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코스-1(오륙도→용호동 LG메트로시티)
여행일 : ‘18. 6. 2(토)
소재지 : 부산광역시 남구
여행코스 : 오륙도해맞이공원→이기대 해안→동생말→LG메트로시티(거리 : 약 6㎞)
함께한 산악회 : 청마산악회
특징 :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으로 부산광역시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초’광역 걷기 길‘이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사)한국의길문화‘와 각 지자체 및 지역 민간단체가 뜻을 모아 조성했는데, 770㎞에 이르는 동해안을 총 10개(부산·울산·경주·포항·영덕·울진·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고성) 구간 50개 코스로 나누었다. 참고로 해파랑길의 심벌마크(Symbol Mark)는 노랑 파랑 하양의 세 가지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해안의 역사적 의미와 함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요소로서의 가치를 이미지화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지도와 독도 그리고 동해와 울릉도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 트레킹의 시작은 ’오륙도 해파랑길 관광안내소‘
해파랑길의 시작점은 동해의 최남단이므로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인 ’오륙도 해맞이공원‘이다.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내려 일반버스 27번이나 131번을 이용하면 된다. 해파랑길은 총 770㎞의 거리를 50개 코스로 나누었는데 부산구간은 4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갈맷길과 겹치는데 이기대 공원으로 향하는 해안 절벽과 광안리 해수욕장 그리고 해운대 해수욕장과 송정 해수욕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여름 휴양지이다. 특히 미포와 대변항 그리고 임광 해변과 진하 해변에 이르는 동해안 첫 번째 노정은 바다와 절벽 그리고 해안선과 해수욕장이 함께 있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품 걷기 코스이다. 오늘은 이 중에서 들머리에 해당되는 1코스 구간 17.6㎞를 걷게 된다.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출발해 해운대 미포에 이르는 코스로, 해안절벽 산책로와 해변길, 해송(海松)숲길 등을 품은 비경이 펼쳐진다. 또한 길 중간에 빠져나갈 곳이 많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 먼저 오른편에 위치한 ’스카이워크‘로 향한다. 들머리에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있을 것이다. 이곳은 ’오륙도‘와 ’이기대‘를 결합시킨 관광 상품이다. 아름다운 해안 경관과 끝없이 펼쳐지는 조망을 하나로 결합시킨 명품 관광지인 것이다. 2012년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공사에 들어가 2013년 10월에 개장했다고 한다.
▼ 안으로 들어가는데 진입로 난간에 사진들이 줄줄이 매달려있는 게 눈에 띈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갈맷길 축제‘의 부대행사로 열렸던 사진공모전에 뽑혔던 ’수상작‘들이란다. 갈맷길의 사계를 담은 사진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 잠시 후 널따란 광장에 이른다. 오륙도의 맞은편, 그러니까 옛 한센인 정착 농원 자리에 조성된 생태광장이라고 한다. 넓이 1,594㎡의 광장은 가장자리를 따라 난간을 두르고, 곳곳에 벤치도 놓았다. 쉼터를 겸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망원경도 보인다. 조망이 좋은 곳이니 곳곳을 살펴보라는 배려일 것이다. 특히 바다건너 영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 대한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물방울을 형상하한 디자인에 선박의 모양을 담은 외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곳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해 놓았다.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은 시설의 안내판을 유일하게 세웠다. 이는 이곳 부산에서 바다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만큼 큰가를 엿볼 수 있지 않나 싶다.
▼ 광장의 끄트머리에 ’스카이워크‘가 만들어져 있다. 35m 해안절벽 위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발굽형으로 이어놓은 15m 길이의 유리다리로 한 바퀴 돌아 나오도록 되어있는 형태이다. 바닥유리는 12㎜유리판 4장에 방탄필름을 붙여 특수 제작한 두께 55.49mm의 ’고하중 방탄유리‘라고 한다. 발아래 투명유리를 통해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모습은 바라볼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엉금엉금 기어가다시피 하고 있는 여성들이 보인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발아래에 펼쳐지는 풍경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데 별 수 있겠는가. 참! 깜빡 잊을 뻔했다. 스카이워크로 올라가는 데는 무료이지만 반드시 헝겊으로 된 덧신을 신어야만 한다. 바닥에 깔린 유리에 흠집이 나는 걸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 하나,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며,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강풍·눈·비가 올 때는 개방이 제한되고, 입장 인원은 바닥 유리 1면당 5인까지란다.
