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망산(南望山, 164m)

 

산행일 : ‘11. 11. 20(일)

소재지 : 전남 진도군 의신면 접도

산행코스 : 수품항→일출전망대→해안→아홉봉→고갯마루 주차장(2코스 출발지)→쥐바위→남망산→사랑의 숲→솔섬바위→작은 여미→말똥바위→여미사거리→제일수산 앞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남망산은 높은 것도 아니고, 드넓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산세(山勢)가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다. 산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야트막한 산이다. 그러나 산에 한 발짝만이라도 들어서면 그러한 선입견은 햇살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다. 비록 조그마한 산이지만 오르는 이가 얻는 만족은 큰 산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능선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산줄기가 이어지는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도해(多島海) 풍광이 빼어나고, 또한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진귀한 나무가 지천이다. 또 하나 남망산의 특징은 등산로가 해변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絶壁)이 늘어서 있는 바닷가에서 등산화를 잠시 벗고 맨발로 모래밭과 자갈밭을 거닐어 보는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산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이정표에는 ‘웰빙 등산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산행들머리는 접도의 수품함(港)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를 빠져나와 77번 국도(國道/ 해남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해남군 문내면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18번 국도(진도 방향)로 들어서면 진도대교를 건너게 된다. 계속해서 18번 국도를 따라 가다 금갑 해수욕장 이정표(里程標)를 보고 좌회전해 금갑리로 접어든 후, 접도대교를 건너 끝까지 가면 수품항에 닿는다.

* 본 섬인 진도(珍島)에 접해 있어 접도라 불리는 접도(接島)는 전남 진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교량으로 연륙되어 차량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에 많은 이들이 유배생활을 보낸 섬으로, 전남 지방의 30개 국가지정 어항 가운데 하나인 수품항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섬의 모양은 북, 남, 동쪽 세 방향으로 반도가 돌출한 형태로, 산줄기는 돌출된 반도를 따라 형성되어 있는데, 특히 서쪽 산자락 해안에 발달한 2km에 이르는 해식애(海蝕崖)가 장관을 이룬다.

 

 

산행은 수품항에서 시작한다. 항구 안쪽의 마지막 민가(民家) 옆 골목길 입구에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우측에는 ‘아기밴 바위’가 일출 전망대(日出 展望臺)로 뛰어나다고 소개하는 또 하나의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마다 아래편에 ‘난·분재 채취금지’라고 적는 것을 보면, 아마 이곳이 춘란(春蘭)의 자생지인가 보다. 안내판 옆 작은 소로를 따라 산으로 접어들게 된다. 곳곳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나, 설혹 이정표가 없더라도 등산로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진도군에서 가벼운 산책코스인 ‘웰빙 등산로’를 조성했다고 들었는데 맞는가 보다.

* 접도 9경중 제일이 임중암동춘란향(林中暗動春蘭香)인 것을 보더라도, 이곳은 봄이 되면 섬 어디서나 춘란을 볼 수 있고 은은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란다.

 

 

 

 

산행이 시작되면 이곳이 왜 ‘웰빙 등산로’라고 불리고 있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산은 높지 않고 길은 보드랍다. 말 그대로 가벼운 산책로라 보면 틀림없다. 천천히 걸어 15분이면 일출전망대로 알려져 있는 아기밴 바위가 나온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출시간을 조금 넘겨버렸다. 수면(水面)을 박차고 뛰쳐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해는 수줍은 듯 구름 속에 숨어있다. 왼편 수품항의 새하얀 가로등 불빛은 다가오는 여명 속에서 마지막 숨결을 내뿜고, 금방 뜬 햇살은 저 멀리 바다를 마치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 곱게 만들어 놓고 있다.

 

 

 

 

아기밴 바위에서 돌아 나오다가 왼편 해변으로 내려선다. 해식애(海蝕崖)로 이루어진 해안선을 따라 걸어보기 위해서이다. 경사(傾斜)가 급하기 때문에 걷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상큼한 바닷바람을 듬뿍 마시다보면 조그만 두려움 정도야 금방 사라져버리고 만다.

