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65코스(태안관광안내소  몽산포해변)

 

여 행 일 : ‘25. 3. 22()

소 재 지 : 충남 태안군 남면 일원

여행코스 : 태안관광안내소(부남호 방조제)당암리 다목적회관신온1리 마을회관청포대 해수욕장달산포 해수욕장몽산포 해변(거리/시간 : 15.3km, 실제는 16.52km 3시간 5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서해랑길은 서쪽 바닷길을 말한다.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화(인천)에 이르는 서해안의 해변길과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1,800km(109개 코스)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해파랑길·남파랑길·서해랑길·평화의길) 4면 중 가장 길며, 거치는 지자체만도 5개 광역에 기초가 26곳이나 되는 긴 여정이다.

 

 들머리는 태안관광안내소(충남 태안군 남면 당암리)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에서 내려와 32번 국도를 타고 서산 시내로 들어온다. 공림삼거리에서 649번 지방도(부석·간월호 방면)로 옮겨 19km, 창리교차로에서 천수만로(태안방면) 1km쯤 들어오면 부남호방조제에 이른다. 서해랑길(태안 65코스) 안내도는 방조제 중간쯤에 있는 태안관광안내소에 세워져 있다.

 부남호방조제(태안관광안내소)에서 몽산포해변까지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북진하는 15.3km의 여정. 청포대·달산포·몽산포 해변의 폭신폭신한 솔숲을 걷는다는 게 가장 큰 자랑거리다. 난이도는 별이 두 개(다섯 개 가운데)로 분류된다.

 64코스의 6개 지선을 답사하느라 3개월이 걸렸다. 꼬박 3개월을 보낸 다음에야 태안관광안내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 반가움에 부남호부터 눈에 담아본다. 부남호는 다시 바다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방조제(1228m) 가운데 일부 구간을 헐어 바닷물이 드나들게 한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수질이 6등급 이하(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10mg/L 이상)로 악화되면서 담수호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간척사업 45년 만에 역간척사업으로 변해 세상을 다시 떠들썩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해저유물 인양 조형물. ‘태안은 한 때 보물선 이야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2007년 대섬 앞바다에서 주꾸미 잡이를 하던 어부의 낚시에 청자대접 1점이 걸려 올라왔고, 이에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긴급 탐사를 실시하여 선체 일부와 2 3천여 점의 고려청자, 다량의 목간(木簡) 등을 인양했었다. 그밖에도 고려시대 선박 3척과 조선시대 선박 1척을 추가로 조사하여 분청사기, 백자, 중국 도자기, 닻돌 등 다양한 유물들을 인양했다.

 09 : 25. 방조제를 따라 서진하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태안 땅에 들어서자 ‘2025 태안방문의 해를 맞아 태안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홍보판이 반긴다. 태안군은 대한민국의 정원, 태안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많은 관광객이 태안을 찾을 수 있도록 태안의 다양한 매력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각종 관광자원, 축제, 스포츠 대회 등을 태안 방문의 해와 연계하고 그에 발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여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란다.

 서해랑길은 방조제를 따라간다. 제방을 겸한 천수만로(96번 지방도)’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 탐방로가 나있다. 아니 둑의 상부가 좁아서인지 호숫가까지 내려서기도 한다.

 수초로 뒤덮인 부남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부남호의 명물인 철새는 눈에 띄지 않았다. 3개월 전만해도 떼를 지어 놀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나보다.

 09 : 38. 첫 사거리. 담암포구(왼쪽)와 태안기업도시(오른쪽)로 갈라지는 교차로이다. 탐방로는 이곳에서 기업도시로의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렇다고 천수만로를 계속해서 탄다는 얘기는 아니다. 도로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갈려나가는 소로를 따라 내륙으로 들어간다. 작은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다. 기존 마을길(또는 농로)을 걷기 여행길로 빌려 쓰고 있지 않나 싶다.

