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泰華山, 642m)-마구산(馬口山, 595m)-정광산(正光山, 563m)-노고봉(老姑峰, 578.2m)
산 행 일 : ‘19. 4. 27(토)
소 재 지 :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과 용신시 처인구 모현면·양지면의 경계
산행코스 : 백련암 입구 버스정류장→백련암→태화산→마구산→마락산(475봉)→패러활공장→휴양봉→벌덕산→정광산→노고봉→상림1리 버스정류장(소요시간 : 5시간)
함께한 사람들 : 산과 하늘
특징 : 곤지암에서 양지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옆에 위치한 태화산은 규모가 작아 어느 방향에서 산행을 시작해도 3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산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태화산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백마산과 용마봉, 발이봉, 노고산, 정광산, 마구산, 태화산 등 ‘광주산맥’의 일곱 산을 종주하는 게 보통이다. 우리도 이 가운데 태화산에서 노고산까지를 걸어보기로 했다. 이 구간에는 휴양봉과 벌떡산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는 산이 2개가 더 포함되어 있는데, 이 모든 산들은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하지만 큼직큼직한 바위들을 많이 품고 있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바윗길도 만난다. 특히 일부 산들의 정상은 커다란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조망도 괜찮은 편이다.
▼ 산행들머리는 백련암입구 버스정류장(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산 18-2)
오늘도 근교산행이다. 수도권 전철계통의 간선철도인 경강선(京江線 :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환승)의 곤지암역에서 내린 다음 곤지암천을 건너 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이어서 추곡리로 들어가는 시내버스(37번 계통)를 타고가다 백련암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하지만 운행간격이 너무 길다는 단점이 있으니 출발시간을 미리 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승용차를 이용했다. 곤지암 공용주차장에다 주차시킨 다음 길 건너편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10시 10분에 출발하는 추곡리행 버스를 탔다.
▼ 백련암으로 올라가는 포장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오른편에 버스정류장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참조하면 되겠다. 탐방로 왼편에는 잘 지어진 전원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 주택가가 끝났음에도 길은 계속해서 포장길이다. 백련암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 길이 수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포장만 되어있을 따름이지 경사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출력이 약해진 노후 승용차는 오르지도 못할 것 같다.
▼ 그렇게 20분 정도를 진행하면 백련암의 주차장이 나온다. 꽤나 넓어 보이지만 주차된 차량은 기껏 한 대에 불과하다. 백련암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아까 들머리에서 보았던 현수막이 ’천년고찰‘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의외라 하겠다.
▼ 이제부터 길은 비포장으로 변한다. 길이 곧지도 못하다. 왔다갔다 ’갈 지(之)‘자를 쓰고 나서야 겨우 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경사가 가파르다는 얘기일 것이다. 백련사를 찾는 신도의 숫자가 적은 이유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길가에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궤도(軌道)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에야 백련암(白蓮庵)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23분, 산행을 시작한지는 43분 만이다. 백련암은 산자락을 가득 메운 거대한 바위들 사이의 작은 틈새에 자리 잡았다. 그 터가 하도 좁다보니 전각들을 한 곳에 모을 수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비탈을 깎고 축대를 쌓아 단을 만든 다음 각 전각들을 나누어 배치했다. 참고로 절간에는 장군수라는 유명한 샘물이 있다고 한다. 물맛이 뛰어나다고 해서 찾아봤지만 복이 없어서인지 내 눈에는 띄지 않았다.
▼ 백련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사찰로 고려 충숙왕 때 일련선사(日蓮禪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창건 당시는 ‘일련암’이라 하였으나, 1387년(우왕13)에 승려 해안이 중건하고, 일련선사의 부도와 3층 석탑을 건립한 뒤 백련암으로 개칭했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종각, 산신각, 요사채 등이 있으며, 문화재로는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53호로 지정된 부도(浮屠)를 보유하고 있다. 네모난 바닥돌 위로 낮은 받침을 두고, 종 모양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양새이다. 부도와 함께 세워진 3층 석탑은 1925년 홍수 때 산사태로 매몰되어 없어졌다고 한다.
