 것이고, 아는 것만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바다를 향해 일자로 뻗어나간 방파제는 선착장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주민이 적은 탓인지 정박되어 있는 배가 별로 없다. 배의 크기도 작은 것이 고기를 잡는 용도라기보다는 바다에 널려있는 양식시설을 운영하면서 쓰는 배들로 보인다.
▼ 배에서 내리자 선착장 바닥에 그려놓은 지도가 먼저 눈에 띈다. 지금껏 들락거린 섬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그래선지 다들 인증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그림 너머에는 ’카페 홍해랑‘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온 여객선의 이름과 같지 않은가. 맞다. ’홍해랑‘은 이 마을에서 운영하던 여객선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5년 만지도가 14호 ’명품마을‘이 되면서 관광객이 늘어나자 유람선 사업을 하던 ’(주)만지도해피투어‘와 협약을 맺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선사(船社)에 내준 이름에 대한 향수를 카페에서 달래고 있는 셈이다.
▼ 포토죤도 여러 개를 만들어 마음에 드는 배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잘 가꾸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2015년엔가 이곳 만지도가 ‘명품마을’로 지정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다. ‘명품마을’이란 국립공원 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인 국립공원을 스스로 보전하면서, 잘 보전된 생태계와 경관‧문화자원을 활용해 주민 소득과 국립공원의 가치를 동시에 높이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명품’으로 가꾸어나가는데 드는 비용은 공단에서 지원하는데 그 조성사업이 마무리된 모양이다. 참고로 2010년 최초로 만들어진 관매도를 시작으로 현재 총 17개의 명품마을이 전국에 조성되어 있다.
▼ 마을로 들어서니 이층으로 지어놓은 마을회관이 길손을 맞는다. ‘명품마을’ 조성사업이 가져다 준 섬 주민을 위한 편익시설일 것이다. 그래선지 1층에는 특산물판매점이 들어앉았다.
▼ 마을 초입에 ’만지도에는 백년 된 우물이 있습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은 옛 풍속화를 배경으로 넣음으로써 감칠맛을 한결 더했다. 그 뒤로는 뚜껑이 덮인 우물이 실제로 보인다. 상수도로 인해 지금은 사용을 하지 않지만 우물이 없던 시절에도 만지도는 물의 자급자족이 가능했단다. 이곳 외에도 서너 곳에서 물이 나오는데, 학림도, 연대도 등 물이 부족한 인근 섬 주민들이 배를 타고 빨래를 하러 오곤 했단다. 당시 우물은 식수를 떠가는 장소만은 아니었을 게다. 아낙네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가슴에 응어리진 얘기도 오갔을 것이고, 또 어떤 때는 음담패설로 흥흥거리기도 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지 않는가.
▼ 우물이야기 말고도 ’만지 섬마을 사람들, 고향 만지도를 지키다‘는 등의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들도 여럿 세워져 있다. 스토리텔링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군소할머니‘에 대한 얘기가 가장 눈길을 끈다. 예로부터 만지도는 돈이 되는 섬이라고 해서 많은 육지 처녀들이 시집왔다고 한다. 만지도 최고령인 임씨 할머니‘도 물 건너 척포에서 시집오셨는데 90평생을 만지도에 살면서 7남매를 키워내셨고, 지금도 물속의 군소를 재빠르게 잡아내신단다. 안내판은 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적어 넣음으로서 읽는 이들의 감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곳 만지도만의 특징이라 하겠다.
▼ 안내판만 세워놓은 게 아니다. 대문에 붙여놓은 문패도 구경거리이다. 우물에 기댄 담장을 낀 ’임인아‘할러니 댁에는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만지도 최고령 할머니댁’, ‘천지팬션’의 대문에는 ‘우리나라 최초 3관왕 카누선수 천인식선수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고 적혀있다. 그 외에도 ‘동백민박’은 ‘손재주가 많으신 부녀회장님 댁’, 신형범씨 집은 양식업으로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었다. 마실 나오듯이 느긋하게 걸으면서 읽어보는 재미가 나름대로 쏠쏠하다.