▼ 스카이워크 앞에 펼쳐진 바다는 시시때때로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상을 연출한다. 오륙도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음은 물론이다. 고개를 돌리기라도 할라치면 저 멀리 해운대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래 이곳은 사진촬영의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였다. 참고로 오륙도는 부산의 상징이다. 남구 용호동 앞바다의 거센 물결 속에 솟아 있는 여섯 개의 작은 바위섬으로 밀물 때는 방패섬과 솔섬이 합쳐져 다섯 개의 섬이 된다고 해서 ’오륙도‘라 불린다. 저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산다는 등대섬의 본래 이름은 평탄하다해서 ’밭섬‘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등대가 세워진 후로 등대섬으로 바뀌었단다.
▼ 이젠 ’해파랑길‘ 트레킹에 나설 차례이다. 탐방로는 저 아래에 보이는 ’해파랑길 관광안내소‘ 뒤편으로 열린다. 해파랑길의 처음 5㎞ 구간은 부산 바다 중에서도 자연미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는 이기대(二妓臺)해안을 따라간다. 오래전 군인들의 ’해안순찰로‘로 이용돼 군홧발로 다져졌고, 지금은 여행객들의 순한 발길로 넓혀진 아름다운 탐방로다.
▼ 널따란 산책로를 따라 100m 조금 못되게 오르자 잘 가꾸어진 꽃밭들이 보인다. 전망대와 정자도 지어져 있다. 최근에 조성된 ’오륙도 해맞이공원‘이란다.
▼ 공원에는 두세 개의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하나 같이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배치했다. 각각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섬들의 아름다움은 실로 대단한 절경이다. ’오륙도‘란 보는 위치와 조수의 차이에 따라 섬의 숫자가 달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방패섬을 비롯해서 솔섬과 등대섬, 굴섬, 송곳섬, 수리섬 등이 있는데, 등대섬을 제외하면 모두가 무인도라고 한다.
▼ 어느 전망대에서건 오륙도는 코앞이다. 아니 오륙도에 거리가 멀어질수록 시야가 더 넓어진다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이겠다. 오륙도의 크기가 작아지는 대신 스카이워크 일대가 더 일목요연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의 옛 지명은 ’승두말‘이라고 한다.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승두마‘라고 부르는 것이 ’승두말‘로 되었는데, 해녀들과 지역주민들은 ’잘록개‘라고도 불렀단다. 바다를 연모하는 승두말이 ’오륙도‘의 여섯 섬을 차례대로 순산하고 나서 승두말의 불룩했던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가 선창나루와 어귀의 언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잘록한 것이 말안장을 쏙 빼다 닮은 것 같기도 하다.
▼ ’해맞이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탐방로는 산길로 변한다. 들머리에 3.42㎞짜리 이기대해안길이 시작됨을 알리는 이정표와 함께 ’남구 트레킹 노선안내도‘를 세우고 산책로를 그려 넣었다. 이 산책로가 원래 4.7㎞이니 이미 1.1㎞를 걸어온 셈이다. 참! 부근에 생태습지와 생태관찰로, 유전자원증식장 등의 자연마당이 조성되어 있다는 안내도로 세워져 있다.
▼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해안을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고 가면 길 찾기에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갈림길이라도 나올라치면 어김없이 이정표를 세웠고, 간이 이정표로 설치해 둔 해파랑길 리본과 표찰, 바닥페인팅 표시도 길안내를 도와준다.
▼ 잠시 후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가파른 산비탈의 중턱을 헤집으며 나있는 탐방로가 눈에 들어온다. 이기대(二妓臺) 해안길의 특징 중 하나로 탐방로 주변은 온통 경탄과 감탄을 자아내는 해식절벽의 비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기대 해안은 장산봉이 바다로 면한 동쪽 바닷가에 위치한다. 기기묘묘한 바위절벽들로 이루어져 있어 경관이 뛰어나지만 직각으로 된 절벽이 아니라 바다에 접한 암반이 비스듬한 경사로 기울어져 바다로 빠져든다는 특징이 있다. 오랫동안 군사작전지역으로 되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오다가 1993년부터 민간에 개방되었다.
▼ 이기대 해안의 절벽길은 기존 해안순찰로를 정비해서 재사용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은 곳은 나무데크와 울타리를 만들어 안전한 명품길로 재 탄생시켰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책로 수준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기대 해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기대‘란 이름은 임진왜란 때 ’기생 두 명(二妓)‘이 술에 취한 왜장을 끌어안고 벼랑에서 바다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단다. 그녀들이 떨어진 곳의 정학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어디서 떨어졌든 실제로 그랬다면 도저히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을 만큼 절벽은 풍화와 침식을 거쳐 높고 날카롭게 솟았다.
