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봉(熊峰, 930.3m)

 

산행일 : ‘13. 10. 19()

소재지 :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

산행코스 : 민화박물관 앞지능선안부바위지대주능선정상곰봉삼거리김삿갓문학관(산행시간 : 3시간30)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곰봉은 김삿갓계곡과 미사리계곡 사이에 위치한 산이다. 비록 산의 규모는 작지만 능선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황장목(黃腸木)들이 암릉의 바위들과 어우러지면서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만 산행시간이 짧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 아래에 있는 김삿갓유적지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특히 주변에 민화박물관이나 고씨동굴 등이 있으니 가족여행지로 추천할만하다.

 

산행들머리는 조선민화박물관(김삿갓면 와석리)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에서 내려와 38번 국도(태백방면)를 이용하여 영월읍까지 온다. 영월읍(서영월 I.C)에서 88번 지방도로 옮겨 춘양방면으로 달리면 고씨동굴 종합휴게소(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을 지나 나그네쉼터(영월군 김삿갓면 대야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도로는 왼편으로 급하게 휘면서 함께 달리던 동강(東江)과 헤어지고 새로이 옥동천()을 맞이한다. 이어서 김삿갓면소재인 옥동리를 통과한 도로는 잠시 후에 오른편으로 군도(郡道) 하나를 가지 쳐 놓는다. 삼거리에 김삿갓 유적지의 입구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충북 단양군으로 넘어가는 이 군도를 따라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조선민화박물관(김삿갓면 와석리) 앞에 이르게 된다.

 

 

 

**)조선민화박물관(朝鮮民畵博物館)으로 들어가는 도로의 입구에서 왼편으로 난 샛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민화박물관에서 박물관을 경내(境內)를 통과하던 등산로를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등산로는 제법 넓고 잘 다듬어져 있지만 질퍽거리기 때문에 걷기가 여간 사나운 게 아니다. 등산로를 막아 놓은 박물관 측을 원망해보지만 누구를 탓하랴. 이 모든 것이 등산객들 때문이라니 말이다.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이 박물관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귀중품과 분재(盆栽)들을 몰래 가져가는 일들이 빈번해서 등산로를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들의 심정이 능히 이해가 간다.

(**) 조선민화박물관(朝鮮民畵博物館), 왕실(王室)의 기록화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한 그림을 제외한다면 궁중 그림에서 산골마을의 성황당까지 민화(民畵)의 범위는 참으로 다양하다. 지나온 세월 속 우리 삶의 모습을 담은 모든 그림을 민화라고 표현하여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유산인 민화를 체계적으로 수집, 연구, 전시하기 위해 2000729일 개관한 것이 조선민화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까치와 호랑이’ ‘어변성룡도’ ‘호렵도1,300여 점의 민화가 소장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130여 점이 조선시대 민화이며, 50여 점의 고가구(古家具)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참고로 개관(開館)시간은 11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10~오후 5시이고, 3월부터 10월까지 하절기에는 오전 10~오후 6시이다. 관람 시에는 전문안내인으로부터 진본 민화에 대한 유익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볼거리로는 수백 점의 분재(盆栽)가 전시되어있는 분재소공원을 들 수가 있다.

 

 

 

산행을 시작해서 5분쯤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는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어서 산자락을 째면서 난 사면(斜面)길을 따라 2~3분쯤 더 걸으면 오른편에 어렴풋이 길의 흔적 하나가 보인다. 바로 민화박물관을 통과해서 올라오던 옛 등산로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길은 막혀있다.

 

 

 

