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상족암(床足巖) 공룡길’ 트레킹
산행일 : ‘18. 2. 26(월)
소재지 : 경남 고성군 하일면과 하이면 일원
산행코스 : 신기마을→장춘교→맥전포항→임암마을→제전마을→상족암(床足巖)→상족암 유람선선착장(소요시간 : 2시간)
함께한 산악회 : 좋은 사람들
특징 : 고성의 상족암은 공룡발자국이 남아 있는 해안으로 유명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닷가에 넓게 깔린 암반과 암반 위로 솟아오른 바위 절벽들이 있어 경치 또한 아름답기 때문이다. 고성군에서는 이런 장점들을 살려 멋진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탁 트인 바다풍경과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병풍바위, 그리고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에 흘러내리면서 조성된 주상절리 등을 볼 수 있는 멋진 산책로이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파도가 드나드는 퇴적 암반 곳곳에 공룡발자국이 눈에 띈다. 암반지대를 지나면 수 천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층층 단애도 나온다. 그 중심에는 밥상다리를 닮았다는 ‘상족암(床足巖)’이 있다. 오랜 세월 침식되어 형성된 가파른 절벽과 기암괴석의 단애로 이루어진 세계 3대 공룡유적지 중 하나이다. 산책로의 이름이 ‘상족암공룡길’로 지어진 이유이다. 참고로 이곳 고성군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의 서부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천연기념물(제411호)로 지정된 이유이다. 이 공룡화석지는 백악기인 약 1억~1억2천만 년 전의 공룡 흔적들을 보여주는데, 12종의 공룡 발자국과 공룡알, 공룡알 둥지, 새발자국 화석 등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상족암과 주상절리 등 자연이 빚어낸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혹시라도 어린이들과 함께 왔다면 공룡박물관도 꼭 둘러봐야 할 것이다. 단 매주 월요일은 박물관이 문을 닫는 다는 걸 잊지말아야 한다.
▼ 트레킹의 시작은 신기마을(고성군 하일면 춘암리)
해안누리길 공룡화석지해변길의 트레킹은 맥전포항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그럼 이곳 신기마을에서 맥전포항까지는 어떻게 이동하면 좋을까. 다른 산악회들은 보통 타고 온 전세버스로 이동을 시켜준다. 하지만 그런 편의제공이 없었던 우린 오가는 차량을 피해가며 도로가를 걷는 수밖에 없었다.
▼ 신기마을 안길로 들어가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도로를 따라 걸어도 된다는 얘기이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시간도 훨씬 더 절약이 된다. 걷는 게 싫다면 군내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단 버스가 띄엄띄엄 다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애로점이 있다는 것은 참조해야 한다.
▼ 신기(新基) 마을은 춘암리(春岩里)에 속한 작은 단위마을이다. 하지만 그 역사는 오래인 모양이다. 엄청나게 오래 묵은 당산나무가 마을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 마을을 지나면 용암포(龍岩浦)가 있는 작은 만(灣)이 나온다. 길은 바닷가에서 끝나버린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 다음 농로(農路)를 이용해 1010번 지방도로 연결시킨다. 결과적으로 빙 돌아서 다시 지방도로 나온 셈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걸어 나오는 길에 좌이산의 전경을 실컷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용암포(龍岩浦)의 원래 이름은 ‘입암(立岩)’이라고 한다. 마을 앞 바닷가에 있는 병풍처럼 생긴 바위가 마치 서있는 것 같다는 데서 연유된 이름이란다.
▼ 그렇게 한참을 걸은 후에야 1010번 지방도 상에 있는 장춘교에 이를 수 있었다. 춘암리(春岩里)의 또 다른 단위 마을인 ‘장춘(長春)’에서 이름을 따왔다. 참고로 ‘춘암’이란 지명은 이 지역이 사계절 기후가 온화한 봄과 같다고 해서 ‘봄 춘(春)’자와, 선바위가 있다 하여 ‘바위 암(岩)’자를 따서 붙였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마을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당시 합쳐졌던 장춘(長春)과 신기(新基), 입암(立岩) 등의 마을 이름에서 두 글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 이후부터는 지방도를 따른다. 인도(人道)가 따로 없는 도로라서 위험스럽기만 할 뿐 눈요깃거리는 하나도 없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길이라는 얘기이다. 이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터덜터덜 걷고 있는 우리들이 안쓰럽게 보였던지 맥전포항까지 태워다준다는 것이다. 고성군청 소속의 소독용으로 보이는 트럭을 몰고 가시던 분인데, 자신이 할 일을 뒤로 미룬 채로 우리의 편의를 보아주신 것이다. 글을 빌어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려본다.