▼ 마을 담벼락은 온통 벽화로 채워져 있다. 경상남도 소재 대학교 학생들의 자원봉사가 만들어낸 소중한 작품들이란다. 그림은 ‘만지도 이야기를 만지다’라는 주제로 그려졌는데 대학생들이 시안(試案)을 직접 스케치하고 채색하여 완성시켰단다. 요즘 젊은이들 ‘파이팅!’이다. 성조기나 흔들어대는 군상들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네 늙은이들이 오히려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마을 앞 해안길을 100m쯤 걸었을까 이정표(만지봉← 0.7㎞/ 선착장↓ 0.1㎞) 하나가 세워져 있다. 만지봉으로 연결되는 탐방로는 이곳에서 왼편으로 갈려나간다. 우리 역시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음은 물론이다. 방향을 틀자마자 화장실이 보인다. 깔끔하게 지어놓은 화장실은 외국의 유료화장실보다도 한결 낫다. 물이 귀한 섬인데도 불구하고 수돗물이 펑펑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깨끗하게 유지·관리되고 있었다.
▼ 경사진 골목길을 50m쯤 오르자 삼거리(이정표 : 출렁다리← 0.4㎞/ 만지봉↑ 0.6㎞)가 나온다. 왼편은 출렁다리로 가는 길이란다. 이따가 돌아오는 길에는 왼편으로 진행해야겠다.
▼ 몇 걸음만 더 걸어 올라선 고갯마루에서 또 다른 삼거리(만지봉← 0.6㎞/ 몽돌해변↑ 0.2㎞/ 선착장→ 0.2㎞)를 만난다. 이곳에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진행하면 된다. 어디로 가더라도 섬을 한 바퀴 돌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린 몽돌해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 바람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들어앉았다. 그 너머로 보이는 부표들은 아마 굴양식장일 것이다.
▼ 고개 너머로 내려서니 다리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해안둘레길이 나온다. 명품마을을 조성하면서 만들어놓은 탐방로의 일부분일 것이다. 참고로 만지도의 탐방로는 총 2.5㎞로 그 정점에는 만지봉(99.9m)이 있다.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세 개가 만들어져 있는가 하면 해안둘레길에는 저렇게 나무 덱도 설치했다.
▼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을 느긋이 즐겨보라는 듯이 벤치도 놓아두었다. 고마운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 옆의 물개 조형물이 뜬금없어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인근에 물개가 서식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조망안내도’도 세워놓았다. 연명항이 있는 미륵도를 가운데에 놓고 추도와 사랑도, 곤리도, 저도, 송도 등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은 빈 공간뿐이다. 아침이어선지 몰라도 시야가 딱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 이젠 해안길을 따른다. 깔끔하게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다. 주민들은 만지도를 한 바퀴 도는 이 옛길을 ‘몬당길’이라고 부른단다. ‘양지 바른 언덕’이라는 뜻의 통영 사투리란다. 참! 데크로드의 아래가 ’몽돌해안‘이었다는 걸 깜빡 잊을 뻔했다. 하지만 해변이라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로 그 범위가 좁았다. 해안이 부족한 섬이다보니 그런 정도에까지 이름표를 달아놓았나 보다.
▼ 해안길의 끄트머리에 이르자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아랫도리를 바닷물에 담그고 있는 작은 바위섬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머리에 심지 모양의 소나무를 얹고 있으니 촛대바위로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 해안길이 끝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산비탈을 헤집으며 길이 나있는데 산자락이 온통 동백나무 천지다. 빛이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울울창창한 것이 동백나무숲으로 유명한 인근 수우도나 지심도에 조금도 뒤질 게 없어 보인다. ’만지(晩地)‘라는 섬의 이름처럼 사람의 손을 덜 탔다는 얘기일 것이다. 만지란 주변 섬 중에 가장 늦게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 손을 덜 탔기에 생태환경이 보존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명품마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 동백 숲속을 헤치다보면 삼거리(이정표 : 만지봉← 0.3㎞/ 욕지도전망대→ 0.05㎞/ 동백숲길 만지마을↓ 1.0㎞)가 나온다. 만지봉 정상은 왼편, 일단은 오른편에 있는 욕지도전망대로 향한다.
▼ 가는 도중에는 요런 쉼터도 만나게 된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푹 빠져 망중한이라도 즐겨보라는 모양이다.
