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방산 (困芳山, 715m)-천덕산(天德山, 552m)
산행코스 : 당산마을→덕양서원→주능선→천덕산→큰봉→곤방산→샘터 이정표→심청이마을 ( 산행시간 : 4시간10분)
소재지 :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과 오곡면의 경계
산행일 : ‘10. 5. 12(목)
함께한 산악회 : 산두레
특색 : 곤방산은 곡성의 진산(鎭山) 동악산과 곡성의 최고봉인 통명산의 그늘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던 山이었으나, 최근 곡성군 오곡면에서 등산로를 새로 개발했단다. 山 자체만 놓고 보아서는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지만, 신숭겸의 얼을 기리는 덕양서원과 날머리인 ‘심청이야기 마을’, 그리고 보성강이 섬진강에 합류되는 압록유원지 등 관광명소(觀光名所)를 함께 둘러볼 때는, 즐거움이 배가되는 코스로 변한다.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만하다.
▼ 산행들머리는 오곡면 오지리의 덕양서원
‘전주-순천고속도로’ 서남원 I.C에서 내려와, 745번 지방도를 따라 남원시 주생면까지 간 후, 17번 국도로 곡성・순천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남원시 금지면과 곡성읍을 거친 후, 오곡面事務所 소재지인 오지리에 닿게 된다. 이곳 오지리의 오지1교를 지나자마자 곧바로 우회전하여, 하천제방(河川堤防)위 로 난 840번 지방도로로 들어서면 얼마 안 있어 왼편에 ‘덕양서원 진입로(德陽書院 進入路)’ 표시석이 커다랗게 서 있다. 그 오른편에는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진입로 맞은편 하천의 한 가운데,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기묘(奇妙)하게 생긴 바위가 조각품인양 아름답다.
▼ 산행은 덕양서원의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100m쯤 들어가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어느 길로 가던지 덕양서원에 당도하게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 왼편의 완계정사(浣溪精舍) 팻말이 있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진한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숲길과 인공폭포, 그리고 규모는 비록 작지만 천연의 폭포도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봄이 절정을 지나고 있다. 결코, 서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제 봄이 정상에서 하산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 탓이겠지만, 요사이에는 이 땅에서 봄을 잡아두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 인공(人工)의 폭포(가느다란 물줄기가 공중에서 하천으로 떨어지도록 만들어 놓았다) 오른편 언덕에 완계정사(浣溪精舍)가 보이고, 완계정사 앞 수풀사이에는 완계폭포(浣溪瀑布)라고 적힌 멋진 표지석이 서있다. 그러나 표지석의 멋진 외모에 이끌려 내다본 폭포는 왜소하기 그지없다. 폭포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완계정사 뒤편으로 꽤 큰 규모의 덕양서원이 고즈넉하게 앉아있다.(이정표 : 천덕산 2.3Km/ 곤방산 5.8Km)
▼ 완계폭포(浣溪瀑布)
▼ 덕양서원(德陽書院) : 이 고장에서 태어난 고려 개국공신(開國功臣) 신숭겸(申崇謙)의 위패를 모시는 서원, 후손(後孫)들의 발원으로 세워졌으며, 숙종(肅宗) 21年에는 은액(恩額 : 임금이 祠堂이나 書院 등에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특별한 은전을 나타내는 일로 賜額과 同義語)이 내려진바 있음. 고종 때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헐렸다가, 1934년 후손들에 의해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음. 전라남도 지방 기념물 56호
▼ 書院을 왼편으로 끼고돌아, 대나무 숲과 ‘배 과수원’ 옆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잠깐 걸으면, 오른편 능선(稜線)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아침나절까지 내린 비 탓에 등산로 컨디션은 좋지 않은 편, 많이 질척거리기 때문에 능선으로 올라서기가 만만찮다. 등산로는 경사가 별로 심하지 않은데도, 바닥에 통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등산로 정비에 신경을 많이 써준 이곳 지방행정기관(地方行政機關)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 ‘야! 취나물 밭이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탄성! 아니나 다를까 등산로 주변에는 참취 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조금 덜 자란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이런 취나물의 군락지(群落地)를 만나는 행운(幸運)이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 숲(松林)이 울창하고, 사람 발길이 뜸한 탓인지 숲은 훼손이 덜되어 원시(原始)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송이버섯은 소나무 숲에서 자생(自生)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증명이라고 하려는 듯이 등산로 주변에는 금(禁)줄을 쳐 놓아 등산객들로부터 송이버섯을 보호하고 있다.
