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59코스(춘장대해수욕장 - 대천해수욕장)

 

여 행 일 : ‘24. 9. 28()

소 재 지 : 충남 서천군 서면 및 보령시 웅천면·남포면·신흑동 일원

여행코스 : 춘장대해변부사방조제소황사구황교리노인회관소황리노인회관독산해변(실제 출발지)무창포해변용두해변대천해변(거리/시간 : 28.1km, 실제는 14.80km 3시간 4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서해랑길은 서쪽 바닷길을 말한다.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화(인천)에 이르는 서해안의 해변길과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1,800km(109개 코스)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해파랑·남파랑·서해랑·평화누리) 4면 중 가장 길며, 거치는 지자체만도 5개 광역에 기초가 26곳이나 되는 긴 여정이다. 오늘은 59코스를 걷는다. 8로 이루어진 서천·보령·홍성 구간(56-63코스)의 네 번째 코스이기도 한데, 보령시의 해안선을 따라 북진하는 여정이다. 난이도는 28km라는 거리가 우습게 보였는지 별이 2(전체 5)로 분류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은 날아다니는 모양이다.

 

 들머리는 춘장대해수욕장(충남 서천군 서면 도둔리)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IC에서 내려와 21번 국도를 타고 서천방면으로 3km쯤 내려오다 비인교차로에서 607번 지방도로 옮겨 서면(춘장대해수욕장) 방면으로 7km쯤 들어오면 춘장대해수욕장에 이르게 된다. 서해랑길(보령 59코스)안내도는 중앙솔밭·백일 캠핑장의 주차장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다.

 춘장대해수욕장에서 보령시의 서쪽 해안선을 따라 북진, ‘대천해수욕장까지 가는 28.1km짜리 긴 여정이다. ‘소황리 공군사격장 등 군사시설을 피해 내륙으로 에둘러가기 때문이다. 길기만 한 것이 아니다. 코스 대부분이 해변이나 제방을 따라 나있어 여름철에는 최악의 코스로 분류된다. 하지만 곱디고운 모래사장을 걷는 재미와 서해의 작은 섬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어 걷기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코스로 꼽힌다.

 산악회는 소황사구(小篁沙丘)’의 입구인 장안해변(이정표 : 종점 23.2km/ 시점 4.7km)’을 공식 출발지로 삼았다. 지난번 58코스 때 이곳까지 연장해서 걸었었기 때문이다. 춘장대해변에서 트레킹을 마친 우리부부는 유명 맛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로 인해 생긴 자투리 시간을 보냈었지만...

 부사방조제(扶士防潮堤) 준공기념탑. 서천군(서면) 도둔리와 보령시(웅천읍) 독산리를 잇는 3,474m 길이의 긴 방조제이다. 1997년 축조될 당시만 해도 웅천읍 일대의 농경지 보호가 임무였으나, 최근에는 낚시터로 더 각광을 받는단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바다낚시와 민물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의 서해랑길은 ‘607번 지방도(부사로)’를 따라간다. 이어서 황교리 소황리를 지나 독산해변으로 나온다. 하지만 산악회는 소황사구의 탐방로로 인도하고 있었다. 군사시설 때문에 평소에는 막혀있지만 주말에는 통행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탐방로는 소황사구를 꿰뚫으며 나아간다. 생태·보전지역이선지 데크 길을 따로 만들어 자연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였다. 하나 더. 네이버지도는 이곳을 장안해수욕장으로 적고 있었다. 하지만 화장실이나 샤워장, 취사장 같은 편의시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생태·보전지역에 따른 개발제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

 10 : 40. 실제 출발지는 독대섬 입구로 소황사구의 최북단이다. 첨부된 지도에서 부사호 위 역()으로 된 자의 상단, 뽈록하니 튀어나온 부분으로 보면 되겠다.

 이를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소황사구에 대한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탐방로를 걸으면서 관찰 가능한 동·식물들을 살아있는 모래언덕으로 포장해서 전해준다. 다만 평일 사격훈련 시간 때는 탐방로 진입이 불가능하다나?

