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산(長福山 593m)

 

산행일 : ‘14. 4. 2()

소재지 : 경남 진해시 여좌동, 경화동과 창원시 안민동의 경계

산행코스 : 진해구민회관대광사장복산헬기장덕주봉안민고개드림로드진해중앙고(진해남중)경화역(산행시간 : 3시간40분, 안민고개까지는 2시간40분)

함께한 산악회 : 가보기산악회

 

특징 : 진해 사람들은 축복(祝福)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산행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이다. 한번쯤 더 찾아도 좋을 만큼 장복산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장복산은 전체적으로는 육산(肉山=흙산)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그러나 능선의 상부는 온통 암릉, 우리가 그림책에서 보아오던 공룡의 등줄기를 떠올리면 그 생김새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때문에 산행 내내 짜릿한 스릴(thrill)을 즐기면서 암릉산행의 특징인 조망(眺望)까지 함께할 수 있다.

 

산행들머리는 진해구민회관(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 325, 태백동 98번지)

남해고속도로 남산 I.C에서 내려와 25번 국도를 타고 김해방향으로 ‘3호 광장(창원시 진해구 석동)’에서 우회전하여 2호선(진해대로)을 따라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진해구민회관 앞에 이르게 된다. 구민회관 앞에 제법 너른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주차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구민회관 앞에서 2호선 국도를 따라 오른편 장복터널 방향으로 걸으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장복산 조각공원(彫刻公園)’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요즘같이 벚꽃 축제(祝祭)’가 한창일 때에는 차량의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행시간이 10분 정도 더 늘어났지만 일행들은 다들 염두에 두지 않는 눈초리다. 아마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의 화사한 자태(姿態) 때문이리라. 눈을 들면 사방(四方)이 온통 벚꽃뿐, 왜 이곳 진해를 벚꽃의 고장이라고 부르는지 금방 고개가 끄떡여진다.

 

 

구민회관에서 5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오른편에 대광사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에는 조금 더 위에 있는 장복로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삼밀사로 들어가는 게 옳지만, 도보(徒步)로 갈 경우에는 대광사의 왼편 담장을 끼고 난 오솔길을 따라 가는 것이 더 간편하기 때문이다. 대광사를 지나면 잘 가꾸어진 공원(公園)이 나타나고, 이어서 삼밀사로 올라가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 일대가 장복산 조각공원(彫刻公園)’일 것이다. 이 공원에는 사자상이나 인어여인상 등 조각상들 외에도 각종 편의시설과 체력단련시설, 그리고 휴식시설을 갖추고 있다. 거기다 수십 년은 묵었음직한 벚꽃나무들이 늘어선 삼밀사 진입로의 흐드러지게 핀 벚꽃까지 더하니 이보다 더 나은 공원이 어디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 장복산은 진해시민들에게는 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공원을 지나다보면 양옆이 휑하니 트여있는 네모의 나무박스들이 눈에 띈다. 그 안에서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쉬고 있는데, 마치 여염집의 방을 엿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공원(公園)의 시설들이 끝나갈 즈음에 명상의 숲이라고 쓰인 빗돌 하나를 만나게 된다. 등산로는 돌비석 옆 작은 화단 사이로 나있다. 이때부터 산행 풍경이 많이 변한다. 그동안 주류를 이루던 벚꽃나무들 외에도 굵직한 편백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순수한 편백나무 숲으로 변해버린다. 장복산의 특징 중 하나인 편백나무 숲속에 들어선 것이다.

 

 

 

편백나무 숲을 통과하면 임도(林道)가 나온다. 산행을 시작한지 20분쯤 지난 지점이다. 임도로 올라선 지점에서 왼편으로 50m쯤 떨어진 곳에 안내도(案內圖)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나 개의치 말고 맞은편의 가파른 절개지(切開地)를 치고 올라야 한다. ‘숲속 나들이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그쪽으로 들어설 경우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절개지를 올라서면 잡티라곤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편백나무들이 마치 사열(査閱)이라도 하려는 듯이 늘어서 있다. 왜 사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는가 하면 줄을 지어 나란히 서있는 나무들이 마치 군인(軍人)들이 사열이라도 하는 것처럼 반듯반듯 하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림에 공을 들였다는 증거이리라. 아무튼 오늘 산행은 당연히 웰빙(well-being)산행이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걸을 수는 없다. 그만큼 산길이 경사(傾斜)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칠게 숨을 쉬면 쉴수록 몸에 더 이로우니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발걸음의 속도(速度)를 높이면 높일수록 들이마시는 숨은 가빠지고, 그럴수록 청량한 바람은 폐를 가득 채운다. 그 바람 속에는 그렇게나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가득할 것이다. 이런 게 바로 행복 아니겠는가.

 

 

 

임도를 출발한지 35분쯤 지나면 커다란 암벽(巖壁)이 앞을 가로막고, 이를 왼편으로 우회(迂廻)해서 오르면 바로 장복산 정상(이정표 : 덕주봉 1.5Km/ 마진터널 1.2Km/ 삼밀사 0.5Km)이다. 오르는 동안 가끔 길이 가지를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때마다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 오르면 어렵지 않게 정상까지 이를 수가 있다.