길이 합쳐지고 나서 10분쯤 더 오르면 지능선 안부에 올라서게 되고, 다시 지능선의 등날을 잡고서 5분쯤 더 걸으면 이윽고 암릉길이 시작된다. 암릉길은 거칠지도 그렇다고 자태가 빼어나지도 않다. 그저 다른 바위산들에서 자주 접해왔던 암릉들과 별반 다른 게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산들에 비해 빼어난 점은 있다. 암릉을 장식(裝飾)한 바위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는 아름드리 노송(老松)들이 바로 그것이다. 순수한 토종 소나무들은 어느 것 하나 닮은 것들이 없을 정도이다. 나름대로 몸을 비틀면서 기묘한 형상을 만들어 낸 노송들이 바위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암릉길의 풍치(風致)를 한껏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바윗길은 위험하지는 않다. 그다지 높지도 않을뿐더러 거칠지도 않기 때문이다. 바위가 조금만 높다싶으면 우회(迂廻)를 시키고, 그마저도 안 될 경우에는 어김없이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변을 둘러보는 눈길은 편안해진다. 늙은 소나무들 사이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첩첩이 쌓여있는 산들이 소나무가지 아래로 펼쳐지면서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길에서는 구태여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주변의 풍경을 가슴에 담다보면 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지는 것이다.

 

 

 

 

 

 

암릉길은 25분 조금 못되어 끝을 맺고 이어지는 능선은 순수한 흙길로 변한다. 능선의 나무들은 어느새 소나무에서 참나무로 바뀌어 있다. 흙길로 들어서서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다른 지능선과 합쳐지면서 만들어 낸 조그만 쉼터에 이르게 된다. 힘들게 올라온 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쉬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공터가 만들어졌나 보다. 이 쉼터에서 2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평원처럼 평탄한 구릉(丘陵) 위에 올라서게 된다. 곰봉의 주능선에 올라선 것이다. 

 

 

 

 

주능선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 왼편의 능선을 따를 경우 옥동천을 건너 운교산이나 목우산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이정표(곰봉정상 0.8Km)에는 곰봉만 표시하고 있다. 아마 두 산과 곰봉을 연계해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모양이다. 이곳에 세워진 이정표를 보면 다른 산들에서 보아온 이정표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정표에는 만든 이들을 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만든 이들은 대체로 ‘00()’등 지방자치단체(地方自治團體)의 이름을 적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곳의 이정표에는 영월군민이라고 적고 있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군민(郡民)들을 먼저 생각하는 영월군청 직원들의 배려가 묻어나는 표현이다.

 

 

 

 

주능선을 따라 10분쯤 진행하면 무명봉(855)을 지나게 된다. 산길은 무명봉 정상을 통과하지 않고 옆으로 가로지르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 정상에서는 남쪽 방향의 마대산이 잘 조망(眺望)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조금만 아래로 내려설 경우에는 오늘 산행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경관(景觀)을 눈에 담을 수가 있다. 곰봉의 사면(斜面)을 이루고 있는 바위절벽이 아름답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무명봉에서 다소 가파르게 안부로 떨어지면 커다란 황장목(黃腸木) 몇 그루가 늘어선 작은 암릉이 나타난다. 길목에 커다랗고 펑퍼짐한 바위가 보이는데, 그 위에 올라서면 다시 한 번 시원스런 조망(眺望)을 즐길 수가 있다. 이어서 선바위를 닮은 거대한 바위 옆을 통과하면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곰봉의 정상이 기다리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35분이 지났다.

 

 

 

 

 

 