 독대섬은 바다에 산 하나가 떠있는 형상이다. 섬이면서도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는데, 이때 맛조개와 돌게, 골뱅이 등을 잡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단다. 독대섬 앞바다에는 직언도, 황죽도가 일렬로 가지런히 놓여있다. 평소에는 독대섬까지만 물이 빠지지만, 음력 보름과 그믐 전후로 직언도까지 물이 빠져 무창포의 석대도와 함께 신비의 바닷길이 연출된다.

 소황사구(장안해변). 다른 여행자들은 저 해안을 따라 이곳으로 왔다. 참고로 소황사구는 길이 2.3km,  200m, 최고 높이 17.6m에 이르는 대규모 사구이다.

 독대섬을 가운데 두고 반대편에는 독산해수욕장(獨山海水浴場)’이 있다. 왼쪽은 소황사구, 오른쪽으로는 독산해변의 갯벌과 금빛 모래사장이 갈매기 날개처럼 좌우로 펼쳐지는 모양새이다. 해수욕장은 길이 1,500m,  100m의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산해변 글자 조형물. 독산해변은 바다에 홀로 있는 산이라 하여 홀뫼해변이라고도 불린다. ‘독대섬의 생김새에서 유래된 지명이 아닐까 싶다.

 10 : 42. ‘열린바다로를 따라 북진하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주말이어선지 길가가 온통 주차장이다. 덕분에 우리를 실어다 준 버스가 회전을 못하고 후진으로 빠져나가느라 고생깨나 했다.

 해수욕장의 배후 숲에는 무료 캠핑장이 들어서있었다.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텐트가 꽉꽉 들어차있다.

 틈새를 마련 못한 사람들은 바닷가로 밀려난다. 하지만 조망만은 소나무 숲보다 한수 위다. 독산해변의 자랑거리인 낙조, 즉 잔잔한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해를 바라보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겠다. 다만 뜨거운 햇살에 고생깨나 해야겠지만...

 모터 카약까지 끌고 온 낚시꾼도 보인다. 그만큼 어종이 풍부하다는 애기일 것이다.

 대어의 꿈은 백사장에서도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파도를 가르며 지나가는 보트까지도 끌어올리겠다는 듯 낚싯대 크기가 만만치 않다.

 10 : 50. 해수욕장을 빠져나와서도 열린바다로를 탄다. 길가에 들어선 빌라나 카페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구간이다. 아니 라바 카페 부근에서는 꼬맹이 섬과 여가 꾸미고 있는 빼어난 풍광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하나 더. 독산해수욕장에서 시작된 열린바다로는 해안선을 따라 용두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서천에서 시작된 배롱나무 가로수길은 보령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여름 꽃 배롱나무, 그 붉은 유혹에 빠져본다. 가까이 다가가면 정열적이던 꽃이, 한발 물러서자 수줍은 아름다움으로 변해버리는 이중성의 꽃이다.

 11 : 04. ‘낙조공원이란다. 바닷가 쪽으로 작은 공간을 만들고 일몰을 상징하는 조형물 두어 점을 배치했다. 떨어지는 해를 편히 감상하라는 듯 벤치까지 놓아두었다. 하지만 정비를 하지 않아 웃자란 잡목·잡초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11 : 08. ‘독산로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편 무창포해수욕장으로 간다. 독산해변에서 무창포해변에 이르는 2km 구간도 군사시설을 피해 내놓은 우회로라고 보면 되겠다. 중간에 만났던 군의 해상침투훈련장 안내판이 그 증거일 것이다.

 11 : 13. 무창포해변에 도착하니 비체펠리스가 반긴다. 용평리조트가 처음 개발한 대형 해양리조트라고 한다, 참고로 무창포(武昌浦)’라는 지명은 무창(武昌)’의 서쪽에 있는 포구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 세미를 저장하는 창고가 있던 갯가의 포구라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바닷가로 나가 닭벼슬섬으로 간다. 섬까지 탐방용 보행교가 놓여있다. 섬과 육지 사이 물길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놓은 생태탐방로이다.