 

 

 

 

해안(海岸)의 바윗길이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카롭게 서버리면, 해안선을 벗어나 능선으로 치고 오르면 된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없는 길은 거칠다. 잡목 가지에 두어 번 뺨을 맞다보면 어느새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어른 키를 넘길 정도로 큰 돌탑이 서있는 아홉봉이다. 아홉봉은 넓은 너럭바위로 되어 있는데, 주변 섬의 아홉 개 봉우리가 잘 보이는 전망대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아홉봉을 둘러보고 수품항 쪽으로 나오다가, 여미 방향으로 내려서면 ‘제일수산’으로 연결되는 시멘트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여기까지가 ‘제1코스’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위로 오르면 널찍한 주차장이 조성된 고갯마루에 닿는다. 산행안내판이 서있는데, ‘제2코스’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제2코스 입구에는 산행안내판 외에도 커다란 이색적인 표석(標石)이 하나 세워져 있어,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이제까지 우리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체력(體力)은 국력(國力)’이라는 문구 대신에 ‘체력은 정력(精力)’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래 건강한 내가 있고 나서야, 나라도 있을 것이니 맞는 표현일 것이다. 걷는 운동은 하체(下體)를 튼튼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하체가 튼튼해지면 정력은 자연스럽게 강해질 것이니, 과연 오늘 산행은 내 정력을 얼마만큼 더 업그레이드시켜줄 것인가?

 

 

 

남쪽에 있는 제일수산의 양식장(養殖場)을 바라보며 계단을 오르면 이내 쥐바위이다. 양식장은 제법 큰 규모인데,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인 듯, 이미 황폐화(荒廢化) 되어있다. 쥐바위를 오르는 가파른 사면 직전에 갈림목이 있다. 얼핏 보면 오른편으로 난 길이 우회로(迂廻路) 같지만, 남망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먼저 쥐바위부터 둘러보고 남망산으로 가기 위해 바위 위로 오른다. 쥐바위 정상은 뛰어난 조망처(眺望處)이다. 다도해(多島海)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마치 돛단배인양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다.

 

 

 

쥐바위에서 내려서서 남망산으로 향한다. 능선은 안부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을 만들고 있다. 오르막의 끄트머리에서 바위 위로 치고 오르면 남망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 등 이곳이 정상이라는 공식적인 상징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는 길손들이 만들어 놓은 듯, 허접한 돌탑 하나가 쌓여 있고, 그 위에 놓인 넓적한 바윗돌에다 누군가가 매직펜으로 남망산이라고 적어 놓았다. 남망산 정상은 서쪽 바다의 조망(眺望)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볼거리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이 오늘 걷는 능선 중에서 가장 높다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는 의미이다.

 

 

 

 

남망산 정상을 둘러보고 나면 다시 쥐바위로 돌아나와야 한다. 오늘의 메인이벤트 (main-event)인 주능선은 쥐바위에서 해안선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쥐바위를 거쳐 서쪽 주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야생화·야생초 시험장’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어서 나뭇가지에 구실잣밤나무와 소사나무의 등의 이름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주위는 짙은 동백나무 숲으로 변해있다.

* 오늘 걷고 있는 이곳은 진도(珍島). 그 유명한 진돗개(犬)으로 유명한 곳이다.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려는 듯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우리화 함께 걷고 있는 잘생긴 저 개도 그 유명한 진돗개이겠지? 이 개는 오늘 산행 중에 가장 경관이 뛰어나다는 솔섬까지 우리를 안내해 준 후부터는 임무를 다했다는 듯이 눈에 띄지 않았다.

 

 

 

 

12간지(干支)나무, 가지가 12개가 있어 12간지나무로 불린단다. 밑동에서부터 12개의 가지로 나눈 나무에는 가지마다 자, 축, 인, 묘 등 12개의 간지가 적혀있다.

 

 

‘12지(十二支)나무’를 지나면서 숲은 울창해진다. 능선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소사나무, 모새나무(요건 이번에 처음 보았다), 구실잣밤나무 등 다양한 난대(暖帶) 상록수가 빼곡하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이름표들을 이곳에는 동백나무 다음으로는 소사나무가 많은가 보다. 극심한 가뭄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는 소사나무는, 남도사람들의 기질을 쏙 빼다 닮았다고 한다.

 

 

 

 

금갑진성 조군만(造軍幕)터와 특징 없는 병풍바위를 지나면 또 하나의 명물이 길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사랑의 숲’이다. 남녀의 성행위(性行爲)를 연상시킨다는 ‘사랑하는 나무’와 사랑의 메신저(messenger)라는 연리목(連理木 : 두 나무의 줄기가 서로 맞닿아 결이 통하는 것)이 보이고, 그 곁에 ‘남성 느티나무’와 ‘여성 느티나무’가 남녀의 심벌(symbol)을 닮은 형상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서 있다.