▼ 취나물 군락지에서 산나물을 뜯으며 걷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머리 위로는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편백나무와 소나무 숲(松林)이 지나간다. 길가의 소나무들은 노란 송홧가루를 머리에 이고 있다. 길은 폭신폭신, 마치 실크로드 같은 느낌으로 발바닥을 간질이고 있다. 몇 개의 너럭바위와 철쭉이 어우러진 오르막길을 오르면 이내 천덕산이다.
▼ 천덕산 정상은 오르막 능선의 조금 튀어나온 한 부분으로, 천덕산이라고 쓰인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누구라도 정상임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이다. 정상은 소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어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하긴 오늘 같이 안개가 자욱한 날은 소나무가 없었다 하더라도 시야(視野)가 트일 수 없겠지만...(이정표 : 팔각정 1.5Km/ 큰봉 2.2Km / 곤방산 3.5Km)
* 천덕산(天德山)은 ‘임금(天)이 큰 덕을 베푸는 산’이라는 뜻으로, 고려 개국공신인 신숭겸의 얼을 기리는 덕양서원이 이곳 오지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평산(平山) 신씨(申氏)의 시조인 신숭겸은 궁예를 몰아내고 고려를 세운 주역으로서, 태조 왕건이 견훤에게 포위되었을 때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왕건을 구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임금이 그에게 큰 덕을 베푸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일 것이다.
▼ 능선을 걸으면, 곡성읍 쪽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곡성팔경 중의 하나라는 순강청풍(鶉江淸風, 순강은 섬진강 상류라고 한다)인가? 비온 뒤끝의 습기 탓에 유난히 많이 흘리고 있는 땀방울을, 한 방울 두 방울 훔쳐가 주더니 어느새 이마는 뽀송뽀송하게 변해있다. 자연스레 걸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고, 집사람의 손끝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우리집 밥상은 풍요로워질 게 틀림없다.
▼ 천덕산에서 큰바위 봉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경사(傾斜)가 심한 비탈길이 눈에 띈다. 아무리 나지막한 흙산이라지만 비탈길 한 번 만나지 않으랴, 그래도 산은 산인데 말이다. 그것도 700m가 넘는... 길가에는 연분홍 철쭉꽃이 지나가는 봄의 끝마무리를 아쉬움으로 장식하고 있다. 이곳 큰봉도 능선상의 볼록한 한 지점으로 보일 정도이지, 봉우리로서의 의미는 보여주지 못한다. 차라리 봉우리를 조금 못 미쳐서 만나게 되는 헬기장이 더 봉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고사리를 꺾느라 분주한 등산객들이 많이 눈에 띈다.(큰봉 이정표 : 곤방산 1.3Km/ 동점재 1.4Km/ 덕양서원 4.5Km/ 깃대봉 2.3Km)
▼ 엎드린 소 등허리같이 완만한 능선에는 철쭉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만개한 꽃들은 이미 하나 둘 지는 것도 있다. 오월로 들어서면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 그야말로 극락세계다. 길을 나서면 훅 불어오는 바람결에도 여러 꽃향기가 들어있다. 어느 꽃길이든 한 곳을 찾아 나서면 다른 꽃들에는 어쩔 수 없이 한 발 늦게 닿게 된다.
▼ 큰봉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섰다가 다시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면 거대한 바위벼랑(바위산이라면 굳이 이런 표현을 쓸 수가 없겠지만)이 앞을 가로막는다. 바위벼랑을 왼편으로 끼고 우회한 후, 이번에는 바위를 부여잡고 오르면 이름 없는 봉우리 위에 닿게 된다. 봉우리 위는 거대한 암반이 차지하고 있고, 그 위를 ‘누운 향나무’가 점령하고 있다. 그 기묘한 모습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아마 오늘 산행 중에서 제일 빼어난 Photo zone이 아닐까 싶다. 향나무 앞에는 ‘광산김씨’의 묘소, 문관석(文官石)까지 갖추고 있다. 요즘 산은, 산등성이 목 좋은 곳을 넓게 자리 잡고 있는 무덤들이 자주 눈에 띈다. 곤방산은 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지세(地勢)가 좀 좋다 싶으면 으레 무덤들이 차지하고 있다.