▼ 몇 걸음 더 걷자 바위절벽의 끄트머리에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욕지도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이름 또한 ’욕지도전망대‘라고 했단다. 욕지도에서 통영육지로 들어올 때 처음만나는 곳이라 해 들머리전망대라고도 부른단다. 하지만 해무(海霧)에 가로막혀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대신 좌우로 늘어선 바위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날카롭게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것이 욕지도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버리기에 충분한 풍경이라 하겠다. 하긴 누군가도 이런 표현을 썼었다. <사실 욕지도보다는 웅장한 바닷가 벼랑이 더 눈에 들어온다.>
▼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만지봉으로 향한다. 기괴하게 생긴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한 구간이다. 아래 사진은 지도에 나타나 있는 ’할배바위‘가 아닐까 싶은데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 않아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왕에 시작한 스토리텔링이니 경관 좋은 곳까지 그 범위를 늘렸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 제법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자 만지봉 정상(이정표 : 만지마을 0.7㎞/ 욕지도전망대 0.3㎞)이다. 만지봉(99.9m)은 100m에도 못 미치는 나지막한 산이다. 하지만 만지도에서 하나밖에 없는 산이다. 당연히 크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큰산‘이라고도 부른단다. 주민들은 그에 합당한 대접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분지처럼 널찍한 정상의 한가운데다 돌로 단을 쌓고 그 위에다 커다란 정상석을 모셨다. 그리고 그 주변은 공원으로 가꾸어 놓았다. 경계를 두르고 야생화 꽃밭을 만들었는가 하면, 벤치와 무대를 겸한 평상을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 이젠 마을로 되돌아갈 차례이다. 100m쯤 내려왔을까 만지도의 명물이라는 200년 묵은 해송(海松)이 버티고 있다. 그동안 일에 지친 주민들에게 그늘과 휴식처를 내주었다니 고마운 나무라 하겠다. 소나무 아래에는 전망대를 만들어놓았다. 아까 해안둘레길에서 보았던 풍광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법 또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이제부터 탐방로는 만지도 제일의 경관을 보여준다. 서슬 시퍼런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침식해안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 풍경이 기암절벽과 푸른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동양화나 다름없다.
▼ 아까의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출렁다리 방면으로 향한다. 방향을 틀자마자 아치형의 터널이 길손을 맞는다. ’직녀길‘이란 이름표를 달았는데, 반대편 문에는 ’견우길‘이란 문표가 달려있었다. 그렇다면 이 터널은 오작교(烏鵲橋)가 되는 셈이다.
▼ 터널이 끝나는 곳에는 또 다른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바람길 전망대‘인데 조망안내판에는 소지도와 내부지도, 연화도, 우도, 욕지도, 쑥섬, 노대도, 두미도 등이 눈에 들어온다고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지도만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도 해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참! 이곳에는 ’만지분교‘에 대한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이 부근에 학교터라도 있는 모양이다.
▼ 바람길 전망대에서 내려오는데 만지마을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터가 좁은 섬이라선지 해수면 가까이에서부터 언덕 위까지 층을 이루며 집들이 들어서 있다.
▼ 선착장으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마을 반대편으로 향한다. 만지도의 명물로 자리 잡은 출렁다리를 만나보기 위해서이다. 이 구간은 데크로드로 연결된다. 백년이나 묵었다는 우물의 위에서 산자락을 따라 난 길을 따를 수도 있으니 참조한다. 데크로드를 걷는데 난간에 ’풍란(風蘭)‘에 대한 안내판이 걸려있다. 멸종위기종인 ’풍란‘의 복원지역이란다. ’풍란‘은 바람을 좋아하고 공기 중에 있는 수분과 양분을 흡수해 살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집에서도 보물 대접을 받는 화분 가운데 하나인데 새하얀 꽃이라도 필 경우에는 온 집안이 향기로 가득 차오른다.
▼ 그렇게 얼마를 걷자 진행방향 저만큼에 만지도의 명물로 자리 잡은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만지도는 원래 낚시꾼들이나 간혹 찾던 미지의 섬이었다. 그러다가 옆 섬인 연대도와 출렁다리로 연결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1월 연결된 이 출렁다리는 길이 98m에 폭이 2m로 섬과 바다라는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했다. 두 섬을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수십m 아래 코발트색 짙푸른 바다는 아찔하고 짜릿하다. 참! 다리 근처의 모래해변을 빼먹을 뻔했다. 비록 좁지만 만지도와 연대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운모래가 넉넉하게 쌓여 있었다.
▼ 만지도는 아주 작은 섬이다. 그러나 섬에는 카페도 있고, 식당도 있고, 펜션과 민박도 있다. 점심 끼니도 때울 겸해서 우리 부부가 들어간 곳은 ’이모 전복해물라면‘,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안으로 들어가 ’전복해물라면‘을 주문했다. 상호에까지 등장한 걸 보면 이 집의 대표메뉴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예상은 적중했다. 전복과 홍합, 꽃게, 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넣고 끓인 라면은 시원한 게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명품마을에서 만난 명품요리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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