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칠락산(七落山, 272m) - 홍도 - 가거도 독실산(犢實山, 639m)

 

산행일 : ‘11. 10. 29-30

 

일정

10.28(금) 23:00 서울 출발

10.29(토) 04:30 유달산 등반

07:50 목포 출발

09:50 흑산도 도착~칠락산 등반

15:00 흑산도 출발

15:30 홍도 도착~유람선 투어

10.30(일) 06:30 홍도 출발

08:00 가거도 도착~독실산 등반

13:00 가거도 출발

16:00 목포항 도착(서울도착 22:30)

 

함께한 산악회 : 정산악회

 

유달산에서 준비운동 삼아 몸을 풀다.

두런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아직 사위(四圍)는 어둠에 쌓여있다. 화장실도 다녀올 겸 버스 밖으로 나온다. 렌턴 불빛에 비치는 안내판과 이정표, 어느새 목포의 유달산에 도착했었나보다. 정산악회 회장님께서 유달산 정상에 다녀올 것을 권한다. 정상까지 한 시간 남짓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고 하니, 구태여 버스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 더해 누구 말씀인데 아니 따를 수 있으랴? 두말없이 산행(山行) 준비에 들어간다. 난 정회장님이 좋다. 꼭 여자분 이어서만도 아니다. 난 정회장님의 자상한 배려(配慮)가 좋고, 그녀가 만들어오는 만찬이 내 입맛에 딱 맞아서 좋다. 하긴 정회장님의 음식솜씨는 나 혼자만 반한 게 아니라 내 집사람도 매료된 지 이미 오래이다. 집사람이 먼저 정산악회 따라 산에 가자고 투정을 부릴 정도이니 말이다. 어둠을 뚫고 정상으로 향한다. 비록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은 산이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정상을 거쳐 반대편의 노적봉 주차장(駐車場)으로 내려오니 서서히 여명(黎明)이 밝아오고 있다. 그리고 버스 옆에는 아침상이 차려져 있다. ‘와! 맛있다!’ 내가 좋아하는 정회장님의 음식솜씨는 오늘도 결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목포항으로 이동, 우리를 태우고 갈 ‘남해 퀸’호(號)에 승선(乘船)한다. 정산악회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행사가 아니고 관광회사(觀光會社)에서 기획한 상품인 탓인지, 300석이 훨씬 넘는 1, 2층 선실(船室)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들어차 있다. 대전, 인천, 부산 등등 각기 다른 지역(地域) 이름이 적힌 리본들이 배낭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배는 7시50분, 정시에 출항(出港)한다. 선박 우측 유리창 너머로 유달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잠시 후에는 목포시 죽교동(북항) 과 충무동(신외항)을 잇는 목포대교 아래를 통과하고 있다. 목적지까지는 앞으로 두 시간, 칠락산을 오를 체력을 비축(備蓄)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눈을 부쳐야 한다.

 

 

 

 

흑산도(黑山島)

우리나라 최서남단(最西南端) 해역(海域)에 위치한 섬으로,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다 해서 흑산도라 불린다. 섬의 면적은 19.7㎢로 신안군 흑산면의 소재지(所在地)일 정도로 제법 큰 섬이다. 대흑산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의 영산도, 다물도, 대둔도, 홍도 등은 천혜의 관광보고(觀光寶庫)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多島海海上國立公園)에 속해 있다. 흑산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옛날에는 많은 인물들이 유배생활(流配生活)을 하던 섬이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이자 조선후기 문신인 손암(巽庵) 정약전 선생이 그 대표적인 인물로, 그는 유배생활 15년 동안 근해(近海)에 있는 물고기와 해산물 등 155종을 채집하여 명칭, 형태, 분포, 실태 등을 기록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남긴바 있다. 자산(玆山)의 자(玆)는 검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니 자산은 곧 검은 산, 바로 흑산도에 있는 물고기들에 대해 기록했다는 뜻이다. 또한, 도끼를 들고 궁궐 앞에 엎드려 조선과 일본 간의 화의(和議)를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리던 고종 때의 문신(文臣) 면암(勉庵) 최익현도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했다고 한다.

 

 

2시간을 달리면 목적지인 대흑산도 예리항에 닿게 된다. 우리일행은 여기서 두 팀으로 나뉘게 된다. 칠락산을 오를 사람들과, 흑산도를 둘러보는 관광(觀光)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물론 우리는 칠락산 방향으로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흑산도는 항상 홍도와 한 묶음으로 여겨져 왔다. 대부분 사람들은 홍도로 가는 길목쯤으로 여겼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섬 전체가 국립공원에 지정된 흑산도에도 홍도에 견줄만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비록 관광차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이지만. 바위와 흙이 알맞게 섞인 이곳 칠락산 등반(登攀)은 제법 감칠맛 나는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흑산도는 크고 넓기 때문에, 관광객(觀光客)만 북적이는 홍도와는 달리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 좋은 섬이다.

 

 

 

칠락산 산행코스 : 예리항→샘골→전망대→삼거리→칠락봉→면사무소→예리항(산행시간 : 3시간)

 

산행이 시작되는 샘골 입구는, 예리항에서 해안선(海岸線)을 따라 이어지는 일주도로(一週道路)를 따라 700m 정도를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일주도로 오른편에 있는 나무테크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르는 길에 잠시 뒤돌아보면 시원스런 바다가 펼쳐진다. 흑산도항 뒤쪽의 바다라고 뒷대목이라고 부른단다.