 펜션과 모텔 두엇이 들어서 있는 언덕을 넘어가 당암리 들길을 이어간다. 자전거 통행이 빈번한 곳이니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자동차를 운전해 나들이 나온 여행객들에게 자전거를 타고 들일 다니는 주민들을 살펴가며 운행하라는 당부를 담았을 것이다.

 서산B지구 방조제가 만들어놓은 간척지답게 엄청나게 넓었다. 하긴 새만금간척사업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천수만은 우리나라 간척사업의 대명사로 불리어오지 않았던가.

 탐방로는 그런 들녘의 가장자리를 따라간다. 간척지와 산자락의 경계를 따라 농로가 나있다고 보면 되겠다.

 10 : 03. 산모롱이 앞에서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들길이 산길로 바뀌는 셈이다. 아무튼 탐방로는 민가 서너 채가 들어서있는 언덕으로 오른다. 그리고는 높이가 70m쯤 되는 고개를 넘어간다. 천수만간척사업이 만들어놓은 부남호와 그 주변의 광활한 들녘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조망의 명소이다. 날씨가 좋으면 서산방조제가 축조되기 전의 풍경, 즉 리아스식 해안이 그려진다고 했다.

 장년층 남성들의 로망은 은퇴 후의 전원생활이라고 했다. 산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한갓지게 살아보는 꿈이라도 있기에 직장 말년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남성은 자신의 꿈을 이룬 셈이다.

 고즈넉한 산자락을 빠져나오자 당암마을이 기다린다. 법정 동리인 당암리(堂岩里)는 행정 단위인 1리와 2리로 나뉜다. 또한 당미, 한바위, 저드래 등의 자연 부락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를 이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하지 않았던가? 단위 부락마다 옛 이름을 새긴 표석을 동구 밖에 세워두던 호남지방이 문득 떠올라 거론해봤다.

 10 : 14. 다목적마을회관 앞에서 천수만로를 건넌다. 이어서 마을 안길을 지나 들녘으로 내려간다.

 코스를 단축한 집사람은 이 부근(아래 사진의 마늘밭 끝에서 쭈그리고 앉아) 밭두렁에서 냉이를 캐고 있었다. 그녀의 첫마디는 저것은 양파가 아니라 마늘이랍니다.’였다. 양파가 이 동네 특산물일 것이라며 자신 있게 말했는데 오늘도 틀렸나 보다. 아무튼 바로 옆 동네인 서산 육쪽 마늘의 명성만큼이나 태안 마늘도 귀한 몸값을 받는다고 했다.

 10 : 18. 개울(이정표 : 종점 11.2km/ 시점 4.1km)을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어서 개울가 농로를 따라 널찍한 들녘으로 나아간다.

 10 : 26. 개울이 수로로 변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넓어지기까지 한다. 당암리 들녘(kakaomap 팽나무골로 적는다)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탐방로는 이 수로의 오른쪽 둑길을 따라간다.

 10 : 33. 수로 끝에는 배수갑문이 있었다. 천수만에서 멀지않은 지점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탐방로는 이곳에서 오른쪽(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수로 곁에는 당암저수지가 들어서 있었다. 그 너머는 천수만일 텐데 이곳의 지대가 낮아서인지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탐방로는 나지막한 산봉우리를 왼쪽에 끼고 에돌아간다. navermap은 그 산자락을 느르섬이라 적고 있었다. 간척사업으로 인해 육지로 변한 섬이 이제는 산으로 둔갑한 모양이다. 하나 더. 이름조차 없던 농로가 당암저수지를 지나면서 저드래길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이 근처 어디엔가 저드래마을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10 : 39. 잠시 후 태안군 공설영묘전(公設靈廟殿)’ 입구 삼거리(이정표 : 종점까지 9.9km)에 이른다. 탐방로는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 왼쪽으로 가면 느르섬에 위치한 영묘전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느르섬은 유도(楡島)’라고도 불린다. 옛날 이 섬에 느릅나무가 울창했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인데, 간척사업으로 인해 지금은 육지로 변해있다.

