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산(時宮山, 514.9m)

 

산 행 일 : ‘23. 4. 15()

소 재 지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일원

산행코스 : 묵리마트임도(쉼터)시궁산383.2수녀원 갈림길임도묵리마트(소요시간 : 4.88km/ 2시간 40)

 

함께한 사람들 : 산과 하늘

 

특징 : 용인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용인 남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육산이라서 가슴에 담아둘만한 볼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산행은 옆에 있는 삼봉산(414m)과 연계하여 종주하는 코스가 많은데, 거문정을 기점으로 하여 애덕고개를 거쳐 시궁산과 삼봉산 순으로 등반하고 굴암마을로 내려오거나, 반대로 굴암마을에서 시작하여 거문정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주로 이용된다. 교통편이 좋고 서울에서 불과 60 떨어진 곳이라 부담 없는 당일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산행들머리는 묵리마트(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묵리)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화성-광주) 서용인 IC에서 내려와 국도 42호선을 타고 이천방면으로 달리다 대촌교차로(처인구 남동)에서 45번 국도로 옮겨 안성·평택 방면으로 간다. 원천교차로(이동읍 천리)에서 빠져나와 318번 지방도(백암방면)로 옮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묵리마트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우리는 잠실역에서 5600번 광역버스를 타고 용인버스터미널까지 온 다음, 택시를 이용해 묵리마트까지 왔다.

 시궁산의 들머리는 보통 애덕고개(또는 거문정)나 굴암교가 이용된다. 어느 한곳에서 시작해 시궁산과 삼봉산을 연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코스를 줄이고 싶은 경우에는 묵리마트에서 시작해 곧장 시궁산으로 오르면 된다.

 도로 건너 산자락으로 파고들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초입에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 만일 승용차를 몰고 왔다면 안내도 앞의 공터에 주차시키면 된다.

 현재 위치를 출발점으로 삼는 안내도는 등산코스를 5개로 나눈다. 시궁산 정상까지 일단 오른 다음, 어디로 갈지를 놓고 코스를 구분했다. 등산 마니아들은 삼봉산이나 갈미봉을 연계시키면 되겠고, 우리처럼 나들이 삼아 오른다면 임도를 낀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산길은 고운편이다. 보드라운 흙길이 경사까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숲이 온통 연록색이다. ’연록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얘기도 있지 않는가.

 명색이 산인데 마냥 편히 오를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맞다. 산길은 오래지 않아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해버린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경사진 곳에는 침목계단을 놓고, 그래도 힘들다 싶으면 밧줄난간을 매어 붙잡고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산행을 시작한지 20. 임도에 올라서니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산행 시작부터 쉬어갈 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임도를 가로질러 맞은편 능선으로 오른다. 임도를 내면서 생긴 절개지에 침목계단이 놓여있다.

 고개라도 돌릴라치면(계단을 오르다) ‘묵리(墨里)’마을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자연 마을로 굴암(窟岩묵방(墨防장촌(長村한덕(閑德) 등을 두었는데, 먹을 만들던 곳이라 하여 먹 묵()’자를 지명으로 쓴다고 한다. 옛날에는 묵방이 또는 묵뱅이로 불리기도 했다.

 계단 위 능선에는 석포 숲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2대에 걸쳐 수집한 고서화를 국가에 기증해 화제가 된 손창근 선생이 200만 평이나 되는 사유지를 국가에 기부했다는 것이다. ‘석포(石圃)’ 1974년 서강대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던 손세기 선생의 아호이다. 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아들인 손창근이 50여 년간 사유림 662( 200만평)에 잣나무·낙엽송 200만 그루를 심어 가꿔오다 2012년 식목일에 산림청에 기부했다.

 안내판이 전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니 장촌(長村)’마을이 고개를 내민다. 장씨 성을 가진 이들이 터를 잡았다는 마을인데, 잘 지어진 집들로 꽉 들어차있다. 하긴 석포숲이라는 명품 공원을 끼고 있으니 저만한 전원주택 단지도 없겠다. 참고로 석포 숲 공원 2018 북부지방산림청 Vista Point 10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호 탄소 중립의 숲으로 선정돼 시민 참여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임도를 지나면서 산길은 많이 가팔라진다.

