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대이작도 풀등
▼ 부아산을 둘러보고 난 후에는 어제 저녁에 잡은 바지락으로 미역국을 끓였다. 덕분에 어제 저녁 폭음으로 시달리던 내 뱃속이 화끈하게 풀렸다. 덕분에 낮에는 또 다시 술을 마시게 만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늦은 아침을 들고 난 후부터 바빠진다. 11시에 풀등으로 들어가는 보트가 뜨니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풀등으로 운항하는 보트는 매 10분마다 손님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 ‘풀등’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작은풀안 해수욕장’으로 가야만 한다. 풀등까지 데려다주는 보트가 작은풀안해수욕장에서 큰풀안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산책길에 있는 정자(亭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면 먼저 승선권(乘船券)부터 구입해야만 한다. 승선권은 해수욕장입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구입하면 된다. 운임은 어른 1만원, 초등학생 이하는 7천원이다. 이때 대이작도의 펜션에서 숙박했다고 하면 30%를 할인해 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표를 구입했다면 왼편의 나무테크 산책로를 따라 정자(亭子)까지 가야한다. 정자의 아래에서 보트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때 정자를 그냥 통과하지 말고 잠깐 짬을 내어 정자에 설치된 망원경(望遠鏡)으로 풀등을 한번쯤 본 후에 승선장으로 내려가는 것을 잊지 말자. 직접 풀등으로 가서 보는 광경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 정자 아래 승선장에서 풀등은 500m도 채 안 된다. 그러나 보트는 5분 정도 후에나 풀등에다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너무나 가까운 것이 미안했던지 선장이 배를 좌우(左右)로 왔다갔다 해가면서 풀등으로 나아가는 탓이다. 뱃머리(船首)에 부딪치며 튀어 오르는 바닷물을 뒤집어 쓴 승객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러지 않아도 좌우로 흔들리는 배가 뒤집힐 것 같아 무서운데, 차가운 바닷물까지 뒤집어쓰다보니 비명을 지르지 않고는 못 매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비명은 애달픔으로 들리지 않는다. 차라리 흥에 겨운 소리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 대이작도의 명물(名物)인 ‘풀등’은 TV방송 프로그램인 ‘1박 2일’로 전파를 타면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때문에 요즘은 대이작도 자체의 관광(觀光)을 위해 찾는 사람들보다 ‘풀등’을 보러오는 길에 대이작도의 다른 곳까지 둘러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풀등’은 넓이 30만평, 길이 2km이며,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차이로 오전에 나타났다가 오후에는 바다 속으로 잠기는 환상의 섬이다. 하루에 두 번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광활한 모래섬인 것이다.
▼ 풀등은 하루에 썰물 때에 맞춰서 6시간 동안만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모래언덕에서는 자연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신비(神秘)의 섬’이다. 동서 2.5km, 남북 1km의 규모로 드러나는 이 모래사막에서는 조개를 캘 수도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수영까지도 즐길 수가 있다고 한다. 풀등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시간에 불과하다. 이후 에는 물이 들어와 다시 배를 타고 작은풀안해수욕장으로 넘어와야 한다.
▼ 배를 타고 도착한 섬은 거대한 모래벌판으로 아득히 지평선이 보일 정도였다.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만난 지평선(地平線)은 차라리 경이(驚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다. 지평선과 수평선이 함께 있는 곳이라니 대이작도는 여전히 놀라운 곳이었다. 하루 두 번 물에 잠기는 덕에 지표면은 깔끔했고, 물도 맑았다. 보트에서 내린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방이 모래사막이니 특별히 방향을 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한가롭게 거닐면 그뿐인 것이다.
▼ ‘풀등에서 반지를 교환하면서 언약을 맺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俗說)이 요즘 퍼지고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최근 사랑을 맺으려는 연인(戀人)들이 부척 늘고 있는 모양이다. 저 멀리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풀등의 해안선을 따라 걷고 있는 남녀 한 쌍이 보인다. 어쩌면 사랑을 약속하며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장엄한 경관에 놀란 마음을 달래려 숨을 한 번 몰아쉬어본다. 비릿한 바닷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모래사장은 바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터라 단단하면서도 촉촉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풀등을 찾은 관광객들은 천천히 해안가를 걸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조개를 캐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간직한 풀등은 삶에 지친 사람들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그렇게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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