 이후부터는 깔끔하게 단장된 저드레길을 따라간다. 하지만 300m쯤 떨어진 삼거리(이정표 : 종점까지 9km)에 이르면 도로 사정이 확 바뀐다. 150m쯤 되는 구간이 확포장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공공 수용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태안에서도 가슴 아픈 농촌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전원생활이 좋다며 귀농해오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어떤 이들은 시골의 불편함이 싫다고 도시로 간다. 저런 빈집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 것은 찾아오는 이보다 떠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

 10 : 45. GPX 트랙이 저드래들로 들어가라고 한다. 농로를 따라 수로까지 간 다음, 수로를 따라 북진하란다. 하지만 이를 따르는 이는 없었다. 하긴 저 앞에서 다시 만나는데 일부러 에돌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10 : 48. 잠시 후 저드래들을 거쳐 온 서해랑길과 다시 만났다. 하나 더. 계속해서 도로를 따라갈 경우 쥬라기박물관으로 연결된다. 50여 개가 넘는 공룡 진품을 보유하고 있다니 가족나들이 삼아 나온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다.

 탐방로는 이제 저드래골을 향해 간다. 수로의 둑길을 따라 북진한다고 보면 되겠다. 정면이 저드래골’, 오른쪽은 외야미골이 아닐까 싶다.

 10 : 53. 수로 끝(이정표 : 종점까지 8.2km)에서 왼쪽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덕에는 작은 마을이 들어서 있었다. 당암리에 속한 자연부락일 텐데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복수초가 봄나들이 나왔나?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해서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날씨가 확 풀린 탓인지 잎도 한껏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크로커스도 눈에 띈다. 이 역시 겨울이 지나 나무의 새잎이 나오기도 전에 피어나는 꽃들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야생화는 이렇게 무리지어 있을 때가 가장 예쁘다고 했다. 그런데 열매의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붙여졌다는 큰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남세스럽기 짝이 없다. 다행이 봄소식을 전하는 까치 같다고 해서 봄까치꽃으로도 불린다니 꽃말(기쁜 소식)과 연계시켜 고쳐 부르면 어떨까 싶다.

 추모문(追慕門)이란 편액이 걸려있는 저 건물은 어느 문중의 제각일까?

 11 : 03. 저드래길 고개를 넘으면 만나게 되는 하모니 통나무집펜션(이정표 : 종점까지 8km). 내부시설이야 모르겠지만 외관만은 여느 유명 펜션에 못지않다.

 펜션 앞에서 안면대로를 횡단한다. 국도 77호선의 일부인 안면대로 태안읍(남문리) 남문교차로와 고남면(고남리) 원산안면대교를 잇는다. 안면도의 정중앙을 관통하기 때문에 태안에 개최되는 내로라하는 각종 행사들을 만날 수 있다. 가깝게는 다음 달 8일에 태안 세계튜립꽃박람회가 열리기도 한다. 꽃지해수욕장 인근 코리아 플라워파크에서 56일까지 한 달간 개최된다.

 이번에는 신온1로 들어간다. 안면대로를 내려서면서부터 길은 마검포길로 바뀌어 있었다. ‘마검포항까지 이어진다는 얘기일 것이다.

 11 : 09. 신온1리 마을회관. 서해바다와 접해 있는 신온리(申溫里)’는 웅도, 외웅, 내웅 등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어느 마을을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신온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다. 하지만 눈썰미 있는 관광객들로부터 서해안 명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풍부한 먹거리와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빼어난 자연경관까지 부족한 게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넉넉한 어촌 인심까지 자랑한다나?

 11 : 14. 잠깐이지만 면온리의 들녘을 누비기도 한다. 그러다 배수문(이정표 : 종점까지 7.1km)부터는 수로를 따라간다.