▼ 맥전포항에서는 곧장 ‘상족암 공룡길’ 즉 산책로로 들어선다. 들머리에 세워놓은 ‘맥전포항 종합안내도’에 음악분수대와 노래탑 등의 볼거리가 주차장 근처에 조성되어 있다고 되어있지만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걸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룡길’은 깔끔하게 보이는 데크길로 시작된다. 하지만 첫 인상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 세워진 ‘상족암 군립공원 안내도’가 지도와 그림이 다 떨어진 채로 방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교체를 하지 않을 바에는 치워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맥전포(麥田浦)의 원래 이름은 ‘보리밭개’였다. 이 일대가 유독이도 보리밭이 많은 갯마을이었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란다. 그러던 것이 지명을 한문화(漢文化)하는 과정에서 맥전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자 군부대의 담벼락 아래서 길이 두 갈로 나뉜다. ‘공룡길’은 오른편이나 왼편으로 난 길로도 한번쯤 내려가 볼 것을 권한다. 다리로 연결된 작은 바위섬, 즉 ‘솔섬’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나쳐버릴 게 뻔하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상족암 공룡길’이라 불린다. 하이면 덕명마을부터 하일면 맥전포항까지 편도 약 4Km 구간에 걸쳐 조성되어 있는데, 상족암 주변의 해안길을 따라 데크로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청정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들의 발자국과 주상절리의 병풍바위, 층층이 쌓인 퇴적암 등을 구경할 수 있어 산책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진행하면 바위벼랑 위에 만들어 놓은 데크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솔섬’이 잘 바라보이기 때문이다. 머리에 곰솔을 이고 있는 섬의 자태가 자못 빼어나다.
▼ 데크길이 끝나면 이번에는 보드라운 흙길이 나온다. 왼편에 바다를 끼고 이어지나 소나무가 꽉 들어차있어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창녕 조씨’ 문중의 소유인 모양이다. 길가에 고성군수 명의로 안내판을 세워둔 걸 보면 말이다. 소유주인 ‘창녕 조씨’ 선암문중의 사전 승인 하에 해안길이 조성 되었으니 깨끗이 사용하자고 적었다.
▼ 그렇게 조금 더 걸으면 ‘병풍바위 전망대(이정표 : 상족암 1.6km/ 맥전포항 0.8km)’이다. 이 전망대는 절벽 위에서 바다를 향해 공중으로 7m 정도 나와 있어 마치 바다 위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함을 준다.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바닥의 일부는 유리로 만들었다. 발아래 양옆으로 병풍바위의 주상절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 아래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넘실거린다. 물속에는 노닐고 있는 물고기까지 보인다 싶을 정도로 투명하기 짝이 없다. 고개라고 들라치면 바다 건너에 있는 상족암과 공룡박물관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 다음에 만나는 곳은 ‘입암(立岩)’ 마을이다. 마을 앞 바닷가에 있는 병풍처럼 생긴 바위가 마치 서있는 것 같다는 데서 연유된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착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방파제와 음식점 두어 곳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마을은 정작 내륙에 들어앉아 있음이리라. 그래도 운동기구 몇 점을 갖춘 ‘마을쉼터’는 바닷가에다 만들어 놓았다.
▼ 공원으로 향하는데 바위벼랑 아래에 안내판 하나가 세워져 있다. 다가가보니 주상절리(柱狀節理)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뜨거운 용암 또는 지표 가까이까지 올라온 마그마가 냉각되면서 그 부피가 수축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질서정연하게 암체에 생긴 틈새로 인해 육각형의 긴 기둥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기둥은 지표면에 수직으로 만들어지므로 기둥과 같은 모양을 보이는데, 이 부근에서는 3개의 암체에서 주상절리가 관찰된단다. 병풍바위나 입암(立岩)마을의 이름도 기둥모양의 주상절리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안내판까지 세워놓은 걸 보면 뒤에 보이는 바위벼랑이 주상절리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모양인데, 그 생김새는 썩 뛰어나지가 않다. 제주도의 서귀포나 경주 등지에서 보아오던 모양새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펑퍼짐한 암반(巖盤)이 왼편 바닷가에 널따랗게 펼쳐진다. 건열(乾裂, mud crack)이 아닐까 싶다. 건열이란 지표면에 퇴적된 점토나 실트(silt) 또는 이토(泥土, mud)가 수분이 증발하고 퇴적물이 수축되면서 나타나는 균열현상이다. 이런 건열은 이토 퇴적물에서 잘 나타나는데 빗방울 자국과 거품 자국, 척추동물의 발자국 등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곳 상족암 일대의 암반에서 공룡의 발자국 화석들이 발견된 원인일 것이다. 참고로 건열은 밑으로 향하여 쐐기모양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지층의 상하판단이 가능하다.