 

 

 

등산로는 바로 숲길로 이어진다. 길은 푸르다 못해 싱그럽기까지 하다. 상록수(常綠樹)인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보여주는 풋풋한 젊음은 아예 계절을 잊게 만들 정도다. 흑산도의 이름이 검도록 푸른 산에서 비롯됐다는데, 어쩌면 이런 숲길이 있어서 그리 불리게 되었나보다. 하늘을 덮은 상록수의 푸르름만 짙은 게 아니다. 바닥에 깔린 키 작은 풀(?)들의 초록이 유난히 더 짙다. 동백나무 잎 모양으로 두툼하면서도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흐르고 있다. 육지(陸地)에선 말라비틀어진 이파리들마저 모두 떨어져버린 지 이미 오래인데, 흑산도의 숲은 아직도 싱그러움으로 넘쳐나고 있다.

 

 

 

 

오르막이 계속되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경사(傾斜)가 심하게 가파르지도 않을뿐더러 길가 상록수들이 내뿜는 싱그러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이정표 : 1.26km) 남짓 지나면 드디어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초록의 숲을 벗어나 능선에 올라서면 시야(視野)가 확 트인다. 드넓은 다도해(多島海)가 시원스레 펼쳐지는 것이다.

 

 

 

 

 

 

흑산도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다. 능선은 동북(東北)에서 서남(西南)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바윗길을 밟으며 얼마간 능선을 걸으면 ‘칠락산 전망대(展望臺)’이다. 전망대에는 ‘칠락산은 어머니의 산’이라고 적힌 표석이 세워져 있고, 그 곁을 못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있다. 전망대는 흑산항을 굽어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위에서 내려다 본 항구(港口)에는 어선(漁船)과 여객선(旅客船)들이 쉴 사이 없이 오가고 있다. 뱃길의 자국을 하얗게 만들어 내면서....

 

 

 

 

 

전망대를 지나면서 산길은 갑자기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러나 그 내리막은 오래지 않아 끝나고, 길은 다시 다음 봉우리를 향해 치닫는다. 이어지는 능선은 전형적인 흙산(肉山), 등산로 주변에 핀 억새꽃을 보고서야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깨닫는다. 길가에는 가을꽃들이 이제야 꽃술을 활짝 열고 있다. 역시 이곳은 따뜻한 남쪽나라, 이제야 가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가을빛이 완연한 능선(稜線)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후에 삼거리에 이르게 만든다. 이곳에서 오른쪽의 샛길을 밟으면 흑산면사무소에 내려서게 된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칠락봉 정상은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삼거리에서 칠락봉으로 가려면 우선 왼편 바위벼랑 아래를 지나야만 한다. 바위벼랑이 끝나면 나무테크로 만든 계단이 보이고, 계단을 밟고 능선에 올라서면 진행방향에 시원스런 암릉이 펼쳐진다. 위험구간이라는 '용요릉' 길이다. 각진 바윗길이 마치 용의 거친 허리에 오른 듯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이 구간이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이다. 칠락산의 암릉은 월출산처럼 화려(華麗)하지도, 그렇다고 설악산처럼 웅장하지도 않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면서도, 그렇다고 어디가 부족한지를 꼭 집어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암릉미(巖稜美)를 보여주고 있다.

 

 

 

 

 

 

 

칠락봉 정상은 제법 널따란 분지(盆地)로 되어있다. 분지의 한 가운데에 정상표지목(頂上標識木)이 세워져 있지만, 인증(認證) 사진을 찍을 틈이 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를 거쳐 이곳으로 온 우리 일행 외에도 반대방향인 상라봉에서 올라온 산악회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시장바닥을 연상시킬 정도로 혼잡스럽다. 정상에서는 오늘 걸어온 능선들이 모두 조망(眺望)된다. 섬을 둘러싼 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뛰어난 전망대(展望臺)이다.

 

 

 

 

정상에서 면사무소로 내려가는 삼거리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상라봉으로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산행대장의 강한 톤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숫제 명령(命令)이기 때문이다. 고집을 부려볼 엄두도 못 내고 순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상라봉을 못 보는 내 가슴 아픔이야 어디다 비기랴,,,

 

 

 

삼거리에서 면사무소(面事務所)로 내려가는 길은 발걸음을 내려딛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하다. 거기다 흙길이다 보니 주위 경관(景觀)에 한눈을 팔아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순하다. 여유로운 발걸음을 따라 자연스레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는 물론 아침에 흑산도에 들어설 때 들려오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이다. 내려서는 내내 눈앞에는 멋진 바다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왼편에는 구불구불 12구비로 틀고 있는 일주도로가 보이고, 전면에 펼쳐지는 예리항 앞 바다에는 파란 숲으로 우거진 여러 개의 섬들이 띠처럼 이어지고 있다. 저 멀리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서서히 항구로 들어오고 있는 여객선(旅客船)에는 푸른 꿈이 가득 실려 있을 것 같다.

 

 

 

 

능선을 내려서면 흑산면사무소, 면사무소(面事務所)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나오다보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진리 지석묘군’이다. 육지(陸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청동기시대의 지석묘란다. 지금까지 흑산도에서 확인된 유일한 지석묘(支石墓)로서 문화재자료(文化財資料) 194호로 지정된바 있다. 네모꼴이나 타원형의 덮개돌을 서너 개 정도의 지석들이 받치고 있는 형태로 6기(基)가 놓여 있다.

 

 

 

다시 돌아온 예리항, 부둣가에는 아침에는 못 보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해산물(海産物)을 팔고 있는 좌판(坐板)들이 늘어서있는 것이다. 팔고 있는 해산물은 오로지 전복 한 가지, 1Kg에 5만원인데, 크기에 따라 다섯 마리에서 열 마리까지 네 종류로 나누어 팔고 있다. 모처럼의 나들이, 거기다 사랑하는 집사람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않겠는가. 싱싱한 전복을 안주삼아 마시는 소주, 싱그러운 바닷바람 덕분인지 도통 취할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