▼ 사찰의 맨 위쪽, 그러니까 거대한 바위절벽 아래에 자리한 산신각은 꼭 올라가볼 것을 권한다. 가건물처럼 생긴 전각이야 보잘 것이 없지만 앞마당에서의 조망만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추곡리 너머 ‘도척면’의 좁은 들과 낮은 산들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참고로 ‘도척’하면 도둑들이 신으로 받들어 모신다는 춘추시대의 ‘도척(盜蹠)’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도둑에게도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도(道)가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자신을 설득하려온 공자(孔子)를 위선자라고 꾸짖으며 내쫓았던 인물이니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도척면은 ‘도척(都尺)’을 쓴다. 백제 온조왕이 한강 유역에 도읍을 정할 때 자로 재고 또 쟀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 절간을 다 둘러봤다면 또 다시 산행을 나설 차례이다. 들머리는 요사채의 뒤에서 찾아야 한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의 반대편을 살펴보면 산자락으로 파고드는 산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0m쯤 오르면 만나게 되는 능선에서 이정표(태화산→ 0.38㎞/ 추곡리 마을회관← 1.39㎞/ 추곡저수지↑ 1.32㎞/ 백련암↓ 0.04㎞)를 발견했다면 제대로 길을 찾은 셈이다.
▼ 오른편 능선을 따라 태화산으로 향한다.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비록 크진 않지만 바위들을 만날 때면 조망이 트이기도 한다.
▼ 얼마쯤 올랐을까 오른편으로 오솔길 하나가 나뉜다. 정비가 잘 되어있는 널찍한 정규등산로는 정면으로 곧게 나있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우린 오솔길로 들어섰고, 잠시 후에는 좌우로 길이 나뉘는 능선에 올라선다. 오른편은 ’작은 안나의 집(노인 요양시설)‘에서 올라오는 등산로, 태화산의 정상은 물론 왼편이다. 왼편으로 방향을 잡자마자 KT의 송신시설이 나타난다. 태양광집열판을 너절하게 매달고 있는 것이 자체발전으로 전원을 충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참! 누군가 정상석이 세워져있는 자리가 본래의 정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가 말한 옛 정상이 이곳을 이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하기를 이동통신의 송신탑이 들어서면서 정상을 빼앗겨버렸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철조망까지 둘러쳐졌다고 했다. 지금은 그 양쪽이 열려있지만 말이다.
▼ 통신시설을 빠져나오자마자 삼거리(이정표 : 태화산 0.20㎞/ 백련암 0.22㎞/ 은곡사 1.60㎞)에서 아까 헤어졌던 등산로와 다시 만나게 되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태화산 정상에 올라선다. 백련암에서 20분, 산행을 시작한지는 1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정상은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커다란 정상표지석 외에도 태화산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과 이정표(추곡리, 정광산/ 병풍바위, 백련암)가 세워져 있다. 사각의 정자와 꽤 많은 벤치도 보인다. 아예 쉼터로 꾸며놓은 듯한 모양새이다. 품격에 걸맞는 대접이라 하겠다. 이곳 태화산이 ’광주팔경(廣州八景)‘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관광객의 설문조사와 관계전문가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선정된 ’광주팔경‘에는 1경 남한산성, 2경 분원도요지·팔당 물안개공원, 3경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4경 앵자봉·천진암, 5경 무갑산, 6경 태화산, 7경 경기 도자박물관, 8경 중대 물빛공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 마구산으로 향한다. 말뚝 모양의 이정표(추곡리, 정광산/ 백련암, 병풍바위)가 가리키고 있는 정광산 방향이다.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20m쯤 걷자 널찍한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이 거대한 바위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아래로 내려설 수 있도록 했다. 그것도 두 개나 연속해서 놓았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서자 추곡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정표 : 마구산↑ 1.20㎞/ 추곡리← 2.14㎞/ 태화산↓ 0.50㎞)가 나온다. 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는 광주시와 용인시의 경계선을 따른다. 태화산은 온전히 광주시 땅인 반면 나머지 다섯 산은 이웃인 용인시와 사이좋게 어깨를 마주대고 있기 때문이다.