▼ 광산김씨 무덤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곤방산 정상이다. 곤방산 정상은 공동묘지(共同墓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묘지들이 정상을 점령하고 있다. 봉우리의 제일 높은 지점에 세워진 이정표가 아니라면, 아무도 이곳이 곤방산의 정상임을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다. 짙게 드리운 안개 탓에 주위 조망은커녕 10m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이정표 : 덕양서원 5.8Km, 심청마을 2.3 Km, 기차마을 3Km)
* 곤방산은 50년 전만 해도 웅방산(熊方山)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곤방산이 풍수지리상 장군대좌(將軍臺座)로 8명의 재상과 장군, 그리고 3명의 왕후가 태어날 길지(吉地)인지라, 조선팔도의 풍수가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와서 묘(墓)들을 썼단다. 그래서 곳곳에 묘(墓)가 널리다시피 많은 모양이다. 웅방산은 단군과 웅녀의 설화와 맥을 같이하는 성산(聖山)으로 여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곤방산 정상에서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은 ‘심청 이야기 마을’, 그리고 오른편으로 가면 ‘기차마을’에 닿게 된다. 덕양서원에서 곤방산을 거쳐 심청마을까지의 거리는 8.1Km, 산행거리가 조금 짧다고 생각될 때에는, 기차마을 방향의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왼편으로 내려서면 심청마을에 닿게 되고, 이럴 경우 약 2km정도의 거리가 늘어난다. 코스 또한 오늘 산행 중에서 제일 빼어난 경관(景觀)을 보여준다. 약간의 암릉길도 만날 수 있고, 많지는 않지만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도 눈에 띄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기 쉬운 내리막길에서 심심치 않게 구경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 등산로 주변은 온통 싱그러운 연초록빛 잔치다. 연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은 여리다 못해, 차라리 비릿한 냄새가 연상될 정도이다. 거기다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오솔길은 몽환적(夢幻的)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두컴컴한 숲 사이로 난 오솔길, 보일 듯 말듯 들락날락거리는 사람들, 흐릿한 뒷 모습이, 마치 유령(幽靈)처럼 흔들리고 있다.
▼ 곤방산 정상에서 기차마을 방향의 능선을 따라 1Km정도를 내려서면 삼거리 이정표가 보인다.(전망대 3Km/ 곤방산 1Km/ 우물 0.2Km). 이곳에서 주의의 필요하다. 대충 방향만 보고 우물로 내려서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 이정표가 말하는 우물은 결코 ‘심청마을’이 아니니까 말이다. 저지르지 말아야할 우를 범한 덕택에 우린 길이 아닌 길 위에서 길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길의 흔적은 애당초부터 찾을 수가 없었고, 그 흔한 ‘산악회 리본’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이곳은 등산로가 아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길이기를 포기한 길 위에서 길을 찾다’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100m도 되기 전에 길의 흔적은 사라져 버린다. 설마하며 계곡을 따라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능선을 오르내리면서 두리번거려보지만 도무지 길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인적이 끊긴 계곡에서 간혹 ‘산두레’라는 산악회 이름을 외치는 고함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다. 물속에 빠지고, 바위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내려서기를 30여분 만에야 겨우 임도(林道)를 만날 수 있다. 그런 험한 지형에서도 인간의 의지는 있었다. 인적이 끊긴 능선 곳곳에 보이는 묘지들, 관리를 안 한 탓에 봉분(封墳)마저 희미해져 버렸지만, 명당(明堂)을 소망하는 인간의 집념들은 곳곳에 널려있었다.
▼ 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오면 오른편에 제법 커다란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둑 위로 아담하게 무지개다리를 만들어 놓았지만, 아직 조성(造成)이 덜된 탓인지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임도의 왼편이 심청이야기 마을이다.