 11 : 17. 또 다른 배수문(이정표 : 종점까지 6.9km). 이곳에서 2차선 도로인 마검포길(원청교차로마검포항)’을 만났다. 참고로 마검포(磨劒浦) 막은 포 막은 개로도 불린다고 했다. ‘납성이 서남쪽에 위치한 개()라는 뜻을 지녔단다. 여기서 납성이(申城마을)’는 신온1리 삼밧굴 북서쪽의 마을을 이르는 지명인데, 옛날 이곳에 있던 토성 앞에 납(원숭이)이 살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나?

 왼쪽은 일 년 내내 빛의 축제가 열린다는 네이처 월드이다. 신비한 우주를 형상화한 소망터널’, 사랑의 하트 터널 등 눈요깃거리로 넘치는 곳이다. 튤립이나 백합 같은 꽃의 축제도 열린다고 했다. 이를 배경 삼다보면 인생샷 하나쯤 너끈히 건질 수도 있단다. 하지만 때를 맞추지 못했다. 꽃은 아직 피지도 않았고, 빛이 만들어내는 마술의 세계도 해가 져야만 마주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마검포길을 가로지른 다음 청포대 해변쪽으로 간다. 초입에  출항호라는 수산물 판매점이 있으니 참조한다. 가는 도중 사륜오토바이를 대여해주는 가게도 만날 수 있었다. 청포대 해변에 가까워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11 : 28. 농로를 따라 원청리로 들어서니 배수문(이정표 : 종점까지 6.1km)이 반긴다. 왼쪽은 수로, 한결 더 바다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마을 서쪽이 바다와 접해 있어 언제나 푸른 바다가 보인다는 원청리(元靑里)’ 별주부마을로도 불린다. 별주부전의 유래지라면서 자라바위를 비롯해 용새골, 묘샘 등 스토리텔링으로 구색까지 맞추었다. ! 경남(사천시 서포면)의 비토리(飛兎里)에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 토끼전(별주부전)의 전설이 스며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11 : 34. 탐방로는 이제 바닷가로 다가간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울창한 곰솔 숲으로 들어선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들어온 것이다. 그 초입에 태안해변길을 걷고 있음을 알리는 게이트가 세워져 있었다. 이후부터 서해랑길은 명품 걷기여행길로 꼽히는 태안해변길(4코스인 솔바람길)을 따라가게 된다.

 이후부터는 울창한 곰솔 숲을 걷는다. 썰물 때 내만의 수면 위로 드러난 모래가 바람에 실려 육지 쪽으로 운반되면서 모래언덕을 만들어졌고 주민들은 그곳에 방풍림을 조성했다. 그게 세월이 흐르면서 햇빛조차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숲이 울창해졌고, 지자체는 그 숲속에 산책로를 내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태안해변길(97km)은 태안의 아름다운 바다를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는 해안탐방로이다. 이국적인 해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바라길(1코스)’, 사람들의 소원이 모여 상처가 아물고 다시 태어나는 소원길(2코스)’, 초보자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해변길인 파도길(3코스)’, 단단한 모래를 밟으며 아름다운 곰솔을 지나는 솔모랫길(4코스)’, 해질 무렵 걸으면 더 좋은 노을길(5코스)’, 트레킹과 등산의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샛별길(6코스)’, 시원한 바람과 한적한 해변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바람길(7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길 찾기는 태안 해변길의 이정표를 참조하면 된다. 몽산포항까지 가는 것은 아니지만, 몽산포항을 앞에 두고 걷는다고 보면 되겠다. 반대편 7.1km 지점에는 백사장항이 있다. 태안해변길 5코스인 노을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즈음 마검포’(磨劒浦)가 눈에 들어왔다. 썰물 때면 700m 길이의 사주(tombolo)로 이어지는 육계도(陸繫島)였으나 제방으로 연결되면서 육지가 되었다. 반도처럼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사주 서쪽에는 모래 해빈이, 동쪽으로는 사질갯벌의 만으로 형성되어 있다. 하나 더. 자그마한 포구지만 신선한 해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며, 서해안의 명물 실치회(), 꽃게탕과 꽃게찜(, 가을), 갑오징어회, 갱개미무침 등 먹을거리도 많다.