▼ 제전마을로 가는 길은 해수욕장의 가를 따라 나있다.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500m쯤 되는 은빛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그 뒤로 조수에 씻겨 닳을 대로 닳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게 눈길을 끌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도(人道)에 새겨놓은 문양이 더 눈길을 끈다. 발자국을 따라 가도록 디자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곳이 공룡발자국화석산지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 제전마을은 몽돌과 은빛모래가 어우러지는 해수욕장과 함께 켜켜이 층을 이룬 수성암(水成巖, 지표면의 암석이 상온·상압에서 풍화작용으로 분해·이동되면서 지구 표면에 쌓이는 퇴적작용으로 생긴 암석)의 단애(斷崖)가 아련히 먼 시간 속으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을이다. 또한 ‘상족암군립공원’과 ‘공룡테마파크’가 있어 유명관광지의 반열에 올린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아름다운 어촌’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장점을 살리려 했는지 오토캠핑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잔디밭에 ‘티라노사우루스(폭군 도마뱀, Tyrannosaurus)’의 조형물까지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어린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몇 곳의 민박집과 식당이 있음은 물론이다.
▼ 마을 방파제로 가는 길 오른편에 절리로 이루어진 바위벼랑이 보인다. 부안의 적벽에서 보았던 형상, 즉 켜켜이 쌓아올린 시루떡의 모양으로 생긴 ‘절리(節理, joint)’이다. 절리란 암석에 규칙적으로 생긴 금을 말하는데, 지표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암석에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절리들은 일반적으로 수직적인 방향성을 갖는다. 참고로 절리는 화성암(火成岩, igneous rock)에서는 용암이 냉각할 때 생기는 수축으로 인해 생기게 되며, 퇴적암(堆積岩, sedimentary rock)이나 변성암(變成岩, metamorphic rock) 따위에서는 지각변동으로 인해 생긴다.
▼ 공룡의 놀이터는 한가롭기만 하다. 공룡들이 사라져버린 빈 공간은 이제 어부의 아낙네가 차지했다. 사위(四圍)가 모두 한가로운데 그물을 손질하는 그녀의 손길만이 바쁘다.
▼ 마을방파제를 지나면서 데크로드가 시작된다. 바다와 바위벼랑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절벽의 아래에다 데크로 길을 내놓은 것이다. 들머리에는 여러 개의 안내판들이 세워져 있다. 이곳이 ‘공룡과 새발자국 화석산지’임을 알리면서 공룡이란 무엇인지와 공룡발자국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이 발자국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지에 대해서 적어놓았다. 다시 말해 공룡화석에 대한 교육장인 셈이다. 그 외에도 발자국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은 안내판들이 여럿 설치되어 있으니 한번쯤은 꼭 읽어볼 일이다.
▼ 바닷물이 빠져나간 널따란 암반 위에 공룡의 발자국들이 또렷하다. 공룡은 몸집이 크기 때문에 어디를 걸어 다니든 발자국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옳은 추론(推論)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룡 발자국 화석은 흔치 않다. 주로 공룡이 진흙을 밟았을 때만 남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고성은 어땠을까? 과거 이곳은 거대한 호수였다고 한다. 호수나 늪지대의 진흙 위를 공룡이 걸어 다녀 발자국이 남았던 것이다. 진흙에 남겨진 발자국 위에 흙이 쌓이며 돌로 굳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땅속에 있던 돌이 지상으로 올라왔을 것이다. 남해의 바닷물이 그 돌 위를 들어오고 나가며 흙을 씻어내자 마침내 공룡 발자국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무튼 이 일대에는 공룡 한 마리가 세 발자국 이상 걸은 보행렬이 250개 이상 있다고 한다. 무리 지어 있는 발자국은 초식 공룡이고, 홀로 찍혀있는 삼지창 모양의 발자국은 육식 공룡의 것일 확률이 높단다.