 초입에는 갯벌생태계복원사업 안내판과 함께 한국 새우양식 6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1963년 국내 최초로 이곳 웅천지역에서 새우양식이 시작되었다나? ‘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배우고 간다.

 다리에서 본 무창포해수욕장’. 남북으로 뻗어나간 백사장 길이가 1.5km나 되는 기다란 해변을 끼고 있다. 경사가 완만한데다 물이 잔잔하고 배후에 울창한 숲까지 끼고 있어 천혜의 입지조건을 지녔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인근 대천해수욕장에 비해 많이 한산하며, 주로 종교단체·교육기관·기업체나 가족단위의 야영지로 이용된다.

 시선을 조금 옮기자 담장처럼 생긴 돌무더기가 드러난다. 갯벌에 크고 작은 돌을 쌓아 고기를 잡던 전통 어구인 독살이 아닐까 싶다. 독살은 돌을 이용해 반원 형태로 쌓는 게 우선이다. 다음은 중앙에 대나무를 이용해 수문(水門)을 만들어 고인 물이 빠지도록 한다. 수문 앞은 물이 빠져도 고기들이 모여 놀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고여 있어서 물때에 무관하게 고기를 잡을 수 있다.

 왼쪽은 아까 지나왔던 독산쪽 해안이다. 바닷가에 널려있는 주먹만큼이나 작은 섬과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들이 흡사 자갈밭을 보는 느낌이다.

 탐방로는 닭벼슬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낙조5 중 제5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서해바다와 무창포해수욕장은 물론 무창포타워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단다. 하나 더. 혹자는 독산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의 경계를 닭벼슬처럼 생겼다는 곶()으로 삼고 있었다. 독산 쪽에서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저곳(직전 사진 참조)을 이르는 말일 게다. ‘닭벼슬섬이라는 지명은 곶()의 생김새에서 따왔을 것이고 말이다.

 11 : 19. 바닷가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해안을 따라간다. 백사장과 배후 숲 사이에 포장길을 내놓았다.

 무창포의 빼어난 풍경화는 앞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 ‘석대도(石臺島)’가 완성시킨다. 섬의 모양이 돌로 된 좌대(座台), 즉 석대(石臺)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으로, 구전(口傳)에 따르면 아기장군이 죽었을 때 황새가 떼지어 나타나 슬프게 울었다고 한다. 매월 두 차례 간조 시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은 진도와 더불어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선지 바닷길은 열리지 않았다. 그 아쉬움을 안내판의 사진으로 달래본다.

 그래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모세의 지팡이로 달래볼 일이다. 모세가 지팡이로 홍해를 향하자 바다가 갈라지면서 길이 나타났다는 기적이자 구원의 지팡이다. ! 바닷가에 석대도 안내판과 함께 바닷길이 열리는 시기 및 시간을 적은 안내판도 세워져 있으니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 때 열리는데, 5-6월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11 : 27. 중앙광장의 무창포를 상징하는 조형물은 이제 막 출범하려는 범선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았다. 리스본(포르투갈) 여행 때 만났던 대항해 발견기념비(Padrao dos Descobr Descobrimentos)’를 축소시켜놓았다고나 할까? 대항해시대의 항해왕자 엔리케(Infante Dom Henrique)의 도움을 받은 바스쿠 다 가마가 아프리카 항해를 떠난 자리에다 세운 기념물인데, 무창포의 것에는 세계를 호령했던 영웅들의 조각이 빠져있다.

 신비의 바닷길 조형물은 전설 속의 아기장군을 형상화 했다. 바닷길을 걸으며 주울 수 있는 해삼(·조개·게 등도 함께 잡힌단다)’과 함께이다. 참고로 아기장군은 석대도에서 살던 해룡과의 줄다리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을 정도로 힘이 센 인물이었다. 하지만 역적(다른 전설들처럼)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석대도에서 해룡과 함께 숨어 살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장사였다.

 무창포 해역은 쭈꾸미로도 유명한 모양이다. 맞다. 올해 3월엔가는 KBS-2TV ‘생생정보에서 이곳의 쭈꾸미 샤브샤브를 소개한 일도 있었다.