 해안길 안전쉼터란다. 핸드폰 충전 기능까지 갖춘 것이, 기상악화 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 모양이다.

 바다로 나가는 길은 문이 닫혀있었다. 주민의 주 소득원인 바지락 등의 어패류만 잡지 않으면 될 텐데도 출입까지 막는 이유는 뭘까?

 태안 해안길은 서해안의 경관을 품은 힐링 길이다. 태안 지역의 탁 트인 서해를 따라 이어지는 길로, 바다와 숲이 어우러지는 태안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포인트에서 아름다운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탐방로는 바닷가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안선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곳곳에서 서해바다를 눈에 담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해안사구에 설치해놓은 모래 포집기. 겨울철 모래 이동시 바람의 저항체로 작용하여 주변에 모래 퇴적을 유도하는 구조물이다. 해안사구 복원사업을 통해 훼손된 해안사구에 약 1.2m 높이로 설치해오고 있단다.

 11 : 50. ‘청포대 민박’. 집단시설지구에서 벗어나 있어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아 조용히 힐링하기 딱 좋은 곳이다. 특히 바다를 마당삼은 입지 덕분에 모래사장이나 갯벌에서 놀다가 숙소 앞 수돗가에서 대충 씻고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박집 초입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이 열리고 있었다.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청포대 해변은 경사가 완만하여 안전사고의 위험이 적고 바다에서 직접 조개와 맛 등 어패류를 채취할 수 있어 살아있는 자연 학습장으로 알려진다. 그래선지 독살체험, 맛조개체험, 꽃게그물털기체험 같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별주부마을(원청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 프로그램일 것이다.

 산자락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데크 산책로를 만들어 바다 놀이에 지친 이들에게 또 다른 힐링 장소를 제공해준다. 울창한 곰솔 숲을 걷다 보면, 소금기 머금은 바다 바람과 은은한 솔향기가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게 분명하다.

 몇 걸음 더 걸으니 포토죤이 반긴다. 옆에는 원청리(노루미) 독살 안내판도 세워놓았다. 독살은 고기 잡는 돌 그물이다. 별주부마을에는 10개의 독살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실된 채 방치되다 최근 체험학습용으로 5개의 독살을 복원해 놓았단다. 하나 더. 조선시대는 잘 나가는 독살에 세금까지 물렸다고 한다. 하룻밤 새 독살 하나에서 20가마가 넘는 물고기를 건져 올리기도 했다니 그럴 만도 하겠다.

 포토죤은 박스 안에 청포대 해변의 자랑거리인 자라바위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구도만 잘 잡으면 인생샷 하나쯤 너끈히 건질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뒤를 받쳐준다.

 별주부전(鼈主簿傳)의 발원지임을 주장하는 곳이니 어찌 유래비 하나쯤 세워놓지 않았겠는가. 별주부전 내용이야 모르는 이가 없을 테니 여기서는 마을에서 스토리텔링 해놓은 얘기들을 옮겨본다. 이 마을은 작자와 연대를 알 수 없는 조선 후기 판소리 계열의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 소설의 하나인 별주부전의 본향이다. 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토끼의 생간을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육지에 올라온 용새골’, 유혹에 넘어간 토끼가 자라의 등에 업혀 수궁으로 들어간 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추어 놓고 왔다는 묘샘’, 구사일생으로 육지에 돌아온 토끼가 간을 떼어 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며 자라를 놀려댄 후 사라진 노루미재’, 죽어있던 자라가 바위로 변한 자라 바위(덕바위)’, 수궁 앞에 있는 궁 앞 안 궁 등 이곳이 별주부전의 본향임을 주장할만한 지명이 마을 곳곳에 널려있다.

 11 : 53. 이제 해변으로 내려가 볼 차례이다. 해변에는 원청리를 별주부마을로 불리게 만든 작은 바위섬이 있었다. 매년 정월, 마을 주민들이 토끼의 잘못을 빌고 용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용왕제를 올려왔다는 자라바위. 마을의 특산물인 참취나물로 떡을 만들어 올리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주민들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용왕에게 빈단다.

