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전략은 '치고 빠지기'… 검투사 로봇 납시오!

  • 입력 : 2012.12.02 17:08

[현장 취재] 로봇 격투 대회를 가다
초·중·고등생 로봇고수 34팀 실력 겨뤄
로봇, 광선검 들고 마주서자 긴장 '팽팽'
찌르고 피하고… 무리하다 넘어지기도
"작전 중요… 링 위 로봇과 하나 돼야죠"

지난 1일 오후 2시, 경기도 부천의 로보파크 대회장. 가로 1.8m, 세로 1.5m의 네모난 특설 무대 위에 조그마한 크기의 로봇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두 로봇이 격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작지만 날쌘 이 로봇들은 손에 든 광선검을 이용해 상대 로봇을 찌르는가 하면, 공격을 피하려고 몸을 날리기도 했다. 바로 이곳은 국내 유일의 로봇 격투 대회가 열리고 있는 '2012 부천로보파크 휴머노이드 로봇 아레나' 본선 현장. 전국 각지의 초·중·고 로봇고수 34팀이 실력을 뽐내고 있던 부천 로보파크 대회장을 찾아가봤다.

◇전국 로봇 마니아들 참가해 실력 뽐내

 

 

 
사각의 특설 무대 위에서 격투를 벌이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 2분동안 광선검 공격으로 유효득점을 많이 획득한 로봇이 이기게 된다.

이번 대회는 SF영화 '스타워즈'를 주제로 챌린저급(로봇 무게 1.5kg)과 워리어급(로봇 무게 1.6~2kg 사이)으로 나눠 진행됐다. 참가 로봇들은 영화 속 제다이 기사가 사용했던 광선검을 기본 무기로 장착했다. 경기를 준비하던 정현진(경기 김포 금파초 6년)군은 "로봇에 다양한 공격 기술을 저장해놓고, 원격 패드로 조종한다. 부품을 달리해 로봇의 능력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룹별 예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선수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로봇 점검에 한창이었다. 김우리(수원 산남초 6년)군 역시 로봇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었다. 로봇 나사를 하나하나 조일때에는 장인 정신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대회에 참가하려고 한 달 동안 준비했어요. 그만큼 애정이 많아서, 꼼꼼히 점검하고 있죠."

대기실 한편에선 유일한 홍일점 참가자인 김하늘(경기 부천 상인초 6년)양도 보였다. 김 양은 자신의 경기가 끝난 뒤에도 TV 모니터에 나오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유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여자가 무슨 로봇이냐는 말들 많이 하는데, 전 정말 로봇이 좋아요. 1학년 때부터 로봇이랑 살았을 정도였는걸요."

친구들과 경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던 현무림(경기 김포 양도초 6년)군도 눈에 띄었다. 현 군은 어떻게 상대방을 공략해야 할지를 두고 친구들과 작전회의 중이었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 로봇과 제가 하나가 돼야 해요. 그만큼 작전을 어떻게 짜는지가 중요하죠. 저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써보려고요."

◇가지각색 로봇들, 다양한 퍼포먼스 선보여

오후 2시 반, 정적을 깨고 특설 무대에서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워리어급의 본선이 시작된 것이다. 경기는 2분 동안 상대방과 격투를 벌여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한 선수가 올라가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초·중·고등학생 통합경기에요. 철저히 실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해야 하죠.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 같아요." (정현진 군)

"준비! 파이트!" 본격적인 로봇 격투 대전이 시작됐다. 로봇들은 선수들의 명령에 따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분주하게 무대를 돌아다녔다. 너무 무리하게 싸우다 바닥에 넘어지는 로봇의 모습도 경기에서 자주 나왔다. 경기를 지켜보던 김하늘 양은 "로봇을 사람이 조종하다 보니, 오작동시키는 경우도 많다. 저러다 로봇이 고장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초등생 3인방 예상 깨고 챌린저급 휩쓸어

①워리어급 본선 경기 모습. 참가 선수들이 무선 패드를 이용해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 ②"분신과도 같다"고 표현한 격투 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는 참가 어린이들. ③경기에 앞서 자신의 로봇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는 어린이의 눈매가 날카롭다.

워리어급 8강에 오른 참가자들을 살펴보니 대기실에서 로봇 점검에 한창이던 김우리 군도 보였다. 8강 경기를 승리로 이끈 김 군이 다급히 어딘가로 뛰어갔다. 로봇을 점검하는 대기실이었다. "8강 경기에서 로봇의 선이 느슨하게 풀려 있었어요. 4강 경기를 하려면 이걸 보완해줘야 해요." 긴급 수리에도 불구하고 김 군은 4강 경기에서 중학생 참가자에게 패해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많이 아쉽지만, 4강까지 올라왔잖아요. 그걸로 만족해야죠. 다음 대회 때는 오늘 경기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해서 꼭 우승할 거에요!" (김우리 군)

아침 10시부터 진행된 경기는 오후 4시 워리어급 결승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서 이날의 하이라이트 부문별 시상식이 진행됐다. 워리어급에서는 지난해 챌린저급 우승자 조형찬(남수원중 3년)군이 1위에 올랐다. 챌린저급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초등학생 3인방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정현진 군·김하늘 양·현무림 군이 바로 그 주인공. 시상대에 오른 정현진 군은 1등 수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검술 퍼포먼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1등은 예상하지 못했었어요. 이렇게 1등을 하니 오랜 시간 준비했던 것이 빛을 발한 것 같아 뿌듯해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도 참가하려고요. 그때도 제가 1등 할거에요!" (정현진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