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여행일 : ‘19. 10. 8() - 10.12()

세부 일정 : 쿠알라룸푸르(1)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1)바투동굴겐팅 하일랜드쿠알라룸푸르(1)말라카쿠알라룸푸르

 

여행 셋째 날 : 말라카(Melaka) ’리버 크루즈(River Cruise)‘

 

특징 : ’말라카 강(Melaka River)‘은 시내 한가운데를 흐른다. 그런데 이 강의 분위기가 조금 묘하다. 강안(江岸)의 풍경이 아까 보았던 시내의 골목 풍경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오랫동안 운하(運河)로 이용되어 왔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운하가 곧 길이 아니겠는가. 리버크루즈는 유람선처럼 생긴 보트를 타고 이 길(運河)을 따라 말라카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되돌아오는 투어이다. 이때 옛 건물들이 계속해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에 흡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말라카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라 하겠다.

 

리버보트 선착장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걷는 게 거추장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니면 걸어봤자 눈여겨 볼 것도 없었다는 얘기일 것이고 말이다. 리버크루즈의 탑승 지점은 2군데다. 우리처럼 까사델리오 인근에 있는 범선(帆船) ‘플로르 드 라 마르((Flor de la Mar, 지금은 해양박물관) 근처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거나, 아니면 강 상류의 스파이스 가든에서 탈 수도 있다. 어느 지점에서 탑승하든 탄 곳에서 내리게 되니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표를 사서 안으로 들면 20명쯤은 너끈히 태울 수 있는 보트들이 여럿 기다리고 있다. 가격은 15링키트(MYR), 한화로 5,000원 정도 되며 주말에는 조금 더 받는다고 한다. ! 이때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진행방향의 맨 앞자리에 앉으면 전망을 즐기기에는 좋으나 대신 배가 속도를 낼 때 튕겨대는 물세례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별로 깨끗해 보이지도 않는 물을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경우에는 두 번째 줄에 앉는 것도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10명 남짓 되는 우리 일행이 오르자마자 배가 출발한다. 왕복 40분이 걸리는 코스이다. 그나저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말라카는 아름다운 옛 건축물들이 유난히도 많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 등 차례로 이곳을 지배하던 유럽 열강들이 그들의 건축양식으로 지은 것들이다. 이런 건축물들을 눈에 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리버크루즈를 이용하면 말라카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면 트라이쇼(Trishaw)‘을 타고 돌아보는 방법도 있다.

 

 

선착장 뒤로 보이는 범선(帆船)해양 박물관(Melaka Maritime Museum)‘이다. 이 배는 플로라 드 라 마르(Flora de la Mar)’라는 포르투갈 범선으로 말라카 왕국에서 보물을 약탈해 도주하다가 바다에 침몰한 것을 복원해 놓았단다. 내부에는 당시의 약탈 과정, 범선 모형, 대포, 중국과 포르투갈의 화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 각국의 범선과 바닷속 생태계 등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Muzium Samudera)’에는 우리나라의 거북선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 기분 좋은 일이라 하겠다. ! 범선의 건너편, ‘로열 말레이시아 해군 박물관(Royal Malaysian Navy Museum)’에서는 해군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니, 군 관련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일이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 있었다. ‘수차(Water Wheel)’가 있던 자리(거치대)란다. 말라카가 번성하던 15~16세기, 무역상들에게 물을 공급해주던 시설인데 한때는 관광객을 위해 수차를 복원해놓기도 했었단다. 아래 사진은 당시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다.

 

 

 

식민지 시절, 통행세를 걷는 관리들이 머물렀을 법한 요새도 보인다. 저곳에 거치된 대포는 세금을 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협박용이었을 게 분명하다.

 

 

 

여기는 아까 수박 쥬스를 마시던 네덜란드 광장근처의 쉼터일 것이다.

 

 

 

강변을 따라 놓아둔 화분은 형형색색의 꽃들이 곱고, 찻집 야외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 여행객들은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다. 크루즈를 탄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도 보인다.