 그렇다고 버겁다는 얘기는 아니다. 능선이 온통 진달래 꽃밭으로 이루어진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화사하게 피어난 진달래꽃이 눈웃음을 지어오는데 버겁다는 느낌쯤이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길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꽃으로도 막지 못할 정도로 가파른 구간이 나타났다. 산길은 곧장 치고 오르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 지()’자를 쓰고 나서야 고도를 높여간다.

 두어 곳에서 만난 돌탑이 그 증거라 하겠다. 볼품없는 생김새지만 저건 간절한 소망의 발현이다. 얼마나 버거웠으면 신의 힘까지 빌어보려 했겠는가.

 그게 안타까운 지자체도 한 수 거들었다. 밧줄 난간을 설치해 붙잡고 오를 수 있도록 했다.

 그래도 버겁다면 잠시 쉬었다 가란다.

 심기일전 해 다시 길을 나선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나는 급경사 오르막이 기를 확 죽여 버린다.

 오르막길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길고 가파른 오르막에 짧고 완만한 내리막이 반복된다.

 시궁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그렇다고 바위지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서슬 시퍼런 바위벼랑 위로 길이 나있기도 했다.

 뒤돌아본 바위지대.

 고사목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원시의 숲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벤치라고 다 같은 벤치가 아니다.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자연스런 멋을 더했다.

 산길이 마냥 가파른 것만은 아니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잠시지만 완만한 구간이 나타기도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0.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다. 2020년의 등산로 정비사업 덕분에 요즘은 전망데크가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시궁산은 용인 남부지역의 최고봉이다. 그래선지 정상에 광장 수준의 전망데크를 만들어놓았다. 35(112)이나 되는 넓이에 데크를 깔고 한가운데 정상석을 모셨다. 여러 개의 벤치를 놓아 쉼터의 기능까지 더하도록 했음은 물론이다.

 옛날,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이곳에는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보통 연못이 아니라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연못이었단다. ! 누군가는 하늘나라에 있는 여러 궁() 중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을 시궁(時宮)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 산의 이름이 시궁이 된 이유라면서...

 시궁산과 영욕을 함께 해오던 옛 정상석은 전망데크 아래로 옮겨놓았다. 그런데 높이가 513m로 적혀있는 게 아닌가. 조금 전의 것은 분명 514.9m이었는데도 말이다. 전망데크를 만들면서 1.9m 높이의 지지대를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정상의 삼각점(용인 507)은 놓치기 딱 좋겠다. 데크 바닥에 4각의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모셔두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괜찮은 편이다. 봉우리 세 개가 뚜렷한 삼봉산(414.7m)은 물론이고, 저 멀리 어비리의 이동저수지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시 중심부에 있는 석성산과 수지구의 광교산, 모현읍의 정광산 등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정표(애덕고개 2.3/ 삼봉산 1.7/ 묵리 1.4)는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이 세 곳임을 알려준다.

 하산을 시작한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삼봉산 방향인데 몇 걸음 걷지 않아 헬기장을 만날 수 있었다. !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전망데크 아래서 30분을 머물기도 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잦아들었다. 이슬비보다도 더 가는 는개로 변해 우산이 필요 없게 됐다. ! ‘종주산행의 왕(‘월간 산에서)’이라는 신경수씨는 이 산줄기를 한남쌍령시궁단맥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한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한남쌍령지맥의 문수봉(용인시 이동면·원삼면·양성면의 경계에 있는 390m)에서 서쪽으로 분기해 갈미봉(338m)·묘봉(228.6m)·시궁산·삼봉산(413m)·능골산(190m) 등을 일구고 신창마을(용인시 이동면)의 진위천변에서 숨을 다하는 약 10km의 산줄기란다.

 하산 길도 가파르기는 매한가지였다. 침목계단을 놓았으나 두텁게 쌓인 낙엽으로 인해 무척 미끄러웠다. 올라올 때보다도 더 스틱에 힘을 주었다고나 할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펴라는 속담이 있다. 밋밋하기 짝이 없는 산길은 저런 허접한 돌탑까지도 잠깐의 눈요깃거리로 등장시킨다.

 하산 길이라고 해서 마냥 내려가는 것만은 아니다. 작은 봉우리 두엇을 올라야하기 때문에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기도 한다.