▼ 공룡(恐龍)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공룡은 골반 모양에 따라 파충류와 비슷한 구조의 용반류, 새와 비슷한 골반을 가진 조반류로 나뉜다. 또한 발자국에 따라 뭉툭한 삼지창 모양의 조각류, 삼지창 모양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수각류, 뭉툭한 발가락에 타원형의 발자국을 가진 용각류로 분류한다. 참고로 공룡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에 출연해 중생대 마지막인 백악기(白堊紀, Cretaceous Period)에 그 수가 최대에 달했다. 경남 고성과 전남 해남·화순·여수 등 우리나라 남쪽에서는 백악기 공룡 화석지로 유명하다. 특히 경남 고성은 군 전역에 걸쳐 약 5100여 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나왔다고 한다. 공룡은 발자국 모양에 따라 세 분류로 나뉘는데, 고성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조각류가 60%, 용각류가 35%, 수각류가 5%란다. 미국 콜라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더불어 세계 3대 공룡 화석지로 불리는 규모다. 또한 죽은 공룡의 골격 화석이 아닌, 살아있을 때 공룡이 걸어 다녔던 발자국이라니 한층 더 소중하다 하겠다.
▼ 거대한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선이 바다 건너편으로 펼쳐진다. 이곳 상족암군립공원의 명물 중 하나인 ‘병풍바위’이다. 그런데 그 자태가 자못 빼어났다. 비취빛으로 물든 남해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광경이 잘 그린 한 폭의 풍경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관광유람선 한 척이 사량도 사이로 물보라를 가르며 지나가면서 그 그림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이다.
▼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모퉁이 두어 개를 돌자 저만큼에 ‘경남 청소년수련원’ 건물이 나타난다. 경남 도내 청소년들의 심신 단련을 위해 설립된 시설로 현재 한국스카우트 경남연맹에서 위탁운영해오고 있다. 수련원은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외에도 대강당과 야외공연장, 캠프파이어장, 운동장, 족구장, 배구장, 모험개척활동장, 수상활동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 청소년 수련원 앞에는 ‘고성 공룡테마파크’라고 적힌 기둥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별다른 시설물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청소년수련원에서 갖고 있는 부대시설들을 통칭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공룡박물관과 공룡공원 등 이곳 상족암군립공원 일대를 아우르는 말일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아무튼 수련원 너머로 공룡(恐龍)을 닮은 조형물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게 보인다. 공룡박물관 광장에 만들어놓았다는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조형물일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룡탑’으로 높이가 무려 24m에 이르고 길이 34m에 너비도 8.7m나 된단다. 참고로 쥐라기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공룡 중에서 가장 크고 긴 공룡이다.
▼ 수련원 앞의 해수욕장 역시 은빛의 고운 모래로 덮여있다. 그 뒤에 몽돌이 널려있음은 물론이다.
▼ 수련원을 지나면서 또 다시 데크로드가 이어진다. 산책로의 해안 쪽은 평탄하게 층을 이룬 퇴적암에 파도가 넘실거린다. 육지 쪽으로는 수 천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수성암 해식애(海蝕崖)가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다. 느긋하게 걷고 있는데 ‘층리’라고 적혀있는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하단에는 영어로 번역이 되어있는데 ‘Stratification’라고 적혀있다.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인가 보다. 층리(層理)란 퇴적물이 수평하게 쌓여 굳어져서 지층이나 암석이 만들어질 때 나타나는 나란한 줄무늬를 말한다. 퇴적물이 운반되어 퇴적되고 다져져서 단단한 암석으로 변한 것을 지층이라고 하는데, 지층은 각 층마다 퇴적물의 종류와 색깔, 알갱이의 크기, 퇴적 시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줄무늬, 즉 층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오른편에 보이는 바위벼랑이 층리라는 얘기일 것이다.
▼ 벼랑의 아래를 따르던 데크길이 잠시 위로 오른다. 그리고 고개 위에서 길이 둘로 나뉜다. 계속해서 오르면 ‘공룡박물관’ 후문을 거쳐 ‘유람선선착장’으로 연결된다. 오늘 트레킹의 목적지라 할 수 있는 상족암은 데크계단을 이용해 바닷가로 내려서야 만날 수 있다.
▼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서면 널따란 암반(巖盤)지역이 나타난다. 이곳이 상족암군립공원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상족암(床足巖), 즉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고성 덕명리 공룡'과 '새발자국 화석산지'이다. 하지만 아까처럼 또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얼핏 볼 경우 바닷가 바위에 살짝 팬 구덩이에 불과하니 꼼꼼히 살펴봐야만 공룡의 발자국임을 알아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나저나 사람들의 관심은 공룡발자국 보다는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에 쏠려있나 보다. 바닥을 살펴보는 사람들보다는 해벽동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이렇게 고운 풍경화가 펼쳐지는데 어찌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겠는가.
