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두바이, 스위스, 이탈리아

 

여행일 : ‘16. 3. 12() - 20()

일 정 :

3.13() : 두바이

3.14(월) : 스위스(루체른)

3.15(화)-19() : 이탈리아(밀라노, 피렌체, 로마,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베니스, 볼로냐)

 

여행 둘째 날 오전 : 스위스(Switzerland) 루체른(Luzern)의 리기(Rigi)

 

특징 : 스위스는 중부유럽에 있는 연방제공화국이자 인구가 900만 명도 안 되는 자그만 영세중립국이다. 최대 도시는 취리히, 하지만 연방의회와 정부가 많이 위치한 베른이 사실상 수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헬베티아 연방 (Confoederatio Helvetica)이다. 헬베티아는 로마시대 이전부터 스위스지역에 거주하던 헬베티족에서 따온 라틴어명. 국명의 독일어 표기는 Schweiz(슈바이츠), 프랑스어 표기 Suisse''(쉬스), 이탈리아어 표기 Svizzera(스비체라), 로망슈어 Svizra(즈비츠라), 이처럼 지역마다 언어가 달라 스위스의 공용어가 4개나 되기 때문에 라틴어로 공식 명칭을 지었다. 4개 언어를 병기할 공간이 없거나 기타 이유로 한 언어로만 표기해야 할 경우는 4언어 중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라틴어를 사용한다.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의 가입국이지만, 유럽연합(EU)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은 4개국(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중 하나이다. 하지만 솅겐조약에는 가입되어 있기에 주변국에서 스위스로 넘어갈 때에는 여권이 필요 없다. 정치적으로는 26개의 주(스위스식 명칭은 칸톤)이 연방을 이루고 있으니 칸톤은 헌법상 영구적 지위를 부여받으며 사실상 별개의 나라 수준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국가인데도 제조업이 강세이며, 로슈와 노바티스라는 양대 축을 가진 제약업이 스위스 전체 수출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를 비롯한 금융산업도 매우 강세이며, 시계산업도 수출의 7% 정도를 차지한다.

리기 산(독일어: Rigi), 루체른의 3대 명산으로 티틀리스(3,238m)와 필라투스(2,132m), 리기 산(1,798m)을 꼽는다. 티틀리스는 사계절 내내 눈을 볼 수 있는 스위스 중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필라투스는 용과 유령이 산다는 전설에 걸맞게 험준한 바위산이다. 이 둘에 비해 리기 산은 해발 1752미터의 높이로 가장 낮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녔다. 루체른 호와 추크 호에 둘러싸여 있으며 루체른 주와 슈비츠 주 사이에 걸쳐 있다. 여름에는 하이킹, 겨울에는 스키와 썰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흔히 산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1871521일 유럽 최초의 산악 열차가 개통된 곳이기도 하다. 아르트-골다우(Arth-Goldau) 역과 비츠나우(Vitznau) 역을 연결하는 랙 철도(Rigi Bahn), 베기스(Weggis)에서 리기-칼트바트(Rigi-Kaltbad)를 연결하는 곤돌라 리프트, 크레벨(Kräbel) 역에서 리기-샤이데그(Rigi-Scheidegg) 역을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루체른 호수 가에 있는 작은 마을 비츠나우(Viznau)에서 내린다. 리기산으로 올라가는 산악열차가 이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은 루체른 호숫가를 끼고 이어지는 도로를 따랐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호수와 알프스의 준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길이다. 물론 유람선을 이용해서 이곳으로 오는 방법도 있다. 루체른 중앙역 앞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이곳 비츠나우로 오는 유람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에 쫒기는 여행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여행계획을 짤 때 이를 감안해야 할 일이다.

 

 

 

 

 

 

비츠나우(Viznau)는 리기 산기슭에 위치한 작은 휴양 마을이다. 산과 호수를 모두 품은 데다 풍부한 일조량에 온화한 기후까지 지녔다.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한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했다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스위스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마을이라고 칭송했다. 그가 머물렀던 곳은 베기스(Weggis)이다. 그러니 그가 얘기했던 마을이 이곳 비츠나우(Viznau)가 아님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웃에 위치한 마을의 풍경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한적함이 한껏 묻어나는 목가적(牧歌的)인 풍광이었다.

