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白雲山, 1,087m)

 

 

산행코스 : 원덕동→상리계곡→상재→정상→953봉→임도→약초꾼 길→용산골→차도리 (산행시간 : 6시간)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과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의 경계

산행일 : ‘11. 5. 22(일)

함께한 산악회 : 청지산악회

 

 

특색 : 백운산(白雲山)은 평소에 구름이 많은 산을 지칭하는 것일지니, 어디 구름 많은 산이 전국에 한두 곳이겠는가. 그 중에서도 광양의 백운산(1,217.8m)과 장수·함양의 백운산(1,278.6m), 그리고 포천의 백운산(937m)이 유명하고, 정선 백운산(882.5m)과 밀양 백운산(886m), 의왕 백운산(567m), 그리고 이곳 원주·제천에 있는 백운산이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이곳 백운산은 전형적인 흙산(肉山)으로 다른 산들에 비해 특별히 내세울만한 점은 없으나, 다만 찾는 이가 드물기 때문에, 등산로의 훼손이 적어, 호젓하고 쾌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행들머리는 백운면 원덕동마을의 느티나무상회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 I.C를 빠져나온 후, 38번 국도를 따라 영월·태백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박달재 조금 못미처에서 제천시 백운면 소재지인 평동리에 닿게 된다. 이곳 평동에서 왼편 402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백운천을 거슬러 8Km 쯤 들어가면 덕동삼거리인 여우네에 닿는다. 여기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달리면 덕동리 버스종점인 원덕동에 이르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면 느티나무상회 앞마당이다. 상호(商號)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상점 옆을 느티나무 한 그루가 듬직하게 지키고 있다. 느티나무의 건너편 코너에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산행은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서 시작된다(백운산 정상까지 7.6Km). 왼편으로 들어서면 오두치에서 능선에 올라 오두봉을 거친 후 백운산 정상으로 가게 된다(정상까지 9.9Km). 일행 두 명이 왼편 길로 접어들었으나 곧바로 회귀(回歸)... 입구에서 등산객의 출입을 막고 있단다. 아마 산나물 채취를 못하게 하려는 이곳 주민들인 모양이다.

 

 

원덕동에서 북쪽으로 패어든 계곡이 상리계곡이다. 상리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로 들어서면 도로왼편에 멋진 통나무로 지은 멋진 2층집이 보인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옛스런 종루(鐘樓)까지 갖춘 교회이다. 일본이깔나무(落葉松)와 멋스런 노송(老松), 그리고 예쁜 등나무꽃 등, 주변의 풍물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걷다보면 30분 조금 못되어 외딴농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전봇대 하나 정도 되는 거리에, 녹슨 채로 방치되고 있는 차단기(遮斷機)가 보인다.

 

 

 

 

 

 

차단기를 지나,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 속 임도(林道)를 10분 정도 더 걸으면 계류(溪流)가 보이고, 계류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으로 접어들어, 계곡(溪谷)의 왼편 위로 난 등산로로 올라서면서 산행은 계속된다. 길은 계곡과 평행선을 이루며 이어지다가, 두어 번 정도 계곡을 가로지르면서 조금씩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앗! 큰일이다’ 숲속으로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한숨... 등산로 주변에 나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물 적게 뜯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예요’ 집을 나설 때 뽀뽀를 해주며 겁을 주던 집사람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말이다. 제길, 억대 연봉(億代 年俸)을 가져다 바치는데도 웬 나물타령이란 말인가?

 

 

 

 

보이지 않는 산나물을 찾아 눈빛을 반짝여보지만 나물은 결코 눈에 띄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계곡을 따라 오르길 1Km쯤, 등산로는 다시 임도위에 올라서 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오두재, 오른쪽은 백운산 남릉에 이르게 된다.

 

 

 

 

임도를 건너 다시 계곡으로 들어선다. 낙엽송 숲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 했던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산나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갑자기 피로가 싹 가셔버린다.