▼ 길고 가파르게 내려서던 산길이 오름짓을 잠깐 하더니 헬기장에 올라선다. 태화산에서 10분쯤 되는 지점이다. 바닥의 무늬가 아직도 선명한 헬기장의 한쪽 귀퉁이에는 삼각점(이천 11)이 설치되어 있다. 위도와 경도 외에도 이곳의 높이가 561.8m라는 것까지 적어놓았다. 국가기본측량에 의해 결정된 지리좌표일 것이다.
▼ 헬기장을 지나면서 산길은 완만해진다. 경사가 거의 없다싶은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안부에 이른다. 이어서 조금은 가팔라진 오르막길을 따라 15분 정도를 오르자 삼거리(이정표 : 마구산→ 0.11㎞, 마락산 1.04㎞, 백마산 9.05㎞/ 추곡리← 1.50㎞/ 태화산↓ 1.60㎞)가 나타난다. 왼편은 추곡리에서 올라오는 길, 마구산은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커다란 바위들이 쌓여있는 모양새의 ‘마구산(馬口山)’이 고개를 내민다. 태화산을 출발한지 45분, 산행을 시작한지는 1시간 45분이 지났다. 정상으로 오르는 바윗길이 위험스럽게 보였던지 용인시에서는 데크 계단을 놓아 안전을 도모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검정콩알처럼 생긴 배설물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게 눈에 띈다. 함께 산행을 하던 최군의 말로는 인근에서 키우는 염소의 흔적일 것이란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슴의 배설물이었다. 사슴농장을 빠져나온 두 마리의 사슴이 자연에서 살아가면서 남겨놓은 흔적이라는 것이다.
▼ 데크를 깔아 너른 공간을 조성한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표지석’과 이정표(정광산↑ 4.5㎞/ 영화마을↓ 8.2㎞) 외에도 마구산의 유래를 적은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이왕에 올랐으니 산에 대한 내력도 알아두라는 모양이다. 원형의 식탁도 놓아 쉼터의 역할까지 겸하도록 했다. 그러면 안내판을 참조해가며 ‘마구산(馬口山)’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 보자. 마구산의 옛 이름은 ‘말아가리산’이라고 한다. 정상의 바위가 마치 말이 입을 벌린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도 포곡읍의 유운리(에버랜드 부근)에서 보면 말머리 모양으로 나타난단다. 산의 높이는 595m, 용인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광교산(光敎山·582m)보다 13m나 높다. 그래서 최근에는 ‘용인 제1봉’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름도 되찾아 주었다. 지역 주민들의 고증을 통해 ‘말아가리산’이란 옛 이름을 찾아냈고, 용인시에서는 정상에다 ‘마구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정상석까지 세워놓았다. ‘아가리’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난 편이다. 뒤편, 그러니까 동쪽엔 태화산릉이 웅장함을 내세우고 북쪽 정광산 쪽 광주산맥은 거침이 없다. 서쪽으로는 포곡읍 너머 인자해 보이는 석성산 그리고 용인시내 빌딩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정광산’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시작부터 맞닥뜨리는 산비탈에는 긴 나무계단이 놓여있다. 다음은 침목계단이다. 그 가파름이 조금 누그려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잠시 또 다시 나타나는 나무계단, 이어서 또 다른 침목계단이 줄을 잇는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는 얘기이다.
▼ 그렇게 23분 정도를 진행하자 안부사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정광산↑ 2.64㎞/ 금어리(용인)← 2.10㎞/ 상림리(시어골)→ 1.30㎞/ 마구산↓ 0.80㎞) 외에도 원형 식탁을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 안부를 지난 산길은 상당히 가팔라진다. 버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오래지 않아 그 고생이 끝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무인산불감시탑이 세워진 봉우리 위에 올라서기 때문이다.
▼ 봉우리에는 무인산불감시탑과 함께 삼각점(이천 463)도 설치되어 있다. 그래선지 지도에는 지명 대신에 삼각점과 높이(475.1m)만 표시되어 있다. 이름이 없는 봉우리라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을 ‘마락산’으로 표시하는 지도도 눈에 띈다. 아까 마구산에서 만났던 이정표의 ‘마락산’도 역시 이곳을 이르는 지명이었을 것이다.