 

 

 

 

 

 

호수를 둘러본다. 참으로 빼어난 풍경이다. 잔잔하면서도 영롱한 물결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른 아침인지라 호수는 텅 비어있다. 한가로이 떠도는 요트라도 한 척 보인다면 더 멋진 그림이 될 텐데 말이다. 호수 너머로는 삐쭉삐쭉한 알프스 산맥이 그림같이 펼쳐지는데, 그 풍경이 비현실적이다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참고로 피어발트슈테터(Vierwaldstättersee)가 원칭인 루체른호수는 호수의 최대 폭이 38.1Km, 루체른과 플뤼에렌을 잇는 구간이다. 최대 넓이는 3.3Km, 가장 깊은 수심은 214m, 총 수면면적은 114로 스위스에서 다섯 번째로 큰 호수에 해당한다. 해발고도 434m에 위치하고 있다.

 

 

 

 

노천카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본다. 호수는 한마디로 맑다. 그렇다. 언젠가 루체른호수의 물이 맑아도 너무 맑다는 기사를 읽은 것 같다. 그 기사는 스위스 생물학자인 로만 엔스멩어 크린스의 연구결과를 빌려 루체른 호수의 물이 너무 깨끗해 먹을 것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물고기 수도 급격히 감소했다고 적고 있었다. 얼마나 맑았으면 물고기들조차 살아갈 수 없었을까. 수질개선을 위한 인간의 노력(인산염을 줄이려는)이 이런 결과에까지 이르렀지만 그 노력만큼은 높이 사야하지 않을까 싶다. 물에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었지만 호숫가로 내려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산악열차는 중간에 톱니바퀴가 달려있다. 가파르기로 소문난 산길을 달리기 위해서는 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라고 한다. 스위스의 기술력과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니 그냥 타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는 말자. 그리고 스위스에는 시계를 만드는 기술 말고도 또 다른 뛰어난 기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역을 둘러보다 반가운 뭔가를 만난다. ‘낯익을 글자, 즉 한글이다.’ 화장실의 방향을 알리는 표시를 한글로 적어 놓았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긴 세계는 지금 한국의 차지가 되어버렸지 않나 싶다. 요즘은 그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말로 얘기를 주고받는 광경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창 밖으로 목가적(牧歌的)인 풍경이 펼쳐진다. 영롱하게 빛나는 루체른 호수는 끝도 없이 펼쳐지고, 날씨가 조금 더 풀리면 양들의 놀이터로 변하게 될 구릉(丘陵)은 벌써부터 녹색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異國的)인 풍경, 그렇다. 지금 우린 가장 목가적이라는 스위스에 와 있는 것이다.

 

 

 

 

차창 밖으로 이 지방의 전통가옥들이 스스럼없이 고개를 내민다. 나무로 지은 집들은 하나 같이 덧창을 대고 있다. 그리고 집집마다 수북하게 쌓아 놓은 나무 장작들이 보인다. 추운 겨울을 나야만 하는 이 지방 특유의 기후를 대변하는 것일 게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간다. 얼마쯤 올라갔을까 주변이 온통 숲으로 변해있다. 그것도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이다. 호수 주변만 해도 푸른 초지로 뒤덮인 것이 완연한 봄날이었는데, 어느새 겨울 풍경으로 변해버렸다. 생각보다는 산이 높은 모양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찻길을 따라 뭔가가 함께 이어지고 있다. 나무막대기가 꽂혀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기도 하다. 리기산은 초보 하이커(hiker)들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하이커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놓은 표시가 아닐까 싶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 1,750m)에 이를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다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하지만 오늘은 그 모두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 내렸다는 폭설 탓인 모양이다. 요즘이면 노란 야생화를 만날 수도 있다는데 말이다.

 

 

 

 

 

 

눈도 보통 눈이 아니다. 완벽한 폭설(暴雪)이다. 며칠 전에 내렸다는데도 제설차(除雪車)가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눈이 많이 내렸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덕분에 정상까지는 올라가볼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길이 나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멀리 구름 위로 뭔가가 고개를 내민다. 그것도 남들이 눈치를 못 차리게라도 하려는 듯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 알프스가 민낯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산악열차를 타자마자 비가 내렸었다. 때문에 알프스에 대한 조망을 포기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산의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개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활짝 개어버린 것이다.