 

 

 

‘정규 등산로를 벗어나면 다시 그 벗어난 지점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나물산행의 기초상식(基礎常識)이건만, 백두대간과 정맥들을 끝냈다는 내 알량한 자만심이 등산로를 이탈(離脫)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물을 뜯으며 능선을 치고 올라가다 잘 닦인 등산로를 만나게 되었고, 이 길은 오늘 우리가 가려는 백운산과 정 반대 방향의 길임을 모르는 채로, 엉뚱하게도 오두봉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다. 그렇게 바쁜 걸음으로 나아가길 한참,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을 만나고서야 난 길을 잘못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부러 오두봉을 들러 오시는 두 분이 아니었으면 난 오두봉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그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두 분을 따라 뛰다시피 되돌아와, 대용소계곡으로 넘어가는 백운산 서릉의 상재(이정표 : 오두봉 1.2Km/ 백운산 2.3Km)에 이르니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재에서부터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달려도 좋을 만큼 고저가 완만한 흙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 일색, 간혹 늦부지런을 떨며 활짝 피어오른 철쭉군락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상재에서 서릉을 따라 30분쯤 올라가면 경주최씨 무덤이 보인다. 무덤을 지나 5분쯤 내려서면 용소동방면 중간능선 갈림길이 있는 바위지대 아래 삼거리에 닿는다. 점심상 차리기에 좋은 듯,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점심상을 차리고 있다. ‘막걸리 한잔 하시지요’ 알콜(alcohol) 중독(中毒)이다 싶을 정도(우리 집사람이 자주 쓰는 말이다.)로 엄청나게 술을 좋아하지만 정중하게 사양하고 있음은 어제마신 술의 여독(餘毒)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50도짜리 독주를 두병이나 홀짝거렸으니 당연한 귀결(歸結)이겠지? 이곳 삼거리는 취나물의 군락지(群落地)이다.

 

 

 

삼거리(이정표 : 오두봉 2Km/ 백운산 0.3Km)에서 바위지대 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사면(斜面)길을 따라 15분 정도 힘들게 오르면 백운산 정상이다. 서로를 도와가며 산을 오르고 있는, 한 가족(家族)의 정겨운 뒷모습이 잘 그린 그림처럼 아름답다. 아빠 엄마를 따라나선 딸아이는, 부모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운지 끊임없이 재질거리고 있다.

 

 

백운산 정상은 네 평쯤 됨직한 분지(盆地), 삼각점(엄정308)이나 이정표, 그리고 정상표지석이 보이는 것은 여느 다른 산의 정상과 다를 것이 없지만, 이곳은 정상표지석이 두 개인 것이 색다르다. 이곳 정상이 원주시와 제천시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탓인지, 두 지자체 모두 각각의 정상표지석을 세워 놓은 것이다. 산을 올라올 때나 내려갈 때, 보이는 이정표들이 모두 제천시에서 설치한 것들이었는데..., 원주시에서 괜한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 같이 보여 씁쓸하다.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 때문에 조망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나뭇가지들 사이로 내다보면 지나온 능선 뒤로 오두봉과 십자봉 줄기가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이고, 저 멀리 구학산과 치악산의 산릉들이 첩첩(疊疊)이 쌓여있다.(이정표 : 오두봉 3.6Km/ 차도리 3.7Km/ 운학임도 3.9Km)

 

 

 

‘언니는 지금 제천시에서 원주시로 넘어 왔네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꼭 거치게 되는 ’정상에서의 인증-샷(認證-shot). 정상표지석이 두 개이니 당연히 두 번을 찍고 있을 것이고, 제천의 표지석에서 먼저 찍은 후, 두 번째로 원주의 표지석 뒤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모양이다. 재치 있는 아낙내들의 재잘거림을 뒤로하며 하산 길을 재촉한다. 하산 목표지점인 차도리를 가기위해서는 제천의 정상표지석 뒤로 난 길로 내려서야한다.

 

 

하산 목표지점인 운학리(차도리)로 가려면 남릉을 타고 내려오면 된다. 남릉을 따라 20분쯤 내려오면 지능선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편 길로 접어들어야 하건만 나물 뜯느라 정신을 딴데 두었던 나는 계속해서 남릉을 따라 내려선다. 왼편 차도리로 내려가는 길인 줄로만 안채로... 다행이 길가에는 취나물이 지천(至賤)으로 널려있어서, 집사람의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길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오늘 이 길을 지나간 사람들이 없는지 발자국을 찾을 수가 없다. 겁이 나기 시작한다.

 

 

 

잘 조림된 일본이깔나무(落葉松) 숲, 남동쪽인 백운면 자락은, 온 천지에 바늘을 꽂아둔 듯, 빈틈없이 조림(造林)된 잘 자란 낙엽송 군락지가 눈 맛을 시원하게 해준다. 오래전에 조림되었는지 어떤 나무는 어른 한 명으로는 안을 수도 없을 만큼 굵디굵다. 