▼ 벼랑의 주름진 허리춤으로 그림같이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바람과 파도, 그리고 억겁의 시간이 조각한 해식(海蝕) 절벽의 기이한 작품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50분 만에 만나게 되는 ’농바위‘이다. ’농(籠)‘이란 버들채나 싸리 따위로 함처럼 만들어 종이를 바른 궤를 포개어 놓은 가구를 말한다. 저 바위가 농처럼 생겼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무튼 조망을 위한 전용 전망대에다 설명판까지 갖춘 걸 보면 아름다운 이기대의 진수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절경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 전망대에 오르면 ’농바위‘가 확실하게 그 자태를 드러낸다. 쓰러질 듯 위태롭게 바위 세 개가 겹쌓여 있다. 할머니가 보따리를 이고 선 것 같기도 하고, 고기잡이 나간 서방님을 기다리는 아낙네가 바다를 바라보다 망부석이 돼버린 것 같기도 하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억겁의 시간이 조각한 기이한 작품들이 해식(海蝕) 절벽의 곳곳에 널려 있다.
▼ 갯바위가 있고, 그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데 강태공인들 없겠는가. 가끔가다 낚싯대를 거두어들이는 걸로 보아 세월을 낚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저런 곳이라면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요즘에는 ’느림보의 미학‘이 대세라고 하지 않는가.
▼ 가끔은 무인 방송시설도 만난다. 태풍 등의 기상특보를 탐방객들에게 미리 알려주려는 목적일 것이다.
▼ 이 부근이 치마바위가 아닐까 싶다. 치마바위는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태종대와 마찬가지로 까마득한 높이의 바위절벽과 바위들이 절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바위의 생김새 때문이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고백일 수도 있겠다. 바위의 이름이 치마를 펼쳐놓은 것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된 것을 알고 있는데, 저 바위가 문득 그런 모양새로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따로 안내판을 세워놓지 않아 나처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도 싶다.
▼ 문득 코끝을 스쳐가는 바람결에서 짙은 솔향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탐방로 주변이 소나무 숲으로 변해있다. 그것도 어둡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창하다. 지자체에서 그런 장점을 놓쳤을 리가 없다. 나무그늘 아래에다 벤치를 놓고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근처에 세워놓은 이정표(어울마당 0.1㎞/ 치마바위 1㎞)에 걸린 이름표는 이곳의 지명을 ‘솔밭쉼터’로 적고 있다.
▼ 잠시 후 시야가 아득하게 넓어지는 ‘어울마당’에 닿는다. 어울마당은 계단 형식의 스탠드가 길게 만들어진 걸로 보아 음악회 등의 행사를 위한 야외공연장으로 조성되었지 않나 싶다. 아니 누군가는 이곳을 해돋이의 명소로 소개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공간의 뒤편에는 간이매점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쉼터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어울마당의 또 다른 특징은 조망(眺望)이라 하겠다. 멀리 열린 광안리해변 풍광이 이국적이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의 수평선과 거대한 돛을 펼친 듯 우뚝 솟은 마린시티 초고층 빌딩들의 수직선이 교차하며 광안리 바다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조망터를 만난다. 바다 쪽으로 조금 튀어나오게끔 공간을 만들고 무인 방송시설을 세워놓았다. 또한 김규태 시인의 시비(詩碑)와 함께 이곳이 ’부산 국가지질공원‘이라는 안내판도 세웠다. 1999년엔가 이 부근에서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그래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난간의 앞에는 조망안내도를 세우고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운대, 달맞이공원 등을 그려 넣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실경과 비교해가면서 가슴에 담아가라는 배려일 것이다.
▼ 북경과 도쿄, 로스엔젤리스 등 세계 주요도시들이 있는 방향과 그곳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도 보인다. 하지만 내 눈길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나를 향한 방향에 ‘You ♡ I’라고 표기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거리는 바라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듯이 ‘?’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나와 내 집사람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나에게 집사람은 ‘0㎞’가 확실한데, 집사람이 느끼는 거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
▼ 얼핏얼핏 보이던 광안대교가 이젠 제법 또렷해졌다. 광안대교는 수영구 남천동에서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근을 잇는 총연장 7.42km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국내 최대의 해상 복층 교량이다. 예술적 조형미를 갖춘 첨단 조명 시스템이 구축되어 10만 가지 이상의 색상으로 경관 조명을 연출하며 매년 불꽃 축제에는 100만 명의 관람객이 모인다고 한다.