 그 앞에 놓여있는 색깔이 다른 바위는 ‘덕바위(자라바위)’라고 한다. 자라(별주부)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라의 등에 업혀 수궁에 들어갔던 토끼가 재치를 발휘하여 구사일생으로 육지에 돌아오게 되자 간을 빼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냐며 자라를 놀려대고는 노루미재 숲으로 달아난다. 그러자 자라는 자신의 충성이 부족하여 토끼에 속았다고 탄식하여 용왕을 향해 죽는다. 죽은 자라가 변한 것이 바로 자라바위라는 것이다.

 자라바위 옆에는 독살이 있었다. 독살은 의 사투리인 과 사냥을 뜻하는 의 합성어로, 바다에 돌을 둥글게(또는 ‘V형으로) 쌓아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잡는 가장 원시적인 포획방법이다. 남해에서는 석방렴(石防簾)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아직도 많은 곳에서 이런 원시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단다. 특히 태안군에서는 30여 곳이나 행해지고 있다나?

 자라바위의 뒤쪽 벼랑에는 거북이 등에 올라타고 용궁을 바라보는 익살스런 표정의 별주부상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난 엉뚱하게도 별주부전 유래비 근처에서 이 조형물을 찾아 헤맸고, 끝내 찾지 못하고 몽중루 작가님이 사진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

 모래사장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맞다. 몽산·달산포와 청포대로 이어지는 3개의 해수욕장을 합치면 길이가 13km나 된다고 했다. 단일 해변으로는 동양에서 가장 긴 해변이라나?(3개 해변을 육안으로는 나눌 수가 없다)

 11 : 59. 서해랑길은 집단시설지구를 관통한다. 유럽풍의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식당도 여럿 들어서 있었다. 여기서 팁 하나. 마검포를 중심으로 하는 이 일대는 실치회로 유명하다. 태안반도의 대표적 계절 음식인 실치는 요즘(3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잡히는 어류이다. 그물에 걸린 지 1시간 안에 죽어버리는 급한 성격 탓에 어장에서 가까운 마검포항 일대가 아니면 회로 맛보기 힘들다. 실치는 몸통이 희고 실처럼 가는 바닷고기로 말린 뱅어포로 더 알려져 있으나 오이와 배·들깻잎 등 야채와 섞어 초고추장에 버무리는 실치회의 맛은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힌다. 그러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맛이나 보고 가자며 두리번거리는데 집사람이 옷소매를 끌어당긴다. 회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웬 호들갑이냐며.

 길가에 늘어선 펜션 중 하나. 지중해에서 옮겨놓은 듯한 외형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청포대해변의 건물들은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잘 꾸며진 공간이 눈에 띄기에 바닷가로 나가봤다. 하지만 펜션 전용이라서 나 같은 걷기 여행자들에게는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나저나 청포대 해변은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모래사장 뒤로 울창한 송림이 들어서있어 최적화된 해수욕장의 풍모가 엿보인다. 거기다 정비된 도로와 집단화된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보다 더 나은 해수욕장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하지만 모래사장이 개인 사유지인 탓인지 숙박시설들이 모래사장에 잇대어 지어졌고, 숙소 앞 모래사장은 개인 전용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그들만의 천국인 셈이다.

 쥬라기박물관은 신온리에 있지 않았나? 뒤로 보이는 쥬라기 풀빌라에서 홍보차원에서 세워놓았지 않나 싶다.

 12 : 15. 집단시설지구 끝에서 다시 곰솔 숲으로 들어간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오롯이 걷는데 쏟아 부었는데도 피곤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긴 코끝을 스쳐가는 솔향기에 취해 걷고 있는데 그런 느낌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어디 있겠는가. 만병통치라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무 중의 하나가 소나무가 아니겠는가.