▼ 눈에 익은 모양의 절벽들이 해안으로 펼쳐진다. 아까 데크로드를 따라 오면서 보던 모양들이 훨씬 더 정교해졌다. 그리고 이내 부안의 적벽에서 보았던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있던 그런 모양새들을 찾아낸다. 판상절리(板狀節理, sheeting joint)란다. 절리란 암석이나 지층이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것을 말하는데 그 모양에 따라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방상절리(方狀節理, rectangular joint)로 나뉘게 된다. 이중 수평방향으로 발달된 절리를 판상절리라고 한다. 기둥모양으로 형성된 수직형의 절리를 주상절리, 그리고 두 방향 또는 여러 방향의 절리들이 교차하여 거대한 장방형이나 육면체로 잘리게 되는 방상절리라고 부름은 물론이다.
▼ 상족암(床足巖)은 층암단애(층층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로 이루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여간 범상스러운 게 아니다. 암벽 깊숙이 동서로 되돌아 돌며 암굴이 뚫어져 있는 것이 밥상다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족(床足)’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이다. 또한 여러 개의 다리모양 같다 하여 ‘쌍족’ 또는 ‘쌍발이’라고도 불린다. 높고 낮으며, 넓고 좁은 굴 안에는 기묘한 형태의 돌들이 많은 전설을 담고 있다. 태고에 선녀들이 내려와 석직기를 차려놓고 옥황상제에게 바칠 금의를 짜던 곳이 상족굴이고 선녀들이 목욕하던 곳은 선녀탕이라 불려오고 있다. 지금도 돌 베틀모양의 물형과 욕탕모양의 웅덩이가 굴 안에 존재하고 있다니 관심을 갖고 살펴볼 일이다.
▼ 해식동굴은 거의 직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동굴이 앞뒤로 뚫려있어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이 동굴에서는 여느 바다 사진과는 다른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으니 한번쯤은 꼭 시도해 볼 일이다. 이왕에 시작한 김에 동굴 촬영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동굴은 우선 빛이 매우 부족하고 장소가 한정되어 있다. 동굴사진은 대체로 입구의 윤곽을 이용한 촬영을 많이 한다. 적당한 위치에서 동굴 외각을 잡고 바깥 경치를 촬영하는 것이다. 이때 노출은 주제에 맞추고 동굴 외곽은 노출 부족을 시켜 어둡거나 검게 처리한다. 동굴 안의 모델은 실루엣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얼굴이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얼굴을 보이게 할 때는 보조광을 이용해야 한다.
▼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이번에는 ‘공룡박물관’으로 향한다. 잠시 후 오른편에 공룡박물관으로 연결되는 후문이 나타난다. 하지만 월요일인 오늘은 전국의 모든 박물관들이 문을 닫는 날이다. 이곳 역시 문이 굳게 닫혀있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5개 전시실과 영상실로 구성된 공룡박물관은 중생대 백악기(1억년 전)의 공룡 골격 진품 4점, 복제품 10점, 일반화석 55점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국내 최초의 공룡전문박물관으로써 공룡화석을 보다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오비랩터(Oviraptor)와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진품 화석을 비롯하여 클라멜리사우루스 (Klamelisaurus)와 모놀로포사우루스 (Monolophosaurus)와 같은 아시아 공룡, 그리고 세계의 다양한 공룡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 박물관의 경계선을 따라 난 산책로에서 두어 번 오르내리다보면 바닷가에 내려서게 된다. 한적하기 짝이 없는 곳이나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 있었나보다. 크고 작은 돌을 이용해서 돌탑을 쌓아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그의 소망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저리도 정교하게 쌓았을까 싶다.
▼ 트레킹의 날머리는 덕명리(하이면 덕명리)
박물관 후문에서 20분 남짓 더 진행하자 저만큼에 덕명마을이 나타나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착장은 지금 텅 비어있다. 주민들 말로는 운행을 안 한지가 꽤 되었단다. 아까 상족암에서 보았던 유람선이 이곳에서 출발했으려니 했더니만 아니었던가 보다. 화장실을 갖춘 널따란 주차장은 물론이고 식당과 카페까지 보이는 걸 보면 한때는 꽤 번창했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아무튼 신기마을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는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하지만 큰 의미는 부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쉬지 않고 걷기는 했지만 중간에 트럭을 얻어 타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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