 

 

거대한 바위봉우리인 장복산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외에도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국기봉이 세워져 있다. 정상은 바위로 이루어진 탓에 볼거리가 많지만 대신 불편한 점도 있다. 정상이 비좁은 탓에 달리 쉴만한 곳을 못 찾은 사람들이 정상표지석 근처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상에서의 인증사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참고로 장복산은 삼한시대에 장복(長福)이라는 장군이 이 산에서 말타기와 무예(武藝)를 익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일품이다. 사방팔방으로 시야(視野)가 탁 트이기 때문이다. 같은 능선 상에 있는 덕주봉과 시루봉은 물론이고 무학산과 대암산, 비음산 등이 또렷하다. 산뿐만이 아니다. 발아래에는 진해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남해의 푸른 바다 위에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파도에 떠밀려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장복산에서 덕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장복산 정상을 내려서면 가장 먼저 진달래가 반긴다. 무르익은 봄이 주는 부수적(附隨的)인 선물이다. 장복산은 벚꽃으로 유명한 산이기에 사실 진달래는 생각도 안했는데 활짝 핀 진달래가 길손을 맞고 있는 것이다. 비록 영취산이나 화왕산 등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산들에는 미치지 못하나 능선의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난 진달래꽃들은 산행 중의 눈요깃감으로는 넘치고도 남을 정도다. 산에서 만나게 되는 봄의 전령사(傳令使)는 뭐니 뭐니 해도 진달래이다. 사람들은 보통 봄의 전령사를 얘기할 때 먼저 매화나 산수유를 꼽지만 산에서 이들을 접할 기회는 사실상 적다. 두 나무 모두 유실수(有實樹)이다보니 마을 어귀 또는 밭의 두렁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봄의 전령사는 진달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덕주봉 가는 길에 뒤돌아본 장복산 정상

 

 

장복산 정상을 내려서서 10분쯤 지나면 쉼터를 겸한 정자(亭子)가 보이고, 이어서 10분쯤 더 걸으면 진흥사 갈림길(이정표 : 덕주봉 1.3Km/ 진흥사 1.2Km/ 장복산 0.8Km)에 이르게 된다. 갈림길 옆에 또 다른 정자(亭子)쉼터가 만들어져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능선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안한 능선길이 계속된다. 산길은 전형적인 흙길, 가끔 바위봉우리(언덕 수준)라도 나타날라치면 산길은 어김없이 좌우로 우회(迂廻)를 하면서 잘도 피해 지나간다. 덕분에 모처럼 여유로운 산행을 즐겨볼 수 있는 구간이다. 마침 주위에는 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쉬엄쉬엄 걷기에 딱 좋다고 할 것이다. 능선에 활짝 핀 진달래와 산사면(山斜面)을 하얗게 수놓고 있는 산벚꽃, 거기다 산 아래에는 활짝 핀 벚꽃들이 하얀 띠의 곡선(曲線)까지 만들어내고 있으니 한눈을 팔 새조차 없다.

 

 

 

 

주변 경관(景觀)에 취해 느긋이 걷다보면 25분쯤 후에는 창원 예비군훈련장 갈림길(이정표 : 안민고개 2.7Km/ 예비군훈련장 1.9Km/ 장복산 1.3Km)과 도불산약수터 갈림길(이정표 : 안민고개 2.5Km/ 도불산약수터 1.3Km/ 장복산 1.5Km)을 연속해서 만나게 된다. 이 부근에도 정자(亭子)가 세워져 있으니 잠시 쉬면서 한숨을 돌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도불산약수터 갈림길에서 덕주봉 정상은 금방이다. 올라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5분 정도면 충분하니 정상의 바로 아래에 갈림길이 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장복산은 온통 편백나무들이 점령하고 있다. 아까 올라올 때 보았던 임도(林道)의 양 편에 심어진 벚꽃나무를 제외하고는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온통 편백나무들뿐인 것이다. 녹색의 제복(制服)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사열이라도 하고 있는 듯이 그 늘어선 줄이 반듯반듯하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진해시가지, 그곳에 해군본부가 있다고 하니 아마도 저 병사들은 해군(海軍)인가 보다.

 

 

 

 

거대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덕주봉은 앞을 가로막는 바위벼랑을 오른편으로 우회(迂廻)한 후 나무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이 나있다. 그러나 집사람은 무작정 바위를 붙잡고 본다. 요즘 부쩍 손맛을 느끼기 시작한 집사람의 눈에는 저 정도의 암벽(巖壁)쯤이야 식은 죽 먹기로 보이는 모양이다. 별 수 없이 나도 그녀의 뒤를 따른다. 집사람의 능력을 벗어나는 곳이라도 나올 경우에는 암벽등반의 스승격인 내가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위로 이루어진 덕주봉 정상은 나무데크로 전망대(展望臺)를 만들어 놓은 탓에 정상표지석은 난간의 밖에 있는 바위 위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정상석이 작기 때문에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덕주봉 정상에서 또 다시 사방으로 시야야 탁 트인다. 진해 방향은 능선을 걸어오며 보아오던 풍경과 별반 다른 것이 없지만 왼편의 창원지역에 있는 산업단지(産業團地)는 한층 더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기계소음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덕주봉을 지나면서 능선은 전형적인 바윗길로 변한다. 장복산은 누가 뭐래도 흙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능선의 머리 부분을 거대한 바위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것이다. 그 형상이 마치 닭()의 벼슬처럼 보이기도 하고, ()의 등에 난 뿔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능선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라고 해도 과히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안민고개로 가는 길에 뒤돌아본 덕주봉 정상