 

 

 

 

 

 

‘에그머니나! 또 길을 잘 못 접어 들었나보다’ 아까 길가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른 산악회였는데, 내가 따라온 산악회는 다른 길로 갔었나보다. 지도와 등산로를 일치시키지 못한 나는 부랴부랴 뒤돌아서서 뛴다. 나침반도 챙기지 않고 산을 오른 오늘 같은 날에는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가는 것이 ‘산행(山行)의 기본정석(基本定石)’이기 때문이다. 되돌아 올라가길 얼마, 산을 맞은편에서 내려오고 있는 등산객이 한 명 눈에 띈다. 그도 청지산악회 소속이란다.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 지금 내려가는 길이 운학임도로 내려서는 길이니 잘못 접어든 것은 아니란다. 거기다 이렇게 인적이 뜸한 곳이라야 나물을 많이 뜯을 수 있단다. ‘맞습니다. 맞고요’

막걸리까지 나누어 주는 아량까지 베풀어 주신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그 분께 감사드린다.

 

 

 

 

 

임도에 내려서니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에서 여기까지의 거리가 3.9Km이니 계획대로 내려갔더라면 이미 차도리에 도착하고도 남을 거리이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차도리, 오른편은 상학동이라는데 두 곳 다 거리표시가 없다. 차도리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얼마 안 있어 임도는 두 갈래로 나뉜다. 임도 위 언덕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에게 길을 물어보지만, 그들도 차도리로 가는 길은 알지 못하는 눈치. 오른편 임도로 내려가다가 알아서 왼편으로 떨어지란다. 그러나 아무리 걸어도 왼편으로 내려서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고도(高度)마저도 낮추어 주지 않고 있다. 그렇게 1Km이상을 걷다가, 우린 모험을 단행하고야 만다. 약초꾼들이나 다닐 법한 길을 뚫고 산 아래로 내려선 것이다.

 

 

임도(林道), 제천 근처의 산에 가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산을 가로지르고 있는 임도들이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이곳 백운산은 가히 임도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임도가 온 산을 휘젓고 있다. MTB 동호인들이 전국에서 몇 손가락의 안으로 꼽을 정도로 유명한 라이딩 코스로 알려져 있다.

 

 

낭떠러지는 꼭 바위 절벽에만 있는 것이 아닌 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약초꾼이나 다닐법한 등산로는 숫제 낭떠러지이다. 혹시 바위길이라면 바위를 부여잡고라도 내려서련만, 흙길이니 그나마도 어렵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선다. 끝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난 뒤에야 산을 내려설 수 있었다. 뒤돌아서 내려온 능선을 바라본다. 아찔하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처음 내려선 임도에서 이곳까지 약 3Km쯤 되는 것 같다)

 

 

 

 

산행날머리는 차도리 버스종점

어렵게 산을 내려와 농로를 따라 마을로 내려선다. 밭일을 하고 있는 주민(住民)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차도리란다. 제대로 내려왔나 보다. 수령이 500년도 넘었다는 제천군 보호수를 지나 용산골 버스정류장까지 나오지만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산행대장과 통화를 해 보지만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니 황당할 따름... 승용차를 멈추고 길을 물어보니 차에 올라타란다. 백운산은 자칫 길을 잘못 접어들면 낭패를 볼 우려가 있는 산이라며, 버스종점인 운학2리 마을회간 앞에 내려주신다. 고마우신 분! 오늘 산행에서는 여러 고마운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산행이 되었다. 이래서 사람들은 ‘아직은 살아갈만한 세상’이라고들 말하나 보다.

 

 

 

 

 

 

 

하산 후에는 백운면 소재지에 있는 식당으로 옮겨 식사, 겨우 2만5천원을 냈을 뿐인데도 밥까지 주다니, 역시 친목(親睦)산악회는 이래서 좋은 모양이다. 산행 중에 캤다는 더덕을 넣은 소주 석 잔에 어제 과음했던 술이 깨기 시작한다. 돌아오는 버스 안, 식사 때 마시고도 남은 술이 있었는지 계속해서 잔이 돌아간다. 조금 어수선하지만 정겹게 보이기 때문에 싫지는 않다. 그 정도 소란스러움 때문에 내가 즐기는 독서가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니까 말이다. 평생을 책속에 빠져 살아온 이력이 어디로 사라지랴... 좋은 곳에 데려다 주시고, 맛난 것까지 제공해주신 청지산악회 임원(任員)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년전 겨울 진락산 산행에 참석하고 이번이 두 번째 산행이었는데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