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산 (草庵山, 576m)-주월산(558m)-방장산(536m)

 

 

산행코스 : 수남리 주차장→주능선→초암산→밤골재 삼거리→철쭉봉→광대코재→무남이재→주월산→방장산→수남리 주차장 (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전라남도 보성군 겸백면, 조성면, 율어면의 경계

산행일 : ‘10. 5. 1(일)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초암산은 산행만을 위해서 찾기에는 20%정도 부족한 산이다. 그러나 구경거리를 찾아 온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찾아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곳은 봄이면 철쭉으로 천상화원(天上花園)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철쭉이든 무엇이든 구경거리가 제 몫을 다하려면 무엇보다 찾아가 보기가 편해야 한다. 전국의 이름난 꽃길이 붐비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 또한 붐빌 것이 확실하니 특별히 내세울게 없겠지만, 철쭉꽃 향연이 펼쳐지는 花園까지 가는 거리가 짧은 것은 확실히 다른 산에 비해 뛰어나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한 시간이 채 안되어 닿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철쭉 밭'의 정수만을 똑 따서 즐기고 내려올 수도 있다는 간편함이 두드러진다. 걷는 게 싫은 사람들은 북쪽 임도(林道)로 하여 ‘철쭉 밭’ 바로 아래까지 차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단다. 거의 관광에 가까운 꽃구경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산행들머리는 수남리 駐車場

호남고속도로 주암(송광사) I.C를 빠져나와 18번 國道를 타고 순천시 송광면과 보성군 문덕면을 거친 후, 보성군 복내면에서 845번 地方道로 옮겨 달리다보면 초암산이 위치한 겸백면에 다다르게 된다. 이어서 겸백면의 소재지인 석호리와 남양리를 지나서 왼편으로 접어들면 수남리이다. 수남리에 들어서면 우선 널찍한 주차장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봄철 철쭉이 피는 계절이 아니라면, 찾는 이들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도,  주차장은 엄청나게 큰 규모이다. 거기다 최신식 화장실까지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보성군에서 이곳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는 철쭉祭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다.

 

 

 

 

주차장 왼편으로 난 소로(小路)를 따라 300m 정도를 올라서면 금방 능선 안부에 닿게 된다(초암산 정상까지는 2.1Km).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오르막 흙길은 한마디로 말해서 곱다. 오랫동안 쌓여온 썩은 낙엽들로 수북한 부엽토(腐葉土) 길은 푹신푹신하고, 작은 돌맹이 하나 없는 흙길은 부드럽기만 하다. 자욱한 황사로 인해 시야가 트이지 않는데, 오른편으로 희미하게나마 주월산과 방장산이 조망되고 있다.

 

 

 

 

 

초암산은 순수한 흙산이다. 비록 몇 곳에서 바위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흙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이다. 문득 작년 말에 거창의 월여산에서 만났던 칠형제바위가 생각난다. ‘어느 힘센 장사가 가지고 놀다가 버리고 간 공깃돌’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오늘 초암산에서 만난 둥그런 바위들이, 영락없이 공깃돌로 보였기 때문이다.

 

 

 

바위들이 널려있는 봉우리를 올라서면, 우선 넓게 펼쳐진 철쭉군락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철쭉평원 너머로 우뚝 솟구친 바위무더기가 보인다. 바로 초암산이다. 밋밋한 봉우리 위로 솟아오른 바위들이 울긋불긋한 차림의 사람들과 어우러져 잘 그린 한 폭의 풍경화(風景畵)를 만들어 내고 있다. 봉우리를 감싸고 있는 철쭉평원에 꽃이 만개(滿開)할 경우에는 또 하나의 천상화원(天上花園)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아직은 50%도 개화(開花)가 안 되어 있다. 일주일 후에 찾아왔더라면....

 

 

 

커다란 바위들이 몇 개 포개져 있는 정상엔 귀엽게 생긴 정상표지석이 놓여있다. 보통의 정상표지석이라면 ‘세워져 있다’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50㎝도 채 안 되는 크기이니 놓여있다고 하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정상 뒤편에 있는 헬기장의 한쪽 귀퉁이, 그러니까 겸백면 석호리에서 올라오는 길옆에 철쭉祭 제단(祭壇)이 만들어져 있다. 널따란 헬기장은 철쭉을 구경하려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 꽉 차있다. 꽃이 덜 피어 구경거리가 없어서일까? 옹기종기 둘러앉아 먹고, 마시고, 떠드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40분 조금 넘게 걸으면 닿을 수 있다.

 

 

 

 

 

정상의 바위群 중 하나를 골라 바위 위로 올라선다. 철쭉꽃밭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철쭉밭은 정상 암봉 근처에서부터 북동릉을 따라 펼쳐지는데, 어디가 끝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개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붉어야할 기운이 적갈색을 띠고 있어 아쉽기 그지없다. 철쭉밭은 산릉을 꽉 메우며 이어지고, 그 뒤로는 첩첩한 산릉이 눈높이보다 약간 아래로 펼쳐지고 있다.

 

 

 

 

 

 

정상에서 철쭉봉으로 가려면 철쭉군락지 한 가운데를 지난 후, 능선의 오른편 가장자리로 난 길을 따라 진행해야한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철쭉무리들이다. 꽃이 피려면 아직도 멀었건만, 밤색의 껍질을 열며 붉은 색 꽃몽오리를 내밀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지는 철쭉들 사이를 헤치며 20분 정도 내려서면 ‘먹골재 삼거리(이정표 : 초암산 1.6Km, 광대코재 2.2Km, 금천 3.3Km)’에 닿게 된다.