 

 

비록 용의 등허리를 연상시키는 바윗길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초보자들은 엄두도 못 냈을 구간이었겠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비를 잘 해놓았다.

 

 

오늘은 춘사월(春四月), 능선에는 진달래가 가득하고, 그 아래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온통 산을 포위하고 있다. 물론 그 너머에는 작은 섬들이 마치 돛단배처럼 푸른 바다 위에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전형적인 다도해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 나무데크전망대를 끝으로 암릉은 끝을 맺는다. 이후의 능선은 전형적인 육산(肉山=흙산)으로 되돌아간다. 이어지는 산길이 상당히 가파르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닥의 흙이 폭신폭신 촉감(觸感)까지 전해줄 정도로 고운 탓에 무릎에 충격을 줄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능선이 흙길로 바뀌면서 벚꽃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덜 자란 탓에 나무도 여리고 꽃망울 또한 튼실하지가 못하다. 조림(造林)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산길은 수많은 돌탑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바위군락을 지나면서 경사가 한층 완만해지고, 길가의 벚나무들은 서서히 그 굵기를 더해간다. 그에 따라 꽃망울들 또한 화사함이 짙어져간다.

 

 

 

덕주봉 정상을 내려선지 50분쯤 되면 능선 안부에서 오른편으로 갈림길 하나가 갈려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안민고개인데 곧장 진행할 경우에는 웅산을 거쳐 시루봉으로 가게 되니, 만일 벚꽃구경에 미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곳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나무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덕주봉에서부터 보이지 않던 이정표는 이곳에서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헷갈리 수도 있으나, 갈림길 근처에 장복산 누리길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이를 참조하면 될 일이다.

 

 

 

안민고개에서부터 본격적인 벚꽃잔치가 시작된다. 도로의 양편에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지만 난간 쪽이 나무들이 더 크고 우람하다. 그래서인지 도로의 난간 쪽에만 나무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며 순백(純白)의 향연 속으로 빠져든다. 어디선가 흘러온 향이 코끝을 짙게 간지른다. 아마 벚꽃향일 것이다. 벚꽃의 향이 이렇게 짙은 줄 예전엔 몰랐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기껏해야 보름 남짓 절정을 이루는 '찰나'가 보내주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안민고개에서 20분 조금 넘게 내려오면 첫 번째 매점(賣店)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도로를 벗어나 왼편으로 내려선다. 바로 천자봉까지 연결되는 천자봉 해오름 길이다. 해오름길로 들어서면 주변 풍경은 지금까지와는 딴판으로 변한다. 순백(純白)의 향연이 펼쳐지던 드림로드와는 달리 해오름길의 길가에는 붉은 벚꽃들이 물결을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해오름길을 따라 5분 조금 넘게 걷다보면 다시 오른편으로 난 오솔길 하나가 보이고, 이 오솔길을 따라 죽 내려오면 경화동에 이르게 된다.

 

 

 

 

산행날머리는 경화역

산에서 내려와 진해남중에서 큰 도로로 접어든 후 조금만 더 걸으면 경화역이다. 안민고개를 출발한지 1시간 남짓 걸렸다. 생각보가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을 보면 꽃구경에 시간을 많이 쏟았나 보다. 경화역에 들어서면서 다시 한 번 벚꽃잔치가 시작된다. 철로를 사이에 두고 어깨동무한 벚꽃터널이 아련하다. 탐스러운 벚꽃들이 화사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며 나도 몰래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만다. 극한의 아름다움은 가슴에 담을 수 있을 뿐 그 어느 미사여구(美辭麗句)로도 결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눈물이 미사여구를 대신할 따름이다. 벚꽃터널 사이를 지나가던 열차가 역에 서는 것이 보인다. 지난 2000년 철거된 초라한 간이역에 기차가 서는 것은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이다. 벚꽃이 만발할 때에만 열차를 잠시 멈추었다 가도록 한 것이다.

 

 

경화역을 뒤덮는 것은 순백(純白)뿐만이 아니다. 역을 뒤덮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 그 대부분은 젊은이들, 그들이 내뿜는 싱그런 생명력이 벚꽃과 어우러지며 내 마음까지도 젊음으로 되돌아가게 만들고 있다. 그런 탓일까 오늘 집사람은 영낙없는 10대 소녀이다. 끝없이 깔깔거리며 촐랑대고 있다. 그런 집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춘사월(春四月)의 봄볕처럼 한없이 따스해진다. 이런 게 바로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