▼ 내려서는 길은 사나왔던 기세를 많이 누그러트렸다. 그런 빈틈을 산벚꽃이 비집고 들어왔나 보다. 꽃망울을 활짝 연 벚꽃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늘어서 있다.
▼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터널을 헤치고 나오자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가 나온다. 이정표(패러이륙장↑ 0.3㎞, 노고봉 2.9㎞/ 매표소← 2.2㎞/ 마구산↓ 2.5㎞)와 구호지점표시목(2·3, 휴양림)으로 보아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자연휴양림에 이를 것이다.
▼ 임도를 따라 10분쯤 오르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나타난다. 넓은 임도에 지프차까지 닿을 수 있는 이 활공장은 용인에서는 제일 규모가 큰 활공장이라고 한다. 문수봉 활공장이나 삼봉산 활공장에 비해 착륙장이 좋다는 이점을 갖고 있기도 하단다. 그나저나 민둥산처럼 생긴 활공장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바람에 맞춰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륙에 성공한 몇몇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다. 인간이 창공을 나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고 멋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하늘을 나는 그들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 조팝나무와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꽃길을 지나자 바윗길이 시작된다. 웅장하지도 그렇다고 위험하지도 않은 바윗길이지만 바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오를 수 없는 구간도 있다. 그래선지 안전로프를 여러 곳에 매달아 놓았다. 가끔은 잘 생긴 바위도 눈에 띄니 보는 재미까지 갖춘 구간이라 하겠다. 지도에 ‘형제바위’라는 지명이 나타나 있는데 이 부근을 이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덕분에 아래와 같은 억척스런 삶도 만난다. 바위의 갈라진 틈새에 뿌리를 내린 저 나무는 과연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영양분을 공급받을까?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라고 있는 나무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워본다.
▼ 바위지대가 끝나면 능선은 다시 육산(肉山)으로 돌아가고 그 끄트머리에서 ‘휴양봉(520m)’을 만난다. 활공장에서 15분 거리이다. 바위무더기로 이루어진 꼭대기에다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고 ‘휴양림주변 조망안내도’와 두 개의 평상을 배치했다. 요 아래에 있는 ‘용인자연휴양림’에서 세웠다는 정상표지석도 보인다. 참고로 다음(Daum) 지도에서는 이곳을 ‘큰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혹시 휴양림을 만들면서 봉우리의 이름을 바꾸었는지도 모르겠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빼어나다. 요 아래에 있는 자연휴양림은 물론이고 포곡읍과 모현읍 일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경안천을 낀 마을들 멀리 향수산과 문형산이 또렷하다. 그 오른편에 있는 광주의 산들까지 시야에 잡힌다.
▼ 휴양봉을 지나면 산책삼아 걷기 딱 좋은 ‘힐링 로드’로 변한다. 보드라운 흙길이 대부분인데다 경사까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팔라진 길을 잠시 오르면 이번에는 ‘벌덕산’이다. 휴양봉을 출발한지 15분 만이다. 정상은 텅 비어있다. 정상석은 물론이고 그 흔한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119에서 설치한 ‘구호지점표시목(1·4, 휴양림)’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표시목의 하단에 ‘벌덕산’이라는 지명을 적고 그 아래에 이곳의 높이인 475m를 표시했다.
▼ 정광산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내려서니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길이 길손을 맞는다. 하지만 길가에 밧줄난간을 만들어놓아 부담 없이 내려설 수 있다. 안부까지 내려섰다가 반대편으로 짧게 오르면 웃자란 잡초만이 무성한 헬기장이다.
▼ 잠시 후 복사꽃이 만발한 곳에서 자연휴양림으로 연결되는 안부삼거리(이정표 : 정광산↑ 0.7㎞/ 밤티골매표소← 2.2㎞/ 마구산↓ 4.2㎞)를 만났다싶으면 산길은 많이 가팔라진다. 이곳도 역시 밧줄난간을 만들어 오르내리는 탐방객들을 돕게 했다.