▼ 길가에는 이곳에 있었다는 ‘구리광산’에 대한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이기대의 ‘구리광산’은 일제 때부터 채굴을 해오던 역사가 오랜 광산이다. 당시의 이름은 ㈜대한광업. 한때는 질 좋은 황동과 구리를 생산하던 갱도가 여럿이었다는데,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을 따름이다.
▼ 해안에는 너럭바위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잠시 쉬었다가기 딱 좋은 장소들이다. 아름다운 경관을 향해 카메라의 셔터도 눌러보고, 준비해온 간식도 먹으며 오랜만에 모든 것을 잊은 채,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내 발길은 그러지를 못한다. 하긴 바쁜 일상에 쫒기며 종종걸음을 치며 살아온 인생인데 어찌 쉽게 떨쳐버릴 수 있겠는가. 여행을 왔으니 게으름 좀 피운다고 해서 나무랄 이도 없을 텐데 말이다.
▼ 이기대해안산책로가 끝나갈 즈음이면 출렁다리가 길손을 맞는다. 출렁다리가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셈이다. 높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지만 약간의 출렁거림이 감지되는 여러 개의 다리가 놓여있다. 벼랑과 벼랑을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해안절벽을 오르내리느라 다리품깨나 팔아야 했겠다.
▼ 현수교를 지나면 이기대길과는 아쉬운 작별이다. 그 아쉬움이 짙었던지 건너편 언덕 위에 멋진 볼거리를 올려놓았다. ‘더 뷰(the VIEW)‘라는 부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웨딩홀이란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부산의 명물 광안대교와 이기대해안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뷰(view)‘라는 이름에 걸맞는 웨딩홀이지 싶다.
▼ 저만큼에 동생말 전망대가 나타나면서 1시간40분의 이기대 산책로는 끝을 맺는다. 눈이 호사를 누렸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들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내 안의 잡념(雜念)은 시원한 바닷바람에 씻겨 나가고 몸은 흘린 땀만큼이나 가벼워졌다.
▼ ’동생말‘에도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에 서면 부산의 명물들이 완전체로 나타난다. 그 유명한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그리고 해운대 동백섬과 달맞이고개가 파노라마로 눈앞에 펼쳐지면서 감탄사가 신음처럼 흘러나온다. 자연경관과 도시의 장관이 절묘하게 뒤섞인 절경이라 하겠다. 참고로 마린시티(Marine City)는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과거 수영만 매립지였던 곳에 조성된 주거지 중심의 신도시이다. 부산의 부촌 가운데 한곳인 지역이며, 고층 아파트들이 많다보니 가장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마린시티의 야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뉴욕이나 홍콩, 도쿄, 상하이에 준하는 한국 최고의 ’마천루 뷰‘로 자리 잡았단다.
▼ 동생말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 바다 건너의 ’광안리대교‘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최대의 현수교(懸垂橋)답다. 9년 동안 만들어졌는데 총 길이가 7.4㎞에 이른단다. 저 다리는 광안리해변에서 바라보는 게 제격이라고 한다. 다리의 전모(全貌)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여기서 바라보는 선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1구간 가운데 일부분을 생략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 이기대길이 끝나면 탐방로는 도심을 꿰뚫는다. 그렇다고 해서 바다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고, 길은 바다 곁을 멀리 떠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잠시 걸으면 ’LG메트로시티 아파트‘가 나온다. 아파트 곁에 만들어진 소공원에서 산악회에서 준비한 식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난 1코스의 중간부분을 생략하기로 했다. 산악회버스를 이용해 동백섬까지 이동하려는 것이다. 까짓 도심을 걷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아쉽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부산의 명물인 마린시티(Marine City)를 둘러보지 못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곳은 스카이라인이 장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동백섬과 광안대교에서를 바라볼 때 형성되는 스카이라인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촬영의 명소란다. 또한 그곳에는 ’영화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고도 했다. ’영화와 놀고 즐기기‘란 주제로 산토리니광장, 천만 영화 존, 애니메이션 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하니 한 번쯤 들러볼 만도 하지 않겠는가. 누군가 연인과 함께라면 더 좋다고 했는데, 마침 내 곁에는 집사람이 ’껌 딱지‘처럼 딱 붙어있지 않는가. 그러나 어쩌겠는가. 선택과 집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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