 태안군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해양치유센터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해양치유는 바닷바람과 파도소리, 바닷물, 갯벌, 모래 등의 해양자원을 활용해 체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올리는 건강관리법이라고 한다. 해수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태안을 비롯해 완도, 울진, 고성(경남) 등에 해양치유센터를 건립하고 있단다. 이곳 달산포는 곰솔 숲과 단단한 모래가 있어 야외에서도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나?

 이 구간에도 해변길 안전센터가 지어져 있었다. 그 주변은 육상탄소흡수원을 꾸며놓았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 숲을 조성한다는 얘기인데, 뜬금없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오해일까? 하도 청정한 지역이라서 저감시켜야 할 온실가스가 애초부터 없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12 : 25. 잠시 후 만나게 되는 2차선 도로 또한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양치유센터로 들어가는 길인 모양인데, 저처럼 너른 도로와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곰솔을 해쳤겠는가.

 다시 들어선 곰솔 숲. 소나무 잎사귀 사이를 통과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솔숲을 걸어간다. 피톤치드로 넘치는 솔모래길은 치유의 길이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말자. 보폭은 작게, 대신 들숨과 날숨은 크게 하면서 걸어보자.

 맨발로 걷고 있는 저 연인들이 그 증거이다. 그나저나 국립공원의 숲길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이런 숲길이 잘 보존되어 후손들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12 : 33. 또 다른 포장길과 마주쳤다. 이번에는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넓이다. 이정표(달산포해변 0.2km/ 몽산포항 5.2km/ 백사장항 11km) 달산포 해수욕장의 진입로임을 알려준다.

 달산포 해수욕장은 텅 비어 있었다.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만 그래도 근처의 다른 바닷가보다는 한가한 편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달산포해수욕장의 가장 큰 매력으로 조용함을 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12 : 43. 달산포 수문. 간이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다.

 12 : 45. 달산포 제방. 숲길을 조금 더 걷다가 하늘채 펜션 앞에서 달산포 제방으로 올라간다.

 달산포 해변. 바다 건너 저 멀리로 마검포항과 방조제가 조망된다. 하나 더. 이 방조제에서 흘러나가는 하천이 달산포해변의 모래사장을 꿰뚫으며 지나간다고 했다. 몽산포로 가는 길을 모래사장으로 잇지 못하고 우리처럼 방조제까지 에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란다.

 반대방향에는 달산리가 놓여있다. 태안군 남면의 행정타운이다.

 12 : 48. 제방 건너는 몽산포 해변이다. 안내판은 이곳이 반려해변임을 알려준다. ‘반려해변은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주관해 해양쓰레기 수거와 경관 개선 등을 목표로 기관이나 단체 등이 특정 해변을 입양해 반려동물처럼 가꾸고 돌보는 해변 입양 프로그램이다.

 탐방로는 한마디로 고왔다. 폭신폭신한 것이 걷기가 여간 편한 게 아니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웰빙이나 힐링이 찾아올 것 같다. 벤치도 곳곳에 놓아두었다. 편하게 앉아 주변 경관을 즐겨보라는 모양이다.

 저녁노을이 고운 곳이니 전망대를 빠뜨렸을 리가 없다. 전망대서 바라보는 거아도와 울미도, 삼도, 자치도 등의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몽산포 해변은 모래바람이 거세다. 파도에 실려 온 모래바람이 만들어놓은 해변은 한때 해당화로 유명한 신두리 사구에 견줄 정도로 광활했단다. 탐방로는 그 사구를 따라 걷기도 한다. 국립공원의 백사장답게 솔숲 바깥에 깔끔한 모래사장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질퍽한 갯벌이 아닌 넓은 백사장을 마주하니 또 다른 느낌이다. ‘솔모랫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만하다.

 해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게 해당화였다. 여름철이었다면 진홍색 꽃망울 활짝 터뜨리며 자신감을 드러낼 텐데, 지금은 말라비틀어진 열매를 매단 채 화려했던 옛날의 기억을 반추할 따름이다.