▼ 그렇게 23분을 진행하자 ‘정광산(正光山)’에 올라선다. 물론 벌덕산을 출발하면서부터 걸린 시간이다. 무인산불감시탑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정상에는 왕산초등학교졸업생들이 만든 자그만 판석(板石)이 바닥에 심어져 있다. ‘정광산’이라는 지명과 함께 이곳의 높이인 563m를 적어 넣었으니 일종의 정상석이라 하겠다. 그 뒤에는 ‘정광산 정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정표(노고봉↑ 0.5㎞/ 자연휴양림← 1.7㎞/ 벌덕산↓ 0.75㎞)가 버틴다. 자연휴양림으로 연결되는 길이 이곳 정광산에서 나뉜다는 얘기일 것이다.
▼ 이젠 마지막 봉우리인 ‘노고봉’만 남았다. 노고봉과 이곳 정광산은 큰 오르내림이 없는 밋밋한 능선으로 연결된다. 그것도 보드라운 흙길 일색이다. 그래서 ‘노고(老姑)’라는 지명에 산(山)이 아닌 봉(峰)이 붙었나보다.
▼ 정광산을 출발한지 17분 만에 도착한 ‘노고봉(老姑峰)은 여러 시설물들로 복잡하다. 널따란 공터에 정상석은 물론이고 119의 구호지점표시판과 말뚝 모양의 이정목(백마산↑ 5.5㎞/ 도웅리→ 2.7㎞/ 태화산↓ 5.5㎞)이 세워져 있다.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는가하면 정성들여 쌓아올린 돌탑도 보인다. 원형 식탁과 함께 두어 개의 벤치도 놓여있다. 숫제 종합 쉼터로 꾸며놓았다고 보면 되겠다.
▼ 이젠 하산만 남았다. 하산은 상림리 방향인 오른쪽 능선이다. 들머리에 세워진 표지판에는 ‘얼음골’곤지암‘로 적혀있으니 참조한다.
▼ 산길은 능선을 따른다. 능선의 왼편은 ‘곤지암컨트리클럽’이 들어서있다. 때문에 산길은 골프장에서 쳐놓은 철조망을 따라 나있다. 잠시 후에 오르게 되는 570m봉은 원래 길이 둘로 나뉘던 지점이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쳐놓은 철조망에 가로막혀 도궁초등학교로 연결되던 등산로는 이제 금단의 길이 되어버렸다.
▼ 하산 길은 엄청나게 가파르다. 거기다 참나무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 미끄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몸을 의지할만한 안전시설도 눈에 띄지 않으니 그저 최대한으로 자세를 낮추면서 조심조심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간이라 하겠다.
▼ 그렇게 30분쯤 내려오자 진행방향에서 325m봉이 얼굴을 내민다. 경사가 가팔라 고생께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침맞게 길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드디어 이곳 안부(다음 지도에는 질마고개로 표기되어 있으니 참조한다)에서 철조망과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길의 형편이 나아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봉우리를 넘지만 않을 따름이지 경사가 가파른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전로프를 매달아놓아 몸을 의지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 10여분쯤 내려왔을까 주변이 온통 다래넝쿨이 우거진 원시의 숲으로 변한다. 이를 놓칠 집사람이 아니다. 새로 돋아난 보드라운 잎들이 그녀에게 생기를 북돋아 주었나보다. 부지런히 숲속을 들락거리며 다래순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더 내려가자 임도가 나온다.
▼ 산행날머리는 상림1리 버스정류장(광주시 도척면 상림리 286)
임도 주변에는 잘 지어진 고급 전원주택들이 곳곳에 들어서있다. 임도 옆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린 개울도 보이는데 흐르는 물도 넉넉해서 작은 폭포와 소(沼)들을 여럿 만들고 있다. 전원주택이 들어서기 딱 좋은 곳이라 하겠다. 그렇게 15분쯤 더 걷자 상림1리 버스정류장이 나오면서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정확히 6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1시간을 쉬었으니 실제로는 5시간을 걸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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