▼ 하산을 시작한지 25. ‘383.2m에 올라서니 식탁을 겸한 벤치가 놓여있다그러니 어찌 지나칠 수 있겠는가준비해 온 음식들을 펼쳐놓고 만찬을 즐겼다지난 달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챙겨온 전통주 우조를 꺼내놓았음은 물론이다(치약 냄새가 난다며 모두들 고개를 내둘렀지만).

▼ ‘383.2m의 이정표는 삼봉산이 0.9km 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그게 마음이 놓였던 모양이다간식 삼아 둘러앉은 자리가 1시간으로 늘어나버렸다하긴 지난 가을 만난 게 마지막이었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 다시 길을 나선다길은 아까보다도 더 가팔라졌다그런데도 계단이 놓여있지 않으니 문제다그렇다고 겁낼 필요까지는 없다밧줄 난간을 만들어놓았으니 이를 붙잡고 내려오면 된다.

▼ 행여나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내려서다보면 어느덧 능선안부에 이른다안부는 벤치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는데썩 편치 않은 구조물도 눈에 띈다오토바이 진입 방지 볼라드(bollard)’를 설치해놓은 것이다이곳 역시 오토바이의 산길 훼손이 심했던 모양이다.

 이정표(삼봉산 0.5/ 시궁산 1.0)는 양쪽 능선만 가리킨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을 찾아낼 수 있다.

 삼봉산 쪽으로도 볼라드(bollard)’가 설치되어 있었다. 밧줄 난간도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 일행은 이쯤에서 삼봉산과의 종주산행을 그만두기로 했다. 는개로 변했던 비가 언제부턴가 이슬비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산이 어디로 가겠는가. 다음에 오르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영보수녀원을 거쳐 용인레저스포츠로 내려가는 길인데 가파르기 짝이 없는 내리막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이런 길은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빗줄기 속에서 물기를 흠뻑 머금고 있는 산비탈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저런 가느다란 밧줄이 고마운 이유일 것이다.

 고행에 가까운 내리막길이 오래지 않아 끝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후부터 산길은 물기 한 점 없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그렇게 10분쯤 진행하면 임도로 내려선다.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방향으로 틀어 임도를 따른다. 참고로 반대편(왼쪽) 임도를 따르면 굴암고개로 연결된다. ‘굴암교를 들머리로 삼아 삼봉산을 오를 경우 들르게 되는 고갯마루이다. 영보수녀원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찾아보지 않았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다.

 ‘S’자를 그려가며 이어지는 임도는 휘도는 자체만 갖고도 아름다웠다. 거기다 하늘을 찌를 듯이 뻗어 오른 잣나무와 낙엽송이 운치를 더해준다. 시궁산의 산허리를 휘돌아가는 명품 트레킹코스 석포 숲 테마임도가 새로 개설되었다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었는가 보다.

 가끔은 조망이 트이기도 한다. 산자락에는 작은 마을이 들어앉았다. 산이 산에 기대고, 사람들은 그 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양새이다.

 서툴게 쌓아올린 돌탑들도 잠깐의 눈요깃거리로 충분했다. 누군가의 작은 정성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25분쯤 걸었을까 길이 차단봉으로 막혀있다. 일반 차량의 진입을 막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곳에서 임도가 둘로 나뉘고 있었다. 오른편은 아까 산을 오르면서 만났던 데크쉼터로 이어진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걷지 않으려는 우리는 물론 왼쪽 방향, 즉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테마임도 종점(0.76km)으로 간다.

 이정표는 임도가 석포 숲 공원까지 연결됨을 알려준다. 6.14km를 더 걸어야 하니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하겠다.

 낙엽송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길을 10분 남짓 더 걷자 또 다른 차단봉이 가로막는다. 이번에는 오른쪽에 샛문을 내놓는 친절함을 베풀었다.

 차단봉을 지나자 펜션처럼 생긴 주택단지가 나온다. kakaomap 펜션여행으로 적고 있으나, 입간판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아 자세한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다.

 산행날머리는 묵리마트(원점회귀)

펜션을 빠져나오면 318번 지방도(이원로)가 나오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50m쯤 더 걸으면 묵리마트가 나오면서 시궁산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은 2시간 40분을 걸었다. 핸드폰의 앱이 4.88km을 찍고 있으니 꽤 더디게 걸은 셈이다. 무릎이 시원찮은 집사람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