 

 

 

배는 9km 정도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잘 꾸민 액세서리 상점과 노천카페들 사이사이 중국풍 홍등을 매단 집들이 멋진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그 그림은 화려한 원색의 벽화가 완성시킨다. 유럽풍의 벽화가 그려진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지어 늘어선 것이다. 가히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하겠다.

 

 

 

 

배를 댈 수 있는 시설도 여럿 보인다. 옛날에는 배가 이곳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다들 카메라와 휴대폰을 꺼내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시시각각으로 눈앞에 다가오는 풍광들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커다란 관람차도 눈에 띄었다. ‘스파이스 가든이라는 테마파크일 것이다.

 

 

울창한 맹그로브(mangrove) 숲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는 강변 가까이로 배가 지나가기도 한다. 물론 속도를 뚝 떨어뜨린 채로이다. 이때는 어김없이 덩치 큰 도마뱀이 나타난다. 일광욕이라도 하러 나온 모양인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라도 하려는 듯 보트가 다가가도 도망칠 줄 모른다.

 

 

뱃길은 여러 풍경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뚝 솟은 현대 건축물이 보이는가하면 말레이시아의 전통가옥들도 만나게 해준다. 중국풍의 건물들도 눈에 띈다. 또 어떤 곳에는 이 모든 것들이 혼합되었을 것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강변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었다. 말라카 강변을 따라 1.6Km를 도는 관광용 시설로 2008년에 건설했단다. 하지만 기술적인 결함이 발생한 탓에 운행이 중단된 상태란다. 공중에 걸려있는 선로가 텅 비어있는 이유일 것이다.

 

 

끄트머리에 이를 즈음 나타나는 건 나무로 지은 붉은 지붕의 전통 가옥촌인 캄풍모텐Kampung Morten’이다. 우리나라 한옥에 해당하는 것이 캄풍인데 바닥이 지상에서 1~2m 높이에 있고, 천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하면 비가 많이 와도 물에 잠기지 않고, 통풍이 잘돼 위생적이라고 한다. 1922년 지은 빌라 센토사(Villa Sentosa)’는 그중 가장 오래된 집인데 말레이시아 국기를 내걸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 가옥이지만 집주인이 평생 동안 공들여 모은 골동품과 개인 소장품을 전시해 박물관으로 개방하고 있단다.

 

 

 

강변에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의외로 많았다.

 

 

 

 

산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St, Francis Xavier’ Church)‘도 보인다.

 

 

강변의 풍경을 생각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삶의 현장이다. 누군가는 말라카를 보지 않고는 말레이시아를 말하지 말라고 했다. 말레이시아의 500년 도읍으로 그들의 전통 문화는 물론이고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들여놓은 유럽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역사적 장소라면서 말이다. 리버크루즈는 주마간산(走馬看山)로나마 그들의 문화를 엿보는 기회였지 않나 싶다.

 

 

 

리버크루즈는 저녁이 제격이라고 했다. 야간 조명으로 불 밝힌 경관이 가히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낮에라도 즐겨봤다는데서 위로를 받아야겠다.

 

 

가이드의 배려로 일정에 없던 해상 모스크(Masjid Selat Melaka)’를 찾았다. 밀물 때면 사원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해상이란 이름을 얻은 곳이다. 하지만 ‘Selat’의 원 뜻이 해협일지니 옳은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곳은 인공으로 터를 닦고 그 위에다 세운 모스크이다. 그래서 밀물이 몰려올 때는 마치 바다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단다.