 물빛정원이라는 분수도 잠깐의 눈요깃거리로는 충분했다. 특히 스크린처럼 떨어지는 분수의 가운데를 뚫은 게 눈길을 끈다. 그 사이로 징검다리를 놓음으로써 신비의 바닷길을 연상하게 만든다.

 홍완기(1932-2004) 시인의 시비도 세워져 있었다. 그의 작품 무창포의 사랑이 새겨진 빗돌, 이력과 예순 살의 색신이 적힌 또 다른 빗돌, 시비건립 취지문 빗돌이 떼지어 있다. 참고로 홍완기는 별난 이력의 소유자다. 이곳(궁촌리) 출신으로 초등학교만 마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나뭇꾼·엿장수·뱃사공·철도국(임시직원지방신문(견습기자승려 등을 전전하다 등단했다.

 낙조5 중 제1경이라는 무창포타워는 곁눈질만 하고 간다. 서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오르면, 황홀한 일몰을 볼 수 있어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꼽힌다. 특히 해거름에는 노을 덕에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란다. 하지만 지금은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 굳이 올라가볼 필요까지 뭐 있겠는가.

 무창포는 해마다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열려왔다. 올해(24) 10 18일부터 20일까지 무창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단다. 체험·공연·판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니 한번쯤 찾아볼 일이다. 풀에 들어가 전어나 대하를 맨손으로 잡아보는 체험도 해보면서 말이다.

 관광객들과 함께 바닷가를 누비고 다닐 꼬마 열차도 길을 나설 준비를 마쳤다.

 11 : 38. 이제 무창포항으로 간다. 해안길은 중앙광장을 지나서도 한참이나 계속된다.

 식당가를 끼고 나있어 구수한 음식냄새의 유혹을 참기 어려운 구간이기도 하다.

 음식점의 홍보는 백종원씨가 대세인가 보다. 그가 출연했던 SBS-TV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대한 사진으로 식당 전체를 도배해 놓았다.

 11 : 43. 해변 끝에서 왼쪽(무창포항 방향)으로 간다. 이어서 외항과 내항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넌다.

 동산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상화헌(尙和軒)’. 많은 이들이 죽도에 있는 상화원으로 오해하는 곳이다. 함께 걷고 있는 이석암 작가님도 이해를 못하겠다며 일단은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본다. 하지만 상화헌 거품시대의 작가 홍상화가 집필할 때 머물렀던 곳으로, 한옥  ’, 그리고 만대루(안동 병산사원 것을 재현했단다), ‘작가의 집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북 카페이다.

 11 : 47. 수산물시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널찍한 주차장, 이어서 탐방로는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내항과 외항을 나누는 경계선으로, ‘낙조5 중 제3경이기도 하다. 고즈넉한 항구와 등대 3개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다채로운 풍경 속의 일몰을 줄길 수 있단다.

 다리 위에서 본 무창포항’. 무창포항은 원래 내만(內灣) 입구에 남북으로 방파제를 쌓아 항구를 만들고, 사구 위에 물양장(소형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 시설을 조성했었다. 하지만 간조 때 항구의 바닥까지 갯벌이 드러나 배를 댈 수가 없자, 방파제 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항구를 서쪽으로 옮겼다. 덕분에 간조 때를 제외하면 입출항이 가능해졌지만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현재까지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덕분에 내항은 천혜의 대피항이 되었다. 연근해에서 광어와 쭈꾸미, 갑오징어 등을 잡는 소형어선의 정박지로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11 : 52. 배수갑문을 지나면서 무창포항과 이별을 고한다. 80m쯤 더 걸어 관동교에 이르자 이정표가 아직도 9.7km나 남았다며 속도를 올리란다. 오늘의 이벤트로 삼은 해물요리를 느긋하게 먹고 싶다면 말이다.