 

 

 

 

 

사랑의 숲을 지나서 조금만 더 걸으면 ‘선달봉 망(望)터‘이다. 옛날 금갑진성에서 근무하던 선달이 죽은 뒤, 이곳에다 묘(墓)를 썼단다. 그러다가 후손들에 의해 묘는 이장되고, 이곳은 요 아래 조군막터에 근무하던 군사들의 망(望)터로 사용되었단다. 망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섬 주위로 쏟아지고 있는 햇살이 만들어 내는 기이한 풍광(風光)은 조물주(造物主)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작품이다. 인간이라면 제 아무리 뛰어난 화공(畵工)도 저런 그림은 결코 그려내지 못할 것이다.

 

 

 

 

거북바위와 병풍바위를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솔섬바위로, 왼쪽으로 내려서면 말똥바위로 이어진다. 두 곳을 모두 돌아보려면 먼저 솔섬바위를 둘러본 후, 해안선(海岸線)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능선으로 오른 후 능선을 타고 말똥 바위를 다녀오면 된다. 두 곳 모두 멋진 해안 절벽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솔섬바위 올라 빼어난 다도해(多島海) 풍경(風景)에 심취되었다가, 문득 깨어나 보면 왼편으로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계단이 보인다. 계단은 꽤나 가파른 경사(傾斜)를 만들어내면서 길게 아래로 이어지고 있다. 그 끄트머리가 작은여미 해안이다. 이곳에서 대도전을 촬영했다는 안내문이 이정표에 적혀있다. 작은여미 해안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직각으로 곧추 뻗은 암벽은 수천만 년 세월에 씻겨 장엄한 비경을 보여준다. 해안선(海岸線)을 이루고 있는 절벽은 반도가 돌출한 형태로서, 온통 해식애(海蝕崖)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부근의 해식애가 접도에서 가장 장관을 이루는 구간이다.

 

 

 

 

 

 

 

 

해식애를 둘러보고 난 후에는 해안선을 따라 말똥바위 방향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바닷물 때문에 말똥바위 아래까지는 다가갈 수 없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즈음에 왼편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말똥골짜기를 따라 통나무 계단이 깔려있다. 등산로는 짙은 동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말똥골짜기를 따라 안부로 올라선 후, 오른편 능선을 따라 걸으면 이내 말똥바위에 다다르게 된다. 말똥바위에서 바라보는 솔섬바위 경관(景觀)이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날씨에 따라 자연이 베푸는 특별이벤트(event)를 감상할 수 있다. 빛살이 구름을 뚫고 바다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산행 날머리는 제일수산 앞 주차장(駐車場)

말똥바위를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 여미사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여미해안이다. 여미해안은 오늘의 웰빙(well-being)산행 중에서도 손꼽히는 구간인 맨발체험구간이다. 오늘 산행의 말미를 해안(海岸)가를 맨발로 걷다보면, 5시간 가까이 걸으면서 쌓인 피곤함이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는 구간이다. 해안의 바윗돌이 끝나서 다시 신발을 신을라치면 이내 제일수산의 주차장에 닿아 있다.

 

 

 

 

 

귀경길에 소치 허유 선행의 생가인 운림산방 (雲林山房)에 잠깐 들렀다.

* 운림산방 : 운림각(雲林閣)이라고도 하며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쌍계사 옆에 위치한다.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小痴 許鍊)가 1856년 9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에 내려와 초가를 짓고 이름은 운림각이라고 지었고 거실은 묵의헌으로 지었다. 마당에는 연못을 만들고 다양한 화훼와 임목을 심었다. 하지만 허련이 사망하고 아들 허형이 운림산방을 떠나면서 매각되어 운림산방의 연못과 가옥은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어버렸다. 이후 허형의 아들 허윤대가 운림산방을 다시 사드렸고 1982년 허형의 아들 허건이 운린산방의 예전모습으로 복원하였다. 1992년과 1993년에 각각 보수하였다. 운림산방이란 이름은 첨철산 주위에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진 깊은 산골에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 모습을 보고 이름지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