 

 

모스크는 화려한 외관을 갖고 있었다. 경전 읽는 소리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면 어느 이슬람 궁전으로 오해하기 딱 좋겠다. 그나저나 해상모스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일몰이라고 한다. 시야를 가린 것이 없으니 떨어지는 해를 가릴 장애물도 없을 게 당연하다. 온전한 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디 그리 흔한 일이겠는가. 거기다 떨어지는 해를 저 아름다운 모스크의 지붕 위에라도 올려놓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지만 이는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이다. 우린 오늘 저녁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원 옆에는 30m 높이의 첨탑(minare)’이 등대처럼 우뚝 서 있다. 신도에게 예배 시간을 알려주는 '아잔(adhan)'이 울려 퍼지는 곳이다. 이곳의 첨탑도 특이하기는 매한가지다. 아니 아까 말라카 시내투어 때 만났던 캄풍 클링 모스크(Kampung Kling Mosque)’의 첨탑보다도 훨씬 더하다. 아까 것은 불교 사원의 탑을 연상시키기라도 했는데 이번에는 비슷하게 생긴 조형물을 아예 떠올릴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 이스탄불 출장 때 현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첨탑의 개수에 대한 얘기가 떠오른다. 그는 첨탑이 하나면 나라에서 지어준 것이라고 했다. 동네에 하나씩 있다고 보면 된다. 보통은 두 개인데 귀족들이 세우는 편이고, 술탄이 설립한 모스크에는 네 개를 세웠단다. 그렇다고 무작정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메카에 있는 마스지드 알하람(성 모스크)’7개보다 적어야 한단다. 그렇다면 이곳은 나라에서 세웠다는 얘기일 것이다.

 

 

옆으로 이동하면 왜 해상 모스크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바다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다 건물을 올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마치 물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2006년에 지어진 저 사원은 중동과 말레이시아의 건축술을 융합시킨 것이라고 한다. 말레이시아 국왕이 말라카에 선물의 의미로 지어주었단다.

 

 

 

바다에 지은 사원이다 보니 아래와 같은 다리 모양의 통로를 지나야 예배당에 이를 수 있다.

 

 

여자들은 히잡(hijab)이나 부르카(burqa)를 착용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게 귀찮았던지 집사람은 버스에서 에어컨이나 쐬고 있겠단다.

 

 

내부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다. 메카를 향해 절을 하고 있는 신자들이 몇 보일뿐 전체적으로도 한적하다는 느낌이다. 이슬람 사원의 특징이라 하겠다.

 

 

 

 

 

사원의 후면에는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말라카해협을 조망해보라는 모양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가장 가깝게 잇는 해로(海路)이자 아시아 식민지 역사가 시작된 비운의 해로다. 누군가는 저곳을 지구의 지름길이라 부른다. 이곳을 통하지 않으면 1,600km를 더 우회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또 해양 실크로드라 부르기도 한다. 비단에서 원유로, 오가는 물품은 달라졌지만 동서양 교역로서의 의미는 아직도 여전하단다.

 

 

말라카 해협은 말라카에서 수마트라섬 사이의 바다이자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경계이다. 세계 경제의 생명선이라고도 한다. 여기를 지나지 않고 우회하면 3일이나 더 걸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선박이 실어 나르는 화물의 1/4 정도가 이 항로를 지난단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원유의 90%도 이곳을 지난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상품 대부분도 이곳을 지난다. 말라카 해협이 현대의 실크로드로 불리는 이유다. 동서양을 잇는 길이 쉬울 리 없다. 놀랍게도 최근 전 세계 해적 출몰지는 소말리아가 아니라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특히 말라카 해협이란다. 아직까지는 총기로 무장하진 않았다지만 느리게 항해하는 상선을 노린 해적선이 출몰한다는 곳이다. 말라카 해협에서 폭이 가장 좁은 곳은 65km, 이 중 배가 다닐 수 있는 구간은 2.5km에 불과한데다 수심마저 20~30m 정도로 낮아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One God, One humanity, One religion, Many prophets’라고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끌어 카메라에 담아봤다. 아담과 이브로부터 시작되는 무슬림의 계보를 도표까지 그려가며 설명해 놓았다. 다른 종교를 인정할 틈을 주지 않는 문구가 싫어 빼버릴까 하다가 이 또한 여행의 추억이겠기에 올려봤다.

 

 

모금함처럼 보이는 통도 보였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곳은 화장실이었다. 분명히 화장실 표시가 붙어있는데 맨발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곳이 함께 있는 지도 모르겠다.