 이후부터는 열린바다로를 따른다. 왕복 2차선의 널찍한 도로인데도 인도가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으니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차량통행이 뜸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11 : 58  12 : 14. 충남수산자원연구소 뒤. 나지막한 고갯마루에는 쉼터를 겸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덕분에 파고라 그늘에서 준비해온 간식에 막걸리 잔을 나누며 푹 쉬다갈 수 있었다.

 12 : 14. 다시 길을 나선다. 이즈음 대하양식장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방조제 안쪽 내수면에다 커다란 양식단지를 만들었다.

 12 : 23. 잠시 후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소공원. 이번에는 정자와 벤치는 물론이고 조각품까지 배치했다.

 조금은 조잡해보였지만(예술에 문외한이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원색적으로 표현된 탓인지 많은 여행자들의 소개 글에 올라오고 있었다.

 집사람이 부추꽃이란다. 선형으로 자라나는 잎사귀만 먹는 줄 알던 부추가 꽃도 피우는 모양이다. 그것도 저렇게나 예쁘게도 말이다.

 12 : 28. ‘월전교(이정표 : 종점 8.1km/ 시점 19.8km)’을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용두해수욕장(龍頭海水浴場)’에 이른다. 한적하지만 해수욕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해변을 갖고 있으며, 해변 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송림에는 숲속 야영장이 조성돼 있어 해수욕과 캠핑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캠핑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보령시 근로자종합복지관(동백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게 숙박할 수도 있다.

 보령시 남서부 남포방조제의 남단에 위치한 용두해수욕장도 1,500m나 되는 기다란 백사장을 자랑한다. 미세한 입자의 알갱이로 이루어진 모래의 질도 뛰어나다. 거기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까지 얕아 가족단위 피서객들에게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여행의 정석대로 왔노라! 보았노라! 그리고 찍었노라!

 백사장이 끝나갈 즈음 모래사장에 바위무더기가 널려있었다. 안내판이 신랑바위 각시바위임을 알려준다. 용두마을에 살던 처녀총각이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앞바다에 살던 용이 처녀를 제물로 바치라고 했던 모양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사람들이 성주사의 무염스님에게 부탁했고, 용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용을 죽이고 총각과 처녀는 각시바위, 신랑바위가 되어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나?

 장수바위 안내판도 눈에 띈다. 마을을 괴롭히던 탐욕스럽고 악덕한 용()을 물리친 장수의 말발굽 자국이 아직도 장수바위에 남아있단다. 하지만 어떤 게 장수바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신랑바위 각시바위와 이명동암(異名同岩)일지도 모르겠다.

 12 : 37. 해변 끝에서 웃자란 잡초더미를 헤치며 오솔길로 들어선다. 바닷가에 들어선 요트경기장에 번잡함을 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12 : 41. 오솔길을 빠져나와 남포방조제(藍浦防潮堤)’ 둑길로 올라선다. 남포면 월전리와 보령시 신흑동을 잇는 길이 3.7km의 둑으로, 서해로 유입되는 남포천을 막아 보령시 남서부 해안의 너른 간척지를 만들어냈다.

 시야가 툭 트이는 둑길은 일망무제의 조망을 보여준다. 조금 전 무창포 해안에서 눈여겨봤던 석대도가 요트경기장 뒤에서 고개를 내미는가 하면, 저 멀리 먼 바다에서는 호도, 녹도, ·소화시도 등 작은 섬들이 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른쪽 풍경도 만만찮다. 광활한 남포평야 너머로 이름 모를 산들이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다. 보령의 명산인 성주산과 옥마산, 오서산 등일 것이다.

 진행방향에는 과거 섬이었으나 방조제로 인해 육지로 연결된 죽도(竹島)’가 자리 잡고 있다. 죽도는 현재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으로 꾸며졌다.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한국식 전통정원으로 조성하면서 상화원(尙和園)’이란 이름을 붙였다. 섬 둘레에 조성한 탐방로(2km)를 따라 걸으며 석양정원, 한옥마을, 전통혼례식장, 하늘정원 등을 구경할 수 있다.