 

 

 

 

온통 하얀색으로 덧칠을 한 알프스 산맥의 고봉(高峰)들이 파노라마를 펼치고 있다. 가히 넋을 놓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리기를 일러 산중의 여왕이라고 하는가 보다.

 

 

내려오는 길, 칼트바트(Kaltbad)역 까지는 올라올 때 타고 왔던 산악열차를 이용한다. 칼트바트(Kaltbad)는 산의 중턱쯤에 있는 마을인데, 산악마을 치고는 꽤나 큰 편이다. 그리고 작은 호텔들이 많이 눈에 띄는 걸로 보아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휴양지인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야외 온천시설이 보인다. 호텔의 시설인 모양이다. ‘리기 칼트바트(Rigi Kaltbad) 호텔이 아닐까 싶다.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지은 스파(spa)가 있다는 그 호텔 말이다. 스파에 앉아서도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리기산의 풍채를 마주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저곳을 두고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 온천시설의 사진이 실린 패널(panel)들이 세워져 있다. 조금 전에 보았던 야외온천, 리기 칼트바트(Rigi Kaltbad) 호텔을 홍보하고 있나 보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황당한 안내판을 만난다. 위는 화장지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고 변기에 넣으라는 표시다.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 아래에 그려진 변기 위에 올라탄 채로 일을 보지 말라는 그림이 내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다. 저렇게 쭈그리고 일을 보는 부류는 대개 동양인들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좌변기가 이미 일상화가 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는데도 말이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나라를 뺀 다른 나라들을 얘기했을 거라며 위안을 삼아본다.

 

 

칼트바트(Kaltbad)에서는 케이블카를 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뛰어난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루체른호수와 호반 마을들을 가장 잘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같이 시간에 쫒기는 여행자라면 케이블카에 앉아서 구경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구름을 뚫고 내려온 케이블카 창밖으로 루체른 호수의 비경이 활짝 펼쳐졌다. 조금 전까지 한겨울이었던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구름 아래 세상은 초록빛과 푸른빛 싱그러운 봄날이다. 그 풍경화 속에 루체른호수가 그려진다. 피어발트슈테터 호수(Vierwaldstättersee)가 원래의 이름이니 기억해 둔다. 쾌청하지 않은 날씨가 시야(視野)를 방해하곤 있지만 코발트빛 하늘과 반짝이는 호수를 조망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호숫가에는 정겨운 호반마을이 그림 같이 앉아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베기스(Weggis)이다. 위에서 마크 트웨인스위스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마을이라고 말했다던 그 마을이다. 그 말에 적극 동감한다. 베기스는 리기 산기슭에 위치한 작은 휴양 마을이다. 산과 호수를 모두 품은 데다 풍부한 일조량에 온화한 기후까지 지녀 스위스의 리비에라(Riviera)’로 불리기도 한다. 주민들보다도 오히려 여행자들의 숫자가 더 많다는 그 유명한 관광지 말이다.

 

 

 

다시 내려온 루체른 호숫가, 날씨는 어느새 봄날로 돌아와 있다. 아니 푸른 목초지(牧草地)의 민들레들이 꽃을 피워낸 걸 보면 봄이 이미 무르익었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양들을 풀어놓지 않았지만 말이다.

 

 

 

 

목초지 주변에 뭔가가 피어있다. 홍매화를 닮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만년설을 머리에 인 알프스의 준봉들은 이것만으로는 이별을 고하지 않는다. 마치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라도 하다는 듯이 다시 한 번 우리들 앞에 나타난다. 이태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다.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이루어진 바위산들이 하나같이 호호백발로 변해있다. 보면 볼수록 장관이다.

 

 

 

 

 

 

취리히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머무른 ‘ibis Airport hotel' 3성급 호텔로 알고 있는데 일류호텔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다만 샴푸 외에는 면도기는 물론, 칫솔과 치약, 그리고 비누, 바디샴푸 등 세면용 일회용품이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것이 흠, 이런 풍경은 이태리를 여행하는 동안 내내 마찬가지였으니 흠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아침식사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아니 이번 여행에서 가장 나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7일간의 이번 여행에서 겨우 두 번만 계란이 제공되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모닝도 빵과 햄, 베이컨, 그리고 우유와 콘프레이크, 야채샐러드, 과일음료, 커피 등 아침식사에 나올만한 것은 모두 다 나왔으니 첫날부터 횡재를 만났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