* 심청 이야기 마을 : 효녀 심청이야기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원홍장의 고향인 곡성군 오곡면 송정마을에 조성된 효(孝) 테마 마을이다. 그러니까 심청전은 관음사의 연기설화(緣起說話)인 ‘원홍장 이야기’를 재구성(再構成)한 것이란다. 지금부터 1700년 전 원홍장이라는 효녀가 앞을 못 보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홍장은 시주를 하겠다고 약속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스님을 따라 나서던 중, 새로운 황후를 찾아 나선 중국(中國) 사신들의 눈에 띄어 중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중국에서 황후가 된 홍장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소조관음불상(塑造觀音佛像)을 배에 실어 보냈는데, 그 불상이 이곳 관음사에 보존되어오고 있단다. 참고로 관음사는 곡성군 오산면 선세리의 성덕산에 있는 사찰(寺刹)로서, 송광사의 말사(末寺)이다.
▼ 산행날머리는 ‘심청이야기 마을’ 주차장
연수관 등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심청마을 안 골목길을 지나면,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마을 어귀에 큰 느티나무가 서 있고, 심봉사와 연꽃 속에 서 있는 심청이 조형물이 보인다. 계곡 위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주차장, 심청이는 뱃머리에 서서, 한창 치마를 들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엊그제가 초파일, 장마 때문에 꼼짝없이 방안에 갇혀버렸지요
할일 없이 방에서 딩굴다가, 빛바랜 앨범 속에서 옛추억 하나 끄집어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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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절은 아름답습니다.
풍경소리도 염불소리도 신록으로 스며들어 아득하기만 합니다.
연록에서 진록으로 변해가는 참으로 좋은 계절에 부처는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난 성주산에 들었습니다. 꼭 부처님을 찾아간 것은 아니지만요.
산사의 숲길 걷다보면, 내 가진 번뇌 잠시라도 날려보낼 수 있을지 누가 아나요?
이름 모를 새소리에 눈을 뜹니다.
어제 밤늦게까지 마신 술의 후유증... 골이 지끈거립니다.
보령시장님이 보내주신 한산 소곡주와 소고기,
고마운 마음으로 마신 것이 아마 도가 지나쳐 버렸나봅니다.
물론 속도 쓰리지만 집사람에게는 내색할 수가 없습니다. 금주령이 내릴지도 모르니까요.
수건만 달랑 들고 냇가로 내려갑니다. 이리도 맑은 물, 어찌 비눗물로 흐릴 수 있나요?.
봄의 계곡은 온유하고, 흐르는 물도 거칠지 않고 물가 풀잎은 보드랍습니다.
앗 차거~ 손가락 끄트머리, 돌 틈에 고인 초록빛 물속엔 묵색 조약돌이 옹기종기....
어~ 송사리 몇 마리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드는 걸 보니 동네 경사라도 있나봅니다.
아침식사 후 느긋하게 산장을 나섭니다. 성주산에 오르려고요.
발걸음이 왜이리 경쾌하냐구요? 저의 팔에 집사람이 매달려있거든요.
산의 초입... 꽃보다 고운 연둣빛 잎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킁~킁~ 연둣빛 잎들의 싱그러운 비린내가 온 산에 가득하다 못해 산머리를 넘어섭니다.
새봄의 연둣빛 잎들은 조금씩 짙은 초록을 품어갑니다. 아마 여름을 예비하는 모양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녀린 잎들이 부대낌이 간지럽다 애교를 부립니다. 사르르~사르르~
산허리쯤에서 왼편에 편백나무 숲을 만났습니다.
수백 그루가 어디 하나 뒤틀린 곳 없이 하늘로 쭉쭉 뻗었습니다.
오른편엔 활엽수인 팽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들이 새 잎을 틔워 연둣빛 터널을 만드네요
양 숲의 머리끝 푸른 잎들은 하늘에 맞닿았습니다. 열린 하늘가로 구름 한점 둥둥...
‘대·소변을 미련없이 버리듯, 번뇌·망상도 미련없이 버리자.’
언젠가 들렀던 선암사 뒤깐에 붙어있던 종이쪽지가 새삼스럽게 떠오름은 왜일까요.
어쩜 오늘이 초파일이라서? 조그만 인연까지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중생이랍니다.
늦은 봄 숲길 걷다보면 모든 번뇌를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까요? 그 조차도 허망한 욕심...
숲의 넘치는 산소와 석가탄신일의 의미, 조그만 깨달음이 함께 해준 여행...
"하루를 잘 보내면 달콤한 잠을 이루고, 인생을 잘 보낸 이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어디선가 읽어본 글귀대로 오늘 저녁엔 달콤한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귓가에 맴도는 창불(唱佛) 소리에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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