 12 : 58. ‘상화원의 입구(이정표 : 종점 5.2km/ 시점 22.7km)를 지난다. 섬 전체에 올곧은 대나무가 울창했다는 죽도는 조개·꼬막·굴 등을 양식하면서 사는 전형적인 섬마을이었다. 그러나 육지와 연결되면서 민자 유치를 통한 죽도관광지 개발이 이루어져 각종 휴양시설을 갖춘 관광단지가 되었다. 2000년 죽도 섬 전체가 관광특구로 지정되었고, 2013 3 상화원을 개원했다. 소정의 입장료를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이게 볼만했던 모양이다. 보령시에서 보령9경 더하기 중 제2으로 뽑아 놓았다.

 대천해변으로 가는 둑길은 멀고도 멀었다. 하긴 월전리에서 죽도 입구까지 걸어왔던 거리보다 배나 더 길다고 하니 어련하겠는가.

 13 : 29. 방조제 끝. 둑에서 내려오니 남포방조제 준공 기념비가 맞는다. 1999년 남포간척지 공사의 일환으로 방조제가 완공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빗돌일 것이다.

 배수갑문을 지나면서 남포방조제는 끝을 맺는다.

 방조제에 갇힌 남포천(藍浦川)은 거의 바다 수준이다. 남포천은 보령시(남포면) 읍내리에서 발원 남포저수지와 소송리를 지나 삼현리에서 서해로 합류되는 길이 4.5km의 지방하천이다.

 13 : 42. ‘갓배교차로에서 광장진입로를 따라 500m쯤 걷다 첫 사거리(이정표 : 종점 2.4km/ 시점 25.5km)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천해수욕장으로 간다.

 13 : 50. 해수욕장이 들어선 신흑동(新黑洞)’으로 들어선다. 길은 충남대 임해수련원과 국군복지단 대천콘도의 사이로 난 골목을 지나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13 : 54. 이후부터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머드광장으로 간다. 백사장과 배후 숲 사이로 포장길을 내놓았다. 하나 더. 보령시가지서 남서쪽으로 10km, 대천반도의 돌출부 끝에 위치한 대천해수욕장은 조개껍질로 덮여 있는 해안이 색다르다. 물은 그다지 맑지 않으나 수심이 얕고 수온이 알맞으며 밀썰물을 가리지 않고 어느 때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이때 돌공원을 지나가니 전국 각지에서 모아온 돌들을 곁눈질이라도 하면서 걸어보도록 하자.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는 다보도부터 저 멀리 호도·녹도·삽시도·불모도까지 수많은 섬들이 흡사 돛단배라도 되는 양 파도에 밀려 둥둥 떠다니고 있다. 맞다. 보령시는 원산도, 삽시도 등 70여 개의 아름다운 섬을 가진 섬의 도시다. 법정기념일인 섬의 날 기념행사가 충청남도 주관으로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대천해수욕장(大川海水浴場)은 자타가 공인하는 서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이다. 해변의 길이가 자그마치 3.5km를 넘는다. 해수욕장은 1932년 경남철도주식회사의 승객유치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9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서해안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해수욕장이다. 최근에는 계절별 축제와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되고 있어 사계절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2022 8월 기준으로 연간 방문객 수가 1 200만 명에 이른다나? 특히 1998년부터 개최된 보령머드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단다.

 대천해수욕장은 보령9경 더하기 중 제1경으로 꼽혀있다. 바다를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자 사계절 축제의 현장이란다. ‘보령9경 더하기의 나머지는 죽도 상화원(2), 성주산자연휴양림(3), 개화예술공원(4), 무창포해수욕장(5), 외연도(6), 충청수영성(7), 냉풍욕장(8), 보령호(9)에 플러스로 오서산을 더했다. 남들이 다하는 8경으로는 턱도 없다는 듯이 9경으로도 모자라 하나를 더 보탰다.

 14 : 00. 해변을 따라 10분 남짓 걷다가 시민헌장탑이 있는 노을광장으로 올라간다. ‘구광장인 머드광장과 대비해 신광장으로도 불리는데,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공간이란다. 하지만 화장실과 야외샤워장만 있고 실내수영장은 없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노을광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바다를 향해 스카이워크도 만들어 놓았다. 편하게 앉아 노을을 감상하라는 듯 다리 아래는 관람석까지 갖추었다.