곰봉의 정상은 바위지대이다. 그러나 그 면적(面積)이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쉬어가기는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인지 정상의 바로 아래의 펑퍼짐한 능선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비록 잡목(雜木)들로 인해 아랫도리는 잘리지만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일품이다. 북쪽으로 망경대산, 응봉산, 두위봉이 보이고, 동으로는 태백산, 남으로는 백두 대간 고치령과 소백산 형제봉이 하늘금을 그리며 장쾌한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정상에는 양쪽으로 벌어진 바위 위에 얹힌 가마솥을 닮은 바위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이 산이 곰봉이라는 이름을 얻게 만든 장본인이다. 바위 아래로 자연석굴이 만들어졌는데 곰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형상(形象)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니 문제다. 아무리 방향을 바꿔가며 보아도 그런 형상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정상으로 올라왔던 길과 반대방향으로 내려서면서 하산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펑퍼짐한 능선이 있는 방향이다. 능선으로 내려서자마자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서는 어디로 가야할지가 망설여지게 된다. 이정표도 없는데다가 두 길 모두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조금 후에는 두 길이 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지점은 능선의 분기점(分岐點)이다. 오른편 능선이 어래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고, 왼편은 지능선으로서 이곳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와석2리로 내려서게 된다. 그러므로 오른편으로 내려가는 것이 옳지만, 왼편으로 진행하더라도 50m쯤 가면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조금 후에는 원래의 주능선에 다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지능선의 갈림길에서는 산악회 시그널이 훨씬 많이 매달려있는 길로 들어선다면 길이 어긋날 염려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두 길 모두 시그널들이 공평하게 붙어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왼편 지능선에서 만난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의문은 금방 풀리게 된다. 왼편에 바위 협곡(峽谷)이 제법 그럴싸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른편 주능선을 탈 경우에는 이 협곡은 시야(視野)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산길은 비록 가파르나 내려서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경사(傾斜)를 유지하면서 이어진다. 그러다가 능선에 솟구친 무명봉을 향해 치고 오르게 만든다. 이 봉우리 근처에 혹시 횟대바위가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무명봉에서 내려가면서 암릉길이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려서는 바윗길은 가파르고 험하지만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험한 곳에는 어김없이 안전로프가 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능선은 한마디로 순하다. 순수한 흙길에다가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참나무들이 짙게 우거진 숲길을 따라 10분 조금 넘게 걷다보면 펑퍼짐한 구릉(丘陵) 위에서 갈림길(이정표 : 김삿갓묘역 3.1Km/ 미사리계곡)을 만나게 된다. ‘곰봉삼거리이다. 비록 이정표에는 표기(標記)되어 있지 않지만,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곱돌령을 거쳐서 어래산으로 가게 된다. 어래산과 선달산으로 연결되는 주능선인 것이다. 물론 김삿갓유적지로 내려갈 계획이라면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곰봉 정상에서 이곳 삼거리까지는 40분이 조금 못 걸린다.

 

 

 

 

곰봉삼거리에서 오른편 김삿갓묘역(墓域) 방향으로 내려선다. 부드러운 경사(傾斜)에다 흙길까지 되다보니 내려서는데 조금도 부담이 없지만 2.4Km나 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이 구간은 외씨버선 길11번째 구간 중 일부이다. 참고로 외씨버선길은 영월, 봉화, 영양, 청송 등의 청정지역을 꼬불꼬불 이어가는 아름다운 명품(名品)길이다. 그중에 11구간은 김삿갓문학관에서 봉화군소재 용운사까지의 15.1Km구간으로 마루금길이라고 불린다. 이 산길 주변은 굵고 오래된 나무들로 꽉차있다. 온통 오래묵은 참나무들 천지인데, 가끔가다 굵고 튼실한 적송(赤松)들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산행날머리는 김삿갓문학관 앞 주차장

 

걷기 좋은 숲길을 따라 20분 남짓 내려서면 또 하나의 삼거리(이정표 : 김삿갓묘역 1.3Km/ 곡골)를 만나게 된다. 곡골삼거리이다. 곡골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길이 험하고 특별히 볼거리가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구태여 그쪽으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곡골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탓에 등산로까지 희미해져 버린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곡골삼거리에서 다시 20분 정도를 더 진행하면 무선전화기지국(無線電話基地局)이 보이고, 그 옆이 해산식당이다. 산행은 해산식당 앞에 있는 너른 주차장에서 끝을 맺는다.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주차장 왼편에 **)‘김삿갓 문학관이 있다는 것이다. 곰봉의 산행시간이 짧으니 잠깐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삿갓문학관은 김삿갓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방랑시인 김삿갓의 가슴 저미고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모아놓은 곳이다. 김삿갓의 본명은 병연(炳淵), 호는 난고(蘭皐)이다. 그는 40년을 떠돌며 귀족들의 부패상과 죄악상 등의 비인도성을 폭로, 풍자하는 등 지배층에 대해 강한 반항 정신을 나타낸 시를 읊었고, 이는 서민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방랑시인이자 천재시인이다. 전시실에는 김삿갓의 묘()를 찾아냈다는 정암 박영국 선생이 생전에 연구했던 수백 권이 넘는 김삿갓 연구 자료와 천재성에 빛나는 김병연 선생의 시와 문집, 자료 등이 상세하게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