 곰솔의 솔향기가 코끝을 스쳐가며 청량감을 선사한다. 솔숲은 가고 또 가도 끝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왼쪽에서는 푸른 바다가 거침없이 따라온다. 푸른 곰솔과 푸른 바다가 함께 가는 녹색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솔숲에는 이런 쉼터도 만들어져 있었다. 태안지역 해변의 생태계를 소개하는 안내판도 곳곳에 세워놓았다. 볼거리, 쉴거리에 읽을거리까지 보탠 자연관찰로인 셈이다.

 13 : 02  13 : 17. 몽산포의 랜드 마크라는 몽산포 전망대’. ‘꿈의 산이 있는 포구라는 뜻의 몽산포(夢山浦)는 썰물 때 폭 1킬로미터, 길이 8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사장이 활처럼 완만히 휘어진 모습으로 드러난다. 백사장이 하도 길어서 몽산포, 달산포, 청포대 세 개의 해수욕장으로 나뉘어 있으나 통틀어 몽산포라고 부른다. 그걸 샅샅이 살펴보라는 모양이다.

 높이 11m의 전망대는 타워 형이 아닌 루프스테이 형으로 만들어졌다. 요즘 트랜드에 맞게 길이 256.9m의 길을 무장애로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산책로를 걷듯 올라가 몽산포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예쁜 글자 조형물도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이들이 놀이기구 삼기에 딱 좋아 보이는 저 조형물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아무튼 글자조형물이나 구()가 모두 흰색이어서 주변의 초록 나무숲과 잘 어울린다. 하늘이나 바다의 푸른빛과도 대비되면서 멋진 앙상블을 제공해준다.

 여름철이 아니어선지 널찍한 해변은 호젓했다. 많지는 않지만 연인과 가족들이 백사장을 거니는 게 보인다. 아이들은 아파트단지에 있는 모래놀이방이 아닌 정말 짠내 나는 바다모래를 만지며 논다. 흐뭇한 표정의 부모가 뒤에서 이를 지켜본다. 행복에 겨운 어느 가족나들이가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그 너머의 갯벌은 체험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맞다. 몽산포 앞바다는 맑고 깨끗한 바닷물을 자랑한다고 했다. 서식하고 있는 해산물이 풍부해서 조개와 게, 소라 등을 쉽게 잡을 수 있단다.

 북쪽으로는 해안선을 따라 몽산포항이 시야에 들어온다그 앞의 꼬맹이 섬 안목도가 화룡점정을 이루며 한 폭의 예쁜 그림을 그려낸다. 마검포항과 몽산포항을 남북 끝에 둔 몽산포·달산포·청포대 해변은 한껏 당긴 활처럼 휘어진 모양새이다.

 몽산포해변의 배후지 곰솔 숲속에는 캠핑장이 들어서 있었다. 요즘은 캠핑을 겸한 가족나들이가 대세라더니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여름철이 아닌데도 빈틈없이 텐트가 쳐져있다.

 13 : 17. 전망대 앞의 솔모랫길 게이트. 태안해변길 4코스가 몽산포탐방안내소(주차장에 위치)’를 출발지점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적인 해변길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저 조형물은 태안해변길의 로고(logo)가 아닐까 싶다.

 13 : 21. 몽산포 여름파출소에 이르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서해랑길(태안 66코스) 안내도는 파출소 앞 해변에 세워놓았다. 오늘은 16.52km 3시간 50분에 걸었다. 적당한 속도로 걸었다고 보면 되겠다. 한편으로는 걸음을 멈추어가며 구경할 수밖에 없는 명품 볼거리가 없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오늘도 집사람이 함께 해줬다. 나에게 집사람은 삶 그 자체다.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을 얻게 되는. 하지만 가장 쉽게 미워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살다 보면 미운 마음, 미운 대상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설사 집사람이 그 미운 대상이 될지라도 내 곁에 오래오래 머물러줬으면 좋겠다. 살아 있어야만 미워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