 14 : 06. 이후부터는 도로변 소나무 숲을 따라간다. 해변은 한마디로 잘 꾸며져 있었다. 빼어난 해수욕장의 조건에 걸맞게 각종 휴양·편의시설, 문화예술 공간을 서해안에서는 으뜸으로 갖추었다. 최근에는 각종 서비스시설의 고급화도 병행되고 있단다.

 숲이나 노변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조형물들을 들어앉혔다.

 보통 송림이나 사구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해수욕장들의 자연 친화적인 경치에 비하면 대천해수욕장은 도시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해수욕장을 끼고 바로 도회지가 형성되어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집과 높은 빌딩이 늘어서 있고, 곳곳에 광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갖가지 예술적인 조형물이 놓여 있다.

 14 : 13  15 : 13. 아무튼 우리가 바라던 대로 주어진 시간보다 1시간쯤 먼저 대천해변에 도착했다. 그 시간은 오롯이 먹는데 사용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박주를 나누면서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아니 행복할 손가. 특히 이곳 대천해수욕장은 키조개 삼합이라는 독특한 요리로 유명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해물상회’. ‘원조라는 수식어가 발길을 이끌어주었다.

 키조개 삼합은 바다와 육지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요리다. 대천 앞바다에서 잡은 키조개(관자)와 우삼겹(또는 차돌박이)에 채소를 섞음으로써 바다와 육지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전복과 새우, 가리비 등 다른 해산물도 함께 나와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해서 먹는 재미도 있다. 참고로 키조개는 아연과 칼슘, 철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간장 보호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맛과 건강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해산물이라는 얘기다.

 15 : 15. 만남의 광장으로 빠져나와 종점인 머드광장으로 간다. 바닷가를 따라 어지럽다 싶을 정도로 많은 조형물이 늘어서 있었다. 잘 단장된 조각공원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덕분에 곳곳에서 사진의 배경으로 삼기 딱 좋은 조형물들을 만난다. 그러니 발걸음을 재촉하지 말고 카메라 앞에 서보자. 인생샷이라도 한 장 건질 지 누가 알겠는가.

 15 : 30. 구광장이라고도 불리는 머드광장에 도착하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매년 열리는 보령 머드축제의 주 무대이자, 본격적인 휴가철에는 야간에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즐기자 밤바다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패들보드, 수상 징검다리 등 다양한 미니게임이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단다.

 서해랑길(보령 60코스) 안내도는 바다의 여인 조형물 옆에 세워져 있었다. 오늘은 3시간 40분을 걸었다. 앱이 14.80km를 찍고 있으니 적당한 속도로 걸었다고 보면 되겠다. 걷기 버거울 정도로 여행자들을 괴롭히던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머드광장에서 바라본 바다. 저 멀리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이 보인다. 때로는 신기루 현상으로 아득한 중국대륙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늘은 집사람 말고도 구우(舊友) 둘이 트레킹 후 소주라도 한잔 나누자며 함께 걸어주었다. 이런 게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니겠는가. ‘장 바니에(Jean Vanier)’는 그의 저서 희망하는 사람들, 라르슈(Porte d'esperance)’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며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내 심장이 다른 사람의 심장 박동에 따라 고동치기까지, 그리하여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기까지 나 자신을 충분히 버리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니 몇 마디 담소를, 그것도 오가는 반주에 희석되어버릴 수도 있는 얘기 몇 마디를 나누기 위해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을 써버린 저 친구들은 나에게는 사랑하는 이들이 아니겠는가. 참고로 거론한 책에는 1964년 파리 근교의 작은 집 라르슈(방주라는 뜻)’에서 정신지체 장애인 필립, 라파엘 두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한 장 바니에. 그 집이 28개 나라에 103개의 공동체로 확산되기 까지, 고통 받는 많은 이들에게 바니에가 열어준 희망의 메시지가 따뜻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