 

 

 

春來 不春來, 5월이면 봄의 한 가운데 놓여 있음이 정상이겠건만, 내가 찾아온 山野는 아직도 봄이 설었다.

 

 

 

철쭉군락지를 끼고 이어지던 등산로는, 먹골재 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숲으로 변해버린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적당히 섞여있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부드러운 흙길에다가 경사까지 완만하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먹골재 삼거리에서 쉬엄쉬엄 10분 정도를 오르면 널따란 헬기장으로 조성된 철쭉봉이다(이정표 : 초암산 정상 2.2Km, 광대코재 2.4Km). 철쭉봉 주위도 철쭉군락지가 넓게 펼쳐지고 있다. 물론 이곳도 아직 꽃들이 개화를 미루고 있지만...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 20분 정도 지났다.

* 먹골재 삼거리에서 철쭉봉까지 600m를 올라왔는데, 광대코재는 오히려 200m가 더 멀어져 버렸다. 이정표의 거리표기가 제각각인 것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원수남 삼거리’ 등 곳곳에 세워진 이정표의 거리표기는 들쭉날쭉, 아귀가 맞지 않았다. 보성군청에서 철쭉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한데,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쭉봉 주변은 이름과는 달리 철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보다는 능선의 양쪽 사면(斜面)을 소나무를 비롯한 키가 큰 나무들이 신록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에 넉넉한 양으로 흩뿌려둔 듯, 저 멀리까지 아득하게 또 하나의 철쭉밭이 펼쳐지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실크원단처럼 철쭉꽃이 물결무늬를 만들어내고 있는 정경이 고와서 여기를 철쭉봉이라고 부르고 있나보다. 철쭉무리들 사이를 뚫고 지나는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덧 광대코재이다. 호남정맥과 만나는 지점인 광대코재에 다다라 비로소 철쭉군락지는 끝을 맺는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벌교읍 방향으로 내려서게 되고, 주월산과 무남이재로 가기위해서는 오른편으로 내려서야 한다.(다음 목적지인 주월산까지는 2.9Km 남았다)

 

 

 

 

 

 

광대코재에서 무남이재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다. 고도(高度)가 낮아짐에 따라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도 연녹색의 농도(濃度)를 점점 진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나뭇잎의 싱그러움에 젖어 콧노래가 나올 즈음 능선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무남이재이다. 무남이재에는 산행안내도와 원형의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다음 목적지인 주월산으로 가려면 길건너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산행을 시작했던 수남리이다. 꽃구경이 주목적(主目的)이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른편 수남리 방향으로 내려서고 있다.

 

 

 

주월산으로 오르는 길은 신록(新綠)이 한창이다. 철쭉군락지에서 꽃망울을 열지 않고 있던 철쭉들이, 여기서는 분홍빛 꽃망울을 활짝 열고 있다. 비록 군락지를 이루고 있지도 못하고, 그 크기도 무릎 밑에 깔릴 정도로 작지만...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길은 뚜렷하면서도 부드러운 흙길이 계속된다. 등산로의 오른편으로 주월산 정상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場‘으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일듯 말듯 따라오고 있다.

 

 

 

 

주월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場‘을 겸하고 있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주차장에 '패러글라이딩 場‘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간이 화장실까지 구비하고 있다. 주차장 뒤편의 언덕으로 오르면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쉼터를 갖춘 널따란 활공장이 보인다. 정상에 올라서면 조성면의 넓은 들판이 발아래 펼쳐지고(視野가 트이는 날은 득량만까지 한눈에 들어오지만 오늘은 짙은 黃砂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오른편 저 멀리 무선안테나 시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방장산이 바라보인다.

 

 

 

 

 

주월산에서 방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등산로는 호남정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임도(林道) 수준이다. 도로로 치면 고속도로 수준일 정도로 넓고 잘 정비되어 있다.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와 참나무, 그리고 간간히 편백나무까지도 보인다. 고저(高低)가 거의 없는 이런 등산로를 따라 걷노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된다. 걷기에 편할 뿐만 아니라 넘치도록 전해져오는 피톤치드까지 덤으로 따라오니 콧노래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當然之事)일 것이다.

* 호남정맥(湖南正脈) :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의 종착지인 주화산에서 갈라져 남서쪽으로 내장산에 이르고, 내장산에서 남진하여 장흥 제암산(帝巖山)에 이르며, 제암산에서 다시 남해를 끼고 동북으로 상행하여 광양 백운산(白雲山)까지 이어지는 약 400Km의 산줄기이다. 이밖에도 백암산, 추월산, 무등산, 일림산 등이 이 산줄기에 놓여있다.

 

 

 

방장산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한다. 정상 근처에 ‘무선안테나 시설’이 보이기 때문이다. 몇몇 산에 가면, 아니 가까이는 서울의 청계산에도 이수봉의 정상을 저런 ‘안테나 시설’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기우(杞憂)였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시설물이 정상을 비껴나 조금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장산 정상에도 초암산에서 본 것과 모양과 크기가 같은 정상표지석이 놓여져 있다.

 

 

 

방장산에서의 하산은 호남정맥을 따라 얼마간 내려오다, 오른편 갈림길로 접어들면 된다. 등산로는 조금 전의 호남정맥만은 못하지만 아직도 넓고 뚜렷해서 걷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 요즘 부쩍 사랑받고 있는 편백나무 숲을 지나서 조금 더 내려오면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가 보인다. 농로를 따라 ‘광양-목포간 고속도로’ 건설현장을 통과하면 이내 수남리 마을회관에 닿게 된다. 마을회관에서 200m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산행을 시작했던 수남리 주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